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프랑스 언론 <르피가로>에 보도된 프랑스 국민 배우 '제라르 드파르디외' 관련 내용.
 프랑스 언론 <르피가로>에 보도된 프랑스 국민 배우 '제라르 드파르디외' 관련 내용.
ⓒ 르피가로

관련사진보기


프랑스의 간판 배우라 할 수 있는 제라르 드파르디외 (Gerard Depardieu)가 최근 프랑스 국경에 인접한 벨기에에 위치한 건물 구매계약에 사인을 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 사실은 벨기에 신문인 르 스와 (Le Soir) 에 보도되었다고 10일자 프랑스 남부 지방 일간지 <라 데페슈 뒤 미디(La Depeche du Midi)>가 밝히고 있다.

이 보도에 의하면 프랑스 국경 도시 후베 (Roubaix)에서 1킬로미터도 안 되는 벨기에의 아주 작은 마을인 네솅(Néchin)에 드파르디외가 집을 하나 구매했으며, 이 마을은 이미 많은 외국 갑부들이 정착해 있는 곳으로 그 중 30%가 프랑스인들이다.

이미 많은 프랑스 갑부들이 엄청난 세금을 피하기 위해 스위스나 벨기에, 영국 등으로 이주 하는 사례가 많은 상황에서 이제와 드파르디외까지 한 몫 거드는 것이냐고 대다수의 프랑스인들은 곱지 않은 시선을 보내고 있다. 돈은 프랑스에서 벌고 소비와 세금은 다른 나라에 내겠다는 이들의 심보가 재정난에 허덕이는 프랑스인들에게 좋게 보일 리가 없는 상황이다.

유럽 최고의 갑부 루이비통 회장, 벨기에 국적 요청

드파르디외의 벨기에 건물 구입 건은 이미 지난 9월에 벨기에 국적을 요청한 바 있는 아르노를 연상시킨다. 루이비통을 비롯하여 여러 기업을 소유하고 있는 LVMH 재벌 그룹의 총수인 베르나르 아르노 (Bernard Arnault)는 지난 9월 초에 벨기에 이중국적을 요청해 논란이 된 바 있다. 유럽 최고 갑부인 그의 벨기에 국적 요청은 곧바로 세금을 피하기 위한 절차로 이해되었기 때문이다. 더욱이 이 사실은 공교롭게도 프랑수아 올랑드 대통령이 연간 100만 유로 이상(한화 14억원)의 소득을 올리는 갑부들의 세금을 75% 징수하겠다는 그의 대선 공약을 재확인한 바로 직후에 나와 더 많은 의혹을 불러 일으켰다.

그러나 아르노는 "나는 계속적으로 프랑스에 거주할 예정이고 프랑스에 세금을 낼 계획"이라며 "벨기에 이중국적 신청을 한 것에 대한 '정치적인 해석'은 하지 말아달라"고 당부했다. 그의 측근에 의하면 그가 벨기에에 새로운 사업을 구축하려고 이중 국적을 신청했다는 것. 프랑스의 많은 갑부들이 과도한 세금을 피하기 위해 이웃 나라로 이주해 가는 일이 빈번한 상태에서 아르노의 이중 국적 신청은 오해를 불러 일으킬 여지가 충분히 있었다.

프랑스 언론 <르피가로>에 보도된 루이비통 회장 관련 내용.
 프랑스 언론 <르피가로>에 보도된 루이비통 회장 관련 내용.
ⓒ 르피가로

관련사진보기


벨기에, 영국, 스위스를 선호하는 프랑스 갑부들

벨기에는 소득세나 여러 사회 보장기금이 프랑스보다 약간 더 높은 편이다. 따라서 중소 자영업자나 중소기업을 운영하는 CEO들에게는 별다른 이익이 없다. 대신 재산세가 없고 건물이나 기업의 매매로 남는 잉여금에 대한 세금이 없다. 특히 상속 재산세가 상대적으로 낮아 프랑스의 많은 갑부들이 눈독을 들이고 있는 나라다. 단 이러한 세금 혜택을 받기 위해서는 1년에 적어도 6개월 이상은 벨기에에 체류해야 하는 조건이 있다. 벨기에 이중 국적을 따로 받을 필요는 없다.

벨기에는 이렇게 상대적으로 간단한 절차와 프랑스와 인접한 국경지대라는 호조건으로 재산 많은 퇴직자들이나 대기업주들이 상당수 이주해 있는데 프랑스의 대표 가전제품사인 다티 (Darty)의 소유주 다티와 까르푸의 소유주인 뫼니에 (Meunier) 등이 거주하고 있다.

