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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릴라칼럼은 <오마이뉴스> 시민기자들이 쓰는 대선 칼럼입니다. [편집자말]
'방송3사 야권단일화 부정적 전망 가득'
'방송3사, 새누리 맞춤형 의제 왜곡...유권자 의제는 무관심'
''최악의 대선보도' 선정 3번째...MBC 저널리즘은 무너졌다'
'봇물 터진 여론조사 결과보도... 오차범위 무시에 편파적 문항까지'

방송사들의 편파보도를 경고하는 메시지들이 계속 터져나오고 있다.  이제 대선이 불과 34일밖에 남지 않았다. 그런데 참으로 이해하기 힘든 보도들이 전파를 타면서 대한민국 민주주의 가치를 무겁게 짓누르고 있다. 민주언론시민연합(민언련), 전국언론노동조합(언론노조), 트위터와 누리꾼들로 구성된 대선공정보도실천위원회의(공정보도실천위) 등이 내놓은 최근 방송보도 모니터 결과와 논평을 보면 가슴이 답답해진다.

무엇보다 공정성과 신뢰성을 담보해야 할 방송사들의 대선보도가 지독한 편파보도로 민주주의를 크게 훼손·후퇴시키는 모양새다. 게다가 선거일은 점점 다가오는데 방송사들의 그 많은 프로그램들 중에 후보 토론회는 좀체 보이지 않는다. 그것도 방송사들 동정보도에 가장 많이 등장하는 후보가 TV토론회 참석을 기피하면서 빚어진 기현상이라니 기가 막힐 뿐이다.

'야권 단일화'갈등 부각... 투표시간 연장은 정쟁 보도

지난 11일 방영한 MBC <주말 뉴스데스크> 한 장면
 지난 11일 방영한 MBC <주말 뉴스데스크> 한 장면
ⓒ MB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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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 대선보도 민언련 모니터단'이 8일과 14일 내놓은 모니터 결과에 따르면 편파보도 사례가 구체적으로 드러나 있다. 방송3사는 야권후보 단일화 관련 보도에서 주로 '갈등'이나 '경쟁구도'를 부각했고, 민주통합당 인적쇄신과 관련해서도 '당 내홍' 등으로 전하면서 부정적으로 내보냈다.

반면,'참정권 확대'에 대한 국민의 요구가 높아지면서 '투표시간 연장' 문제가 입법청원, 국민서명 등 유권자 운동으로 확산되고 있지만 방송3사 중 이를 심도있게 다룬 보도는 찾아볼 수 없다는 게 모니터단의 지적이다. 특히 방송3사는 국민의 참정권 확대와 직결된 '투표시간 연장' 문제를 정치권의 '정쟁'으로 치부하고, 투표시간 연장을 요구하는 시민사회의 유권자운동은 외면하는 보도 행태를 보이고 있다. 

특히 방송사들은 야권 단일화 방식을 둘러싼 회의적 전망을 내놓거나 경쟁구도를 부각하는 한편, 보도 앞뒤로 박 후보와 새누리당의 '비난 공세'를 덧붙이는 등 야권 단일화에 대한 흠집내기 보도로 일관해 '야권 단일화'의 긍정적 측면을 퇴색시켰다. 이에 더해 MBC는 단일화 협의를 '문-안 두 후보의 알까기'에 비유하는 시사만평을 내보내는 등 부정인식 심기에 가장 주력한 것으로 나타났다 . 또한 KBS와 MBC는 순환출자 제한문제를 둘러싼 새누리당의 갈등은 축소하는 등 경제민주화를 둘러싼 박 후보와 새누리당 내부의 갈등을 제대로 다루지 않았다.

방송사들의 편파성 논란은 여론조사 보도에서도 그대로 반영됐다. 전국언론노조 공정보도실천위가 지난 12일 발간한 '대선공정보도실천보고서'는 대선을 앞두고 여론조사 결과를 주무르는 나쁜 관행이 어느 정도 심각한지를 잘 소개했다.

언론이 여론조사를 실시하면서 응답 내용에 결정적인 문항내용을 편향적으로 구성했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또한 결과를 보도하면서 객관적이지 않은 분석을 본문과 기사 제목으로 편집하는 사례가 있는가 하면 대선 후보들의 지지율이 오차범위 안에서 변동하는 것을'상승' 또는 '하락'이라고 보도하기도 했다.

공정보도실천위는 MBC가 지난달 2일 실시한 여론조사 질문지에 박근혜 후보 편향성이 있다고 주장했다. MBC의 '박근혜 후보' 관련 문항은 "과거사에 대한 자신의 생각을 밝힌 것에 대해 긍정적으로 평가하는 사람도 있고 부정적으로 평가하는 사람도 있다"며 판단 유보를 유도하는 내용을 미리 전달한 뒤 의견을 물었다. 또한 답은 '긍정', '부정','판단 유보','모름' 순이었는데, MBC는 결과를 보도하면서도 '판단 유보' 비율을 전하지 않았다.

