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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희 통합진보당(공식 약칭 '진보당') 대선 후보는 신중했다. 2시간여 동안 인터뷰하면서 여러 번 숨을 골랐다. 진보당 비례대표 부정 경선 사태를 둘러싼 상처가 아물지 않았다는 뜻이다. 대선 후보로 출마한 것을 놓고도 뒷말이 나오고 있다. 선거일이 다가올수록, 그리고 박근혜 후보가 문재인 후보를 박빙으로 앞지르는 여론조사 결과가 계속 발표될수록 '단일화' 압박이 이 후보를 옥죌 수도 있다.

공식 선거운동 첫날인 27일 오후 4시30분께, 이정희 후보 선거운동원 40여 명이 광화문 네거리에서 이순신 장군 동상을 배경으로 경쾌한 음악에 맞춰 춤을 추었다. 길을 건너니 세종문화회관 계단에서 지지자 300여 명이 문재인 후보를 기다리고 있다. 그 모습을 뒤로 하고 경복궁역 부근 카페에서 이정희 후보를 만났다. 

27일 오후 서울광장에서 '2012 전국농민대회'가 한국농민연대 주체로 열린 가운데 이정희 통합진보당 대선후보가 연설을 마친후 한 지지자와 악수를 하고 있다.
 27일 오후 서울광장에서 '2012 전국농민대회'가 한국농민연대 주체로 열린 가운데 이정희 통합진보당 대선후보가 연설을 마친후 한 지지자와 악수를 하고 있다.
ⓒ 조재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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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선 후보 출마를 선언한 뒤 주로 농성장과 집회 현장을 다니고 있는 것 같다.
"어제 쌍용차 평택 철탑 농성장에 갔다. 이상규 의원이 철탑에 올라갔다. 그게 우리의 본마음이다. 하나라도 돕고 싶고 한 뼘이라도 가까이 가고 싶다. 싸우는 현장과 농촌, 공장에 많이 다닌다. 중요한 배움의 시간을 갖고 있다."

- 현장에서 사람들을 만나면 반응이 어떤가?
"저희 당 사태 때문에 속상했다고 말씀하신다. 안타까움과 원망을 쌓아온 사람들의 눈을 마주보면 달라지는 것을 느낀다. '잘못했습니다, 잘하려고 나온 겁니다'라고 말하면 툭툭 털면서 다시 해보자고 하신다. '12월 19일에 좋은 소식 만들겠다, 지켜봐달라'고 말하면 마음이 좀 풀린다."

전두환이 박근혜 후보에게 6억 원 준 까닭

구라돌이, 너무 맞아서 얼굴이 반쪽?
이정희 통합진보당 대선후보
 이정희 통합진보당 대선후보
ⓒ 조재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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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희 후보는 자리에 마주 앉자마자 '브라우니'를 권했다. 개그콘서트에 나오는 인형이 아니라 케이크 한 조각이다. 힘들고 딱딱한 이야기를 부드럽게 시작하자는 의미로 읽혔다. 그에게 '5개월 전에 봤을 때보다 얼굴이 거칠어진 것 같다'라고 인사를 건넸더니 요즘 정치 풍자로 뜨고 있는 tvN 'SNL 코리아'의 한 코너 '여의도 텔레토비' 이야기를 꺼냈다.

"제 얼굴 안 좋은 것은 '여의도 텔레토비'의 한 코너에 나오는 이야기여서...(웃음) '얼굴이 반쪽이네'라고 하잖아요."

- 기분이 나쁘진 않았나? 박근혜 후보 측은 공개적으로 문제를 제기했는데.
"풍자의 형식을 띤 의견 개진이고 평가이기도 한 것이니까, 그냥 받아들인다."

- 풍자의 내용이 맞는 것 같나?
"정치하는 사람이 프로그램에 영향을 미치면 안 되는 데 제가 좀 빌었다. 트위터에다 덜 맞게 해달라고 썼다."

