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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일보 2012년 11월22일자 1면
▲ 한국일보 한국일보 2012년 11월22일자 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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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22일) 아침신문(전국단위종합일간지 기준)들은 '문재인-안철수 단일화 TV토론'과 '버스 파업' 소식, 이렇게 두 가지가 주요 이슈입니다. 이 중에서 눈길을 끄는 것은 단연(!) '문재인-안철수 단일화 TV토론'을 보도하는 신문들의 관점과 편집방식입니다. TV토론에 대한 평가는 물론이고 사진과 지면배치 등이 신문마다 확연히 달랐기 때문입니다.

우선 대다수 신문이 21일 서울 효창동 백범기념관에서 진행된 TV토론 사진을 1면에 실었지만 조선일보와 중앙일보는 예외였습니다. 조선일보는 아예 문재인-안철수 후보 사진을 1면이 아닌 3면에 배치했고, 중앙일보는 1면에 두 후보의 캐리커처만 싣고 4·5면에 관련 사진을 배치했습니다.

TV토론도 버스파업도 아닌 '북한 김정은 찬양문' 사진을 1면에 배치한 조선일보

사진 하나에 지나치게 의미부여를 하는 것 아니냐는 반론이 있을 수도 있지만 신문의 1면 사진은 상당히 중요합니다. 독자들의 눈길을 단번에 사로잡을 수 있으면서 각 신문들이 어떤 사안에 비중을 두고 있는지가 1면 사진 하나로 드러나기 때문입니다.

조선일보 2012년 11월22일자 1면
▲ 조선일보 조선일보 2012년 11월22일자 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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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자(22일) 1면에 '버스파업' 관련 사진을 실은 중앙일보의 경우 어느 정도 이해가는 측면이 있지만 '북한에서 발견된 길이 560m 김정은 찬양문' 관련 사진을 1면에 배치한 조선일보는 정말이지 이해불가 편집입니다. 전국버스파업보다, 야권후보 TV토론 단일화보다 '북한에서 발견된 이 찬양문 하나'가 더 중요하다고 판단했다는 얘기인데 … 조선일보가 점점 '4차원 신문' '화성인 신문'이 되어 가고 있는 건 아닌지 걱정이 될 정도입니다.

아무튼 오늘(22일) '문재인-안철수 TV토론'을 전하는 신문들의 평가와 관점, 무게중심은 모두 다릅니다. 일단 각 신문들이 1면에서 보도한 신문들의 제목부터 살펴보시죠.

<문·안 단일화 협상 결렬 … 오늘 직접 담판> (경향신문) 
<문 "국정은 연습시간 없다…매커니즘 알아야", 안 "국민이 정치 이길 호기…민생 정치 할 때" (국민일보) 
<문 "오늘 만나 룰 담판 짓자" 안 "좋다"> (동아일보) 
<문·안, 단일화 방식 오늘 결판낸다> (서울신문) 
<문 "국정 경험 있어야" 안 "박 이길 후보 뽑아야"> (세계일보) 
<문·안, 오늘 만나 여론조사 방식 담판> (조선일보) 
<문·안 이견 못 좁힌 TV토론, 오늘 단일화 룰 담판 회동> (중앙일보) 
<문 "단일화 협상, 직접 만나 풀자" … 안 "저도 그렇게 생각"> (한겨레) 
<문재인·안철수 오늘 '단일화 룰' 담판> (한국일보) 

대략 오늘(22일) 신문들의 1면은 문재인-안철수 후보가 오늘 만나 '단일화 룰'과 관련해 회동을 하기로 했다는 소식에 방점을 찍은 신문과 두 후보가 TV토론에서 했던 주장을 나란히 배치한 신문, 이렇게 두 가지로 나뉘고 있습니다. 큰 차이가 나지 않는다는 얘기입니다. 하지만 TV토론에 대한 관점과 평가 이를 둘러싼 각종 논란을 보도하는 방식에선 신문별로 차이가 뚜렷하게 부각됩니다.

석연치 않는 KBS의 밤 11시15분 편성변경 … '국민 알권리 침해'에 동참한 방송3사

우선 단일화 TV 토론이 애초 알려진 밤 10시가 아니라 밤 11시15분으로 급작스레 변경된 것과 관련해 경향·중앙·한겨레·한국일보를 제외한 나머지 신문들은 일제히 침묵을 지켰습니다.

한겨레 2012년 11월22일자 5면
▲ 한겨레 한겨레 2012년 11월22일자 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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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문 보도를 종합하면 KBS가 '10시 단독중계'라는 내용의 보도자료를 20일 오후에 배포했고, 편성표에도 '21일 10시 토론 중계'가 적혔지만 몇 시간 지나지 않아 KBS가 입장을 번복했다는 겁니다. 특히 이 과정에 박근혜 새누리당 후보의 눈치를 보는 KBS 고위 임원이 개입됐다는 의혹마저 제기됐지만, 일부 신문을 제외하곤 이 사안 자체를 다루지 않았습니다.

