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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능환 중앙선거관리위원장을 '무자격자'로 비판해 중앙선거관리위원회(선관위)와 정면으로 충돌했던 이정렬 창원지법 부장판사가, 이번엔 선관위가 대선기간 동안 '인터넷 실명제' 위반 단속을 벌이는 것에 대해서도 김능환 선관위원장을 정조준했다.

먼저 선관위의 입장부터 본다. 선관위는 3일 보도자료를 내고 "헌법재판소가 지난 8월 23일 정보통신망법에 따른 '인터넷 본인확인제'를 위헌으로 결정했으나 그 효력은 심판 대상 조문에 한정되므로, 공직선거법상 '인터넷 실명확인제'는 여전히 효력을 유지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본인확인제에 관한 헌법재판소 위헌결정의 취지를 고려하고, 국민 표현의 자유를 제고하기 위해 금년 8월 29일 국회에 공직선거법상 인터넷 실명확인제의 폐지의견을 제출했으나, 입법에 반영되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선관위는 그러면서 "개정의견이 입법에 반영되지 않은 점은 유감스러운 일이나, 선관위는 법집행기관이므로 국민 대표기관으로서 입법권을 보유한 국회의 의사를 존중해야 하는 헌법상의 의무가 있다"며 "헌법상 통치구조의 원리, 의회법률주의 원칙 등을 고려할 때, 이번 제18대 대통령선거에서는 법과 원칙에 따라 인터넷 실명확인제를 집행할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다만 "이번 대선에서 선거에 관한 표현의 자유를 최대한 보장하기 위해 지난 제19대 총선과는 달리 트위터 등 SNS를 이용한 소셜댓글은 인터넷 실명확인제에 위반되지 않는 것으로 법을 유연하게 집행하고 있다"며 "이번 대선 후에 선거관련 인터넷 실명확인제의 폐지를 다시 추진할 방침"이라고 설명했다.

공직선거법 제82조 6항은 인터넷언론사가 선거운동기간 중 신문사홈페이지 게시판·대화방 등에 정당·후보자에 대한 지지·반대 글을 게시할 수 있게 하는 경우 '실명확인'을 받도록 규정하고 있다. 또한  실명인증 표시가 없는 정당이나 후보자에 대한 지지·반대의 글이 게시된 경우에는 지체 없이 삭제하도록 했다. 이를 위반할 경우 인터넷언론사는 1천만 원 이하의 과태료 처분을 받게 된다.

한편, 헌법재판소는 지난 8월 23일 인터넷게시판을 운영하는 서비스제공자에게 본인확인조치의무를 부과해 게시판 이용자로 하여금 본인확인 절차를 거쳐야만 인터넷게시판을 이용할 수 있도록 '본인확인제'를 규정한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 제44조의5에 대해 위헌 결정을 내렸다.

헌재는 "본인확인제를 규율하고 있는 위 조항이 과잉금지원칙에 위배해 인터넷게시판 이용자의 표현의 자유, 개인정보자기결정권 및 인터넷게시판을 운영하는 정보통신서비스제공자의 언론의 자유를 침해하므로 헌법에 위반된다"고 판단했다.

그러자 선관위는 다음날 전체회의를 갖고 "헌법재판소의 '본인확인제' 위헌결정의 효력이 공직선거법에 따른 인터넷 '실명확인' 규정까지 미치는 것은 아니지만, 헌재의 위헌결정의 취지가 반영되기 위해서는 선거에 관한 인터넷 실명제 또한 폐지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의견을 모으고, 선거와 관련한 인터넷 실명확인제 폐지를 위해 지난 8월 26일 국회에 공직선거법 개정의견을 제출한 바 있다.

사실 '본인확인제'나 '실명인증'이나 표현만 다를 뿐 의미는 똑같다. 때문에 정보통신법의 '본인확인제'에 대한 헌법재판소의 위헌결정이 나자, 선관위가 맥락이 같은 공직선거법 '실명확인제'에 대한 개정의견까지 냈던 것이다.

그럼에도 선관위가 3일 단속 방침을 알리자, 이정렬 부장판사는 자신의 트위터에 '선관위, 선거법상 인터넷실명제 위반 단속'이라는 제목의 기사를 링크하며 "중앙선관위원장인 김능환씨가 헌법재판소를 무척 싫어하는 탓도 있을 겁니다, 그 분은 대법관 퇴임사의 중요 부분을 헌법재판소 비판에 할애했었습니다"라고 김능환 선관위원장을 비판했다.

