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BS 주말드라마 <다섯손가락>에서 홍우진 역의 배우 정은우가 16일 오전 서울 상암동 오마이스타 사무실에서 인터뷰를 마친 뒤 포즈를 취하고 있다.

SBS 주말드라마 <다섯손가락>에서 홍우진 역의 배우 정은우가 16일 오전 서울 상암동 오마이스타 사무실에서 인터뷰를 마친 뒤 포즈를 취하고 있다. ⓒ 이정민


그의 부활은 자신도 알지 못했던 일이었다. <다섯손가락>에서 죽은 줄 알았던 홍우진이 살아 돌아왔을 때, 살인을 청부한 채영랑도, 시청자도, 심지어 홍우진을 연기한 배우 정은우의 어머니도 '멘붕'을 경험할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돌이켜보면, 이미 전작 <아내의 유혹>에서 죽은 아내가 눈 밑에 점 찍고 돌아오게 한 김순옥 작가가 아니던가.

SBS 주말드라마 <다섯손가락>에서 다시 홍우진으로의 삶을 얻은 정은우(27·본명 정동진)는 '당장 내일 죽어야 한다'는 갑작스러운 전개에 당황했던 때를 떠올렸다. 원래 극 말미 우진의 죽음으로 얽히고설킨 갈등이 풀리는 시나리오였지만, 예상보다 끝이 너무 빨리 찾아온 게 이상했던 것.

최영훈 감독은 정은우에게 "이대로 죽이기야 하겠니"라고 위안을 줬고, 정은우도 '점 붙이고 언젠가 살아오겠거니' 했단다. 뜬구름만이 아니었던 건, 산소 호흡기를 떼는 장면에서 '홍우진의 얼굴을 최대한 가려 달라'는 작가의 특별 주문이 있었기 때문이다.

  SBS 주말드라마 <다섯손가락>에서 홍우진 역의 배우 정은우가 16일 오전 서울 상암동 오마이스타 사무실에서 인터뷰를 마친 뒤 포즈를 취하고 있다.

<다섯손가락>에서 홍우진은 진실을 숨기기 위해 살인까지 하는 등 악행을 저지른 채영랑(채시라 분)을 위기로 내모는 역할을 했다. 홍우진 역의 정은우는 "죽은 줄 알았던 제가 되살아나며 극적인 반전이 있었지만, 그 후에는 다시 영랑과 지호(주지훈 분) 간의 친자관계에 무게가 실리면서 복수극이 흐지부지된 것이 좀 안타깝다"고 말했다. ⓒ 이정민


"또 '복수의 아이콘'? 그래도 홍우진이 매력 있었던 이유"

채영랑(채시라 분)의 지독한 모정과 엇갈린 모자 사이의 복수를 그린 <다섯손가락>에서 홍우진은 그 광란 속에 아버지를 잃고 자신까지 목숨을 잃을 뻔한 희생자다. 자연히 복수심으로 점철된 그는 어머니(전미선 분)와 동생 다미(진세연 분)를 대신해 영랑과 대적한다. 정은우는 "채시라 선배와 맞붙을 수 있는 대등한 역할이라는 게 정말 매력적이었다"고 설명했다.

"사실 계속해서 복수심에 불타오르는 역할을 맡는 게 답답하기도 했어요. 전작인 <태양의 신부>(최진혁 역)에서도 아버지가 불타서 돌아가셨는데, <다섯손가락>에서도 그랬죠. 또, <태양의 신부> 때 효원(장신영 분)이가 보고 싶다고 왜 그리 벽을 보고 우는지. 어떻게 보면 계속 연장 선상의 캐릭터라, 좀 풀어지는 역할을 해보고 싶기도 했어요."

그래도 2006년 데뷔 후 처음으로 주연을 맡은 드라마 <태양의 신부>는 그에게 전환점 같은 작품이다. 여성 팬을 담보할 수 있는 아침 드라마의 본부장 역할이었던 만큼 인기의 체감도 달랐다. 마지막 방송만을 놔두고 가족들과 동해안 여행을 떠났을 때 수산시장에서 만난 아주머니들은 극 중 효원이 진혁의 아이를 낳은 것을 두고 "왜 네 애인지 몰라!"라며 하소연했다고.


