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으로부터 1년 전 어제, 종합편성채널(이하 종편) 합동 개국축하쇼 무대에선 가수 김장훈은 이렇게 말했다. 

"'어차피, 시작된 방송 '좀' 잘 하시길 바랍니다."

불행히도, 김장훈의 이 충언(?)은 허공으로 날아가 버린 꼴이 됐다. 1일로 개국 1년을 맞은 종편 4사의 성적표가 처량하다. '선동열 방어율'이라 불러도 무방할 공히 0점대 평균 시청률이 안쓰러운 수준이다. 공히 3%라는 애국가 시청률에도 못 미치고 있으니, 개국 전 장담했던 '장밋빛 미래'는 '흑빛'이 돼버렸다. 종편 탄생의 산파였던 최시중 전 방송통신위원회 위원장은 이미 쇠고랑을 찬지 오래다.

우려했던 정치적 편파성은 대선 정국을 맞아 절정으로 치닫고 있다. TV조선의 경우 특히 뉴스와 정치토론에 사활을 걸고 있다. 선정성 또한 방송통신심의위원회가 내린 법정재재와 행정지도가 줄을 잇고 있다. 50%를 상회하는 재방송 비율 역시 '종합편성'이라 부르기 민망한 수준이다.

'여론의 뭇매를 맞고 있다'고 적기에도 쑥스러울 정도로 다수 시청자들의 관심 밖 안드로메다에서 전파를 타전 중인 종편. 몇몇은 개국한지 1년도 채 버티지 못하고 매물로 나왔다는 소문이 파다했다. 그런 종편을 위해 채널 브랜드 이미지 제고를 위한 맞춤형 제안을 마련했다. 언제까지 '어르신들만 보는 채널'에 머무를 수는 없지 않은가. 누구 말마따나 '마누라 빼고 다 바꾸는' 과감한 변화가 필요한 시점이다.

 JTBC <무자식 상팔자> 포스터

JTBC <무자식 상팔자> 포스터 ⓒ JTBC


JTBC, 드라마와 예능에 주력하는 '종편의 tvN'?

역시나 구관이 명관이다. 김수현 작가의 <무자식 상팔자>가 지상파 시청률을 넘보고 있다. 전형적인 김수현식 대가족 홈드라마에 '중년 우울증'이나 '미혼모' 같은 이슈를 물흐르듯 녹이고 있다. JTBC로서는 올 봄 '대박'을 일궈냈던 김희애의 <아내의 자격>을 능가하는 시청률을 고대할 만 하다. 여기에 로맨틱코미디 장르로서는 높은 완성도를 보이고 있는 <우리 결혼할 수 있을까>까지 호평을 받고 있는 중이다.

가히 개국드라마 <빠담빠담... 그와 그녀의 심장소리>가 작품성에 비해 저조했던 시청률로 고배를 마셨던 JTBC가 제대로 한풀이를 하는 중이다. 더불어 종편 예능으로서는 드물게 <신화방송>과 <이수근 김병만의 상류사회>는 롱런 중이다. 여타 종편들이 장년층을 공략하는 시사보도 부문에 역점을 두는데 비해 시종일관 드라마와 예능에 주력하는 JTBC는 단기적으로 시청률에 목을 매지 않고 채널 브랜드 강화에 신경 쓰는 분위기다.

JTBC에게는 '종편계의 tvN'을 추천한다. 올해만 <응답하라 1997>과 < SNL 코리아 >라는 원투펀치를 히트시킨 tvN의 기획력이야말로 젊고 신선하다. JTBC가 한때 '드라마 왕국'이라 불렸던 MBC의 그 시절을 쫓아가기엔 < PD수첩 >과 같은 강력한 시사보도교양 프로그램이 없다는 점에서 이미 균형감 상실이다. 부디, '종합 편성'이란 미명하에 섣불리 정치색을 강화하는 건 자살골이나 다름없다는 걸 깨달으시길.

 유행어의 근원지였던 TV조선 <판>의 한 장면.

