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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9일 오전 여의도 새누리당사에서 중앙선대위 회의가 열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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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철수와 문재인에 번갈아 겨누던 새누리당이 공세표적을 문재인 민주당 대선후보로 '단일화'하고 있다. '문재인 단일화'를 자꾸 예고하면서 '단일화 감동'을 '김빼기'하겠다는 것이다.

문재인·안철수 후보가 만나 단일화 협상을 재개한 다음날인 19일 김무성 새누리당 중앙선대위 총괄본부장은 "야권 단일후보는 문 후보로 정해지는 수순만 남았다고 보고 이에 맞는 대응책을 강구하겠다"고 선언했다.

이에 대해 안 후보측 유민영 대변인은 "'안철수 죽이기'의 결정판"이라며 "새누리당의 공작은 실패할 것"이라고 반응했다. '안철수가 야권단일화 후보로 결정되지 않아야 박근혜 후보가 이길 가능성이 있으니 문재인 후보로 단일화되는 걸 기정사실화하는 것'이라는 논리다.

이에는 아랑곳없이 새누리당의 '공세 표적 단일화'는 계속 되고 있다. 20일 권영세 중앙선대위 종합상황실장은 브리핑에서 문재인 후보 측에 공세를 집중했다. 권 실장은 단일화 협상 재개 과정에서 문 후보가 보인 태도를 '통 큰 형님 이미지 전술'이라고 지칭하면서 "단일화 방안을 안 후보쪽에 맡기겠다고 공언한 적이 있지만 막상 협상을 재개하자 안철수 후보쪽이 제시한 방안에 난색을 표하며 뒷걸음질을 친다"고 비판했다.

이상일 새누리당 대변인도 브리핑에서 "민주통합당 문재인 대통령 후보는 무소속 안철수 대선 예비후보와 후보 사퇴 거래를 하는 과정에서 '통 큰 형님' 이미지를 보여주려 했다"며 "이런 문 후보 측이 안 후보 측과의 협상에선 쩨쩨하게 굴고 있다는 게 중평"이라고 비판했다. 새누리당은 잠시 주춤했던 '노무현 전 대통령의 NLL무력화 발언' 공세를 재점화하고 있기도 하다.

새누리당이 문재인 후보를 비판하는 건 그동안의 여야 관계를 생각하면 별 새로울 게 없다. 그러나 새누리당의 '문재인은 쩨쩨해' 공세는 단일화 협상과정에 '안철수 편들기'로도 비친다. 그동안 새누리당이 각종 네거티브를 동원해 안철수 후보를 비난해왔던 걸 생각하면 하늘과 땅 차이다.

"안철수가 '단일화 프레임'에 들어간 순간부터 이길 수 없게 됐다"

새누리당의 갑작스러운 '친 안철수 행보'는 '이삭줍기'로 설명된다. 야권 후보가 한 명으로 단일화되면, 떨어진 후보쪽 지지자 중에 단일화 후보를 찍지 않는 이탈표를 노린 포석이라는 것이다.

김무성 총괄본부장 외에도 박근혜 후보 측 인사들은 대부분 "단일화 대세는 문재인으로 기울었다"고 보고 있다. 이정현 공보단장도 20일 '문재인 안철수 중에 누구로 단일화 되는 게 새누리당에 유리하냐'는 질문을 받고 "'안'으로 돼도 좋고, '문'으로 돼도 좋다"면서도 "안이 되면 좋고, 문이 되면 더 좋고"라고 속내를 감추지 않았다.

이 공보단장은 "과학적으로 봐도 그렇지 않느냐"며 "안 후보는 현재 (지지도가) 떨어지는 추세이고, 호남에서도 (지지도가) 급락하는 것으로 나온다"고 진단했다. 새누리당의 한 고위 당직자도 "선거판에서 말하는 '추세'로 본다면, 문 후보쪽으로 흐름이 넘어간 것 아니냐"고 했다.

새누리당이 '문재인 단일화'를 기정사실화하고 있는 것만은 분명한 것. 새누리당 부설 여의도연구소 부소장이기도 한 권영진 중앙선대위 종합상황실 부실장도 "안철수가 단일화 협상 프레임에 들어가는 순간 (문재인 후보를) 이길 수가 없게 됐다"며 "계파로 갈려져 있던 민주당 지지자들이 단일화 프레임이 진행되면서 지금은 문재인 후보로 결집한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권 부실장은 "우리는 단일화 협상 프레임에 안 후보가 들어갈 때부터 이미 문재인 후보로 단일화될 것으로 가정해왔다"며 "민주당에는 노사모와 미권스(정봉주와 이래 권력들) 같은 조직화·네트워크화 된 지지자들이 움직이고 있는데, 이같은 조직적 움직임이 있다면 응답률 10~15% 정도 되는 여론조사는 좌우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렇게 본다면, 새누리당이 공세의 초점을 문 후보에 맞추는 건 단순히 '문재인으로 단일화 됐으면 좋겠다'는 바람이라기보다는 '선제적 대응'이라 할 수 있다. '문재인으로 된다' '문재인으로 된다'를 자꾸 예고하고 각종 공세를 쏟아 부어서 문재인 후보로 단일화가 이뤄졌을 경우의 '야권 단일화 감동'을 조금이라도 상쇄하겠다는 것이다.

'문재인 올 인' 실패 땐? 안철수에 '날개' 달아주는 격

그러나 새누리당 입장에서 '문재인 올 인'이 초래할 위험성도 적지 않다. 현재까진 단일화 방식도 정해지지 않았을 뿐 아니라, 결정되는 방식에 따라 단일화 후보가 좌우될 수 있기 때문이다. 양측 후보 간 협상이 난항을 겪는 것도 이 때문이고, '안철수 단일화'의 가능성도 얼마든지 열려있다. 

새누리당이 '문재인 단일화'에 올인하고 있다가 맞을 최악의 상황은 역시 '예기치 못한 사태'일 것으로 보인다. '문재인 단일화 대세론'을 형성하는 데 새누리당도 한몫하고 있다가, 안철수 후보로 단일화가 되면, 안 후보가 '정당 대 시민', '낡은 정치 대 새 정치'라는 대립각을 확실히 하는데 새누리당이 날개를 달아주는 셈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