김능환 "헌재, 이상한 논리로 끊임없이 법원 재판을 헌법소원 대상으로 삼아"

실제로 김능환 대법관은 지난 7월 10일 퇴임하면서 이례적으로 보일 만큼 헌법재판소를 강하게 비판했다.

김 대법관은 퇴임사에서 먼저 "요즈음은 누구나 사법신뢰의 위기, 법치주의의 위기를 말하는데, 그 원인은 어디에 있을까요? 가장 중요한 원인 중의 하나는, 법이 무엇인지를 알 수 없다는 데에 있다"며 "법원이 최종적으로 무엇이 법인지를 선언하면 그에 따라 법적 분쟁이 종결되어야만 하는 것이 재판제도가 존재하는 이유"라고 말했다.

그는 "그런데 헌법재판소는 여러 번에 걸쳐 합헌이라고 선언했던 법률을 헌법이 바뀐 것도 아닌데 어느 날 갑자기 위헌이라고 하고, 또 헌법이나 헌법재판소법에서는 법률의 위헌 여부를 심판하라고 규정하고 있으므로 어느 법률이 헌법에 위반되는지 위반되지 않는지를 선언해야 하는데도 그렇게 하지는 않고 법률의 해석론을 전개해 어느 법률을 이렇게 해석하면 헌법에 위반된다고 한다"며 헌법재판소를 비판했다.

이어 "그러면 법원은 그런 법률해석은 받아들일 수 없다고 한다"며 "심지어 헌법재판소는 헌법재판소법이 법원의 재판을 헌법소원 대상에서 명시적으로 제외하고 있음에도 그 법률이 위헌이라고 선언하지도 못하면서, 이상한 논리로, 끊임없이 법원의 재판을 헌법소원의 대상으로 삼아 재판이 헌법에 위반된다고 선언하려고 한다"고 주장했다.

김 대법관은 "이럴진대 무엇이 법인지를 어떻게 알 수 있으며, 헌법이 최고법원으로 규정한 대법원의 판결이 선고된들 그것으로 법적 분쟁이 최종적으로 해결된 것인지 아닌지를 어떻게 알 수 있겠느냐"며 "이런 마당에 법의 지배나 법치주의는 말할 수조차 없다"고 헌재에 각을 세웠다.

또 "최근에 사회지도자랄 수 있는 어느 저명한 분(이건희)조차 자신이 당사자 중의 한 사람으로서 법원에서 심리되고 있는 특정사건에 관해 '대법원이 아니라 헌법재판소까지라도 가겠다'고 공개적으로 말했다는 보도가 있었다"며 "이렇듯 대법원이 최종적인 판단을 해 재판이 확정되더라도, 그에 만족하거나 승복하지 않은 채 다른 불복의 길을 찾으려는 심사가 만연해 있는 것이 바로 오늘날 사법의 현실"이라고 지적했다.

김 대법관은 "그러면 분쟁은 도대체 언제 끝이 나는 걸까요? 그로 말미암아 증가되는 사회적·경제적 비용은 누가 감당해야만 하는 걸까요?"라며 물으며 "이런 문제를 해결하려면, 차라리 헌법재판소가 가지는 여러 권한 중 법률의 위헌 여부의 심사권과 법원의 법률해석권한을 하나의 기관으로 통합시켜서 관장하게 하는 편이 국민 전체의 이익에 더 유익하고, 사회적·경제적 비용을 최소화하는 방법이 아닐까요? 이에 관한 사회적 합의가 절실하게 필요한 시점"이라며 의견을 밝혔다.

김능환 대법관의 의견은 쉽게 말해 분쟁을 일으켜 혼란을 가져오는 헌법재판소와 대법원을 통합하자는 것으로 요약된다. 이정렬 부장판사의 이번 트위터 의견은 헌법재판소에 대한 이런 식견을 가진 김능환 선관위원장을 정면으로 비판한 것이다.

이정렬 "김능환 선관위원장은 무자격자... 즉각 물러나야"

김능환 선관위원장에 대한 이정렬 부장판사의 날선 비판은 이것만이 아니다.

