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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남대학교 농대종점 버스정거장
 충남대학교 농대종점 버스정거장
ⓒ 이현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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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 충남대학교 농대쪽 입구에 파란 시내버스들이 정갈하게 줄지어 서있다. 종점으로 막 들어오는 버스 중 한 대에서 젊은 청년이 내린다. 한텀 운행을 마치고 잠시 휴식을 위한 시간이다.

지난 11월 21일 만난 28살의 젊은 버스기사 김태진씨. 그는 50분간의 쉬는 시간을 나에게 부담없이 내어줬다. 함께 인터뷰 장소를 찾아 기사들의 휴식처인 대기실에 가본다. 대기실에는 작은 식당이 마련되어 있고 커피자판기 앞에 쉬고 계신 버스기사님들이 보인다.

"식사 안해? 지금 먹어둬야지~ 얼른 들어가서 먹어."

인터뷰 때문에 식사시간을 뺏긴 김태진씨는 괜찮다며 나중에 먹겠다고 대답하지만 한참 형님인 기사님들은 그래도 먹어두라며 재촉한다. 멀리서 한마디씩 던지며 웃는 모습 속에서 막내를 챙기는 따뜻함과 허물없는 친근함이 느껴진다. 결국 인적을 피해 김태진씨의 버스인 텅빈 105번 버스에 올라탄다. 그렇게 우리들의 대화가 시작됐다.  

대전 버스기사 28살 김태진씨.
 대전 버스기사 28살 김태진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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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젊은 운전기사들을 본 적이 한 번쯤은 있었던 것 같은데, 최근 젊은사람들도 많이 들어오나요?
"26살부터 버스 운전을 시작해서 벌써 3년차가 되었네요. 처음 입사했을 때도 막내였고 지금도 대전에서 가장 나이가 적어요. 제가 들어올 때쯤에는 젊은이들이 오는 경우는 거의 없었는데 최근 들어서 늘어나고 있어요. 회사에서는 경력이 많은 운전자들을 선호했지만 요즘은 예전에 비해 젊은사람들도 뽑는 추세예요. 아마도 젊은 사람들이 승객응대나 서비스에 대한 평가가 높아서 그런 것 같아요. 그리고 요즘은 젊은 기사들도 많아서 모임도 있고, 매달 정해진 날짜에 대략 20명 정도 모입니다."

- 26살에 버스기사의 길로 들어서게 된 특별한 이유가 있나요?
"처음부터 버스기사를 하려던 건 아니었어요. 현재 한밭대학교 기계설비학과 휴학 중인데 군대에서도 대형차를 몰았고 그 이후 아버지 친구 회사에 먼저 들어가서 대형차 운전경력을 쌓다보니 시내버스운전까지 하게 되었어요."

- 나이 많은 기사님들하고 지내는 게 불편하진 않나요?
"처음에는 한참 어른이신 분들이 어렵게 느껴지기도 했지만 이제는 아버지보다 나이 많은 분들에게도 형님 동생하며 부담없이 지내고 있어요. 저의 동료인 형님들은 제가 막내라서 잘 챙겨주시는데, 그래서 일할 때 어른분들이 많아도 힘들지 않고 고맙게 생각하고 있어요."

버스를 닦고 있는 김태진씨.
 버스를 닦고 있는 김태진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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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버스기사의 삶은 어떤가요?

"두 명씩 짝을 지어 근무하기 때문에 각자 '짝꿍'이 있는데요. 제 짝꿍과 교대로 일하기 때문에 생각보다 개인시간이 많은 편이에요. 오늘도 오전 6시부터 3시까지 근무라서 일을 마치고 친구들을 만나기로 했어요.

가장 걱정스럽거나 힘든 것은 사고의 위험성인데요. 매일 운전을 하고 대형차를 운전하기에 사고가 나면 그만큼 위험할 수 있기에 더 조심하려고 노력하죠. 그리고 할머니들이나 노약자분들이 버스 안에서 넘어지거나 다칠까 봐 운전할 때 더 조심스러워요. 잘하고 싶지만 사고라는 것은 의도치 않게 발생하기 때문이죠."

- 승객들 때문에 웃었던 에피소드가 있다면.
"아침에 정신없이 바쁠 때, 사람들 꽉찬 버스에서 앞버스를 타야 되니 빨리 내려달라는 할머니가 계셨는데요. 앞문으로는 못 내려드리니 뒤에 가서 내리시라고 하고 문을 열어드렸어요. 그래서 할머니는 내리자마자 막 뛰시더니... 다시 앞문으로 제 버스에 승차하시는 거예요. 하하. 그래서 '아아, 할머니, 이거 타면 안 돼요. 앞차를 타야죠'라고 다급하게 얘기해줬던 일이 생각나요.

