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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철수 무소속 대선후보가 11일 오후 부산 진구 서면 지하상가를 찾아 시민들과 인사를 나누고 있다.
 안철수 무소속 대선후보가 11일 오후 부산 진구 서면 지하상가를 찾아 시민들과 인사를 나누고 있다.
ⓒ 유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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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철수 무소속 대선후보가 12일 오전 부산 중구 자갈치시장 회센터를 찾아 생선 대구를 들어보이며 상인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안철수 무소속 대선후보가 12일 오전 부산 중구 자갈치시장 회센터를 찾아 생선 대구를 들어보이며 상인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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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장면1
지난 11일 저녁, 안철수 무소속 대통령 후보가 서면역 지하상가에 나타나자 이곳을 찾은 20대들이 안 후보를 둘러쌌다. 안 후보는 많은 인파에 한 걸음 한 걸음 내딛기조차 어려웠다. 박승규(24)·임나연(20)씨가 안 후보에게 빼빼로를 건넸다. 김씨는 "'빼빼로데이'라서 여자친구에게 줄 빼빼로를 샀다"며 "저도 여자친구도 안 후보를 좋아한다"고 말했다.

# 장면2
지난 12일 새벽 댓바람부터 안철수 후보가 자갈치 시장을 찾았다. 검은색 점퍼에 흰 장화를 신고 나타나 좌판을 펼친 상인들과 인사를 나눴다. 상인들은 안 후보를 반갑게 맞이했다. 하지만 안 후보가 사라진 뒤, 이들은 속내를 털어놓았다. 한 상인은 "여기는 다 박근혜를 좋아한다 아이가"며 "안철수 후보는 경험이 많이 부족하데이"이라고 말했다.

부산은 대통령 선거 승패를 가를 격전지로 꼽힌다. 민주통합당은 4·11 총선 때 '낙동강벨트' 공략에 힘을 쏟았지만, 부산 18석 중 단 2석을 얻는 데 그쳤다. 총선 패배로 이어졌다. 하지만 민주통합당·통합진보당·진보신당·녹색당 등 진보·개혁 성향 야당의 부산 정당 득표율은 41.48%로, 역대 최고를 기록한 것 역시 사실이다.

이는 엇갈리는 부산민심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부산은 전통적으로 새누리당의 텃밭이다. 중년세대는 새누리당에 절대적인 지지를 보낸다. 하지만 젊은 세대는 그렇지 않다. 젊은 세대를 중심으로 야권 지지층으로 폭넓게 확산되고 있다. 18대 대통령 선거 36일 전, 부산 민심은 어디로 향해있을까.

안철수 후보가 지난 11~12일 부산을 찾았다. 박근혜 새누리당 대통령 후보가 광주를 방문하는 사이, 새누리당 안방 흔들기에 나선 것이다. 또한 야권 단일화 경쟁에서 부산이 정치적 고향인 문재인 민주통합당 대통령후보와의 경쟁도 염두에 둔 것으로 보인다. 기자는 안 후보와 동행하며 부산 민심을 살펴보았다.

여론조사기관 리서치뷰가 11월 5일부터 11일까지 부산·울산·경남 지역 시민을 대상으로 한 가상 양자대결 조사 결과에 따르면, 박근혜-문재인 후보가 맞붙을 경우 각각 54.2% 40.8%의 지지율을 얻었다. 박근혜-안철수 후보의 양자대결에서는 지지율이 각각 53.5%, 43.0%였다. 이 조사는 전국 만 19세 이상 성인남녀 4500명으로 대상으로 한 ARS 임의걸기 휴대전화 조사를 한 것으로, 표본오차는 95% 신뢰 수준에 ±1.5%포인트다. 응답률은 8.3%다.

