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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망원동 산 지 7년이 넘었는데 난 여기 살아서도 안 되는 사람이었다는 것을 이번에 알게 되었다."
"저 여기 살고 있습니다. 마포평생학습관에서 피아노도 배우고 망원시장도 다니면서요. 열 명 중 한 명보다 많을지도 몰라요. 지금 당신 옆에 있어요."

트위터에 올라온 서울 마포구 성소수자 주민들의 말이다. 마포구청 페이스북과 민원게시판에도 이같은 비판의 목소리가 이어지고 있다.

사건의 발단은 지난 3일 마포구청이 '마포레인보우주민연대(마레연)'의 성소수자 인권 관련 현수막에 대해 "유해하고 혐오스러운 부분을 수정하지 않으면 게재가 어렵다"는 입장을 통보해오면서 비롯됐다.

현수막 게재를 요청한 마레연은 마포구의 성소수자와 이들을 지지하는 이성애자들의 지역 모임으로 2010년 6월 지방선거를 기점으로 성소수자 인권 증진과 마을의 다양성을 높이기 위한 여러 활동들을 펼쳐나가고 있다(필자 역시 마레연의 일원으로 함께하고 있다).

이번 현수막 프로젝트도 그러한 노력의 일환으로 기획되었다. 지난해 지역의 성소수자를 대상으로 진행한 마을버스 광고에서 한 발 더 나아가 지역 구성원으로서 성소수자의 존재를 보다 분명하게 드러내고, 성소수자 인권을 함께 고민해보는 계기를 마련하고자 한 것이었다.

마포구청 "옥외광고물 등 관리법에 어긋나"

 마포구청 현수막
 마포레인보우주민연대가 마포구청에 게시를 신청한 현수막
ⓒ 마포레인보우주민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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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월 14일 현수막 제작 및 게시 비용 모금이 시작되었고, 보름 만에 100여만 원이 넘는 거금이 모였다. 현수막 문구도 공모를 통해 "지금 이 곳을 지나는 사람 열 명 중 한 명은 성소수자입니다"와 "LGBT, 우리가 지금 여기 살고 있다"가 선정되었다.

서교동과 합정동, 창천동 3곳에 현수막 게시를 신청하고 현수막 제작에 들어갔다. 현수막 제작업체 측에서 "레즈비언 등의 문구가 불편할 수 있지 않느냐"고 걱정했지만 크게 우려하지 않았다. 이미 "서울시민 중 누군가는 성소수자입니다"라는 현수막이 종로구 등에 걸린 적 있고, 지난 9월 서울시인권조례도 통과된 만큼 큰 무리는 없을 것이라 판단했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현수막 게시 이틀을 앞두고 마포구청에서는 옥외광고물 등 관리법에 어긋난다는 이유를 들어 게시 불가 의견을 전달해왔다. 마레연 측이 관리법 어느 항목에 무엇이 위배되는지 전화로 문의하자 담당자는 현수막 시안 속 사람 그림이 상의를 벗고 있어 청소년에 유해할 수 있고, '여기 살고 있다'는 내용이 위협적이라는 등의 이유를 들었다.

구청 측의 답변은 통화할 때마다 매번 달라졌는데, "'살고 있다'가 반말조라 문제다", "지나가는 사람 열 명 중 한 명은 성소수자라는 것은 정확한 통계 자료가 아니다" 등의 이유를 대기도 했다. 마포구청 내에서도 성소수자 문제에 대해 입장이 정리되어 있지 않고 성소수자 인권에 대한 인식도 낮다는 것을 여실히 보여주는 대목이었다.(매번 달라지는 설명 때문에 마포구청의 답변을 정리한 게시판을 통해 실시간으로 답변 내용을 공유하고 있다. 답변 보기)

또한 마포구청은 트위터와 페북을 통해서는 "내용을 순화해줄 것을 요청하였으나 (마레연이) 일방적으로 (게시를) 요청"하고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 마레연이 자신들의 입장만 몰아붙이며 인권 탄압이라고 주장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실상 구청이 말하는 표현의 순화는 '여기 살고 있다'는 문구에 대한 다른 주민들의 불편함, 옷을 벗고 있는 그림(그림에서 보듯 상체의 일부만 드러났을 뿐이다)의 유해함 등을 반복적으로 지적하고 있다(그나마도 말이 매번 바뀐다).

