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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5일 오후 서울 금융위원회, 서울역 등 도심 곳곳에서 30여개 시민단체가 모인 <99%행동준비회의> 주최 '1%에 맞서는 99%, 분노하는 99% 광장을 점령하다(Occupy 서울)' 집회가 열리는 가운데, 오후 6시부터 서울광장에서 열기로 한 집회가 경찰 봉쇄로 불가능해지자 참가자들이 광장 부근 덕수궁 대한문앞에서 집회를 열고 있다. <청년유니온> 회원들이 청년들의 힘든 삶을 표현하기 위해 일명 '박스고시원'에 들어가 있는 퍼포먼스를 벌이고 있다.
 지난해 10월 15일 오후 서울 금융위원회, 서울역 등 도심 곳곳에서 30여개 시민단체가 모인 <99%행동준비회의> 주최 '1%에 맞서는 99%, 분노하는 99% 광장을 점령하다(Occupy 서울)' 집회가 열리는 가운데, 오후 6시부터 서울광장에서 열기로 한 집회가 경찰 봉쇄로 불가능해지자 참가자들이 광장 부근 덕수궁 대한문앞에서 집회를 열고 있다. <청년유니온> 회원들이 청년들의 힘든 삶을 표현하기 위해 일명 '박스고시원'에 들어가 있는 퍼포먼스를 벌이고 있다.
ⓒ 권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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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팽이도 집이 있는데, 달팽이만도 못한 대학생들이 있다. 집 없는 '민달팽이' 학생들과, 이들을 돕고 싶은 학생들이 모여 단체를 만들었다. 주거문제 해결을 위한 20대 모임인 '민달팽이 유니온'이다.

지난 13일, 연대 앞 한 카페에서 민달팽이 유니온 위원장 김은진(23)씨를 만났다. 민달팽이 유니온의 모토는 크게 두 가지다. 먼저, 이삿짐 나르는 것을 도와주는 간단한 일처럼 당장 20대가 겪고 있는 어려운 현실을 서로 도우면서 공동체의 상실을 회복하는 방향이다. 두 번째 모토는 보다 구체적이다. 지속적으로 청년 주거권 보장을 요구하며 정치권이 정책을 내놓을 수 있도록 압박을 가하는 정치세력화를 지향한다. 당사자 입장에서 새로운 정책을 만드는 구심점이 되자는 것이 민달팽이 유니온의 두 번째 모토다.

민달팽이 유니온의 활동은 2010년 연세대학교 총학생회가 '집을 찾는 달팽이'라는 이름으로 대학생 주거권 보장 운동을 하면서 시작되었다. 당시 연세대 기숙사의 학생 수용률은 5%에 불과했다. 집이 멀지만 기숙사에 살 수 없는 대부분의 학생들이 높은 월세와 보증금 압박에 시달려야 했다. '집을 찾는 달팽이'는 서대문구 구청에 이러한 대학생들의 주거 실태를 보고하고, 대학생 공공임대주택 설립을 요청했다. 학교에 기숙사 증축을 요구하기도 했다. 그렇게 시작된 대학생 주거권 보장 운동이 2011년 '민달팽이 유니온'이라는 별개의 단체를 만들면서 더욱 조직화되고, 광범위해졌다.

위원장 김은진씨는 "집을 찾는 달팽이로 활동하던 시절에는 주거권이라는 이슈 자체가 생소했기 때문에 이를 널리 알리는 데 의의가 있었고, 지금은 보다 새로운 담론을 풀어내기 위해 노력중이다, 그냥 청년들이 힘들다고 징징대는 게 아니라, 세대담론으로 의미있게 꾸려봐야겠다는 생각을 가지고 지금은 정책도 구체적으로 구상중이다"라고 말했다. 민달팽이 유니온은 지난 9월 다른 학교 학생들과 함께 '대학생 주거권 네트워크'를 결성해 대선 후보들에게 공식적으로 청년 주거권 해결을 요구하고 있다.

"'착한 기숙사' 설립은 최고의 경사... 주택협동조합 계획 중"

- 현재 민달팽이 유니온이 하고 있는 가장 주된 활동은 무엇인가.
"'집 없는 청년들의 천인공노(千人共怒)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천 명의 학우들이 상징물로 우산을 쓰고 나와 "나에게 집은 ○○다"라는 비유적 선언을 하는 것이다. 모든 선언의 마지막은 '집은 돈벌이 수단이 아니다, 청년에게 집을 달라'는 공통된 말로 끝난다. 지금까지 약 100명의 선언을 영상에 담았다. 1000명이 선언을 하게 되는 날이 오면 분명히 우리의 목소리를 알리고 개선을 요구할 수 있는 힘을 가질 수 있다고 생각한다."

