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살다 보니 별일이 다 있습니다. 조중동 등 수구언론을 비롯해 방송3사의 '적극적 지원'을 받고 있는 새누리당이 방송3사가 야권후보에 유리한 방송을 하고 있다고 비난했기 때문입니다.

KBS·MBC·SBS의 현재 대선보도가 야권후보에 유리하다면 새누리당이 생각하는 '공정한 방송'은 대체 어떤 수준이 돼야 하는 걸까요. '새누리당 대변인'과 흡사한 수준이 돼야 '공정한 방송'이라고 하는 걸까요. 새누리당의 삐뚤어진 언론관이 정확히 드러나는 순간입니다. 일단 <뷰스앤뉴스>의 보도내용을 한번 보시죠.

새누리당 "방송3사, 야권후보에 유리하게 편파방송"

2012년 11월12일 뷰스앤뉴스 화면캡처
▲ 뷰스앤뉴스 2012년 11월12일 뷰스앤뉴스 화면캡처
ⓒ 뷰스앤뉴스

관련사진보기


"권영세 종합상황실장은 이날(12일) 오전 당사에서 기자간담회를 갖고 '문재인-안철수 단일화 합의선언 이후 KBS, MBC, SBS 3사의 대선 후보 주요 세명에 대해 보도기준을 현저하게 형평성을 잃은 것으로 보여 우려를 금할 수 없다'며 … 전체적으로 봐서 박근혜 후보에 비해 다른 후보를 보도한 내용이 시간 기준으로 두배 이상씩으로 나타났고 … 야권단일 후보로 확정이 안 된 상황에서 세 명의 보도 기준이 각각 1/3씩 기계적 균형을 유지한다는 것 자체로도 사실상 불공정 논란을 유발할 수 있는 사안 … 야권 두 후보는 현 67%에 가까운 그 이상의 혜택을 받는 현상이 되는 것이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뷰스앤뉴스 11월12일자 보도)

코미디도 이런 코미디가 없습니다. 대한민국 집권여당의 수준이 이렇습니다. "야권단일 후보로 확정이 안 된 상황에서 세 명의 보도 기준이 각각 1/3씩 기계적 균형을 유지한다는 것 자체로도 사실상 불공정 논란을 유발할 수 있는 사안"이라는 권영세 종합상황실장의 발언은 야권단일 후보로 확정될 때까지 문재인-안철수 후보 가운데 한 사람은 아예 보도를 하지 말라는 얘기나 마찬가지인데…. 어떻게 공식적인 자리에서 집권여당이 이런 주장을 할 수 있는지 알다가도 모를 일입니다.

특히 "야권 두 후보는 현 67%에 가까운 그 이상의 혜택을 받는 현상이 되는 것"이라는 말은 하지 않는 게 나았습니다. '나 얼마나 무식한지'를 만천하게 드러내는 발언이기 때문입니다. 오죽했으면 방송3사 기자들이 새누리당에 항의를 했겠습니까. <뷰스앤뉴스>는 "새누리당이 느끼고 있는 초조감의 또 다른 표현"이라고 분석했는데 저는 새누리당이 지금 <개그콘서트>와 경쟁을 하려는 것 같습니다. 대선이 코앞인데 엉뚱하게 예능감 폭발하지 말고 빨리 정치의 세계로 복귀하시기 바랍니다.

새누리당과 MB에 편파적인, 편파적이어도 너무 편파적인 방송3사

가볍게 얘기하긴 했지만 사실 저는 새누리당의 이 같은 작태가 현재 자신들에게 유리한 언론환경을 최대한 대선 때까지 끌고 가려는 나름의 전략이 아닌가 의심하고 있습니다. 이런 식 압박이 기자들에겐 영향력이 미미할지 몰라도 보도국 간부들에겐 직격탄이 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대선 및 정치보도에 있어 현재보다 더 새누리당에 편파적인 리포트를 양산하게 만들려는 고도의 전략일 수 있다는 얘기입니다.

어제(12일) 메인뉴스를 보면서도 이런 의심이 계속 들더군요. 청와대가 이명박 대통령의 내곡동 사저 매입 의혹과 관련해 특검의 수사기간 연장요청을 공식적으로 거부한 것과 관련, 방송3사의 리포트 구성과 배치가 '판박이'처럼 닮은꼴이었기 때문입니다. 마치 한 기자가 리포트를 작성했다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한번 보시죠.

