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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시간뉴스 "합천보 어도·비탈경사도, 설계기준 어겼다"

4년 4개월 전이다. 나는 온갖 험한 꼴을 당하면서 KBS 사장에서 해임됐다. 해임의 칼을 빼든 주체는 이명박 대통령이고, 그 일에 동원된 집단은 청와대·검찰·감사원·국세청·교과부·방송통신위원회·KBS 이사회 등 참 다양했다.

그 사건은 이명박 정권이 저지른 수많은 '어이없는 사건들' 가운데 하나였다. 민주주의가 뒤집히고, 인간의 권리가 짓밟히고, 표현의 자유·언론의 자유가 재갈 물리는 등 온갖 해괴한 일들이 일어났다. 그런 일들을 적극적으로, 주도적으로 이끌어 간 집단은 다름 아닌 정치 검찰과 수구언론이다. 이들은 정권 친위대 역할을 충실하게 해왔다.

검·언 복합체의 그 혹독한 가해행위

 미국의 군·산(軍-産)복합체가 미국 사회를 지배해온 것처럼, 우리나라에서 검·언 복합체는 수구보수의 기둥 노릇을 해왔다.
ⓒ 김지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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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바로 이 두 집단에 직접 당해봤다. 그 혹독한 가해 행위는 직접 당해보지 않으면 모른다. 특히 정치 검찰과 언론이 한 덩어리가 돼 한 인간의 인격을 파괴하는 가혹한 행위는 당해보지 않으면 모른다. 노무현 대통령의 죽음·한명숙 총리 사건·미네르바 사건·피디 수첩 사건 등을 보면 정치 검찰의 가혹한 수사에 의해 한 번 죽임을 당하고, 언론의 왜곡과 날조·과장에 의해 다시 한 번 죽임을 당한다. 나의 배임 사건도 마찬가지였다.

나는 이 두 집단을 '검·언(檢·言) 복합체'라 불러왔다. 마치 미국의 군·산(軍産)복합체가 미국 사회를 지배해온 것처럼 우리나라에서 검·언 복합체는 수구보수의 기둥 노릇을 해왔다. 2009년 12월 29일치 <한겨레>에 나는 '검·언 복합체'라는 제목의 칼럼에서 이런 글을 쓴 적이 있다.

"검사님, 저 죽을지도 모릅니다. 저 좀 살려 주십시오." 도대체 곽영욱 전 남동발전 사장이 검찰에서 무슨 혹독한 일을 당했기에 그렇게도 절박하고 처절하게 외치게 되었는지, 한국 언론은 (심지어 진보언론이라 칭하는 곳에서조차도) 거의 외면했다. 그리고 그 비정상적 상황에 놓인 인사의 주장에 의존하여 전 총리를 체포했고, 그 소란 중에 안원구 국세청 국장의 폭탄발언과 도곡동 땅 문제, 효성 사건 등은 증발해 버렸다.

이 과정에서 검찰과 언론은 노무현 전 대통령 사건 때처럼 검·언 복합체의 한 덩어리로 작용했다. 미국의 산·군 복합체(군수산업과 군부)가 동서 대결과 냉전 확대의 논리를 확대재생산하는 일에 하나이던 것처럼, 한국의 검찰과 언론은 그렇게 서로 주거니 받거니 하면서 한 덩어리가 되어 마녀사냥에 나섰다.

지난해 <한국방송> 사장 해임 과정에서 나 자신도 검·언 복합체의 전면공세와 그 무자비한 행태를 직접 경험했다. 그 과정에서 한 개인의 인격이 어떻게 무참하게 파괴되고 황폐화되는지 겪어 봐서 안다. 그러나 내가 겪은 것은 노무현 전 대통령, 한명숙 전 총리가 당한 것(그리고 지금 당하고 있는 것)에 비해 아무것도 아니다. 그 무게도 다르고, 파헤치는 범위도 다르고, 이로 인해 날벼락 맞듯 고초를 당하고 겁박을 당하는 친지, 주변 인사들이 겪는 고통의 크기도 비교가 안 된다. 오죽했으면 노 전 대통령이 유서 첫머리에 "나로 말미암아 여러 사람의 고통이 너무 크다"고 했을까.

검찰 권력·언론 권력을 어떻게 해체하는가, 검·언 복합체를 어떻게 극복하는가 하는 숙제를 풀지 않고서는 우리 사회가 참 사람답게 사는 세상으로 가는 것은 불가능하다. 올해의 처절한 사건들을 통해서 다시 깨닫게 되는 절박한 과제다.

