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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 홀로인 것은 없다. 이것이 있음으로 저것이 있고, 이것이 일어남으로 저것이 일어난다. 인간은 혼자서 살아갈 수 없고, 늘 서로에게 영향을 주고받으며 변화한다. 오직 관계 속에서 살아갈 수 있는 법이다. 그래서 존재가 깃드는 곳도 결국은 '사람(人) 사이(間)', 인간이다. 

이는 세상 모든 사물과도 마찬가지다. 한 그루 나무와 길가의 들꽃, 먼 곳의 저 바다와 거대한 산이 모두 나의 삶과 촘촘히 그물로 연결되어 있다. 내가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세상의 모든 사물은 이 순간에도 자리를 옮기고 뒤채고 변화한다. '아름다운가게'의 철학도 여기에서 출발한다.

아름다운가게는 물건을 소비해 버리는 그 삶의 과정이 단독적이고 일차적인 것이 아님을 깨닫게 한다. 천편일률적인 소비 과정에 개입해 새로운 철학을 사유하게 한다. 우리는 아름다운가게를 통해 물건의 재사용과 쓰레기 줄이는 일을 고민하게 되고, 나아가 이웃과의 나눔을 생각하고 결국 이 지구 전체의 지속가능성을 고려하게 되는 셈이다.

개점 2주년, 기부도 매출도 착착 늘어요!

아름다운가게 안성점(이하 아가안성점)이 11월 19일로 개점 2주년을 맞았다. 오는 23일, 현대F&B라는 사회적 기업과 '아름다운 하루'를 여는 것으로 2주년을 축하할 계획이다. '아름다운 하루'는 기업이나 단체 소속 직원들이 직접 모은 물품을 기증하고, 그것을 하루 동안 판매해 판매기금을 환원하는 행사이다.

올해 아가안성점은 총 여섯 번 '아름다운 하루'를 진행했다. 병원과 학교, 교회, 자원봉사센터 등이 참여했다. '아름다운 하루'가 진행되면 그날 매출은 평소보다 4배 정도 많아진다. 좋은 물건도 많이 들어오고, '아름다운 하루'에 참여하는 사람들에게 아가를 홍보할 수 있는 좋은 기회도 된다. 그러나 아직 기업체의 참여가 저조해서 좀 아쉽다.

아가안성점은 출발이 약간 특이하다. 타 지역의 경우, 매장을 기부 받는 경우가 대부분이지만 아가안성점은 전국 최초로 시민들이 직접 발로 뛰어 탄생시킨 매장이다. 즉 시민들이 추진위원회를 꾸리고, 추진위가 1년에 걸쳐 일일찻집, 바자회 등을 열어 1000만 원의 매장 인테리어 기금을 마련했다. 또 매장 보증금은 13명의 시민들이 100만 원에서 200만 원씩을 투자해 가능했다. 이 투자금은 물론 5년 뒤에 상환할 예정이지만 어쨌든 아가안성점은 타 지역의 아름다운가게에 비하면 여럿의 떠들썩한 노력 아래서 나름의 별난 산고를 치르고 태어난 셈이다.

전국 110번째 매장으로 탄생한 아가안성점의 하루 매출은 40만 원선이다. 평균가격 3000원쯤인 물건을 100개 이상 파는 셈이니 적은 매출이라 볼 수 없다. 아가안성점을 찾는 하루 방문객은 100명 정도 된다. 이들 중 반수가 한 개 이상의 물품을 사간다고 한다. 매장 운영시간이 오전 10시 30분에서 오후 6시까지인 사정으로, 손님의 대부분 주부들이다. 물론 토요일에는 직장인이나 학생들도 많이 찾는다.