반면 안철수 후보의 경우 MBC는 정반대로 문항을 구성했다. MBC는 응답자에게 "안철수 후보에 대해 아파트 다운계약서 작성, 논문 표절 등과 관련한 논란이 있습니다"라고 전한 뒤 질문을 던지면서 "도덕성에 문제가 있다"는 답변을 먼저 배치하기도 했다.

"MBC, 저널리즘 무너졌다"... '최악 대선보도' 3회 연속 선정

방송사들 중 MBC 편파보도 논란은 이번 대선 기간 중 가장 뜨겁다. "MBC 저널리즘이 무너졌다"는 비판이 흘러나올 정도다. 지난 7일 '공정언론공동행동' 주최로 열린'MBC 제작시스템과 보도, 어떻게 망가졌나'란 주제의 보고대회는 MBC 보도의 문제점들이 그대로 보여주었다. 이날 참가자들은 MBC가 공영방송으로서 역할을 다하지 못하고 있고, 편파성 논란에 휩싸여 있는 핵심 원인을 "김재철 체제 하에 무너진 취재윤리"라고 이구동성으로 지적했다. 이 자리에서는 MBC가  새누리당 박근혜 후보의 대선 행보만 적극적으로 띄울 뿐, 야권 후보 관련 보도는 소극적으로 다루고 있다"는 비판도 제기됐다.

2012년 11월7일 MBC <뉴스데스크>
 2012년 11월7일 MBC <뉴스데스크>
ⓒ MB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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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에다 공정보도실천위의 '트위터·누리꾼 선정 최악의 대선보도'에 MBC는 3회 연속 선정되는 불명예를 안았다. 편파보도가 얼마나 심했으면 그랬을까. 트위터·누리꾼들의 다섯 번째 '최악의 대선보도 공모'에서 지난 7일 방송된 MBC의 '새누리 "밀실 야합·정치공세"…여성 대통령이 쇄신' 보도가 '최악'으로 선정됐다.

언론노조가 대선을 앞두고 트위터·누리꾼들로 꾸린 공정보도실천위는 지난달 MBC가 <뉴스데스크>를 통해 내보낸 '안철수 후보의 편법 증여 의혹'과 '노 전 대통령 "NLL 영토선 아니다"'의 두 기사를 각각 첫 번째와 두 번째 최악의 대선보도에 선정한 바 있다. MBC가 다른 보수언론사들을 제치고 3번째 최악의 대선보도에 선정된 것은 대선을 앞두고 MBC의 편향성이 어느 정도인지를 가늠케 해준다. 이런 상황은  MBC 김재철 사장과 무관치 않아보인다.

국회 환경노동위원회(환노위)가 12일 'MBC 사태'와 관련해 청문회를 개최했음에도 김 사장은 끝내 나타나지 않아 국회까지 능멸했다는 비난을 샀다. 4번이나 국회출석요구를 거부한 것이다. 야당이 그를 국회 모욕죄 혐의로 고발한다는 방침까지 나올 정도다.

수상한 새누리당·박근혜, 김재철 해임 저지 개입 논란

더욱 수상한 것은 새누리당과 박근혜 후보의 태도다. 앞서 여야는 김 사장이 지난 국정감사 기간 국회 출석을 3회째 거부하자 청문회를 열기로 함께 뜻을 모았지만, 새누리당 의원들은 문재인 민주통합당 대선후보 아들의 한국고용정보원 입사과정에 문제를 제기하며 '동시 청문회 개최'를 요구하는 등 상황을 갈등국면으로 몰아갔다.

12일 국회 환경노동위원회의 MBC 장기파업 관련 청문회에 핵심 증인인 김재철 사장 등 MBC측 관계자들이 불출석해 파행을 빚고 있다.
 12일 국회 환경노동위원회의 MBC 장기파업 관련 청문회에 핵심 증인인 김재철 사장 등 MBC측 관계자들이 불출석해 파행을 빚고 있다.
ⓒ 남소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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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MBC 청문회 개최 안건은 야당 단독으로 통과됐다. 청문회 당일인 12일 오전에도 새누리당 의원들은 회의장에 전원 불참했다. 김 사장 증인출석 거부에 이은 새누리당 보이콧으로 MBC 장기파업 관련 청문회는 끝내 파행을 빚고 말았다.

방송사 노조의 반발과 언론계·학계·시민사회단체의 거센 질타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김 사장은 당당하고 뻔뻔하다. 새누리당과 박근혜 후보, 청와대의 '봐주기' 또는 '훈수'가 작용했을 가능성이 매우 높다. 양문석 방송통신위원이 MBC 김 사장의 해임을 막기 위해 청와대와 새누리당 박근혜 후보 캠프가 개입했다는 의혹을 제기한 것은 이런 흐름과 무관치 않다.

