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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1일 새벽 전남 고흥군에서 전기요금을 못내 전기가 끊기는 바람에 촛불을 켜놓고 잠을 자던 할머니와 손자가 화재로 숨지는 사고가 발생했다는 뉴스를 접했다. 안그래도 며칠 전 전력회사로부터 온 안내책자에는 "난방비를 내기 어려운 가정은 요금 감면 프로그램을 신청하라"는 내용이 담겨 있었다. 그렇다면 미국의 사회안전망은 어떨까?

미국의 복지제도는 최소한의 사회안전망

1930년대 대공황을 지나오면서 4명 중 한명이 실직한 상황에서 많은 가정이 도움의 손길을 필요로 하자, 1935년 루즈벨트(FDR)대통령 때 사회보장법을 만들면서 미국의 복지제도는 자리잡히기 시작했다.

현재 대표적인 복지프로그램으로는 저소득층 의료보험(메디케이드), 노인의료보험 (메디케어), 저소득층 여성,아기,어린이들을 위한 식료품지원프로그램(윅), 저소득층 식료품지원 프로그램(푸드스탬프), 실직보상(실업보험)과 교육지원(헤드스타트,웍스터디) 등이 있다.

이들 제도의 목적은 빈곤층에 일시적인 도움을 제공하는 것이며, 미국에서 복지대상자는 주로 여성과 어린이 노인, 저소득층 시민권자이다. 특별한 기간 제한 없이 혜택을 받을 수 있는 프로그램 (여성과 아동 노인을 위한 생필품보조, 의료보험의 경우)도 있지만, 실직자들은 짧은 기간의 혜택을 받을 뿐이며, 자격제한조건이 따라붙는다.

저소득층을 위한 다양한 복지 프로그램들이 만들어진 초기에는 연방 정부부처인 보건복지부, 주택도시개발부, 노동부, 농업부, 교육부가 복지제도를 관리했다. 그러나 1996년 빌클린턴 대통령이 개인의 책임을 강조하는 공화당 의회 하에서 '개인의 책임과 일자리기회보장법'을 비준하면서 연방정부는 많은 권한을 주정부로 이양하게 된다. 이런 과정을 통해 미국의 복지 제도는 지역 사회와 문화와 결합하며, 주마다 다양한 양상을 보이게 됐다. 주정부마다 저소득층을 규정하는 빈곤선의 기준이나 자격요건이 다르며, 프로그램 명칭이나 공적 또는 사적영역의 관련기관도 다르다.

미국사회에서는 개인주의와 복지대상자들에 대한 악선전(생계형 범죄, 사회보장제도에의 의존성)이 사회·문화적인 인식으로 굳혀져 있어 대부분의 프로그램은 빠른 시일내의 노동시장 복귀에 초점이 맞추어져 있다. 특히 공화당의 복지예산 삭감 노력은 대단하다. 지역사회 보건소나 홈리스 보조금을 줄이고 지역의 비영리단체들에 자금지원도 줄였다. 일시적 지원제도(TANF, EITC)정도로 연방정부가 직접 개입할 수 있는 복지정책을 제한하자, 주정부에서는 예산적자를 앞세워 복지영역을 축소하고 있다. 최근 오바마 대통령이 재선되었음에도 9개 이상의 주에서는 오바마케어의 핵심인 의료보험시장을 개설할 수 없다는 입장도 보이기도 했다.

그러나 따지고 들여다보면, 사회복지를 남용하며 악영향을 미치는 사람들은 의사 변호사 기업 등 부유층이 더 많다. 의료비용을 과다 정산한 의사들이 줄줄이 쇠고랑을 찼다거나, 저소득층을 위한 에너지 프로그램에 보조금을 타내면서도 가격은 그대로 유지하는 전력회사 등이 비난의 도마에 심심찮게 오른다. 이런 상황에서 지역의 공동체와 비영리단체들은 파트너십과 자원봉사를 통해 예전의 복지서비스를 유지하기 위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현장에서 경험하는 빈곤 문제

미 인구조사국에 따르면 기자가 살고 있는 조지아주 애틀란타에는 빈곤층이 22.4%에 이르며, 4만여명의 노숙자 및 저소득 가정이 도움의 손길을 필요로 하고 있다. 이에 기자는 현장의 목소리를 듣기위해 미국구호단체인 호세아(Hosea Feed The Hungry, 대표 일리자베스 오밀라미)와 한인 봉사단체인 미션아가페(대표 제임스 송)가 함께하는 이웃돕기행사를 찾았다.