기부물품의 다양화, 고급화 필요해

아가안성점 박세준 총괄간사는 그동안 기증도, 판매도 꾸준히 늘었다면서 매장이 어느 정도 자리를 잡았다고 평했다. 시내 중심가에서 약간 떨어져 있음에도 불구하고 손님의 방문이 꾸준히 늘고, 나름 단골도 생긴 것이다. 기부도 계속적으로 늘고 있다고 했다. 다만 아쉬운 점은 좋은 물건이 별로 나오지 않는다는 것, 기부물품의 종류가 아직 다양화되지 못했다는 점이다. 고가의 물품 기부가 매출에 절대적 영향을 미치는데 그런 경우가 드물고 지금도 기부물품 중 70%는 의류이다.

박 간사가 내심 기대하고 있는 기부물품은 소형가전과 도서다. 전자레인지, 다리미, 오디오 등의 가전은 진열됨과 동시에 판매가 이뤄진다. 또 도서도 많이 나가는데 기부가 적은 편이라고 했다. 자, 그러니 우리는 다 본 책이나 사용하지 않는 소형가전을 들고 아름다운가게를 방문하면 되겠다.

아가안성점이 생긴 초기, 기부물품 선별작업에서 폐기해야 할 것으로 분류된 물건들이 반 이상이었다. 기부자들이 판매가 가능한 물품을 기부해야 한다는 인식보다는 재활용품 기부라는 식으로 받아들인 경우가 많았기 때문이다. 지금도 기부품 중 폐기해야 할 물품은 30~40%에 달한다. 폐기물품도 수익을 내기는 한다. 지난해 폐기물품으로 얻은 수익은 250만 원대. 하지만 결국은 판매가 가능한 질 좋고 깨끗한 물건을 기부하는 것이 중요하겠다.

10평 남짓한 매장에는 의류, 구두, 가방, 신발에다 문구류, 생활용품 등이 손님을 기다린다. 여기에 공정무역 커피, 공정무역 초콜릿, 유기농 가공음식물 등도 한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인터뷰 중 들른 한 고객은 아이들 코트며 겨울 옷가지들을 골랐다. 매장에 처음 왔다는 그 여성은 10점에 가까운 옷가지들을 4만 몇 천원에 구입했다. 누군가 입었던 옷이 다시 주인을 만나 제 생명을 연장시키는 순간이었다.

아가안성점이 지난 2년 동안 지역에 배분한 수익금은 5000만 원에 달한다. 나눔은 1년에 두 차례, 신청을 받고 심사를 거쳐 이뤄진다. 복지관, 지역아동센터, 풀뿌리 시민단체, 사회적 기업 등이 나눔의 대상에 해당된다고 한다.

궁극적으로 문화의 변화를 가져오는 곳

박세준 간사는 아가안성점 오픈 때부터 일했다. 그는 아름다운가게를 통해 문화가 바뀐다고 말했다.

"손님들도 처음에는 싼 물건 사러 방문하죠. 하지만 그러다 기증자가 되고 봉사자가 됩니다. 사람들에게 환경과 나눔에 대한 의식, 생각의 씨앗을 뿌려가고 있다고 생각해요. 아가를 통해 조금씩 문화가 변화하고 있음을 봅니다."

그에 따르면 아름다운가게는 단순히 물건을 사고파는 공간만은 아니다.

"손님들이 말해요. 세상살이 각박한데 여기 오면 마음이 편해진다고요. 물건을 사든 안 사든 손님들이 쉽게 휴식할 수 있고 마음의 위안을 얻을 수 있는 공간이고자 합니다."

덕분에 매일 일정한 시간에 매장에 들르는 단골도 생겼다고 한다. 참새 방앗간을 지나듯 아름다운가게에 들러 매일 마음을 풀고 가는 것이다. 한 꼬마는 1년 동안 모은 것이라며 묵직한 돼지저금통을 들고 오기도 했다. 그런 풍경은 박 간사에게도 감동이어서, 박봉으로 일하는 그에게도 가치 있는 일을 한다는 위안이 된다.  

