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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태국 재외투표소에서 재외국민이 투표를 하고 나오고 있다.
 주태국 재외투표소에서 재외국민이 투표를 하고 나오고 있다.
ⓒ 왕태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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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표의 소중함' 때문에 30시간 동안 차속에서 시달린 뒤 투표를 하고는 뿌듯해 하는 사람들이 있다. 태국 북부 치앙마이에서 직행버스를 타고 방콕 북부에 있는 모칫 터미널까지 14시간의 긴 여행을 하고 MRT(지하철) 짜뚜짝 역에서 MRT를 타고 타일랜드 컬쳐센터역에서 내려 다시 택시를 타고 주태국 대한민국대사관에 도착하는 여정. 대강당에서 제18대 대통령선거 재외투표를 한 뒤 투표를 했다는 자부심과 내 자신이 대한민국 국민이라는 느낌, 15시간 동안의 여행에 대한 피로감 등이 교차한다. 안도의 한숨을 내쉬고 다시 온 길을 되밟아 치앙마이까지의 길고 긴 귀환, 그렇게 수많은 태국의 한인들이 소중한 한 표를 행사했다.

태국의 북부 치앙마이에서 더 멀리는 태국의 북쪽 끝 치앙라이 그리고 태국의 남부 푸켓에서 출발한 사람들. 15시간 동안 버스 안에서 불편한 잠을 자며 변변한 식사도 하지 못한 채 방콕에 소재하고 있는 주태국 대사관 대강당에 마련된 투표장에서 자신의 신념에 따라 자기가 지지하는 후보에게 표를 던졌다. 그렇게 많은 어려움과 고생, 그리고 아쉬움을 남긴 채 해외에서 헌정사상 처음으로 실시된 대통령을 선출하는 재외선거가 막을 내렸다.

대통령 후보에 대한 정확한 지식도 없는 상태에서 지난 10일 중앙선거방송토론위원회 주최 제2차 대선후보 경제·복지·노동·환경 분야 TV토론을 1시간 앞둔 10일 오후 5시(이하 현지시간) 태국 방콕에 있는 주태국 대한민국 대사관에서 실시됐던 제18대 대통령선거 재외선거가 TV토론을 통한 제대로 된 검증을 할 시간도 없이 끝이 났다.

제2차 대선후보 TV토론의 주제인 경제·복지·노동·환경 분야와 제3차 TV토론의 주제인 사회·교육·과학·문화·여성 분야는 제1차 TV토론의 주제인 정치·외교·안보·통일 분야 보다 태국에 살고 있는 대부분의 일반 서민들에게는 더욱 절실한 문제라는 것이 많은 재태 한인들의 의견이었다.

특히 태국의 경우 태국에 영구 상주하고 있는 한인들도 있지만, 단기간의 파견근무자나 공관주재원이나 상사주재원들이 많은 상황으로 이들은 곧 대한민국으로 돌아가 대한민국 사회에 섞여 살아가야 할 사람들이기에 2, 3차 토론회의 주제인 경제·복지·노동·환경, 사회·교육·과학·문화·여성 분야에 대한 대통령 후보들의 공약과 설명, 자질을 TV토론을 시청한 후 검증을 거쳐 평가하고 투표해야 함에도 불구하고 일정에 쫒겨 서둘러 투표할 수 밖에 없었다는 재태 한인들의 의견이 많았다.

30시간 동안 버스 타고 투표소 오간 사람들

지난 5일 오전 8시부터 10일 오후 5시까지 실시된 태국에서의 재외투표는 예상선거권자 1만 3900명 중에서 지난 7월 22일부터 10월 20일까지 국외부재자 신고나 재외선거인 신청을 한 재외국민투표 선거인 2114명중 1459명이 투표에 참여해 69%라는 높은 투표율을 보였다.

이는 지난 4·11총선 당시의 재외국민투표 선거인 1303명 중 580명이 투표, 44.5%를 기록했던 것에 비해 24.5%P가 높은 투표율이며 예상선거권자 1만 3900명을 기준으로 해서도 4.2%에서 10.5%로 6%P가 증가한 투표율이다. 이번 제18대 대통령선거 재외선거기간 동안 879명의 재태 한인들이 더 투표한 것이다.

