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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取중眞담]은 <오마이뉴스> 상근기자들이 취재과정에서 겪은 후일담이나 비화, 에피소드 등을 자유로운 방식으로 돌아가면서 쓰는 코너입니다. [편집자말]
29일 오전, 대전지역 시민사회단체가 대전시의회 앞에서 공립유치원 관련예산 삭감에 항의하고 있다.
 29일 오전, 대전지역 시민사회단체가 대전시의회 앞에서 공립유치원 관련예산 삭감에 항의하고 있다.
ⓒ 심규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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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경 하나]
 "시의원들이 사립유치원연합회 거수기로..."

대전시의회 앞이 연일 소란하다. 시의회를 비난하는 집회가 며칠째 이어지고 있다.

최근 대전시의회 교육위원회가 공립유치원 증설운영에 필요한 예산을 삭감했다. 대전시의회 교육위원회(위원장 최진동)는 지난 23일 계수조정을 통해 공립유치원 증설 예산을 6억8000만 원(34학급)에서 4억8000만 원(24학급)으로 일부 삭감했다. 또 유치원 통학버스 지원 예산 4억3700만 원 전액을 삭감했다. 때문에 입학할 수 있었던 원아도 730명 중 250명이 줄게 됐다.

지역교육 단체 및 시민단체의 반발은 거세다. '공교육을 버리고 사교육을 택했다'는 비판은 그나마 약과다. '시의원들이 사설 이익단체인 사립유치원연합회의 산하 기관으로 전락했다', '서민을 뿌리치고 부자의 손을 들어줬다'는 비난이 이어지고 있다.

그동안 사립유치원들이 공립 유치원 증설 및 확대 움직임에 찬물을 끼얹어온 것은 잘 알려진 사실이다. 사립유치원연합회 측은 '공립 유치원을 늘리면 주변 사립 유치원이 문을 닫아야 한다'는 논리로 공립유치원 증설을 막아왔다.

지난해 교육과학기술부 자료에 따르면 대전을 비롯 서울, 부산, 인천 등 주요지역의 공립 유치원과 사립유치원의 수급 불균형은 심각한 상태다. 때문에 학부모들은 사립보다 공립 유치원을 선호하면서도 보낼 수가 없는 상황이 지속돼왔다.

전교조 대전지부 관계자는 "유치원의 월평균 수업료는 공립이 7만1810원인데 사립은 42만8793원"이라며 "여기에 방과 후 교육비까지 포함하면 사립유치원생 학부모의 연평균 납입금은 543만 원으로 공립의 6배 이상 된다"고 지적했다. 이어 "국공립 유치원 확대 정책을 반대하는 세력은 대전시의회 교육위원회와 사립유치원연합회 딱 두 곳 뿐"이라며 관련 예산 원상회복을 요구했다.

[풍경 둘] 사립대 부총장은 왜 교직원을 박 후보 유세장에 동원했을까 

28일 오후 2시 충남 당진시  당진시장 오거리 앞에서 열린 새누리당 박근혜 후보 유세장에 모인 청중들
 28일 오후 2시 충남 당진시 당진시장 오거리 앞에서 열린 새누리당 박근혜 후보 유세장에 모인 청중들
ⓒ 당진시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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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일, 충남지역 한 사립대학 부총장이 새누리당 박근혜 대선후보 유세장에 소속 교직원 동원령을 내렸다. 휴대폰 문자메시지를 통해 이날 오후 충남 당진시 당진시장오거리에서 열린 박 후보 연설회장에 모이도록 지시했다. 실제 이날 박 후보 유세현장에는 해당 부총장을 비롯해 다수의 직원들이 참여했다.

해당 사립대 부총장이 박 후보 유세장에 교직원 동원령을 내린 정확한 이유는 확인되지 않고 있다. 

하지만 이 일은 박 후보와 사립학교 재단과의 '특별한 인연'을 떠올리게 한다. 지난 2005년 12월 ▲ 개방형 이사제 도입 ▲ 이사장 친인척 학교장 겸임 금지 등을 골자로 한 사립학교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됐다. 이 법률안에는 사립학교 사유화를 막기 위해 이사 정수 4분의 1 이상을 학교운영위원회 또는 대학평의원회가 추천하도록 했다. 이사장 친인척 학교장 겸임 금지는 이사장의 친인척이 학교장이 되는 '족벌사학'의 폐해를 없애기 위한 장치였다. 재단 이사를 비롯 학교의 불법을 방조할 때에도 임원 승인 취소가 가능하도록 했다.

하지만 당시 박근혜 한나라당 대표는 법이 통과되자 소속 의원들과 등원을 거부하고 53일간 장외 투쟁에 돌입했다. 사립학교 재단 등이 당시 박 대표에게 응원의 박수를 보냈다. 결국 사립학교법은 2007년 재개정됐다. 사립학교 개혁을 위한 핵심 조항들도 모두 폐기됐다.

사립대 부총장은 영남학원 이사장을 역임하고 사학을 옹호해온 박 후보의 행보에 매료돼 그때를 떠올리며 유세장 동원령을 내렸는지도 모른다.

대전의 국공립 유치원 확대 정책에 반대하는 세력은 대전시의회 교육위원회와 사립유치원연합회 딱 두 곳 뿐이라는 전제가 맞다면 사립학교 개혁에 반대하는 딱 두 세력은 어디일까?


태그:#사립대학, #부총장, #대전시의회, #사교육, #사립유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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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보천리 (牛步千里). 소걸음으로 천리를 가듯 천천히, 우직하게 가려고 합니다. 말은 느리지만 취재는 빠른 충청도가 생활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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