아가안성점은 총괄간사를 제외하고는 모두 자원봉사자들의 노력봉사로 운영된다. 식비도 나오지 않는 온전한 무급봉사이다. 한 명의 자원봉사자가 일주일 동안 4시간 봉사를 한다. 아가안성점에서 자원봉사를 하고 있는 사람들은 현재 45명. 봉사자도 지난해 20여 명 수준이었다가 꾸준히 늘었다. 또 봉사자들 중 상당수는 매장에 손님으로 왔다가 자원봉사에 참여하게 된 이들이다. 30대 초반부터 70대 할머니까지 연령층도 다양한 이들이 하는 일은 매장관리, 청소, 물건진열, 고객응대이다.

민온기(43, 주부)씨와 장성은(36, 강사)씨는 아가안성점 탄생 때부터 자원봉사를 꾸준히 해왔다. 민온기씨는 아가안성점 추진위원을 모집한다는 소식을 신문광고를 통해 접하고는 그때부터 뛰어들었으니 창립멤버다. 7살과 9살 자녀를 둔 그녀는 봉사할 때 가능하면 언제나 아이들을 데리고 다닌다.

비록 어린 아이들이지만 나눔의 문화를 경험하게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교육적으로 중요한 것은 몇 자의 공부보다 어떻게 살아가느냐를 몸소 보여주는 것이리라. 그래서 이 바지런한 엄마는 아이들을 이끌고 아가에 와 봉사를 한다. 아이들은 한없이 친절한 모습으로 사근사근 예쁘게 봉사하는 엄마를 보면서 함께 더불어 나누며 산다는 것이 무엇인지 생생하게 배우게 될 것이다.

장성은씨는 봉사를 통해 자기생활에도 변화가 왔다고 했다. 누군가 물건을 버리려고 해도 다시 보게 되고, 아파트 주민들이 버리려고 내놓은 물건도 주워오게 된다는 것이었다. 아마도 그녀는 자신도 모르는 사이, 모두를 생각하고 환경을 고민하는 좀 더 아름다운 사람이 되었을 것이었다. 타인을 위한 봉사지만 그것은 가장 먼저 그 스스로를 변화시키는 작은 혁명이다.

한국인은 남이 입던 거 안 입는다는 편견

처음에 아름다운가게 설립 논의가 일었을 때 비관적인 여론 중의 하나가 '한국사람은 절대 남이 입던 거 안 입고 남이 쓰던 거 안 쓴다'는 식의 판단이었다. 그러나 아름다운가게는 기어코 사회적 기업으로 출발했고, 물품의 재사용을 기본으로 한다는 점에서는 우리나라 최초였다.

아름다운가게 10년, 지금 전국에 130개의 매장이 생겨났다. 2003년 아름다운가게가 생겨나고 지난해까지 아름다운 가게를 통해 나눠진 수익금은 198억 원에 달한다. 2011년의 경우, 1500만 점의 기증품과 물품을 7천여 명의 자원봉사자가 60만 시간의 봉사를 통해 판매해 40억 원의 수익을 냈다. 그 수익금이 7396명의 이웃과 524곳의 단체에 전달되었다. 한국사람은 남이 입던 거 안 입는다는 그런 편견은 이제 명함도 내밀 데가 없다.

이즈음 아름다운가게의 창립선언문을 다시 읽어본다.

'존재하는 모든 것은 그 나름의 의미가 있습니다. 그것들의 제자리를 찾아주는 일, 뚫어진 생명의 그물코를 다시 엮는 일, 조용히 낮은 자리에서 이슬비처럼 세상을 적시며 삶의 질을 변화시키는 일, 바로 아름다운가게가 하고자 하는 일입니다.'

선언문인데 이토록 마음에 평화를 줄 수도 있는가 새삼스럽다. 따뜻한 것이 그리워지는 계절, 아름다운가게에 한 번 들려봄도 좋을 듯하다.

덧붙이는 글 | 안성신문과 동시송고합니다. 안성신문은 21일 오후 홈피에 게재될 예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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