지난 22일(현지 시각) 미국 추수감사절에 애틀란타 조지아 월드콩그레스센터(GWCC)에서는 1만 1000여명의 노숙자와 어려운 이웃에 음식, 옷, 전화, 이발, 샤워, 의료서비스와 공연을 제공하는 추수감사절 사랑나눔 행사가 열렸다.

호세아 윌리암스 목사가 세운 호세아 재단은 1970년부터 42년간 매년 행사를 진행해왔는데, 최근에는 지역구호단체 및 주정부, 한인봉사단체 등과 함께 어려운 이웃들을 대상으로 봉사활동을 펴고 있다. 매년 추수감사절, 크리스마스, 마틴루터킹 탄생일, 부활절에 하는 대규모 행사외에도 매주 주말 나눔 행사를 진행하고 있다.

매주 노숙자들에 음식봉사를 하며 지역사회를 위해 힘써온 한인 비영리단체인 미션아가페도 추수감사절 행사를 위해 3000여명분의 식사를 준비했다. 올해에는 김희범 애틀란타 총영사와 한인회장 가족, 한인교회 신자 등 가족단위의 봉사자들과, 에모리대학 유학생 등 많은 한국인들이 자원봉사자로 참여했다.

주정부 노동부의 린다씨와 호세아재단의 브렌다씨
 주정부 노동부의 린다씨와 호세아재단의 브렌다씨
ⓒ 전희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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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올해는 처음으로 주정부 노동부가 '일자리 준비워크숍'을 열어 호응을 얻었다. 워크숍 발표자이자 노동부 마케팅담당인 린다씨는 "9월 노동절의 채용박람회를 시작으로 '노동력투자법'에 의거하여 주정부가 직접 구직자를 찾아나서는 서비스를 하고 있다"며 "구직자와 회사를 연결시켜주고, 구직자들이 어려움없이 일자리를 구하거나 직종을 바꾸는 것을 돕기위해 교육의 기회도 제공하고 다양한 정보를 나누고 있다. 최근 실직자 중에는 수요가 많은 자동차수리공이나 기술자들도 있는데, 수요가 많은 직업의 경우 취직이 쉽다"고 전했다.

구호단체인 호세아에서 일하는 브렌다 윌리암스씨는 지역사회 단체들간의 파트너십을 강조했다. 사회복지를 전공한 후 단체의 케이스매니저로 일하는 브렌다씨는 "연방정부의 지원이 축소된 후 재단 규모도 축소되었다"며 "비영리 구호단체, 쉘터, 교회 등 지역의 단체들이 협력체계를 구축하여 재정적 어려움을 이겨내고 있으며, 자원봉사에 많이 기대는 실정"이라고 밝혔다.

그는 최근 지원 흐름에 대해 "총(순)소득, 가족수, 응급의료상황이나 임신, 집을 잃거나 실직상황에 처한 사람들을 대상으로 주정부나 관련단체의 사회복지사는 지원서를 통해 자격여부와 도움이 필요한 영역들에 대한 정보를 취합한 후 일시적인 도움을 준다. 교육지원을 통한 더 나은 일자리 찾기의 중요성이 커지면서 주정부와도 파트너십을 맺었다"고 말했다.

"더 많은 정부의 지원이 필요하다"

호세아에서 통계를 담당하는 찰리 호건씨는 정책담당자들에 하고 싶은 말을 묻는 기자의 질문에 복지단체들의 재정적 어려움을 토로하며 더 많은 지원을 요구했다.

호세아 재단의 호건씨
 호세아 재단의 호건씨
ⓒ 전희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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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에는 2500명의 자원봉사자들이 추수감사절 행사에 참여했고, 20여개 회사들이 지원해 줬다. 그러나 전반적으로 외부 지원이나 기부가 많이 감소했다. 42년 동안 행사를 이어온 신뢰도 높은 단체에 대한 지원이 감소했다면 다른 단체들은 더 어려울 거다. 정부의 지원이 필요하다. "

현장의 목소리는 실직자와 저소득층을 돕는 의료 및 식료품지원 프로그램으로 이루어진 미국의 복지제도가 최소한의 사회안전망일 뿐임을 역설적으로 보여준다. 사적인 기부나 자원봉사 없이는 선진국이라는 미국에서 5명 중 1명이상이 굶을 수밖에 없는 시스템은 문제가 있다는 지적들이 나오고 있다. 기존제도를 정비하고 혜택영역을 넓혀야 하며, 교육 및 의료 외에도 포괄적이고 서로 연계가 잘 되도록 복지프로그램을 개발하고 지원해야한다는 지적은 복지국가 논의가 한창인 한국에도 시사점을 준다.


태그:#복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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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조지아주 애틀란타에서 이코노미스트, 통계학자로 살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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