"이명박 대통령이 내곡동 사저 터 매입 의혹을 수사하고 있는 특검팀의 수사 연장 요청을 거부했습니다. 특검 수사가 충분히 이뤄졌고 수사가 더 길어지면 앞으로 대선 관리에 악영향을 줄 수 있다는 게 청와대 측의 설명입니다." (KBS <뉴스9>)

2012년 11월12일 KBS <뉴스9>
▲ KBS 2012년 11월12일 KBS <뉴스9>
ⓒ KBS

관련사진보기


"이명박 대통령이 내곡동 사저의혹 특검팀의 특검기간 연장요청을 거부했습니다. 특검수사가 연장될 경우 대통령 선거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게 청와대측의 설명입니다." (MBC <뉴스데스크>)

2012년 11월12일 MBC <뉴스데스크>
▲ MBC 2012년 11월12일 MBC <뉴스데스크>
ⓒ MBC

관련사진보기


"이명박 대통령이 내곡동 사저 매입 의혹을 수사 중인 이광범 특검팀의 수사기간 연장 요청을 거부했습니다. 수사가 충분히 이뤄졌기 때문이라는 게 청와대 측의 설명입니다." (SBS <8뉴스>)

2012년 11월12일 SBS <8뉴스>
▲ SBS 2012년 11월12일 SBS <8뉴스>
ⓒ SBS

관련사진보기


청와대의 수사기간 연장 거부와 관련해 방송사들은 해당 리포트에서 특검팀과 민주통합당의 입장을 담긴 했지만 그야말로 한 줄 혹은 한 줄도 안 되는 정도의 '짧은 분량'이었습니다. 청와대의 거부로 무산된 압수수색 역시 수사기간 연장 거부 리포트와 거의 차이가 없었습니다. 문제점이나 비판적인 내용은 거의 찾아볼 수 없고 오로지 '상황설명'을 하는 데만 치중하고 있습니다.

방송사들의 보도행태가 얼마나 새누리당에 편파적이었는지 오늘자(13일) 신문들의 보도와 한번 비교해 보시죠.

<청와대, 압수수색 거부 미리준비 … 특검이 받은 건 빈껍데기> (경향신문 2면)
<청 비협조-참고인 소환 불응 '미완의 특검'>(국민일보 8면)
<MB, 특검 접고 진실 덮었다> (한겨레 1면)
<알맹이 빠진 자료만 내놓고 "충분히 도와줬으니 수사 그만해라"> (한국일보 3면)


청와대 수사방해 비판은 단 한 줄도 찾아볼 수 없어

한겨레 2012년 11월13일자 1면
▲ 한겨레 한겨레 2012년 11월13일자 1면
ⓒ 한겨레

관련사진보기


사실 이번 사건은 초기부터 이명박 대통령이 몸통이라는 의심을 받아왔습니다. 오늘자(13일) 한겨레가 사설에서 언급한 것처럼 "현장을 방문해 '오케이' 했기 때문에 매입했다는 김인종 전 경호처장의 인터뷰 내용뿐 아니라 아들 이시형씨의 변호인도 이 대통령이 6억원을 큰형한테서 받아오라고 아들에게 시키는 등 구체적으로 관여했다고 기자들 앞에서 공언"할 정도였으니까요.

하지만 이 대통령과 청와대는 그동안 출국과 출석 거부로 수사를 지연시키고, 진술 번복과 자료 제출 거부 등으로 수사를 방해해 왔습니다. 청와대가 사건의 실체를 가리고 몸통인 이 대통령을 숨기려 한다는 의혹을 받는 이유입니다. 상황이 이런대도 SBS 보도본부장 출신인 최금락 청와대 홍보수석은 "수사에 성실하게 협조했다"고 항변합니다. 코미디도 이런 코미디가 없습니다.

경향신문 2012년 11월13일자 사설
▲ 경향신문 경향신문 2012년 11월13일자 사설
ⓒ 경향신문

관련사진보기


더 웃기고 한심한 건 방송3사에서 청와대 수사방해라는 단어 자체를 찾을 수가 없다는 점입니다. '청와대 수사연장 거부·특검 압수수색 무산' 소식만 딱 전하고 끝을 맺습니다. 청와대 수사방해 논란은 물론이고 사건의 쟁점이 무엇인지 등에 대해서도 입을 닫습니다.

"특검수사가 연장될 경우 대통령 선거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청와대의 입장은 사실상 이번 사건이 청와대와 새누리당에 불리한 것임을 인정하는 거나 마찬가지인데 여기에 대해서도 단 한 줄 언급도 없는 게 방송사들입니다.

한겨레 2012년 11월13일자 만평
▲ 한겨레 한겨레 2012년 11월13일자 만평
ⓒ 한겨레

관련사진보기


허긴, 사실상 쇼로 끝난 박근혜 새누리당 후보의 경제민주화 정책과 관련해 제대로 된 리포트 하나 없는 KBS·MBC·SBS이니 말하면 뭐하겠습니까. 야권 후보 단일화를 이벤트라고 비난하는 박 후보의 입장은 매번 성실히 리포트에 반영하면서 이벤트의 극치를 보여준 '박근혜식 경제민주화'에 대한 비판은 거의 찾아볼 수가 없습니다.

이렇게 대놓고 새누리당과 청와대에 편파적인데 새누리당은 이런 방송3사가 '야권후보에 유리한 편파방송'을 하고 있다고 비난합니다. 적반하장도 이런 적반하장이 없습니다.

덧붙이는 글 | 이 글은 사람사는세상 노무현재단 홈페이지에도 게재했습니다.



태그:#새누리당, #박근혜, #방송3사, #내곡동사저특검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