KBS의 '눈치 보기'와 신문들의 '침묵' 못지않게 문제가 심각한 건 SBS와 MBC의 태도입니다. MBC와 SBS 또한 '국민 알권리를 침해했다'는 비판에서 자유롭지 못하다는 말입니다.

애초 이번 토론회는 지상파 3개 방송사 내부 순서에 따라 SBS가 주관사였습니다. 하지만 SBS와 MBC는 이미 편성된 드라마 때문에 토론 중계를 밤 11시15분 이후에나 할 수 있다는 입장을 밝혔습니다. 쉽게 말해 드라마 광고 때문에 대선 향방을 가르는 중요한 토론이 '황금시간대'에서 '심야시간대'로 밀렸다는 얘기입니다.

이번 대선의 가장 강력한 변수 가운데 하나인 야권후보 단일화 TV토론이, 광고가 없는 KBS는 '정치적인 눈치 보기' 때문에 그리고 SBS와 MBC는 광고 때문에 '심야시간대'로 밀렸다는 사실 - 믿기 힘들겠지만 이것이 현재 대한민국 언론의 수준입니다. 참고로 2002년 노무현-정몽준 후보단일화를 위한 TV토론은 저녁 7시부터 2시간 동안 열렸습니다.

전문가 평가 실은 동아일보, 방송사 '심야편성' 강력 비판한 중앙일보

사실 오늘(22일) 신문 가운데 유심히 살펴봐야 할 것은 조중동입니다. 단일화 TV토론과 관련해 조금씩 온도차가 느껴지기 때문입니다.

조선일보는 예전과 마찬가지로 오늘도 야권 후보 단일화를 흠집 내기 위한 지면배치를 계속했지만 동아와 중앙일보는 조금 달랐습니다. 중앙일보는 지상파 드라마 때문에 단일화 토론이 심야로 밀린 것을 3면에서 집중 질타했는데, 동아·조선일보는 물론이고 거의 대다수 신문이 이 사안에 침묵한 것과 비교했을 때 상당히 돋보이는 지면배치입니다.

중앙일보 2012년 11월22일자 3면
▲ 중앙일보 중앙일보 2012년 11월22일자 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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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이번 토론회를 방송한 중앙일보 종편 jtbc가 지상파에게 받은 '서러움'을 감안한 지면배치로 이해할 필요는 있습니다. 하지만 어찌됐든 상당히 눈에 띄는 편집인 건 분명한 듯 합니다.

동아일보는 이번 단일화 토론의 승자가 누구인지 전문가 10인에게 물은 결과를 5면에 배치해 눈길을 끌었습니다. 동아일보가 대선 매니페스토 평가교수 등 10인에게 설문을 한 결과 문재인 민주통합당 후보가 토론을 더 잘했다는 의견이 약간 우세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문 후보가 토론에서 우세 혹은 다소 우세했다는 의견이 6명이었고, 안 후보가 더 잘했다는 응답은 3명이었습니다. 1명은 팽팽했다고 평가했습니다.

동아일보 2012년 11월22일자 5면
▲ 동아일보 동아일보 2012년 11월22일자 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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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토론이 야권 후보 단일화 결과에 얼마나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느냐는 질문에 전문가 패널 10명 가운데 6명은 '상당한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답한 반면 4명은 '별 영향이 없을 것'이라고 전망했습니다.

여전한 조선일보의 단일화 흠집 내기 '올인' 

동아·중앙일보가 나름 '특색 있는' 지면배치를 선보인 것과 달리 조선일보는 여전히 '단일화 흠집 내기'에 올인하는 태도에서 벗어나지 않았습니다. 기사 제목에서부터 야권 단일화에 대해 얼마나 꼬여 있고 부정적인지가 딱 드러납니다. 한번 보시죠.

<시작부터 룰 격돌… "安측, 재량 없어 갑갑" "文, 모두 일임한다더니">(3면) 
<단일화 여론조사회사 3곳 선정, 매출 10위권 업체는 1곳만 신청>(4면) 
<단일화 설문 한발짝도 양보 안해 … 벼랑 끝으로>(4면) 

사실 오늘(22일) 조선일보의 속내가 '민낯'으로 드러난 것은 <팔면봉>입니다. 조선은 <팔면봉>에서 "문·안, 후보 단일화 벼랑끝 싸움. 감동은 기대 않으니 빨리 끝내는 게 국민에 대한 도리"라고 썼는데 저는 이 문구가 자꾸 "빨리 끝내는 게 조선일보와 박근혜 후보에 대한 도리"로 읽힙니다. 야권 단일화 논의가 대선의 화두로 계속 등장하는 것에 대해 조선일보가 얼마나 불편하게 바라보고 있는 지가 정확히 드러나는 것 같습니다.

덧붙이는 글 | 이 글은 사람사는 세상 노무현재단 홈페이지에도 등록했습니다.



태그:#TV토론, #문재인, #안철수, #K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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