- 그래서 요즘은 덜 맞나?
"지난번에 나온 '문제니' 가 '이제 넌 그만 맞자'라고 하더라. 감사의 멘션을 보내지는 못했는데 고맙다. 그런데 구라돌이가 문제니와 안쳤어의 사이가 벌어지는 것을 한편으로는 반기면서 그 사이에 끼어들어 대사량이 많아지는 것을 바라는 모습이 보이더라. 구라돌이의 진심은 그게 아닌데.... 잘 되기를 바란다고 수정해드렸다."


- 당내외 상황이 좋지 않다. 그런데도 대선 후보로 출마한 이유는.
"이명박 정부 5년이 되풀이 되면 안 된다는 것을 많은 사람들이 공감한다. 그런데 민주정부 10년을 되돌아보자. 그 정도의 정부가 만들어지면 희망이 있을까? 그동안 야권연대 만들고 총선까지 열심히 치렀는데 오히려 억울하게 살았던 사람들의 기대감은 가라앉고 있다. 진보적 의제들, 즉 한미FTA와 국가보안법, 정리해고 등의 문제를 풀어야 한다."

- 총선 때는 진보당이 10.3%의 지지를 받았다. 지금 이 후보는 여론조사에서 1% 미만의 지지를 받고 있다. 대선 후보로서 존재감이 거의 없는 상태다. 주객관적인 여건을 어떻게 판단하고 있나?
"당 안에서 통합진보당 선거 사태를 정돈했다. 진보적 의제를 우리가 책임지고 풀어야 한다는 당원들의 뜻이 모아지고 있다. 물론 외부 상황은 좋지 않다. 아직도 진보당에 남아있는 사람들이 부정 선거의 중심에 있다는 목소리가 들린다. 또 비합리적인 종북 공세도 제기되고 있다. 매우 불리한 상황이다."

- 후보 수락 연설에서 '우리 민중은 유신 독재의 퍼스트레이디가 다시 청와대에 들어가는 일을 결코 허락하지 않습니다'라고 언급했다. 박근혜 후보를 어떻게 평가하나.
"박근혜 후보는 유신의 퍼스트레이디를 자임하고 있다. 박 후보는 민주주의 시대의 퍼스트레이디가 아니다. 박 후보의 정치적 자산과 사회적 지위와 명예, 재산은 유신의 자산이다. 전두환 전 대통령이 괜히 돈(6억 원)을 주었겠나? 유신의 퍼스트레이디이기 때문에 준 것이다. 박 후보가 할 수 있는 정치도 그 틀에서 벗어나지 못한다.

재벌개혁? 김종인 국민행복추진위원장을 모시고 왔는데 '이명박 747과 다른 게 없다'고 말하면서 박 후보 곁을 떠났다. 재벌은 유신의 산물인데 박 후보가 규제할 수 있을까? 본인 스스로 말했던 경제 민주화 의제가 후보 시절부터 후퇴했다. 그게 박근혜 후보의 미래다."

"한미 FTA, 국가보안법, 노동3권, 식량 주권...진보당은 다르다"

이정희 통합진보당 대선후보
 이정희 통합진보당 대선후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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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문재인 후보는 진보당의 문제의식을 공유할 수 있는 후보라고 생각하나? 교집합이 얼마나 존재하나?
"문 후보는 정권교체에 막중한 책임감을 느끼고 있다. 새누리당이 재집권해서 안 되겠다는 의지도 강렬하다. 다만 아픈 기억인데, 작년 희망버스를 보면서 2003년 김주익 열사를 떠올렸다. 85호 크레인은 한진 노동자들에게 트라우마가 있는 곳이다. 거기서 목을 맸다. 조합원이 파업하면 손배가압류를 했다. 조합원들은 버틸 수가 없다. 

이게 노무현 정부 시절에 생긴 일이다. 지금도 노동자를 괴롭히고 있다. 이런 잔인한 제도가 당연한 것으로 인식된 것이 언제부터인가? 문 후보가 노무현 전 대통령에게 기대한 만큼 아파했던 노동자들을 이해하면 우리 당과의 공감이 더 깊어질 것이다."

