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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형마트와 기업형슈퍼마켓(SSM)의 무분별한 진출로 전통시장의 입지가 점차 좁아지고 있는 가운데 전통시장이 좋아서, 그 전통시장을 지키려 시장 한복판에 뛰어든 두 청년이 있다.

인천 중구 신포시장에 뛰어든 임승경(32)씨는 전통시장에 문화예술을 접목해 시장 활성화를 꾀하기 위해 지난 10월 설립된 사회적기업 '홍예문컴퍼니'에서 팀장으로 일하고 있다. 한편, 인천 남구 용현시장에 뛰어든 최환(28)씨는 인하대학교 의류학과 4학년 재학생으로 폐현수막을 활용해 의류와 구두를 제작하는 '최고의환한미소' 대표를 맡고 있는 청년창업가이다. 지난 9일 이들을 만나 이야기를 나눠봤다.

"신포동을 사랑한 나머지 뛰어들었다"

- 전통시장에 뛰어든 배경은?

▲ 홍예문컴퍼니 임승경 신포시장을 사랑한 나머지 신포시장에 뛰어 들었다는 임승경 팀장
ⓒ 김갑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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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승경 팀장(아래 임)
: "'홍예문컴퍼니'는 전통시장에 문화예술을 접목해 궁극적으로는 젊은 층을 시장으로 유입, 시장 활성화를 꾀하려는 사회적기업입니다. 한 달 전께 설립했어요. 홍예문컴퍼니라는 이름은 인천 자유공원(만국공원) 아래에 있는 홍예문에서 따왔어요.

홍예문컴퍼니에 몸담은 것은 제가 이 동네(인천 중구 일대)서 성장한 영향이 커요. 초·중·고를 다니는 동안 이 동네를 떠나지 않았죠. 자라면서 문화예술계 언저리에서 노닐게 됐는데, 직접 창작할 재주는 없어도 즐기는 걸 좋아했어요. 마침 주변 분들이 이 지역 전통시장에 뛰어든다기에 저도 한번 해보고 싶었어요.

신포동은 근대문화 흔적을 간직한 곳이에요. 사실 신포동을 사랑한 나머지 여기로 들어온 거죠. 홍예문컴퍼니는 신포시장 일대에서 우리가 추진하고자 하는 사업을 펼치는 거점이자 신포시장 안 사랑방입니다. 우리가 오기 전에는 커피숍이 없었는데 우리가 온다고 하니 상인들이 '시장 안에도 커피숍은 하나 있어야지'라고 했죠. 지금은 어른들이 바쁜 일을 마치고 점심 무렵 차 한 잔 마시러 오는 공간이 됐습니다."

최환 대표(아래 최) :
'최고의환한미소'는 제가 창업한 회사 이름인데, 제 이름에서 따왔습니다. 최고의 환한 미소를 선물하자는 의미입니다. 회사는 폐현수막을 활용해 의류나 구두·가방 등 패션잡화를 제작해 판매하고 있고, 수익금의 일부(20%)를 제3세계에 후원하고 있습니다. 최근 '녹색구매네트워크'가 시상한 녹색상을 받기도 했죠.

최고의환한미소를 사회적기업으로 인증받기 위해 남구 사회적기업육성센터를 오가던 중 남구가 진행하는 '용현시장 활성화를 위한 비즈니스 모델 개발을 위한 공모사업'이 있다는 것을 알았어요. 제가 인하대를 다니는데, 인하대는 용현동에 있고 후문을 나와 상가를 지나면 용현시장과 연결이 돼요. 무슨 이유인지 제가 여기에 쓸모 있을 것 같았어요.

인하대와 남구를 이어야 한다는 생각, 용현시장을 활성화하려면 인하대와 인하대 학생들이 용현시장과 교감할 수 있는 뭔가가 있어야 한다는 막연한 생각, 그리고 그 뭔가를 발굴해 제가 역할을 자임해야 한다는 생각과 소명, 그렇게 생각하다가 남구에서 실시한 공모사업에 신청했는데 덜컥 낙찰이 된 거죠. 그렇게 해서 지금 용현시장에서 갖가지 일을 벌이고 있습니다."

- 전통시장에 막상 뛰어들고 보니 어떤가.

: "홍예문컴퍼니가 지난 10월 15일 문을 열었으니 얼마 안 됐어요. 우리가 사용하는 공간 외에도 신포시장에서 공연과 전시회를 열고 있어요. 지난번 우리 가게 문 앞에서 벼룩시장 열면서 길거리 공연을 했어요. 시끄러우면 상인들이 싫어하니까, 언플러그드(확성기를 쓰지 않은 상태) 공연을 열었어요. 시장 안에 음악소리가 은은히 울리니까 신기하잖아요. 한 분 두 분 오셔서 구경 하시더라고요. 신포시장 안에 작은 음악회가 열려 분위기 좋았습니다.

