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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농귀촌 인구가 매년 최고치를 기록중입니다. 2012년 상반기 귀농귀촌인구는 8706가구 1만7745명에 이릅니다. 이들은 왜 도시를 떠나 시골로 향하는 것일까요? 귀농귀촌인 절반 이상은 4050세대이지만 2030 세대의 귀농귀촌도 늘고 있다고 합니다. '생태적 삶'을 살고자 귀농을 결심하는 이들도 많지만, 상당수는 자영업에 실패하거나 명퇴를 당했거나 도시생활에 지친 사람들입니다. 이들은 "시골에 가서 농사나 지어야겠다"고 말합니다. 그러나 현실은 만만치 않습니다. 이에 <오마이뉴스>는 귀농귀촌의 리얼스토리를 들려드리려 합니다. 개인의 선택 차원을 떠나 뚜렷한 사회현상이 되어버린 귀농귀촌에 대한 실질적인 사회적 뒷받침이 이뤄지는 계기가 되길 바랍니다. [편집자말]
15년 전에 도시에 갇혀 사는 삶이 싫어서 무작정 귀농을 하려했던 나. 10년 후에나 다시 생각해보자는 아내의 반대와 설득으로 포기했다. 그렇게 잊고 살다가 몇 년 전부터 다시 귀농에 대한 준비를 시작했다. 이번에는 매우 신중하게 준비를 하고 있는데, 그동안 다양한 귀농교육과 귀농인 탐방을 다니면서 보고 들은 현장학습의 영향이 컸다. 최근에 만나본 귀농인들의 삶을 소개한다. 귀농을 준비하는 사람들에게 작은 도움이나마 되길 바란다.

[사례1] 40년 조종사 김씨의 반도반농 나홀로 귀촌

20살에 공군사관학교에 입학해 전투기와 민항기 조종사로 40여 년간 하늘에서 보낸 김정수(60, 가명)씨, 정년퇴임 후에는 농촌에서 지나온 삶을 되돌아보며 살아야겠다는 생각을 10년 전부터 했다.

"결혼을 한 딸이 어린 시절에 아버지와 함께 한 기억이 없다는 말을 가끔 합니다. 군인과 민항기 조종사로서 바쁘게 살아온 탓입니다. 남은 삶은 시골에 내려가서 맑은 기운을 받으며 살고 싶다고 했더니 가족들이 흔쾌히 이해해줬습니다."

올 4월에 경기도 여주의 한적한 농촌마을로 귀촌을 하기까지 김씨는 1년 동안 정착할 집을 구하기 위해 이 지역 곳곳을 찾아다녔다. 서울에서 가까운 곳을 선택한 이유는 홀로 귀촌한 것이기 때문이다. 서울 가족들과 쉽게 교류하려면, 왕래가 편해야 했다. 

지난 8월 김씨의 집을 방문했을 때, 작은 돌멩이 하나도 흐트러짐 없이 제 위치에 있는 것을 보았다. 군인과 조종사로서 오랫동안 몸에 밴 직업적인 습관이 집안 곳곳에서 보였다. 마당에는 각종 야생화가 앙증맞게 피어 있었고, 뒤뜰에는 20평 정도의 텃밭에 30여 가지의 채소가 자라고 있었다. 농사는 처음인지라 인터넷과 책을 통해 조금씩 배웠다고 했다. 귀촌에 필요해 보여서 커피 바리스타와 도자기 공예도 배웠다. 지금은 나무에 그림과 글씨를 조각 하는 서각을 배우느라 일주일에 반은 서울을 오가는 반도반농(半都半農)의 귀촌생활을 하고 있다.

두려움없이 다 내려놓아야 새로운 삶이 가능하다는 김정수(가운데)씨가 텃밭의 작물을 돌보고 있다.
 두려움없이 다 내려놓아야 새로운 삶이 가능하다는 김정수(가운데)씨가 텃밭의 작물을 돌보고 있다.
ⓒ 오창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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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업에서 은퇴를 앞둔 많은 사람들이 자신이 가지고 있던 사회적 지위와 직업의식이 떨어져나가는 것을 두려워합니다. 새로운 삶을 준비한다면 두려움 없이 다 내려놓아야 합니다. 그리고 많은 고민과 준비기간이 필요합니다. 저는 새로운 삶에 대한 준비를 미리 했기 때문에 즐겁고 행복한 날을 보내고 있습니다."

귀촌을 준비하는 사람들에게 그가 들려주고 싶다는 말은 '다시 채우려면 비워야 한다'는 평범하지만 울림이 있는 말이다.