지역선거관리위원장을 역임했던 이정렬 창원지법 부장판사(사법연수원 23기)는 지난 11월 30일 트위터에 "지금까지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위원장은 현직 대법관이 해 왔습니다. 그런데 현재 중앙선관위원장인 김능환씨는 현직 대법관이 아닙니다. 양승태 대법원장에 의해 지명받았을 뿐 무자격자입니다"라고 돌직구를 던지며 "중앙선관위원장을 현직 대법관으로 바꿔야 합니다"라고 주장했다.

그는 "재질문, 재반론 금지라니... 이게 전직 대법관이라는 김능환씨가 위원장으로 있는 중앙선관위의 작품이랍니다. 재판도 그런 식으로 했었는지... 판사의 한 사람으로서 너무나 부끄럽습니다"라고 말했다. '재질문, 재반론 금지'는 중앙선거방송토론위원회(위원장 유일상)가 정한 대통령 후보자 TV토론회 진행방식을 말한다.

이 부장판사는 "김능환씨 같은 무자격 중앙선관위원장 때문에 선관위 직원들이 일선에서 그렇게 고생을 해도 선거간섭위원회라느니, 선거방해위원회라느니 하는 비아냥을 듣는 겁니다"라고 꼬집으며 "김능환씨는 즉각 물러나거나, 양승태 대법원장은 새로운 중앙선관위원을 지명해야 합니다"고 촉구했다.

선관위 "이정렬 부장판사, 국민의 봉사자인 공직자로서 대단히 우려스러운 일"

그러자 선관위는 지난 1일 중앙선거방송토론위원회와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분리돼 있음을 강조하는 반박자료를 내면서 김능환 선관위원장을 '무자격자'라고 규정한 이정렬 부장판사에 대해 강한 불쾌감을 표시했다.

선관위는 "중앙선거관리위원의 신분은 정치적 영향을 받지 않도록 헌법적으로 보장돼 있고, 대법관 임기만료 시에 중앙선거관리위원장직을 사직하는 관행이 헌법정신에 부합하지 않는다는 지적이 정치권을 비롯한 학계 등에서 꾸준히 제기돼 왔으며, 대법관의 임기가 만료된 후에도 중앙선거관리위원장 직을 유지한 전례도 있다"고 반박했다.

선관위는 그러면서 "이런 내용은 헌법과 관계법규를 확인해 본다면 쉽게 알 수 있는 사실임에도 불구하고, 현직 판사로서 최소한의 확인조차 하지 않고 사실과 다른 내용을 공표한 것은 국민의 봉사자인 공직자로서 대단히 우려스러운 일"이라고 비판했다.

김능환 전 대법관은 2011년 2월 28일부터 제17대 중앙선거관리위원장을 맡아 오고 있는데, 지난 7월 10일 6년 임기의 대법관직을 마치고 퇴임했다. 이정렬 부장판사는 울산 울주군 선거관리위원장, 창원시 진해구 선거관리위원장 등 4년 동안 지역구선거관리위원장을 맡은 바 있다.

한편, 4·11 선관위 불법선거 대책위 회원들은 지난 5월 10일 유권자의 날을 맞아 서울 서초동 대법원 앞에서 양승태 대법원장과 김능환 중앙선거관리위원장의 사퇴를 촉구한 바 있다. 

이정렬 "쓴소리 한 사람한테 듣기 싫다고 선거불신 조장한다고 모략, 그만하라"

그러자 이정렬 부장판사가 발끈했다. 이 부장판사는 2일 자신의 트위터에 장문의 시리즈(1~19) 글을 올려 선관위를 조목조목 지적하고 따져 물으며, 선관위가 자신에게 던졌던 비판 문구를 그대로 인용하며 "선관위가 대단히 우려스럽다"라고 맞받아쳤다.

이 부장판사는 "제가 김능환씨를 가리켜서 무자격자라고 한 것은, 김능환씨에게 중앙선관위원장의 법률적 자격이 없다고 한 것이 당연히 아니다. 법적 자격도 없는 사람이 선관위원장을 하고 있다면, 그건 사퇴의 문제가 아니라 탄핵감"이라며 "김능환씨가 대법관의 직을 가지고 있지 않는데도 중앙선관위원장을 하는 것이 그 동안의 관례나 관행과 어긋난 이례적인 상황이기 때문에 무자격자라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김능환씨도 자신이 무자격자라는 것을 잘 알고 있다. 그것은 김능환씨 스스로가 지난 7월 대법관 임기 종료 때 중앙선관위원장직을 사퇴하려고 했었던 것에서 증명된다. 자격이 있다고 생각했다면 스스로 물러나려고 했을 아무런 이유가 없다"고 반박했다.