- 진보당은 한미FTA 폐기 등 대선 4대 정책 의제를 내세우고 있다.
"한미 FTA의 경우 ISD(투자자국가소송) 하나만 반대한다고 문제가 해결되는 게 아니다. 한국 법정도 한미 FTA의 규정을 받는다. 입법권을 포기한 것이다. 그래서 우리는 특정부분을 고치는 게 아니라 폐기를 말하는 것이다.

국가보안법이 또다시 남용되고 있다. 국가보안법은 사회 구성원에게 이분법적 색깔론을 강요한다. 우리에게 가해졌던 종북 공세도 그 연장선이다. 국가보안법을 폐기한다는 것은 흑백논리, 분단 체제에서 벗어난다는 것을 의미한다.

노동 3권을 전면 보장해야한다는 정책도 내놨는데, 현재 노동권은 바닥까지 내려갔다. 부당 노동행위도 규제하지 못하고 있다. 농민들이 생산비를 보장받을 수 있도록 가격 결정에 참여해야 국민 식량 주권을 보장할 수 있다. 이런 것이 우리가 강조하는 진보의제들이다."

- 대선 정책에서 민주당과 온도 차이가 있는 것 같다. 일반 유권자들은 잘 체감하지 못할 것 같기도 하다.  
"강원도에서 골프장 반대를 하는 주민들을 만났다. 이광재, 최문순 도지사가 당선될 때 야권연대를 했기 때문에 우리도 책임이 있다. 사실 이 문제는 김진선 도지사 시절에 무분별하게 골프장 사업을 인허가하면서 시작됐다. 주민들이 고통을 호소했고, 야권연대 도지사가 풀겠다고 약속했다. 그런데 정작 당선된 뒤에 이 문제를 차일피일 미뤘다. 산지법 위반이고 환경영향평가 위반인데 강원도는 현지조사도 안 하고 있다. 그걸 보면서 야권이 집권해도 기득권과 완전히 단절하려는 결심이 없으면 작은 개혁도 만들기 어렵다고 생각했다. 지난 시절에 벌어진 일과 단호하게 단절해야 한다. 기득권의 저항에 맞서야 한다."

심상정 후보는 사퇴했는데... 이정희 후보는?

- 후보 수락 연설 등에서 진보적 정권교체 실현을 강조하고 있다. 현재 1% 미만의 지지를 받는 상황에서 단일화 하겠다는 의미로도 읽힌다.
"새누리당 재집권은 반드시 막겠다. 그리고 진보적 내용의 정권 교체여야 한다. 그래야 정직하게 사는 사람들의 삶이 달라진다. 그 목표에 도달하는 다양한 길이 있다."

- 심상정 후보는 '문재인 지지'를 선언하고 후보를 사퇴했다. 이 후보도 그럴 가능성을 열어놓고 있다는 뜻인가?
"진보 유권자들은 민주정부 10년에 실망했다. 그와 비슷한 정권교체라면 반갑지만은 않다. 그런 상실감과 허전함이 심 후보의 사퇴로 채워졌을까? 그렇지 않다."

- 그럼 진보적 정권교체를 이루는 여러 가지 방법 중에 단일화도 포함되나?
"그렇다. (완주하는 방법도?) 그렇다."

이정희 통합진보당 대선후보
 이정희 통합진보당 대선후보
ⓒ 조재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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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후보 등록하는 날 네이버 검색어에 이 후보 이름이 올라오는 것을 봤다. 내용을 보니 '야권 후보 단일화' 논란이었다. 이 후보 개인 트위터에도 이런저런 의견을 올리는 사람들이 있던데, 그런 이야기를 들을 때의 심정은? 
"그간 진보당이 야권연대를 하면서도 후보를 내지 않은 적이 없다. 그 때마다 완주하겠다고 여러 번 이야기했다. 보궐선거에서 야권연대를 안 할 수도 있다는 말도 많이 했다. 그 때는 돌을 안 맞았다. 진보당이 욕심내는 사람들은 아닐 것이라는 신뢰가 깔려 있기 때문이다.

지난 경선사태를 거치면서 이미지가 바뀌었다. 부정을 저지르고 인정도 안 하는 사람들, 그까짓 진실에 매달려서 자리에 연연하는 사람들이라고. 그동안 형성된 신뢰 자산이 무너졌다. 우리는 유례 없는 마녀사냥을 당했다. 어렵게 살아남았다. 지금의 힘든 상황을 이해하는 사람은 많지 않다." 