3년 전의 그 절박함은 그 때나 지금이나 변함이 없다. 오히려 정치검찰과 언론 쪽 모순의 암 덩어리는 더욱 커졌다. 정치 검찰의 문제점은 내곡동 사건에서, 언론의 문제점은 MBC와 KBS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들에서 극명하게 드러나고 있다.

내곡동 사건의 맹탕 수사... '원숭이 검사들'

 이명박 대통령 아들 이시형씨가 지난 10월 25일 오전 이 대통령 내곡동 사저 부지를 자신의 이름으로 매입한 경위를 조사받기 위해 서울 서초동 이광범 특검 사무실로 소환되고 있다.
ⓒ 권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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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곡동 사건에서 검찰 수사는 처음부터 맹탕이었다. 드러나 있는 증거와 자료만도 적지 않았는데, 굳이 이를 외면하고 무시했다. 이명박 대통령의 아들 이시형씨 등 핵심 관련인들을 직접 조사도 하지 않고 서면으로 대충 끝낸 것은 '봐주기 수사'의 전형이었다.

바로 그 서면 조사에서 이시형씨는 '아버지가 시키는 대로 심부름만 했을 뿐'이라고 답했다. 땅을 사는 것도, 현금 6억 원을 큰 아버지인 이상은씨로부터 전달받아온 것도, 은행에서 돈을 빌리는 것도, 모두 아버지가 시키는 대로 한 것으로 돼 있다. 그리고 김인종 전 청와대 경호처장도 지난해 12월 <신동아>와의 인터뷰에서 "대통령이 현장까지 가서 오케이 해서 (내곡동 땅을) 매입했다"고 말했다.

이런 진술과 인터뷰 내용은 내곡동 사건이 처음 터졌을 때 청와대가 국민에게 설명한 내용, 즉 '이 대통령은 내곡동 사저터 매입에 직접 관여하지 않았다'는 주장과 정면으로 배치되는 것이다.

이런 여러 의혹에도 내곡동 사건을 수사한 검찰은 이를 무혐의 처리했다. 이 사건의 무혐의 처리 배경과 관련해 최교일 서울중앙지검장은 '이 사건이 배임의 여지가 있었지만 이익을 본 대상이 대통령 일가 등이 되기 때문에 부담이 있었다'는 취지의 발언을 한 적이 있다. 스스로 내곡동 수사가 '정치적'이었음을 고백한 셈이다.

그런데 내곡동 특검 수사에서 많은 새 사실들이 드러났다. 가장 두드러진 것은 이시형씨를 직접 조사하는 과정에서 이시형씨가 말을 뒤집었다는 점이다. 아버지가 시키는 대로 했다는 진술을 뒤엎고 이번에는 '자신이 매입 당사자'라고 주장하고 나섰다.

지난 6월 중순, 내곡동 사건을 무혐의 처리하자 '원숭이에게 검사복을 입혀 수사를 했어도, 동네 심부름센터에 맡겼어도, 이보다는 나았을 것'이라는 비아냥이 있었다. 그래서 '원숭이 검사'라는 말은 유행어가 돼 한동안 세간의 입에 오르내리게 됐다.

2003년 3월, 참여정부 출범 직후 있었던 노무현 대통령과 평검사 사이의 토론회가 끝난 뒤에는 '검사스럽다'는 신조어가 유행했다. 인터넷에는 '검사스럽다'는 말이 조롱조로 떠돌아다녔다.

'안하무인이며 논리도 없이 자기주장을 되풀이하는 행태'
'고생만 한다고 푸념하면서 정작 뒤로는 룸살롱을 찾는 사람을 일컫는 속어'
'할 말 또 하고, 또 하고, 짜증날 때까지 말하는 사람을 통틀어 일컫는 말'.
'제 것은 안 주면서 남의 것을 빼앗기 좋아하는 '양아치'의 새로운 준말'

'김비서'(KBS) 'MB씨'(MBC)라는 야유와 조롱

 KBS의 김인규 사장(왼쪽)과 MBC의 김재철 사장
ⓒ 권우성·유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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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검찰이 '원숭이 검사' '검사스럽다'는 말로 조롱의 대상이 되고 있는가 하면 언론, 특히 방송 쪽은 '김비서'(KBS) 'MB씨(MBC)'라는 호칭으로 비아냥의 대상이 돼버렸다. 2008년 5월 촛불집회 때 국민의 사랑을 받으면서 KBS는 '고봉순', MBC는 '마봉춘'이란 애칭으로 불렸다.