- 지금까지 민달팽이 유니온이 이룬 가장 큰 성과는 무엇인가.
"학교(연세대)에서 학생들의 주거권을 보장하기 위해 기숙사를 새로 짓겠다고 공식적으로 발표했다. 그게 바로 2~3일 전이다. 3년 전 '집을 찾는 달팽이'로 총학생회가 활동하던 시절부터 요구한 것이 드디어 성과로 나타나고 있다. 우리가 요구하는 것은 '착한 기숙사'다. 9월 한 달 동안 '응답하라 착한 기숙사'라는 캠페인을 했다. '착한 기숙사'라는 것은, 학생들의 돈이 아닌 학교의 건축 기금으로 짓는 기숙사를 말하는 것이다.

많은 민자 기숙사들이 기업들에게 돈을 빌려 먼저 기숙사를 지은 뒤, 학생들의 돈으로 건축비를 충당한다. 민달팽이 유니온은 여기에 꾸준히 반발해왔다. 우리는 기숙사 역시 명백히 교육을 위한 시설이라고 생각한다. 당연히 학생들의 돈이 아니라, 학교의 건축 기금으로 지어야 한다. '착한 기숙사'의 설립은 민달팽이 유니온 결성 이래 분명 최고의 경사다. 지금까지 열심히 민달팽이 유니온 활동을 한 친구들도 '아, 열심히 이야기하고 끊임없이 요구하면 언젠가 이루어지는구나'라는 자부심을 가지게 됐다. 후배들한테도 자랑스럽게 이야기할 수 있는 성공의 경험이다."

- 민달팽이 유니온에 대한 학교 내 관심도도 꽤 높아졌겠다.
"어느 정도 알아주시는 것 같다. 아무래도 2기 활동 기간에 언론활동에 주력했던 것이 가장 큰 이유인 것 같다. KBS 생방송도 출연했고, 라디오 방송에도 여러 번 출연했다. 모든 단과대를 돌면서 새내기 대상으로 홍보도 많이 했다. 물론 이런 데에 전혀 관심 없는 학우들도 분명히 있다. 그렇지만 많은 학우들이 이제는 민달팽이 유니온의 활동을 어느 정도 알고 있다. 외부에서도 지속적으로 관심을 보이며 인터뷰를 요청하는 연락이 온다."

- 민달팽이 유니온의 활동은 기성 언론이 제기하지 못했던 '청년 주거권 문제'를 스스로 담론화했다는 의의를 지닌다. 어떻게 생각하는가.
"지금 우리가 말하는 현실은 IMF 이후 신자유주의의 '배제'의 끝에 몰린 당사자들의 목소리다. 우리는 '아프니까 청춘이다'와 같은 담론에서 기성세대가 말하는 것처럼 이러한 문제들이 누구든 청년 시절에는 겪는 숙명적 아픔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그래서 우리는 기성세대가 강요하는 경쟁이 아니라, 협동과 상생의 가치를 계속 이야기한다. 또한 '88만원 세대'라는 세대 담론이 청년들의 어려움을 들춰낼 수 있었기에 유의미했던 것은 사실이다. 그렇지만 그러한 문제를 당사자인 우리가 직접 제기하고 해결해나가야 한다고 본다. 민달팽이 유니온의 활동으로 청년들만의 담론을 만들어냈다는 데 의의가 있다고 생각한다. 여전히 우리도 '왜, 어떤 청춘 문제를 이야기해야 하는가'를 끊임없이 고민하고 있다."

- 최근 이슈가 되고 있는 '하우스푸어' 문제는 청년들의 주거 문제가 장년층에게도 새로운 방식으로 연장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우리 사회에 어떤 주거인식의 변화가 필요하다고 보나.
"제일 먼저 집을 투기 대상으로 생각하는 사고가 변해야 한다. 미래세대를 이끌어갈 청년들이 이런 패러다임에 이끌려 가면 안된다고 생각한다. 청년들도 돈 생기면 집부터 사고, 땅 투자 생각하면 영원히 구조 개선은 할 수 없는 거다. 정치권은 토건재벌들을 밀어주고, 분양가 상한제도 풀었다. 게다가 먼저 돈 받고 집 지어주는, 세계에서 유례없는 선분양제라는 분양방식을 허용하기도 했다. 집이 가장 돈이 잘 벌리기 때문이다. 정부에서 칼을 빼들 필요가 있다. 이미 곪을 만큼 곪은 영역이기 때문이다. 분양가 상한제도 확실히 하고, 공공임대주택을 늘려가야 한다. 집이 공공의 영역이라는 인식을 가지도록 해야 한다."

- 앞으로의 활동 계획은.
"올해가 세계협동조합의 해다. 오는 12월에 5명이 모이면 협동조합을 설립할 수 있는 협동조합 기본법이 제정된다. 지금 우리는 집주인들의 담합에 공식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주택협동조합을 만들려고 논의 중이다. 집주인과 협상에 나서 우리가 직접 관리비나 공실률을 해결해주겠다는 조건을 제시해 시가의 30~40% 정도 집값을 낮추는 거다. 아직은 꿈이지만, 함께 고민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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