영국은 재산세가 없고 사회 보장기금이 적어 기업이윤창출이 프랑스보다 쉽다는 장점이 있다. 또한 런던과 미국과의 상업 교류가 상당히 수월해 기업 CEO나 사업을 하는 이들에게 매력적인 곳이다. 또한 영국은 프랑스보다 고용과 해고가 용이해 여러 직종을 경험하고 싶어하는 젊은이들에게 인기가 있다. 결국 벨기에와는 달리 충분한 연봉은 있으나 별다른 재산은 없는 이들에게 유리한 나라가 영국이다. 프랑스의 유명 배우 크리스티앙 클라비에 (Christian Clavier)와 베스트 셀러 작가 마크 레비 (Macr Levy)가 이미 영국으로 이주해 갔고 앞으로 많은 프랑스 갑부들을 끌어들일 것으로 보여진다.

많은 프랑스 갑부들이 살고 있는 스위스 제네바 전경
 많은 프랑스 갑부들이 살고 있는 스위스 제네바 전경
ⓒ 한경미

관련사진보기


프랑스 갑부들이 가장 많이 이주해 있는 스위스는 세금 이주의 대표국으로 꼽힌다. 스위스에는 특히 많은 연예인들과 스포츠맨들이 이주해 있는데 배우 알랭 들롱, 가수 샤를르 아즈나부르, 조니 헐리데이, 왕년의 테니스맨 기 포르제 등이 이곳에 살고 있다.

스위스에서 세금 혜택을 받으려면 엄청난 갑부여야 한다. 웬만한 돈으로는 명함도 내밀기 힘들다. 스위스는 각 주마다 독립적인 정책을 쓰는 나라이기 때문에 각 주마다 차이는 있지만 외국 거류자일 경우 스위스 구좌에 적어도 1천만 유로(한화 140억원) 이상의 자금을 보유하고 있어야 한다는 조건을 충족해야 한다. 대도시 제네바에서 살기 위해서는 이것보다 훨씬 많은 금액이 필요하다. 이 외에도 지난 10년 동안 스위스에서 일을 하지 않았어야 한다는 조건이 붙는다. 결과적으로 스위스에서 세금혜택을 받으려면 일하지 않으면서 엄청난 돈을 소유하고 있어야 한다는 뜻이 된다. 예를 들어 거금의 로또에 당첨된 사람은 스위스에 가서 살 만하다는 얘기다.

언론보도에 따르면 스위스에 사는 최고 갑부 300명 중에 44명이 프랑스인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스위스에 얼마나 많은 프랑스 갑부들이 살고 있는지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수치다. 특히 제네바를 비롯해서 스위스에 불어를 사용할 수 있는 곳이 많은 것도 커다란 장점으로 꼽히고 있다. 프랑스의 재계 인물 중에서는 푸조 자동차의 소유주 푸조 가족도 스위스에서 거주하고 있다.

거주기간에 따라 세금 내야...가만히 있지 않는 프랑스 정부

물론 프랑스 정부가 갑부들이 세금을 피하기 위해 외국으로 이주하는 것을 가만히 보고만 있는 것은 아니다. 프랑스 국세청은 이들의 프랑스 거주 기간 확인을 강화하고 있다. 프랑스에서는 연간 183일 이상을 거주하지 않아야 세금을 피할 수 있다. 결국 1년의 6개월 이상을 거주하면 프랑스에 세금을 내도록 돼 있는데, 오직 세금을 피하기 위해 이웃 나라로 피신 간 이들이라 프랑스에서 연간 183일 이상을 거주할 수 없다는 사실은 일종의 고문으로 받아들여지기도 한다.

이들의 이웃 국가 거주가 허위로 드러나게 되면 국세청은 이들에게 가차없이 세금을 때리는 데 이런 허위 이웃 국가 거주자 수가 최근에 늘어나고 있는 추세이다. 월간 경제지 <렉스팡시옹> 11월호에 의하면 이들의 숫자가 2009년에 177명이던 것이 2011년에는 205명으로 증가하였고 이들에게서 거두어 들인 세금이 2009년에 4천만 유로 에서 2011년에 8천만 유로로 2배나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렉스팡시옹>에 따르면 재산세를 내야만 하는 갑부들 중에서 해마다 400여 명이 프랑스를 떠나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국세청의 감시 강화로 이들 가운데 200여 명은 '어쩔 수 없이' 프랑스에 세금을 내고 있다고 한다.


태그:#프랑스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번역가, 자유기고가, 시네아스트 활동 중


독자의견

이전댓글보기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