그런 방송이 이명박 대통령 후보의 언론 특보 출신인 김인규씨가 사장이 되면서 KBS는 '김비서'가 되고, MBC는 김재철 사장 체제 이후 MB 대통령 것처럼 돼버렸다고 해 'MB씨'로 불리게 됐다.

바로 이런 야유의 호칭은 지금 시대 KBS·MBC의 정체성과 그들의 정치적 편향성을 잘 보여준다. 그리고 그것은 단순한 호칭의 문제만이 아니라, 그 호칭의 근거를 보여주는 구체적 사건들로 이어지고 있다. 김재철 MBC 사장의 해임 부결 처리 과정에서 폭로된 청와대 하금렬 비서실장과 박근혜 캠프의 좌장인 김무성 중앙선대위 총괄본부장의 개입 논란이 바로 그것이다.

하금렬 청와대 비서실장과 김무성 총괄본부장이 MBC 방문진의 여권 이사에게 전화를 걸어 영향력을 행사했다는 점은 바로 '이명박-박근혜'의 연속성과 일체성을 보여주는 것이고, 또한 지금의 김재철 체제가 이명박 정권뿐 아니라 박근혜 후보의 대선 전략을 위해서도 필요한 존재라는 점을 확인시켜주는 것이다. 김재철 체제가 그만큼 '이명박-박근혜' 체제와 친화적이라는 뜻이다.

KBS 후임 사장 선임 과정도 그다지 다르지 않다. 지난 9월 초에 새로 구성된 KBS 이사회를 들여다보면 '이명박-박근혜' 체제와 친화적 인물이 KBS의 새 사장으로 오게 돼 있었다. 지난 9일 길환영씨가 새 사장으로 뽑히기 오래 전부터 그의 '내정설'은 KBS 안팎에 파다하게 퍼져있었다. 그런 과정의 한가운데에는 이길영 KBS 이사장이 있다. 그는 지난 9월 5일 오전 1시, 여당 추천 이사들만의 강행 처리로 KBS 이사장이 된 인물이다.

MBC·KBS에 드리워진 '이명박-박근혜 체제'의 그림자

 이길영씨의 행적에 관한 정리본.
ⓒ 최민희 의원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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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길영 이사장은 박정희 정권 당시 구 문공부 산하 서울방송국 직원으로 채용된 뒤, 나중 KBS 기자가 된 인물이다. 그는 보도지침 등 전두환 대통령의 언론통제가 극에 달했던 1986년 KBS 보도국장이 돼 1987년 대선보도를 지휘했다. '땡전 뉴스' 책임자 중 한 사람이라는 비판이 늘 그를 따라다녔다.

그는 1991년 KBS 보도본부장 자리까지 올랐으며, 1998년에는 민방인 대구방송(TBC) 사장이 돼 8년간 재임했다. 대구방송 사장 임기를 마친 그는 2006년 경북도지사 선거 때 김관용 한나라당 후보의 선거관리위원장을 맡았고, 김 후보가 당선되자 경북도지사 인수위원장을 지내기도 했다. 이명박 정권 때인 2009년 11월 KBS 감사가 됐고, 3년 뒤인 올해 9월 초에는 감사 임기 2개월을 앞두고 KBS의 이사장이 됐다.

이런 경력의 인물이 올 대선을 앞둔 시점에 KBS 이사장이 되자, 이를 박근혜 후보와 연결 짓는 시각도 있었다. 1987년 대선 때 이길영씨가 KBS 보도국장이었고, 그 아래 정치부장은 박근혜 후보 캠프의 공보단장을 지낸 김병호 전 의원이었으며, 김인규 사장은 당시 정치부 기자를 지냈던 터였다.

MBC와 KBS는 이렇게 '이명박-박근혜' 체제와 친화적 인물들이 지배세력으로 버티고 있다. 이명박 정권이 거의 끝나가고 있는 지금, 그 정권과 그 정권의 연장인 박근혜 체제, 그들의 권력 바탕인 수구보수 세력의 기둥이 돼 온 정치 검찰과 언론이 이처럼 모순의 암 덩어리를 키워가고 있다. 수술을 해 암 덩어리를 도려내야 한다는 혁파의 목소리가 높아지는 것은 당연하고도 자연스러운 일이다.

전 동아일보 기자, 한겨레 워싱턴 특파원, 논설주간, kbs 사장. 기록으로 역사에 증언하려 함.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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