어느 자리에서나 신뢰가 참 중요한 것 같아요. 신포시장에 점포 146개가 있는데, 중구청이 개최하는 신포시장 한마음축제에 결합하면서 점포마다 서너 번씩 방문해 인사했어요. 우리도 프로그램을 2주 동안 준비했어요. 방문해서 축제를 설명하기도 했죠. 그런데 다들 별로 관심이 없어요. 시끄럽다고도 하고. 실질적으로 도움이 안 된다며 외면하는 거죠.

신포시장 축제면 신포시장 상인들이 주인이 돼야죠. 그러려면 축제를 무대에서만 진행하는 게 아니라 시장 안에서도 열어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그 일환으로 '만원 장보기'를 했어요. 축제에 참여한 시민에게 만 원권을 주고 가장 알차게 장을 봐온 사람에게 상인들이 내건 경품을 드렸는데, 참여한 시민들이 좋아하고 상인분들 반응이 좋았습니다.

우리가 결합한 축제가 5회째였습니다. 새로운 축제를 하고 싶었지만, 우리가 아직은 여기서 배워야 할 게 많고 또 지금까지 해 오신 분들의 역사도 있어서 사실 축제 내용을 조율하기는 힘들었어요. 첫 번째 방문할 때와 두 번째 방문할 때가 다른데, 그래도 지금은 다들 '젊은이들이 시장에 들어와 좋은 일 한다' '고생한다'고 말씀해 주세요."

"머리부터 단정히 하라는 말, 많이 들었어요"

▲ 최고의환한미소 최환 최고의환한미소는 최환 학생이 창업한 기업으로 사회적기업을 준비하고 있다.
ⓒ 김갑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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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름 신념과 사명을 자임하고 지난 8월 용현시장에 뛰어들었습니다. 시장 활성화를 위한 비즈니스 모델을 발굴해야 하는데, 욕을 참 많이 먹었어요.(웃음) 시장에서는 제 스타일(외모)이 워낙 눈에 띄잖아요. 그래서 제가 지나가면 '넌 누구냐' '뭐하는 놈이냐' 이래요. 그래서 '인하대 학생입니다, 시장 활성화를 위한 비즈니스 모델을 발굴하러 왔습니다'고 하면 '네 머리부터 단정히 해라' 이러세요. 그게 벌써 4개월 전인데 요즘도 그렇답니다. 하하.

시장 활성화를 한답시고 정부나 지자체가 추진한 일들이 많은데, 실질적인 도움이 안 된다며 차가운 시선을 보내는 분들도 제법 있어요. 제게 핀잔을 주시는 분들도 있지만 제가 대학생이다 보니 심하게 대하지는 않으시고 '젊은 놈이 뭘 하겠다고, 머리나 좀 단정히 하고 다니지' 정도로 말씀하시죠. 아무튼 지금은 시장 상인들과 친해지는 과정에 있습니다. 일을 하다 보면 언젠가 인정받을 수 있고, 열심히 돌아다니다 보면 제 뜻을 알아주실 거라 생각해요.

4개월째 용현시장을 누비고 다니면서 시장 활성화를 위한 여러 아이템을 구상하고 시험하고 있습니다. 가요제·시장 신문 만들기·시장 시엠(CM)송 제작·벽화 그리기·시장 누리집 만들기 등을 생각하고 있습니다. 비즈니스 모델 개발은 그 다음 단계라고 생각해요.

저는 홈플러스의 가격이 '착한' 이유는 시엠송 덕분 아닐까라고 생각해요.(웃음) 그래서 용현시장을 알릴 수 있는 시엠송을 개발하고 있어요. 또 시장 안팎의 소통을 위해 준비 중인 용현시장신문은 인하대학교 신문사에 몸담고 있는 친구의 도움도 받고 있습니다. 일을 벌이는 제 신분은 준공무원에 해당하지만 제 눈높이로 다가서는 것, 젊은 세대의 눈으로 시장을 바라보면서 시장이 젊은 세대와 어떻게 눈높이를 맞출 수 있을지 고민하고 있습니다.