[사례2] 농촌에 홀로 귀농한 여성...이상하게 보지 마세요

여성의 귀농은 남성에 비해 여러 가지의 현실적인 어려움이 존재한다. 특히, 농촌에서는 홀로 귀농한 여성에 대한 시각이 곱지 않는 것도 넘어야 할 벽이다. 권명심(36)씨는 대학 졸업 후에 외국계 은행을 다니던 평범한 직장인이었다. 그녀가 사표를 내고 귀농을 하겠다고 했을 때 가족들과 주변사람들의 반응은 한마디로 '멘붕'이었다.

그녀가 귀농을 결심하게 된 것은 2년 전 지리산 둘레길을 걸으면서다. 흙, 나무, 숲이 전달하는 기운을 느끼고, 마을 주민과 직접 만날 기회도 있어 농촌마을을 풍경이 아닌 생활의 영역으로 들여다 볼 수 있게 된 것이 계기가 되었다.

이후에 농촌에서의 삶에 대한 관심을 가지고 여러 정보들을 찾아보며 귀농학교도 다녔다. 흙을 밟으며 하는 노동을 통해 자연이 주는 치유력에 대한 새로움을 경험했다. 그러나 농사를 짓는다는 게 여성의 체력으로는 힘든 일임을 경험하면서 홀로 하는 귀농보다는 여럿이 함께 하는 공동체로 방향을 돌렸다.

"티베트 난민을 후원하는 단체의 소모임인 록빠작목반 활동을 하면서 6개월 정도 두물머리에서 마지막까지 남은 농민들과 함께 농사를 지었던 것이 인생에서 가장 소중한 체험이었어요. 혼자보다는 여럿이 함께 하는 농사를 통해 삶의 가치에 대해 새롭게 생각하게 되었지요."

하지만 도시가 주는 다양한 편리함과 속도와 욕망을 자극하는 것들로부터 완전히 자유로울 수 없었다. 귀농을 하면 실천하고자 했던 단순 소박한 삶과 정신적으로 풍요한 삶은 주변의 시선과 물질적 욕구로 좌절되곤 했다.

다같이 살아가게 하는 힘도 못살게 하는 힘도 사람들과의 관계에서 나온다.
▲ 논둑길을 따라 걷고 있는 귀농인들. 다같이 살아가게 하는 힘도 못살게 하는 힘도 사람들과의 관계에서 나온다.
ⓒ 권명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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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홀로 하는 귀농에 대해 현실적인 방안을 찾던 권씨는 전북 남원 산내여성농업인센터에서 회계와 행정을 맡을 사람을 구한다는 정보를 듣고는 곧바로 내려갔다. 바로 면접을 본 후에 센터에서 제공하는 주거지까지 얻었다. 그렇게 해서 초보귀농인이 되어 이제 두 달에 접어들고 있다.

"이곳에 들어온 것을 귀농의 연착륙단계로 보고 있어요. 센터에서는 맡은 일 외에도 지역주민들과 다양한 행사와 교류를 하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지역에 대해 알게 되고 주민들과 소통할 수 있어서 저에게는 적절한 일터인 것 같아요."

권씨는 귀농인들이 많은 지역이라 어려움을 이해하고 도움을 주려고 하는 사람들도 많지만 새로운 사람에 대해 쉽게 마음을 열지 않는 사람들도 있기 때문에 스스로 꾸준히 노력해야 한다고 말한다. 또 마을에서 유지되고 있는 질서와 관행에도 무조건 맞춰야 하는 현실적인 어려움에 대해서도 토로했다.

그럼에도 그녀는 사람들에게서 감동을 받을 수 있기 때문에 현재의 생활에 만족한다고 했다. 어려운 일을 당하게 되면 혼자 해결하게 놔두지 않고 내 일처럼 함께 고민하고 해결하려고 하는 문화가 있다는 것. 농촌에서는 혼자 잘 사는 것이 불가능하기 때문이란다.

권씨는 아침마다 빌딩숲과 '지옥철'이 아닌 다랭이논이 펼쳐진 풍경을 보면서 논밭 길을 따라 출근한다. 이곳은 전국에서 열손가락 안에 드는 드라이브 길이 뻔질나게 드나드는 길목이어서 일상이 곧 여행이기도 하다.

[사례3] 귀농 경제난, 전 이렇게 극복했어요

누구나 낭만적인 일상을 꿈꾸는 귀농(귀촌)을 꿈꾸지만 경제적인 부분으로 곤란을 겪는 경우도 많다.