치앙마이에서 방콕까지 와 투표에 참여한 정동현(49)씨는 "이번 대선이 오차범위 내 초박빙의 판세여서 내 한 표에 의해 내가 지지하는 후보의 당락이 결정될 수도 있다는 생각과 앞으로의 5년과 서민들의 생활, 민주주의, 북한문제, 경제민주화, 복지정책 등이 내 한 표에 의해 바뀔 수도 있다고 생각하니 도저히 투표에 참여하지 않고는 마음의 부담이 될 것 같아 투표에 참여하게 됐다"고 밝혔다.

방콕 외곽지역인 라민트라에 살고 있다는 김지은(29)씨는 "재외선거를 하기 위해 국외에서는 몇 시간 혹은 하루 이상 시간을 투자해 투표에 참여하는데, 집 근처에 있는 가까운 투표소에서 투표할 수 있는 고국에 살고 있는 분들이 투표에 참여하지 않는다는 것은 참정권에 대한 직무유기라며 12월 19일 꼭 투표에 참여하시길 바란다"고 말했다.

한편 전 세계 164개 공관에서 실시된 제18대 대통령 재외선거에서 최종 투표율이 71.2% 예상외로 높은 투표율을 기록, 19일 실시되는 대선의 막판 변수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이번 대선 정국이 오차범위 내 박빙 판세가 이어지는 상황으로 높은 투표율이 누구에게 유리할지 예측하기 힘든 상황에서 재외선거 투표율 71.2%는 당락을 좌우할 수도 있다는 분석이다. 전체 재외국민투표 선거인 22만 2389명 중 15만 8235명이 투표에 참여했다. 이번 재외선거의 투표율은 지난 4·11 총선 당시 재외선거 투표율 45.7%보다 25.5%P 상승했다.

"투표하지 않고서는 마음의 부담이 될 것 같았다"

주태국 대한민국대사관 선관위 관계자는 "헌정사상 처음 실시되는 대통령을 선출하는 재외선거에 대한 재태 한인들과 재외한인들의 높은 관심과 적극적인 투표참여 의지가 확인됐다며"며 "조국에서의 투표도 재외선거 투표율보다 높았으면 한다"고 말했다.

대륙별 투표자수는 유럽이 77.2%(1만8623명)으로 가장 높았고, 미주 72.9%(5만3614명), 아프리카 70.8%(2407명), 아시아 69%(7만7931명), 중동 67.9%(5660명) 순으로 나타났다. 열악한 투표 환경에서 높은 투표율을 기록한 것은 대통령 선거에 대한 재외한인들의 관심과 참여가 뜨거웠다는 것을 나타낸다. 재외국민 투표는 선거인 등록 절차를 거친 사람만 참여하기 때문에 먼 거리를 두 번 왕복해야만 하는 경우가 허다했다. 6일 동안의 투표 기간에 대사관에 마련된 투표소에 가기가 만만치 않았지만 하루 생업을 포기하고 버스를 타거나 항공기를 타고 가 투표했다는 사연들이 많았다.

일부에서는 재외국민 투표가 고비용 저효율이라는 비판과 한인사회의 반목 등 부작용이 심할 것이라는 우려도 있었다. 그러나 2번의 재외국민 투표 기간 불상사는 없었으며 투표율도 높았다.

하지만 아직 무수한 문제점을 안고 있는 것 또한 사실이다. 북부에서 남부까지 가는 데 30여 시간이 걸리는 태국의 경우는 양호한 편이다. 미국이나 중국의 경우는 그 이상의 시간이 소요되며 항공기 비용 또한 만만치 않다. 투표수를 늘리는 방법도 있고 IT강국 대한민국에서 본인인증만 하면 온라인 송금도 가능한데 온라인을 통해 선거인 등록 신청을 하고 본인인증을 거쳐 온라인 투표 또한 가능한 일이다. 투표에 참여할 수 있도록 투표자의 편의를 높이는 제도적 보완을 한다면 보다 많은 재외한인들이 투표에 참여할 것이며 대한민국 국민이라는 자부심을 느낄 수 있을 것이며 국내에서도 높은 투표참여가 가능할 것이라고 재태한인들은 의견을 피력한다.

한편 세계 110개국 164개 공관에서 치러진 재외선거 투표용지는 외교행낭 164개에 나눠 담겨 16일까지 대한항공 등의 화물터미널에 도착, 봉함·봉인 상태 등의 확인을 거쳐 등기우편으로 전국 251개 시·군·구 선관위로 보내진다. 투표용지는 대선 당일인 19일 오후 6시까지 선관위에 보관한 뒤 개표소로 옮겨져 다른 투표지와 별도로 개표작업이 이뤄지게 된다.


태그:#재외선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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