이는 성소수자에 대한 차별과 혐오가 깔려 있기 때문에 나올 수 있는 발언들이다. '여기 살고 있는' 주체가 어르신이나 아이들이었다면 어땠을까? 장애인을 배려하자는 취지에서 '이곳을 지나는 사람 열 명 중 한 명은 장애인입니다'라는 문구를 썼다면 정확하지 않은 통계라는 이유를 댈 수 있었을까?

'장애인'이라도, '노인'이라도 불편했을까?

마레연 버스광고 2011년 마레연에서 진행한 버스 광고
▲ 마레연 버스광고 2011년 마레연에서 진행한 버스 광고
ⓒ 마레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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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성소수자이기 때문에 문제가 되는 것이다. 소수자의 권리와 존재는 늘 다수(라고 분류되는 사람들)를 "불편하게 하고" "거슬리게" 해왔으며 익숙하지 않고, 부자연스럽다는 이유로 부정당하거나 배제되어 왔다. 사람들은 "불편하다"고 말할 뿐이지만 그 "불편함"을 드러내는 것이야말로 호모포비아(동성애 혐오증)고 다수에 의한 폭력일 수 있음을 잘 알지 못한다.

이러한 문제의식에서 마레연은 마포구청의 대응이 성소수자가 지역 사회의 일원으로 모습을 드러내고 함께 살아가는 것을 용납하지 않는 호모포비아적 행동이라는 데 의견을 모았다. 특히 주민들의 권익 보호에 앞장서야 할 지방자치단체가 성소수자 주민에 대한 이해와 고려가 전혀 없는 태도를 보이는 것은 지역 구성원으로 살고 있는 성소수자 주민들을 좌절하게 하고 나아가 그들의 삶을 위협한다는 점에서 반드시 개선되어야 한다는 입장을 정리했다.

이에 현수막 수정 요청에 항의하고, 마포구청의 사과와 변화를 촉구하는 온·오프라인 행동을 적극적으로 진행하고 있다. 트위터나 페이스북을 통해 항의 멘션을 보내고, 민원게시판에 잇따라 민원을 제기하고 있다. 현수막 원안을 예정된 시점에 한 달간 게재해줄 것과 차별적이고 반인권적인 마포구청의 언행에 대한 공식적 사과와 인권교육 시행을 요구하는 항의서도 박홍섭 마포구청장 앞으로 전달했다.

마레연 운영진 오김(별칭)은 "성소수자들이 자신의 정체성 혹은 존재를 알리는 것만으로 거부당하는 것은 명백한 차별이고 혐오 행위"라며 "이번 사건을 계기로 마포구청뿐만 아니라 각 지방자치단체에서도 지역의 구성원으로 살아가고 있는 성소수자 주민들에 대한 인식과 고려가 더욱 높아질 수 있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현재 마포구청 측에서는 "오는 10일 광고물 관리 및 디자인 심의위원회를 열고 대학교수 등 외부 전문가들과 현수막 수정 여부를 다시 협의하겠다"는 입장을 전한 상태이다.

마포구의 캐치 프레이즈는 "더불어 잘 사는 복지 마포"다. 성소수자 주민들의 염원이 담긴 현수막을 원안 그대로 게시하고, 이번 일을 계기로 구청 및 산하 기관을 대상으로 한 성인지적 교육을 강화함으로써 '성소수자 주민들도' 더불어 잘 살 수 있는 진정한 복지구로 거듭날 수 있길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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