 SBS 주말드라마 <다섯손가락>에서 홍우진 역의 배우 정은우가 16일 오전 서울 상암동 오마이스타 사무실에서 인터뷰를 마친 뒤 포즈를 취하고 있다.

정은우는 <다섯손가락>에서 홍우진의 '클라이막스'로 유인하(지창욱 분)가 그를 밀쳐 죽음으로 내모는 장면을 꼽았다. 정은우는 "<웃어라 동해야>에 출연하며 만난 창욱이와는 워낙 친하다"며 "먼지가 많은 공사장에서 창욱이가 구르고 맞으며 고생 많이 했다"고 전했다. ⓒ 이정민


농구, 요리, 구두 디자인까지 가능한 멀티플레이어

연기자가 되지 않았다면 농구선수가 됐을까. 중학교 1학년 때부터 농구를 시작한 정은우는 농구 명가로 알려진 인천 송도고등학교 출신이다. 햇수로 5년 가까이 농구를 했지만, 자주 부상을 입었기에 선수의 길을 포기하기는 어렵지는 않았단다. 고2 때 농구를 관둔 그는 대학 입시를 6개월 남겨두고 공부를 시작했다.

목표는 평소 관심 있던 연출과 연기를 함께 배울 수 있는 연극영화학과. 운동을 오래 하면서 놓았던 펜을 다시 잡고 그의 표현대로 '미친 듯이' 4개월을 공부해 동국대 연극영화학과 수시모집에 합격했다. 첫 연기 경험은 대학에 붙은 후 얼떨결에 찾아왔다.

"대학에 못 가면 장사라도 해야겠다 싶어서, 그 당시 삼촌이 운영하는 동대문 가방 가게에서 새벽까지 일하고 있었거든요. 근데 입시학원에서 성장드라마 <반올림3>(2006) 오디션을 보라고 연락이 온 거예요. <반올림2>에서 고아라 씨와 김기범 씨가 나와서 인기를 얻었던 터라 경쟁률이 치열했죠."

연기라곤 해본 적이 없는 정은우는 입시 연기였던 '로미오와 줄리엣' '햄릿' 등을 선보이고 오디션에 합격했다. 스무 살이 다 돼 또래보다 나이가 많아 보였던 그는 운동하다가 마음을 다잡고 공부하는 복학생 역을 맡았다. 그 뒤로 <불꽃놀이>(2006) <히트>(2007) 등의 드라마와 줄줄이 연을 맺었다.

 SBS 주말드라마 <다섯손가락>에서 홍우진 역의 배우 정은우가 16일 오전 서울 상암동 오마이스타 사무실에서 인터뷰를 마친 뒤 우수에 잠겨 있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정은우로 개명한 이유는 본명 정동진이 지명과 같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1990년대 배우 이름 같다'는 관계자들의 조언이 컸단다. '은혜 은'과 '집 우'를 쓰는 그의 이름은 '우주의 기운을 받아 은혜를 받은 사람'이라는 뜻이다. ⓒ 이정민


"연기가 뭔지도 모르는 상태에서 2년간 일을 하다 보니까, 이게 정말 내가 해야 하는 일이 맞나 싶더라고요. 시간을 갖고 되짚어 보려고 3년간 일을 쉬었어요. 그동안 학교도 열심히 다니고, 뮤지컬·특공무술·발레 등을 배웠죠. 그 뒤로 <신이라 불리운 사나이><추노>(2010) 같은 작품을 만나면서 다시 일을 시작했어요. 무엇보다 <태양의 신부>에 출연하면서 연기자라는 게 뭔지 생각해볼 수 있었던 것 같아요."

정은우는 하고 싶은 일이 많아도 너무 많다. 최근 연기 외에 열정을 쏟고 있는 건 구두 디자인. 브랜드 '애시드 펑크'(Acid Funk)의 박소현 디자이너와 '니치'(NICHE)라는 남성구두 라인을 만들어 함께 디자인하고 있다. 패션뿐 아니라 글쓰기와 요리에도 관심이 높다. 한창 요리에 심취했을 때는 매일 마트로 출근했다고. 자신 있는 요리는 스테이크란다. 아마 <다섯손가락> 촬영이 모두 끝나면 자양동 모 마트에서 정은우를 마주칠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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