- 노회찬 의원은 이 후보의 대선 출마가 '통합진보당을 더 고립시키는 독배가 될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야권 후보 단일화 전제조건이 있나?
"수가 적든 많든 후보와 지지자들이 함께 움직여야 한다. 구체적으로 어떤 정책을 수용하느냐, 거절하느냐의 문제보다 앞서는 것은 민주정부 10년 동안 뭐가 부족해서 실망한 사람이 있을까라는 물음이다. 정권교체에 대한 책임감만큼이나 진지하게 되돌아 봐야 한다."

야권 연대를 어렵게 하는 '신뢰의 붕괴'

- 선거가 며칠 남지 않았다. 또 많은 공약들이 나오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이 후보가 이야기하는 것이 충족될 수 있을까?
"정치는 사람의 마음을 모으는 것이다. 또 진보정치는 거래하는 게 아니다. 지난 시기 여러 방식으로 야권연대를 했다. 어느 쪽은 민주당 후보가 하고 다른 쪽은 진보당 후보가 하는 경우도 있었지만 신뢰가 바탕이었다. 새누리당 재집권을 막겠다는 책임의식과 서로의 문제의식을 이해하면서 출발해야 한다. 이런 공감대가 무너졌다. 지금은 후보로서 진보 유권자가 가진 실망감의 실체가 무엇이었는지를 정확하게 전달하는 게 임무다."

- 민주통합당이 진보정의당과 통합진보당을 바라보는 시선이 다른 것 같다. 통합진보당을 외면하는 모양새다. 혹시 그쪽에서 연대를 제의했나?
"당의 비례 경선 사태 둘러싼 왜곡된 인식과 보도로 형성된 부정적 인식이 회복되지 않았다. 이런 상황이 야권연대를 어렵게 한다는 것을 현실로 받아들인다. 수구 언론과 검찰, 일부의 진보언론이 책임을 져야 한다. 민주당에 그 책임을 묻고 싶지 않다."

- 야권연대 테이블을 제안할 계획이 있나?
"어떤 상황에서 야권연대 테이블이 만들어지고 완결되는지를 알고 있다. 야권연대가 강제되는 상황, 야권연대가 만들어지는 힘, 이런 분위기가 조성되지 않았다. 저는 노력하고 있다."

- 새누리당 견제가 시작됐다. 서병수 사무총장은 "이정희 후보가 향후 야권 단일화를 빙자해 민주통합당과 연대할 경우 선거보조금 27억 원을 받아 가로채는 이른바 '먹튀'가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새누리당을 몰아내는 것이 한국정치 혁신이다. 약속을 안 지키고 말을 바꾸고 색깔론으로 분열 공작한 것도 새누리당이다. 서 사무총장의 주장에 대한 소심한 반격이라고 할 수 있다."

"검찰 수사 결과 진실이 드러났다"

- 통합진보당 비례대표 경선 사태에 대해서도 할 말이 많을 것 같다. 우선 1차 진상조사위와 2차 진상조사위가 있었다. 결과에 대한 평가는?
"우리가 바란 방식은 아니었는데 검찰수사 결과 진실이 드러났다. 1차 조사위 때 현장 투표에서 뭉치표(*당시 조준호 진상조사위원장도 부정투표의 증거로 현장 투표 전체 유효표의 24.2%가 뭉치표로 발견됐다고 주장한 바 있다)가 나왔다고 주장했던 분이 구속됐다. 2차 진상조사위에서 인터넷 로그기록 보고서가 나왔는데, 이걸 폐기하자고 주도했던 분이 오옥만 후보 대리투표를 주도한 혐의로 구속됐다. 1차 진상조사를 하자고 지난 3월 중순부터 문제를 제기했던 두 분이 있는 데 그들도 구속됐다. 진실과 거짓이 바뀌었다.

