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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取중眞담]은 <오마이뉴스> 상근기자들이 취재과정에서 겪은 후일담이나 비화, 에피소드 등을 자유로운 방식으로 돌아가면서 쓰는 코너입니다. [편집자말]
이명박 대통령의 내곡동 사저 문제에 대한 특별검사팀의 수사 결과 발표가 가장 불편한 사람은 누구일까? 당연히 이명박 대통령과 아들 이시형씨 등 이 대통령 일가겠지만, 그에 못지않게 최교일 서울중앙지검장도 가시방석일 것 같다.

이명박 대통령의 내곡동사저부지 매입의혹 사건을 담당한 이광범 특별검사가 14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변호사교육문화관에서 수사 결과 발표를 하고 있다.
 이명박 대통령의 내곡동사저부지 매입의혹 사건을 담당한 이광범 특별검사가 14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변호사교육문화관에서 수사 결과 발표를 하고 있다.
ⓒ 조재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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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지난 6월 8일 서울중앙지검이 이시형씨를 비롯해 관련자 전원을 무혐의 처분할 때 지검장으로서 이 사건을 지휘했다. 또 특별검사가 임명되고 국정감사를 앞둔 지난 10월 8일 최 지검장은 "(사저 땅 매입 실무자인) 김태환씨를 기소하게 되면 배임에 따른 이익의 귀속자가 대통령 일가가 된다, 이걸 그렇게 하기가…"라고 말한 주인공이다. 그는 이어 "대통령 일가를 배임 귀속자로 규정하는 것이 부담스러워 (김씨를) 기소 안 한 걸로 보면 되느냐"는 기자의 질문에 "그렇다"고 답했다.

7개월 수사한 검찰은 '전원 무혐의', 30일 조사한 특검은 관계자 '불구속 기소'

최교일 서울중앙지검장이 16일 서울 서초동 서울고등검찰청에서 열린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서울고검·중앙지검 등 국정감사에서 내곡동 수사 질문에 곤혹스런 표정을 짓고 있다. 최 서울중앙지검장은 내곡동 사저 부지 매입 사건 수사와 관련해 '대통령 일가에 대한 부담'을 언급해 파문을 일으킨 바 있다.
 최교일 서울중앙지검장이 16일 서울 서초동 서울고등검찰청에서 열린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서울고검·중앙지검 등 국정감사에서 내곡동 수사 질문에 곤혹스런 표정을 짓고 있다. 최 서울중앙지검장은 내곡동 사저 부지 매입 사건 수사와 관련해 '대통령 일가에 대한 부담'을 언급해 파문을 일으킨 바 있다.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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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특검 수사는 여러 가지 면에서 검찰 수사와 비교된다.

우선 결과. 검찰은 당시 피고발자 7명 전원을 무혐의 처리했다. 반면 특검팀은 김인종 전 청와대 경호처장과 김태환 전 청와대 경호처 행정관을 배임 혐의로 불구속 기소했다. 또 이시형씨를 부동산실명제 위반 혐의에 대해서는 증거불충분으로 불기소했지만, 이 대통령 부부에게로부터 편법증여를 받은 것으로 판단해 증여세 포탈 혐의가 있다고 보고 관련 자료를 국세청에 통보했다.

두 번째로 기간. 이 사건이 서울중앙지검 형사1부로 배당된 게 지난해 10월 20일이고 결과 발표가 올해 6월 8일이니, 검찰 수사기간은 무려 7개월 하고도 19일이다. 하지만 특검팀에 허락된 시간은 불과 30일이었다. 그나마 청와대 측의 집요한 방해에 시달렸다.

세 번째로 과정. 검찰은 이시형씨를 서면조사만으로 무혐의 처분하면서 "진술 내용이 아귀가 딱 맞아서" 소환할 필요가 없었다고 밝혔다. 하지만 특검은 특검 사상 처음으로 현직 대통령 아들 이시형씨를 소환 조사했다. 또 비록 불발에 그쳤지만 헌정 사상 처음으로 청와대 경호처에 대한 압수수색 영장을 발부받아 집행을 시도했고, 현직 대통령 부인에 대한 조사도 서면이지만 관철시켰다. 이 외에도 확실한 증거자료를 확보하거나 관련자들의 대면조사를 관철하기 위해 특검팀이 청와대측과 힘겨루기를 한 사안은 매우 많다.

이시형씨의 검찰 서면진술서가 다른 사람에 의해 대필됐었다는 사실도 검찰로서는 머쓱한 상황이다. 결국 다른 사람에 의해 작성된, 그래서 특검이 압수수색에 들어가자 내용이 상당 부분 번복된 서면진술서를 놓고 "아귀가 딱 맞았다"고 판단한 셈이기 때문이다.

청와대 직원 허위진술 이어 보고서 조작까지 특검이 밝혀

또 한 가지 중요한 점은 특검팀 수사결과 청와대 경호처 시설관리부장이 검찰 참고인 조사 때 허위진술을 했다는 사실이 밝혀진 것이다. 심형보 시설관리부장은 검찰 조사에서 필지별 매입금액을 사전에 정하지 않고 소위 '통매수' 했다고 허위 진술을 했고, 이후 특검팀이 사전 보고서 등 관련 자료를 요구하자 허위 진술에 맞춰 보고서를 조작했다고 한다.

상황이 이쯤 됐으면 최 서울중앙지검장은 다시 한 마디 해야 하지 않을까. 아직도 검찰의 수사가 정당했다고 생각하는지, 아니면 지금은 생각이 바뀌었는지. 배임에 따른 이익의 귀속자가 대통령 일가가 됨에도 불구하고 김인종과 김태환씨를 배임 혐의로 기소한 특검의 결정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청와대 반응처럼 특검 수사가 문제가 많다고 생각한다면, 그래서 검찰의 수사가 정답이었다고 생각한다면, 불과 한 달 전처럼 당당히 밝혀야 하지 않겠는가. 당당하게 특검 기소 내용이 재판 과정에서 다 무죄가 날 확률이 많다고 주장해야 하지 않겠는가 말이다. 그게 대한민국 검찰의 고위 간부답지 않을까.

흔히 평가하기를, 수사 의지면에서는 특검이 나을지 모르지만 수사 실력에서는 그래도 검찰이 낫다고들 한다. 아무래도 급조된 특검팀보다는, 수사가 업이고 오랜 기간 호흡을 맞춰온 검찰이 수사 실력은 한 수 위라는 것이다. 타당한 면이 있다. 하지만 이번 내곡동 특검 수사를 보면 그런 평가는 수정되어야 할 것 같다.

어찌 보면 의지 없는 실력은 아무 소용이 없다. 진정한 실력은 의지가 있을 때만 나올 수 있다.

아, 의혹을 덮는 것도 실력이라고 한다면 할 말은 없다.


태그:#내곡동, #특검, #최교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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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선임기자. 정신차리고 보니 기자 생활 20년이 훌쩍 넘었다. 언제쯤 세상이 좀 수월해질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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