한 번은 아주머니가 벨을 못 눌러서 그랬는지 맨 뒤에서 입으로 삐-삐- 소리를 내시면서 다급하게 내려달라고 했던 일이 있었어요. 이런저런 사람들의 방식에 웃음이 나죠. 

그리고 좌석버스 같이 통로도 좁은 버스에 할머니들이 간혹 정류장까지 어떻게 들고 왔나 싶을 정도의 짐이나 구루마를 끌고 타실 때가 있어요. 그것도 이른 아침 모두가 바쁜시간에 버스통로가 꽉 막혀서 사람들은 내리지도 못하고, 그래서 "할머니, 출퇴근 시간만 좀 피해 주세요"라고 해도 들은 체도 안하고 그냥 가세요. 사실 돕지 못하는 안타까움도 있고 다른 승객들에게 미안함이 공존하지만 그래도 그런 억지스러운 모습들에도 웃음짓게 되더라구요."

- 혹시 요즘에도 버스비를 속여 내는 사람이 있나요?
"요즘은 카드 이용 때문에 적긴 하지만 거의 매일 버스비를 속여내는 사람들이 꼭 있어요. 보통 학생들이 그런 경우가 종종 있는데 학생들의 버스금액 지불 특징이 있어서 금방 알아챌 수 있죠. 제가 3년차 운행하다 보니 신기하게 동전 소리만 들어도 얼마를 냈는지 알게 돼요. 사실은 동전마다 무게가 달라서 소리만 들어도 알 수 있거든요. 그래도 가끔은 모르는 척 넘어가 줄 때도 있죠. 하지만 내가 모를 거라는 생각에 우리 기사들을 무시하는 건 아닌가 싶어서 기분이 나쁠 때도 있어요. 다른 기사님들도 마찬가지일 거라 생각해요.

한 번은 할머니께서 100원짜리 두 개를 낸 경우가 있었는데 사람도 많은데 불러서 뭐라하기도 그렇고, 그때 못본 체 기다리다가 종점에서 내리시길래 잠시 불러서 '아이구, 할머니~ 동전 넣으신 것 좀 보세요. 얼마 넣으셨어요?' 그랬어요. 그랬더니 할머니께서 천원 넣었다라고 하시더라구요. 그래서 제가 아직 내리지 않은 동전을 보여드리며 백원짜리 두 개라고 하니 다시 천원짜리 한 장을 주셨어요. 일부러 그런 건지 정확히 알 수 없지만 난감할 때가 있죠."

인터뷰 장소. 버스 내부 모습
 인터뷰 장소. 버스 내부 모습
ⓒ 이현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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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힘든 승객과 고마운 승객을 꼽으라면?
"사실 일을 시작하면서 스트레스로 머리도 엄청 빠졌어요. 손님을 마주하는 일이라서 힘든점도 있고 운전 중 택시들이 끼어들고 하면 많이 놀래요. 매일 운전하는 직업이다보니 이런 것들이 큰 스트레스로 다가오네요.

아무래도 가장 힘든 승객은 술 먹고 행패 부리는 승객이죠. 저희는 가만히 있는데 시비 거는 승객한테는 사람인지라 저 또한 너무 화가 납니다.

고마웠던 승객은 카톡 아이디를 적어뒀었는데 그 때 감사하다고 메시지를 남겨주셨던 분들이었어요. 너무 감사했고, 인사를 잘해 주는 것도 정말 고마워요. 그리고 탈 때 할머니들께 자리 양보해주거나 짐을 들어주는 승객분들을 보면 제가 다 고맙습니다. 운전석에서 돕고 싶어도 돕는 게 쉬운 일이 아니니까요."

- 승객들에게 바라는 점이 있다면?
"1. 버스 탑승 전에 인도에서 차도로 내려오지 않으셨으면 해요. 사실 불법주차들 때문에 어쩔수 없는 부분이긴 하지만 버스가 도착한다고 버스로 다가오면 굉장히 위험하거든요.

2. 버스 탑승할 때 버스비를 미리 준비해 주셔서 다른 승객들에게도 피해를 안 주셨으면 좋겠어요.

3. 젊은 분들은 노약자분들게 자리양보 좀 해주셨으면 해요. 어르신들이 서계시면 위험하거든요. 그리고 차내에서 이동은 자제해 주셨으면 해요. 이 모든 게 사실은 승객 모두의 안전을 위해서예요.

4. 조용한 버스에서 껌소리 내는게 운전할 때 신경이 많이 쓰일 때가 있어요. 마찬가지로 전화 벨소리, 카톡 소리 등 진동으로 해주셨으면 좋겠어요. 기본적인 에티켓은 지켜야하지 않을까요."

대전버스
 대전버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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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그:#버스기사, #버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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