[서면] 안철수 등장에 환호성·박수 갈채... "부산 민심 바뀌어"

안철수 무소속 대선후보가 11일 오후 부산광역시 동구 초량3동 부산역에 도착, 지하철 1호선을 이용해 서면역으로 이동하며 시민들과 만나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안철수 무소속 대선후보가 11일 오후 부산광역시 동구 초량3동 부산역에 도착, 지하철 1호선을 이용해 서면역으로 이동하며 시민들과 만나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 사진공동취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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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철수 무소속 대선후보가 12일 오후 부산 금정구 부산대학교 총학생회 주최로 열린 초청특강에 참석, '과거에서 미래로 갑니다' 주제로 강연한 뒤 강연장을 나서며 학생들에게 둘러싸인 채 인사를 나누고 있다.
 안철수 무소속 대선후보가 12일 오후 부산 금정구 부산대학교 총학생회 주최로 열린 초청특강에 참석, '과거에서 미래로 갑니다' 주제로 강연한 뒤 강연장을 나서며 학생들에게 둘러싸인 채 인사를 나누고 있다.
ⓒ 유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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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민심 어때요? 전반적으로 좀 바뀌었나요?" "지난번 총선 때와 지금과는 좀 다른가요?"

안철수 후보는 '부산 민심'에 꽂혀있었다. 그는 부산 서면 지역의 한 돼지국밥집에서 한 시민들과의 '번개'에서 부산 민심을 연속으로 두 차례나 물어봤다.

이에 대해 최향숙(52)씨는 "부산 민심이 바뀌고 있다, 저를 포함해 40~50대가 바뀌고 있다"며 "특히 후보님에 대한 기대가 크다, 기존 정당에 대한 불신이 있어서 새로운 것을 기대하는 사람들이 많다"고 답했다.

옆에 있던 30대 남성은 "기존 정치에 실망한 사람들이 많이 지지한다"고 전했다. 이어 그는 "(안 후보의) 정직한 표현이 마음에 와 닿았다"며 "후보들은 자기가 되면 다 할 수 있다고 하는데 후보님은 자기가 돼도 힘들다고 하니까 그렇다, 물론 만족을 못하고 하는 사람도 있지만 그걸 진심이라고 하는 사람들 있다, 그 맘 변치 않았으면 한다"고 말했다. 안 후보는 "몰론이다, 20~30대가 흥이 나면 불같이 일어날 수 있다"고 답했다.

안 후보는 지난 11일 오후 지하철과 서면에서 부산시민들을 만났다. 안 후보가 부산역에 모습을 드러내자 그를 보려는 인파가 몰렸다. 대부분 젊은 사람들이었다. 이들은 안 후보를 보자 소리를 지르며 '폰카'를 꺼내 사진을 찍었다.

안 후보가 기자들과 함께 지하철에 탑승하자, 승객들은 깜짝 놀랐다. 안 후보 옆자리에는 동아대 4학년생인 김수민(가명)씨가 앉았다. 김씨는 안 후보에게 단일화에 대해 물었고, 안 후보는 "오늘 뉴스 못보셨느냐? 정치·경제·외교·단일화 방법 등 네 팀이 논의하게 될 것"이라고 답했다. 그는 "어떻게 되든 좋은 방향으로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안 후보가 김씨에게 정치에 대한 젊은 세대의 관심을 묻자 "후보님이 들어와서 젊은 애들이 호기심 갖는 것 같다"며 "만날 어르신 분들 나와서 하는 것은 얘기가 안 통했는데, (안 후보가) 조금씩 대화하려는 자세에서부터 (젊은 세대가) 관심을 가지려고 노력하고 있다, 존경하고 감사하다"는 답이 돌아왔다.

서면역 지하상가에서는 더욱 북새통이었다. 좁은 공간에 수백 명이 몰렸다. 지하상가 300여 미터를 가는 데 30분이 걸렸다. 안 후보와 악수를 하기 위해 시민들이 수십 미터 줄을 이어 섰다. 여러 차례 박수가 나왔고, 환호성을 지르는 사람들이 많았다. 한 30대 남성은 안 후보에게 "뜨거운 겨울 잘 보내라"며 '핫팩'을 선물하기도 했다.

안 후보를 지지한다는 한 20대 남성은 "안 후보에게 전문적인 느낌을 받을 수 있고, 정당에 얽매여있지 않고 젊은 느낌까지 받는다"며 "박근혜 후보가 여당을 잡고 있는데, 이제는 새로운 것이 나와야 한다, (안 후보를) 문재인 후보와 같이 지지하는데 빨리 단일화돼서 치고 나왔으면 좋겠다"고 강조했다. 