귀농 1세대라고 할 수 있을 우정미(58, 가명)씨는 20여년 전, 남편을 따라서 농촌으로 일찍 내려갔다. 처음에는 공동체에서 농사를 지으며 생활했지만, 현재는 독립해 초등학교 방과 후 교사라는 직업을 얻어 반농반업 귀농인으로 살고 있다. 우씨는 귀농을 준비하는 사람들에게 현실적인 어려움들을 해결할 수 있는 방안을 반드시 갖추라고 말한다.

"현실적으로 어느 정도 큰 규모의 농사가 아니면 수익을 내기 어려운 것이 농촌의 현실이기 때문에 기존에 가졌던 직업을 귀농지역에서 활용해 일정 소득을 확보하는 게 안정적 귀농에 도움이 됩니다."

우씨도 농사만으로는 경제적인 어려움이 있었기 때문에 방과 후 교사 자격증을 땄다. 특히 직업을 가지고 귀농하면 주민들과 교류하거나 유대를 맺는 데 수월하다.

공동체에서 오랜 생활을 해온 그녀는 혼자보다는 여럿이 함께 귀농을 하면 서로에게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그러나 공동체와 함께 하는 귀농도 막연한 환상에 집착하면 서로에게 상처를 줄 수 있다며 신중해야 한다고 했다.

"관심 있는 공동체가 있다면 먼저 자세히 알아보고 직접 방문해서 실제 공동체가 어떻게 운영되는지 정확히 알아야 합니다. 공동체마다 각기 지향하는 목표가 있고 특성이 있는데 그것들이 자신의 가치관과 부합되는지가 매우 중요합니다."

'귀농푸어'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땅을 소유했더라도 빚으로 묶여있는 경우가 많다. 우씨는 귀농인에 대한 보조금이나 대출에 대해 매우 부정적이다. 농자금을 대출받아 농사를 시작할 때, 적게는 몇 천만 원에서 몇 억까지 빌리는데 대부분 상환을 못 하고 어려움에 직면하는 경우가 많다는 이유에서다. 그는 농사로 돈 벌어보겠다는 생각은 농촌 현실을 모르는 것이라고 했다.

"확실한 상환계획이 없어도 안 되지만 상환 자체가 현실적으로 어렵습니다. 귀농하려는 분들이 도시를 떠날 때, 손에 쥐고 있는 돈에 맞춰서 귀농생활을 꾸려야 한다고 생각해요."

새로운 삶을 위한 귀농을 결심했다면 스스로 독립적이고 자주적으로 살겠다는 굳은 의지가 있어야 한다는 말이다.

독립적이고 자주적으로 살겠다는 의지가 중요하다. 빈집을 얻어서 수리하여 살고 있는 어느 귀농인의 집.
 독립적이고 자주적으로 살겠다는 의지가 중요하다. 빈집을 얻어서 수리하여 살고 있는 어느 귀농인의 집.
ⓒ 오창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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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농의 성공비결? 다 비우고 내려놓아라

<자연달력 제철밥상> 책의 저자로 알려진 전북 무주의 귀농 16년차 장영란(54)씨도 "귀농을 생각한다면 준비를 단단히 할 것"을 주문했다. 농사를 전업으로 생각한다면 영농조합이나 작목반으로 운영되는 지역에 정착하는 것이 도움이 되고, 텃밭 수준의 작은 농사를 하는 귀촌을 준비한다면 직업으로서 할 수 있는 일을 갖고 가야만 경제적인 어려움을 겪지 않는다고 했다.

불교귀농학교를 운영 중인 인드라망생명공동체의 유이상(36, 살림팀장)씨는 "요즘 귀농, 귀촌은 세대를 불문하고 속도전 도시를 벗어나 대안적인 삶을 찾는 경향이 뚜렷해지는 것"이라며 "스스로 농촌에서 살아가려면 직접 농사를 지을 수도 있지만 권명심씨 경우처럼 농업인센터나 영농조합 같은 곳에서 일을 하다가 독립하거나 자신의 직업을 살려서 정착하는 방법도 있다"고 제안한다. 중요한 것은 귀농에 대한 막연한 환상을 갖지 않는 것과 도시와 같은 소비생활에서 벗어나는 것이란다.

귀농과 귀촌으로 새로운 삶을 시작한 사람들의 집을 찾아가기도 하고 만나본 경험으로 볼 때, 성공적인 귀농, 귀촌은 철저한 사전 준비와 마음을 비우고 시작하는 것으로 귀결되는 듯하다.

무한경쟁과 속도를 강요하는 도시를 벗어나서 몸과 마음에 여유가 필요한 사람들에게 농촌이 희망을 줄 수 있는 힐링캠프가 된다면 갈수록 쇠약해져가는 농촌이 다시 살아날 수도 있을 것 같다.


태그:#귀농, #귀촌, #여성농업인센터, #농촌, #영농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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