지난 5월에 난자당했던 이석기, 김재연 의원은 본인이 직접 관련된 조직적 부정행위가 드러나지 않았다. 뼈아픈 것은 진실을 확인할 마지막 기회를 제가 만들지 못한 것이다. 5월12일 이전에 대표들이라도 모여서 '현장투표만이라도 편견 없이 들여다보자'고 제안해서 뭉치투표 용지라도 봤다면…뭉치표가 아니라는 건 2차 진상조사위에서도 확인됐다. 여론에 떠밀리면서 사태를 악화시켜서 안타깝다."

이정희 통합진보당 대선후보
 이정희 통합진보당 대선후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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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럼 1차 조사위가 '부실 보고서'를 발표했다고 보는 건데, 그 배경은 무엇이라고 판단하나? 패권 장악인가? 아니면 일부 후보들이 자신의 부정을 감추기 위한 것이었다고 보는 건가? 
"은폐라고 본다. 또 하나는 색안경을 끼고 봤다. 조사위원들은 득표를 많이 한 사람들이 부정했을 것으로 예단했다. 김선동 의원의 말처럼 뭉치투표의 경우 '마른 풀이 살아난 것'을 2차 조사위에서 확인했다. 그런데 그걸 조직적 부정투표로 본 것이다. 5월 4일에도 오옥만 후보 측의 대규모 대리투표 의혹이 제기됐다. 그런데 박무 위원이 오히려 '어디서 알았냐'고 공격했다. 오옥만 후보 쪽에서 대리 투표한 것을 인정하지 않았다."

- 통합진보당에 대한 국민들의 냉랭한 시선은 진실을 제대로 모르기 때문이라고 보나?
"그것도 있고, 문제를 푸는 과정에 제가 많이 부족했다. 5월 중앙위에서 폭력 행위가 있었다. 이 점은 9월 초에 공식적으로 사과드린 바 있다. 깊이 성찰했다. 다시는 그런 일이 없어야 한다. 그런데 사태가 굉장히 오래갔다. 민주당도 대통령 후보 경선하면서 투표가 중단되기도 했는데 이틀 만에 로그기록을 열어보고 봉합했다. 우리는 4월에 진상조사를 시작했는데 6월 말에 김인성 한양대 겸임교수가 로그기록을 열어봤다. 그동안 로그 기록을 열지 못하게 한 것도 1차 조사위원인 박무씨다. '그걸 봐도 소용없다'면서 조사의 기본을 흔들었다." 

"이석기 의원이 관련됐다면 왜 구속 안 했나"

- 검찰 수사에서 서버에 대한 분석 결과 총 온라인투표 3만 6486건 중 동일한 IP에서 2건 이상 투표된 사례는 3654건으로(1만8885명)으로 전체 투표의 51.8%다. 10건 이상 투표한 사례는 372건(8890명)으로 전체 투표의 24.4%다. 아직도 1차 진상조사위는 부실한 결과를 발표했고, 진보의 가치를 훼손할만한 선거 부정은 없었다고 보는 건가?
"당시 총선을 치를 때인데 저와 제 동료도 총선 사무실에서 같은 IP로 투표했다. 사무실 직원 10명 이상이 동일 IP인데 그게 뭐가 문제인가. 학교 단위, 심지어 한 아파트도 동일IP를 사용한다. 동일 IP가 쟁점은 아니다. 오옥만 후보는 건설회사 사무실에서 제주도당의 공식 선거 IP를 도용해서 미투표 6000건의 정보를 확인해 빠른 속도로 투표 값을 입력시켰다는 혐의를 받고 있다. 이런 게 문제다."

- 검찰수사 결과 20명은 구속 기소했고 442명은 불구속 기소했다. 구속자 중에 참여계가 많아서 당권파는 면죄부를 받았다고 주장하는 사람도 있다. 그런데 검찰은 이석기 후보의 전체 득표수 1만136명 중 5965명(58.85%)이 IP 중복투표에 해당한다고 발표했다. <레디앙>은 462명의 입건자를 분석했는데 "이석기 후보 관련 피혐의자가 405명이었고 입건자는 204명으로 최다 인원을 차지했다"고 분석했다.
"어느 후보를 찍은 건지 확인된 상태에서 나온 통계인가? 명확하진 않다. 그런데 검찰 조사에서 진술을 거부했다고 기소된 사람이 꽤 있다. 진술거부권은 헌법상 보장된 것인데, 그 때문에 기소된 것이다. 그런데 핵심은 그게 이석기 지시받고 한 것인가다. 오옥만, 이영희 후보의 경우 본인 관련성이 확인됐다. 이석기 의원이 관련된 건이 있다면 구속을 안 했겠나."