일을 하면서 여러 생각이 드는데, 제가 보기에는 시장 상인들이 생각하는 시장과 시장을 이용하는 시민들이 생각하는 시장에는 차이가 있어요. 돈을 벌기 위해 상인들이 생각하는 시장, 지역 공동체성 내지는 향토성 또는 문화적 가치를 위해 지켜야 할 시장, 소비자가 원하는 시장에는 온도 차가 있지요. '없어져서는 안 된다'는 당위성만으로 시장에 하드웨어 인프라만 구축하는 건 한계가 있어 보입니다. 정부의 지원이 각 입장의 간극을 메우기 위한 소프트웨어 인프라 구축에 투입되면 효과적일 거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전통시장에서 한국의 숨결 느낄 수 있게 해야"

▲ 전통시장의 청춘 신포시장 '홍예문컴퍼니' 임승경 팀장(왼쪽)과 용현시장 '최고의환한미소' 최환 대표가 활짝 웃고 있다. 전통시장에 뛰어든 두 청춘은 인천의 복이다.
ⓒ 김갑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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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앞으로의 계획은 어떻게 되나요?
 

: "전통시장은 지역성과 공동체성·역사성 등 한국문화의 속내를 간직하고 있는 곳이잖아요. 우리도 외국에 나가면 잘 정리된 번듯한 도시 외관보다 뒷골목 풍경에 더 관심이 가죠. 우리나라 전통시장도 외국인들이 볼 때 그런 곳이죠. 전통시장은 그 나라의 문화를 볼 수 있는 곳이에요.

신포시장 입구 간판에는 '국제시장'이라고 적혀 있어요. 차이나타운이 있고 근대문화 흔적이 있어 외국 사람들이 제법 많이 오는데, 그들이 전통시장에 들어오면 매우 신기해하고 재미있어합니다. 이렇듯 전통시장은 한국의 대표적인 관광 상품이죠. 한국의 전통시장을 보면서 숨결을 느낄 수 있도록, 신포시장은 반드시 지켜져야 해요.

지금 신포시장도 세대교체가 이뤄지고 있어요. 장사를 그만둔 자리에 새로운 분들이 들어옵니다. 전통시장을 활성화하기 위해서는 젊은 사람들이 찾고 즐길 수 있는 장치를 개발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직접 들어와 점포를 운영하는 것도 필요해요. 앞 세대와 단절되면 안 돼요.

그래서 홍예문컴퍼니는 청년장사꾼을 양성하려합니다. 젊은 세대들이 직접 시장에 참여해야 하는데 그중에는 직접 운영하는 것도 중요합니다. 전통시장이 지속되기 위해서는 젊은 장사꾼을 키워야 해요. 그 일은 일자리창출 기능도 하죠. 전통시장 내 창업아이템 개발에서 경영 지도까지 젊은 세대와 함께하려고 합니다.

한 사람 한 사람이 문화와 예술이라고 생각하는데, 전 그런 사람들을 전통시장에서 서로 교류하게 하고 노닐게 하고 싶어요. 신포시장에는 무궁무진한 이야기가 있어요. 이제 시작단계에요. 뒷골목이야기를 상인·시민들과 하나하나 엮어갈게요."

:
"전통시장이 한국의 중심이라는 걸 느꼈어요. 전통시장이 한국의 중심, 이게 포인트입니다. 그렇다면 젊은이들이 여기를 찾게 해야죠. 그런데 제 주변을 보면 스펙 쌓기에 여념이 없어요. 그렇다면 스펙을 전통시장에서 쌓을 수도 있겠다고 생각했죠.

젊은이들로부터 나오는 아이디어를 시장에 접목하면, 시장은 시장대로 젊은 층과 교감할 수 있어 좋고, 또 젊은이들은 경험 쌓고, 그러다 보면 누군가는 창업 아이템을 가지고 시장에 뛰어들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이를테면 이번 주부터 용현시장에 벽화그리기를 시작해요. 트릭아트인데 예를 들면 주차장에 그림을 그려 땅에 주차된 차가 물 위에 떠있게 보이도록 하는 방식입니다. 용현시장에 이를 할 수 있는 분들이 있어서 학생들과 상인들이 공동으로 진행할 예정이에요.

제가 벌이는 사업은 올 12월까지입니다. 기간 끝나도 용현시장을 비롯한 타 시장에서 사업을 지속할 수 있도록 사회적 기업을 창업해야겠다는 목표가 또 생겼어요. 무턱대고 전통시장에 뛰어들었지만, 전통시장에는 숨어 있는 게 많아요. 그걸 발굴하고 세상에 풀어내는 게 제 몫이고 또 제 세대의 몫이라고 생각해요.

참, 일을 하다 보니 전통시장을 알릴 수 있는 앱(애플리케이션)도 개발해야겠다는 생각을 했어요. 아무튼 전통시장, 상상이 풍부해지는 곳이에요."

덧붙이는 글 | 이기사는 부평신문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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