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 왼쪽이 <가디언즈> 인터넷 평점. 현재 주요 상영작 중에서 가장 높다.

가장 왼쪽이 <가디언즈> 인터넷 평점. 현재 주요 상영작 중에서 가장 높다. ⓒ NHN


<가디언즈>의 기대감을 불러일으키는 조짐들 

<슈렉 포에버> 이후 드림웍스 애니메이션을 기다려온 이가 많은 걸까. 지난 29일 개봉한 드림웍스의 신작 애니메이션 <가디언즈>가 개봉 첫주 토요일 박스오피스 2위(영진위 통계)를 차지했다.

1위가 요즘 극장가 이슈인 <26년>임을 고려해볼 때, 사실상 애니메이션으로서 1위를 기록한 거나 다름없다. <가디언즈>의 흥행은 개봉 전부터 조짐이 있었다. 개봉 전날인 지난 28일까지 누적 관객수가 65,023명이었는데, <가디언즈>가 대대적인 무료 시사회를 하지 않은 만큼 이 6만 명이 넘는 관객의 상당수가 유료 시사회 관객이었던 것. 유료 시사회에 관객이 많이 들수록 개봉 후 흥행이 잘된다는 극장가 통설이 들어맞은 셈이다.

개봉 첫날인 지난 29일과 둘째 날인 30일에는 같은 날 개봉한 <음치클리닉>보다 뒤졌으나, 지난 1일 토요일 122,856명의 관객을 들이며 단숨에 29일 개봉작 중 1위가 되었다. 1일 현재 누적 관객수는 232,660명으로, 2일 현재 무난히 30만 명을 돌파할 것으로 보인다.

올해 애니메이션 최고 흥행작이 될지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이런 분위기를 감지했는지 확보한 스크린 수도 471개로, 609개를 확보한 <26년>을 제외한 현재상영작 중에서 가장 많다. (1일 현재, 영진위 통계)

<가디언즈>는 인터넷 평점도 높은 편이다. 네이버의 관객 평점은 9.12, 전문가 평점은 6.75다. (비교하자면 <늑대소년>의 전문가 평점은 6.35다) 다음의 관객 평점은 9.1. 실제 예매한 관객들과 관람한 관객들이 준다는 맥스무비의 평점은 8.83, CGV 멀티플렉스 극장 사이트 평점은 9.4, IMDB 평점은 7.5(참고로 이곳의 <슈렉> 평점은 7.9)다. 대부분 상위 점수라고 할 수 있다. (모든 점수는 10점 만점 기준)

그렇다면 실제 영화는 어땠을까. 이런 흥행은 사실상 마니아와 가족단위 관객들에 의한 '반짝 흥행'일수도 있다. 작품이 좋으면 흥행은 장기화될 수 있을 것이기에, 보다 정확한 정보를 전하기 위해 기자가 직접 관람해봤다.

 <가디언즈> 스틸.

<가디언즈> 스틸. ⓒ DreamWorks Animation


실제로 보니 <슈렉>보다는 별로지만 충분히 재밌고 감동적인 애니메이션

결론부터 말하면 어른보다 아이들이 좋아할 작품이다. 극의 초중반까지는 애 어른 할 것 없이 끊임없는 볼거리와 캐릭터들의 움직임이 그래픽 미장센 속에서 펼쳐져 흥미있게 보게 된다.

하지만 문제는 시나리오였다. 악의 세력인 피치에 의해 샌드맨이 사라지면서 다소 설득력이 부족한 드라마가 이어진다. 그로 인해 중반(기-승-전-결 중 '전'에 속한다. 5단계 각본 작법에 따르면 '위기' 부분) 이후는 초중반 즉, 기승전결 중 '승' 부분보다 예상대로 진행된다.

이런 시나리오는 사실 요즘 상업 영화들이 극복하기 어려운 자본 개입이 원인으로 작용한다. 단순한 이야기 전개를 관객들이 좋아한다고 판단하는 투자자와 그에 부응하는 제작자에 의해 시나리오가 유치해지는 면이 있다. 유치한 건 괜찮은데 그게 극의 재미를 방해할 만큼 설득력을 잃어버리곤 하며 <가디언즈> 역시 그런 현실을 피하지 못했다.

그러나 이건 어른의 처지에서 본 것이고, 아이들이 보기에는 매우 재밌다. 끝까지 말이다. 웃음과 감동 모두 있다. 티나와 부활절 토끼는 너무나도 귀엽고, 더빙한 우리 배우들도 목소리 연기를 모두 잘했다.

<슈렉>에 비해서는 새롭지 못하다. 이번 달 개봉하는 <주먹왕 랄프>와는 좋은 경쟁 상대가 될 듯하다. <가디언즈>는 동심을 지키는 수호자들이 모여서 악당과 싸우는 이야기다. <어벤져스> 이야기 설정의 큰 틀이 여기에도 적용되었다. (그럴 만도 하다. <어벤져스>는 전 세계에서 역대급의 흥행을 기록했으니 말이다)

아이들은 대부분 정신없이 볼 것이며, 어른들의 일부는 정신없어할 <가디언즈>. 그렇다고 어른 관객이 못 볼 정도의 작품은 아니다. 기본은 하고도 남으니 아이가 있는 부모 관객이라면 모두 극장을 찾아도 좋겠다.

미혼의 어른 관객들은 굳이 보고 싶다면 주말에 더빙판을 관람하시라. <가디언즈>는 아이들이 조용하게 볼 정도로 스펙터클해서 관람 환경이 나쁘지 않을 것이다. 작품 때문에 동심을 떠올리기보다는, 영화를 몰입해서 보는 아이들 관객을 보며 동심이 떠오른다. 그리고, 자신과 같은 어른 관객들도 재밌게 보는 모습을 보며 동심이 존재함을 실감할 수 있게 된다.

<가디언즈>는 개그맨이나 아이돌 가수가 더빙에 참여하지 않았다. 이제훈, 류승룡, 한혜진, 유해진 등 모두 영화배우들라는 점이 특징이자 좋은 점이다. 그리고 잭이 처음 가디언의 칭호를 부여받을 뻔 했던 신과 그보다 나중에 가디언들이 토끼굴에 간 신에서는 과거 <인어공주> 시절 디즈니 극장 애니메이션처럼 캐릭터가 노래했으면 어땠을까 싶다. 뮤지컬처럼 말이다. 그만큼 아름답고 감동적인 분위기였다. 어른 관객도 공감할만했다.

가디언즈 드림웍스 주먹왕 랄프 슈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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