- 그럼에도 이 정도라면 대승적 차원에서 이석기·김재연 의원 등을 포함한 선출직 비례대표들은 사퇴해야 할 상황이라고 보지는 않았나? 
"당시 저는 국민들께 일부의 불안감이라도 드린 (부정이 아니라) 부실선거였다고 인정하면 사퇴할 수 있다고 제안하기도 했다. 그런데 오옥만 후보의 부정을 숨기고 이석기, 김재연 후보가 부정의 당사자인 것으로 뒤집어 쓴 상태에서 사퇴할 수는 없었다. 그럼 오옥만 후보가 자기 죄를 고백했어야 한다."

"종북 논쟁, 안타깝다"

- <오마이뉴스>가 운영하는 팟캐스트 방송인 '이슈 털어주는 남자' 인터뷰에서 진행자가 '경기 동부'에 대해 질문한 적이 있다. 그 때 이 후보는 '무슨 주소 이름인가요?'라고 되물었다. 당시 질문의 취지를 몰랐나? 아니면 경기 동부의 실체를 몰랐나? 
"실체를 몰랐다. 당 안에서 영향력을 행사하는 보이지 않는 조직이거나 보이는 조직이거나... 그런 것으로 존재하는 게 없다. 그런 조직이 있다는 식의 이야기를 들은 수준에 불과했다."

- 그럼에도 이번 사태에서 경기동부의 패권을 지적한 사람들이 있다. 당내에 경기동부의 패권이 존재하나? 그런 지적이 부당하다고 생각하나?
"경기동부라는 세력이 조직으로서의 실체가 있다면 인정하면 된다. 그런데 조직으로 구성됐다는 이야기를 들어본 적이 없다. 제가 대표를 맡을 때 그런 세력이 다가와서 어떤 사안에 대해서 '이렇게 해주세요'라고 말한 적도 없다. <중앙일보>가 경기동부 도표와 조직표를 그리기도 했는데 나중에 생각해보니 외부에서 분류하는 그런 세력 간에 통합을 둘러싼 의견 차이가 있기는 했다. 그런 앙금을 다 털어내지 못한 잘못이 크다."

- 이번 사태에서 종북 세력으로 낙인이 찍혔다.
"2010년 북이 권력 승계를 했을 때 이에 대한 입장을 내느냐 마느냐로 당내에서 논쟁을 벌였다. 그 뒤에도 야권연대는 무관하게 이뤄졌다. 지금도 논쟁할 수 있지만 원칙은 분명하다. 7.4남북 공동선언 때인 박정희 정권 시절, 상부의 명을 받아 체결한 것에도 상호 중상비방하지 않는다고 쓰여 있다. 상대방 체제를 간섭하지 않는다는 정신을 존중하고 싶다."

이정희 통합진보당 대선후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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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럼 종북 세력이라는 비판이 부당하다고 생각하나?
"너무 쉽게 종북 논쟁으로 치닫는 현실이 안타깝다. 박정희 대통령 시절에 그런 합의가 있었다는 것조차 사람들의 머릿속에서 지워졌다. 북을 비방해야 정상인으로 취급하는 한국사회가 안타깝다. 이는 남북 합의 정신 위반이다. 수준 낮은 애국가 논쟁을 내세우며 야권연대를 할 수 있냐, 없냐를 따지는 상황이 안타깝다."

- 언론에 대한 피해의식도 상당한 것 같다. 진보언론에 대한 배신감이 크다는 말을 들었다.
"호불호는 언론이라도 있을 수 있다. 그럼에도 가장 객관적이어야 하고, 감정에 치우치지 않아야 한다. 결과적으로 잘못된 사실 보도에 대해선 언론 스스로 정리해야 한다. 오마이뉴스는 당시 주민번호가 일치하는 유령당원 있다는 내용의 조준호 대표 인터뷰(관련기사 :"주민번호 뒷자리 같은 당원 무더기 발견") 를 내보냈다.