유행어의 근원지였던 TV조선 <판>의 한 장면. ⓒ TV조선


TV조선, '형광등 100개의 아우라'에 어울리는 '노년을 위한 보도 전문 채널'

'형광등 100개의 아우라'란 전대미문의 유행어를 탄생시킬 때부터 예견됐다. 아니, 각계의 반대와 지탄을 무릅쓰고 이 정권이 탄생시킨 종편의 태생부터가 그랬다. 100억 예산의 <한반도>를 조기종영시키는 수모를 겪은 TV조선은 이후 진영논리에 충실한 '시사보도'에 올인하는 중이다.

안철수 전 대선후보의 사퇴 뉴스에 가장 많은 시간을 할애한 곳도 TV조선이요, 평일 낮 시간대에 역시 정치토론을 비롯해 '시사보도' 프로그램을 집중 배치한 곳도, <26년> <남영동 1985>와 같은 영화에 '좌파' 딱지를 제일 먼저 붙인 곳도 TV조선이다. 주로 50~60대 이상 장년층이 즐겨 본다는 시청층 분석에 이다지도 충실하다니.

'여성대통령' 만들기에 주력하고 있는 TV조선이 여당을 지지하는 어르신들을 타깃으로 삼고 이에 충실한 프로그램을 과도하게 편성하는 건 오히려 투명해서 좋다. 기왕이면 전무후무한, 한국방송사에 길이 남을 '노년을 위한 보도 전문 채널'로 거듭나는 것도 나쁘지 않겠다.

 개국 첫 날 '강호동 야쿠자 연루설'을 특종보도 했던 채널A.

개국 첫 날 '강호동 야쿠자 연루설'을 특종보도 했던 채널A. ⓒ 채널A


'인포테인먼트보도 채널' MBN... 도무지 답을 찾을 수 없는 채널A

신동엽이 "시대를 앞서간 작품"이라 너스레를 떨었던 <뱀파이어 아이돌>이 보도전문채널에서 종편으로 확대된 MBN의 시트콤이라는 사실은 꽤나 당혹스러우면서도 신선했다. 하지만 보장받지 못한 완성도는 조기종영이란 철퇴를 불러오기 마련이다. 이렇게 시사교양에 비해 MBN의 드라마와 예능들이 별다른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는 건 그리 놀라운 일도 아니다. 

'강호동 야쿠자 연루설'이란 특종아닌 특종으로부터 출발한 채널A가 킬러콘텐츠로 내세우는 작품이 <소비자고발>로 명성을 쌓은 그 이영돈 PD의 <이영돈PD의 먹거리X파일>이란 점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JTBC는 <트루맛쇼>의 김재환 감독을 초빙해 엇비슷한 형식의 <미각스캔들>을 제작했다). 콘텐츠의 질과 다양성에 대한 고민 없이 일단 지상파 3사의 스타 PD나 작가, 배우들을 데려다 익숙한 포맷으로 만들고 보자는 주의 말이다. 그런 점에서 '탈북녀판 미녀들의 수다'인 <이제 만나러 갑니다>는 채널A가 만들어낼 수 있는 최선의 프로그램일 것이다.

MBN은 시청률 2%대를 유지 중이라는 <동치미>처럼 정보와 오락을 결합한 '인포테인먼트 장르'를 발굴하고 싶어 한다. 그 정도면 보도전문채널에서도 충분히 가능한 포맷이 아니었을까. 이랬거나저랬거나 역시 장년층을 위한 '인포테인먼트보도 채널'도 나쁘진 않아 보인다. 적어도 답이 보이지 않는 채널A의 방향성보다야 한층 선명해 보이니까. 

종편 종합편성채널 JTBC TV조선 채널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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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작업 의뢰 woodyh@hanmail.net, 전 무비스트, FLIM2.0, Korean Cinema Today, 오마이뉴스 등 취재기자, 영화 대중문화 칼럼니스트, 시나리오 작가, 각본, '4.3과 친구들 영화제' 기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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