여기서 잠깐, 실제로 <한겨레> 등의 보도에 따르면 대법관이던 김능환 중앙선관위원장은 지난 4·11 총선 다음날 "연말 대선을 관리할 차기 위원장이 미리 준비할 시간이 필요하다"며 사직서를 제출했다.

그러자 지명권자인 양승태 대법원장은 지난 4월 26일 김능환 위원장에게 "대법관 임기가 끝난다고 중앙선거관리위원장 직을 사퇴하는 것은 옳지 않다. 김 위원장이 국회의원 선거 관리업무를 잘했고 연말 대통령 선거 관리업무도 계속하는 게 좋겠다"며 사직서를 돌려준 것으로 전해졌다. 김능환 선관위원장은 지난 7월 10일 임기 6년을 마치고 대법관을 퇴임했다.

이 부장판사는 또 "저도 작년에 창원시 진해구 선관위원장이었지만, 지난 2월 정직을 당하면서 선관위원장직에서 자진사퇴했다. 비록 판사의 신분을 가지고는 있었기 때문에 굳이 사퇴를 하지 않았어도 됐지만 말이다"고 김능환 선관위원장과 비교했다.

그는 "물론 대법관이 아니라도 중앙선관위원장을 하는 이례적인 상황도 있을 수 있지만, 그것은 그 사람이야말로 공정선거를 실현할 수 있는 적격자라는 것이 전제돼야 하고, 아니라면 무자격자가 중앙선관위원장직에 있을 필요가 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런데, 무자격자가 위원장으로 있는 선관위가 지금 제대로 하고 있습니까? 그동안 저질렀던 수많은 실수(고의적인 부정선거행위라고 생각하시는 분들도 꽤 있다)는 어떻게 하고요?"라고 물었다.

이 부장판사는 "또, 저 때문에 선거 전체에 대한 불신이 조장돼 국민 전체에게 피해가 간다고 선관위가 주장했는데, 선거에 대한 불신이 저로 인해서 비롯된 것인지, 오히려 선관위 때문에 비롯된 것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고 반발했다.

그는 "쓴소리 한 사람한테 듣기 싫다고 선거불신을 조장한다느니 하는 그런 모략은 그만 하라"며 "지금 이 순간에도 고생하고 계신 일선 선관위 직원들의 노고가 아깝지 않게 정말로 국민을 위해 일하라"고 충고했다.

이 부장판사는 "이런 일련의 현상이 무자격자가 중앙선관위원장으로 있기 때문이라는 것이 제 생각"이라며 "선관위가 제게 했다는 마지막 말로 마무리하겠다. '국민에 대한 봉사자인 공직자로 구성된 선관위. 대단히 우려스럽습니다'"라고 맞받아쳤다.

한인섭 교수 "공정성·중립성 의심받는데, 왜 김능환 선관위원장만 계속 재임?"

한편, 이런 논란을 지켜 본 한인섭 서울대 법과대학 교수는 이정렬 부장판사의 의견에 힘을 실어주는 의견을 개진했다. 한 교수는 3일 자신의 트위터에 "지난 20여년 간 대법관 퇴임하면서 중앙선관위원장의 사퇴가 관례. 다만 손지열의 경우 대법관 퇴임 후 2개월 더 선관위원장을 한 적 있다, 선관위법 개정에 따른 과도적 조치였다"는 글을 올렸다.

한 교수는 "지난 20여년 간 중앙선거관리위원장은 모두 현직 대법관이고, 대법관 임기만료와 함께 선관위원장직을 사임했다. 현재의 김능환 위원장은 재임 중 공정성을 의심받는 사례가 적지 않았는데도, 디도스공격 등 중립성 비판 받은 적 적지 않았는데도... 왜 그만 계속 재임?"이라고 말했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법률전문 인터넷신문 [로이슈](www.lawissue.co.kr)에도 실렸습니다.



태그:#이정렬, #김능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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