그 때 내가 공개적으로 해명했다. 그런데 정정보도를 하지 않았다.(*기자주-당시 오마이뉴스는 이정희 후보의 기자회견을 TV로 생중계했으며, <이정희 "유령 당원 없다... 법적 정치적 책임 묻겠다"> 제하의 기사를 내보낸 바 있다.)

그리고 2차 진상조사위에서 뭉치표에 대해서도 해명했다. 거짓말처럼 풀이 살아났다. 그런데 어느 언론도 보도하지 않았다. 진보 언론을 자처하면서 우리에게 진보의 도덕성을 이야기했던 언론들도 스스로 평가해야 한다. 이번 대선에서 많은 진보민주세력들의 마음을 모아 이기기를 바란다면 진보언론들은 자신들이 꼬아놓은 엉킨 실타래를 풀도록 노력해야 한다."

"언론에 해명? 굴속에 몰아넣고 굴 앞에서 불 피우는 상황"

- 당시 진보언론에게 적극적으로 해명하지 않은 이유는? 공당으로서 대처를 못한 측면도 있었던 것은 아니었나?
"우리를 굴에 마구 몰아넣고 굴 앞에서 불을 피우는 상황이었다. 언론이 워낙 몰아치는 상황이기에 기자회견을 열어 사실을 정정하는 것 이외에 더 취할 수 있는 조치가 많지 않았다."

- 당에서 자체 제작한 동영상에 이 후보를 빗대서 '진보의 아이콘에서 당권파의 얼굴마담으로 추락했다'는 표현이 나온다. 이번 사태를 겪으면서 후보 개인적으로 가장 가슴 아팠던 점은 무엇이고 교훈으로 삼아야 할 점이 있다면?
"총선 이후에 문제를 잘 풀고 갈 것으로 기대했던 사람들에게 힘겨운 시간을 연장시켜 드려서 가슴이 아프다. 진보정당이 명실상부한 제3의 정치세력으로 진입하는 최초의 시기였다. 그 시기에 일시나마 좌절을 겪은 것이 고통스럽다. 실망을 드린 것에 대한 책임이 저한테 있다는 것도 죄송하다. 헌신하고 희생하면서 사는 것이 진보정치를 하는 사람들의 태도여야 한다. 뼈아프게 각성한다."

- 당내에 진실과 치유를 위한 특별위원회가 구성돼 활동해왔다. 진실과 치유를 위해서는 누가, 무엇을 책임져야 하는가?
"우선 저부터 부족했던 것을 드러내고 변화하는 모습을 보이고 싶다. 더 겸허해진 모습으로 진보당의 활동을 이어가는 것이 저희 책임이다. 또 대선에서 정권 교체를 만드는 것도 저희 책임이다. 그리고 부가해서 이 사태를 매우 고의적으로 은폐하고 뒤틀었던 사람들은 법률적 책임을 져야 한다. 당은 조준호 전 대표(1차 진상조사위원회 위원장)와 박무 위원(1차 진상조사위원회)을 고발했다."

- 이번 사태가 진보정치에 미친 영향도 컸다.
"진보정치를 근본적으로 성찰하는 계기가 됐다. 진보정치가 크게 변화하는 시기인데 막상 준비가 부족했고 제대로 대처를 못해서 아픈 결과를 만들었다. 혹독하게 경험했다. 사실 우리들이 어려운 것은 견딜 수 있다. 그런데 쌍용차나 유성기업의 노동자들, 쌀값 문제로 고통을 받는 농민들. 이들은 한미FTA 문제가 진전되기를 기대했는데 희망이 없어졌다. 그 분들의 아픔을 치유하고 앞으로 나가야 한다. 도리가 있는가? 저희가 잘못한 건 사죄드리는 수밖에 없다. 시련을 겪고 나서 마음이 더 낮아졌다."


태그:#통합진보당, #이정희 후보, #대통령 선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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