[자갈치 시장] "여자도 해봐야 할 거 아이가" - "무조건 찍으면 되겠습니꺼"

안철수 무소속 대선후보가 12일 오전 부산 중구 자갈치시장 공판장을 찾아 상인들과 인사를 나누고 있다.
 안철수 무소속 대선후보가 12일 오전 부산 중구 자갈치시장 공판장을 찾아 상인들과 인사를 나누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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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일 오후 부산 진구 부전역 앞에서 한 식당을 운영하며 박근혜 새누리당 대선후보를 지지하는 어르신이 박 후보의 사진이 든 열쇠고리를 보여주며 자랑하고 있다.
 12일 오후 부산 진구 부전역 앞에서 한 식당을 운영하며 박근혜 새누리당 대선후보를 지지하는 어르신이 박 후보의 사진이 든 열쇠고리를 보여주며 자랑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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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2일, 안철수 후보가 오전 7시 새벽 어스름 속 중구 남포동 자갈치 시장에 모습을 드러냈다. 그는 좌판을 펼친 상인들과 악수를 나누고 수협공판장을 둘러봤다. 안 후보가 돌아간 후, 자갈치 시장에서 45년째 좌판을 펼치고 있는 '메르치할매'(78)는 박근혜 후보를 지지한다고 밝혔다. 그는 애꿎은 대구를 만지작거리며 "지금까지 그놈이 그놈이었재?"라며 "여자도 해봐야 할 거 아이가, 그래야 싹 바뀌지 않겠나"라고 말했다.

역시 40년째 자갈치 시장을 지키고 있는 김영숙(62)씨는 "가스나라고 죽도 못 얻어먹던 시절에 살아봤나? 누가 이렇게 잘 살게 만들었노"라며 "박정희 대통령 아니가, 그 밑에서 큰 그 아(박근혜 후보)가 교육을 잘 받지 않았겠나"라고 전했다.

시장 입구에서 삼치를 파는 한 50대 상인은 "(박근혜 후보는) 엄마, 아부지 죽고 얼마나 욕봤나, 여기 (박근혜 후보 지지하는 사람) 천지"라며 "안철수는 차기 대통령해도 안 되겠나, 신중하게 생각해서 해야지, 박근혜(후보)를 헐뜯고 그리 해삐면 안 된다"고 전했다. 이름을 밝히지 않은 '억척상회' 주인은 "장사하는 것도 경험이 필요한데, 교수하다 우째 대통령 하겠다고 나섰노"라고 꼬집었다.

지난 9일 낮 12시 자갈치시장을 방문한 박근혜 후보와 안 후보를 비교하는 사람도 있었다. 한 상인은 "박근혜 (후보가) 왔으니 안철수 (후보도) 온 거 아이가"라며 "박근혜가 왔을 때 사람 참 많았데이, 안 후보는 아침 일찍 나오긴 했는데 괜히 새벽 바쁜 시간 와서..."라며 힐난했다.

하지만 변화의 바람도 감지됐다. 현대화된 건물 안 수산물시장에서 일하는 젊은층은 '무조건 박근혜 지지'에서 벗어나 있었다. 시장에서 음식점에 납품할 오징어 등을 손질하는 이재두(33)씨는 안 후보가 온다는 소리에 허리장화를 벗지도 않고 건물 밖으로 뛰쳐나왔다. 그는 "바쁜데 어디 가노"라는 소리를 들어야 했다.

이씨는 "부산에서 젊은 사람들은 무조건 박근혜 (후보를) 찍지 않는다, 문재인·안철수 후보를 좋아한다"며 "특히 안 후보는 공약을 현실적으로 내놓는다, 기존 정치인들처럼 '무조건 하겠다'고 지르는 게 아니라, 국민의견을 묻고 신중하게 내놓는 모습에 믿음이 간다"고 강조했다.

공판장에서 돔·부스·조기를 떼다 현장에서 팔고 있는 천은옥(50)씨는 "무조건 새누리당을 찍으면 되겠습니꺼"라며 "누가 부산 발전에 도움이 되는 공약을 내놓는지 보고 찍어야 할 것 아닙니꺼"라고 말했다.


태그:#안철수, #부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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