양 위원은 기자회견을 통해 "(여당 추천) 김충일 방문진 이사에게 하금열 청와대 대통령실장과 김무성 박근혜 선거대책위 총괄본부장이 '김재철을 지켜라, 스테이 시키라'는 전화를 했다"고 주장했다. 그는 "방문진의 일부 여권 추천 이사들과 야당 추천 이사 3명이 지난달 하순 김 사장 해임 결의안에 찬성하는 것으로 의견을 모았으나 두 사람의 개입으로 합의가 무너졌으며, 이에 따라 지난달 25일로 예정됐던 해임안 상정이 이뤄지지 못했다"고 덧붙였다.

양 위원 주장대로라면  청와대와 새누리당이'김재철 체제'를 사수하려는 것은 박근혜 후보에게 유리하다는 판단 때문일 것이다. 그렇다면 불과 한 달 전 "공영방송 사장 선출도 국민이 납득 가능한 수준으로 투명하게 하겠다"던 박 후보의 발언은 진심이 아니었던 걸까?  그의 발언에도 불구하고 김 사장 청문회 불발과 방문진 해임안 부결이 납득할만한 이유 없이 진행됐다. 암묵적 동의와 외압 없이는 불가능한 일들이다.

길환영씨 KBS 사장 임명...KBS도 MBC처럼?

공교롭게도 KBS 이사회가 지난 9일 길환영 부사장을 새사장 후보로 뽑았다. 길환영 부사장이 누구인가? 2009년부터 지난해까지 TV제작본부장과 콘텐츠본부장을 맡아 일해 오면서 이승만 전 대통령을 미화하는 다큐멘터리 프로그램 파문, 방송인 김미화 블랙리스트 파문, G20 특집 프로그램 과다편성 파문 등으로 '편파방송의 종결자'라는 비판을 받아온 장본인 아닌가.

지난해 2월 KBS 새노조가 실시한 본부장 신임투표에서도 88%의 압도적인 불신임을 받은 인물이다. 그런 그가 대선을 앞두고 공영방송사 사장에 선임된 것이다. 사장을 뽑는데 결정적 역할을 하는 KBS 이사회는 전체 11명. 이들 중 7명이 여당 추천 인사들이다. 여당 추천인사가 훨씬 많은 KBS 이사회의 이번 결정은 새누리당과 청와대 의중이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대선을 코앞에 두고 여당 후보에게 유리한 방송을 하겠다는 뜻으로 밖에 읽히지 않는다. 그렇지 않아도 청와대와 박 후보 캠프가 개입해 MBC 사장 해임안을 부결시켰다는 의심을 받고 있는 마당에 공영방송의 불신과 편파성 시비는 더욱 거세질 것이 불 보듯 뻔하다.

대선을 앞두고 방송사들의 친여 편파보도 지적이 전례 없이 고조되고 있는데도 오히려 여당인 새누리당은 '편파 방송'을 걱정하고 있으니 참으로 어처구니가 없다. 권영세 새누리당 중앙선대위 종합상황실장은 "야권 단일화 회동 이후 방송 3사의 보도비중이 현저하게 형평성 잃어 우려를 금할 수 없다"고 말했다. 권 실장은 12일 서울 여의도 중앙당사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단일화 회동 제의 이후부터 보도 양을 시간 기준으로 분석한 결과 박근혜 대선 후보의 보도 분량이 다른 후보보다 현저히 적었다"며 이같이 밝혔다고 한다.

권 실장은"내용면에 있어 편파성도 심각한 상황"이라며"각 방송사가 보다 신중하고 공정한 입장에서 형평과 균형을 맞춰 달라"고 덧붙였다. 그는 심지어"세 후보에 대해 3분의 1씩 보도하더라도 받아들일 수 없다. 후보 단일화할 쪽을 50%, 박근혜 후보를 50% 보도하는 게 맞다"는 억지까지 부렸다.

민언련과 언론노조 등의 분석을 보면, 후보 단일화와 관련된 지상파 방송 보도는 오히려 새누리당 쪽에 유리한 '편파성'을 지속적으로 보이고 있다. 지상파 방송, 특히 KBS와 MBC 두 공영방송사 체제가 여당과 현 정권에 결정적으로 유리한 구도임을 모를 사람은 없다.

그런데도 "방송사 보도가 박 후보한테 유독 편파적"이라고 억지를 부리는 새누리당의 태도는 더 이상 눈뜨고 봐줄 수 없을 지경이다. 방송사들의 대선 보도를 아예 '박근혜 뉴스'로 도배하겠다는 목적이 아니라면 이렇게 억지를 부릴 수가 없다.


태그:#방송 3사, #편파보도, #대선보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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