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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시간뉴스 쇼핑센터 옆 서점에 엄마들이 몰리는 이유

 여수 은적사 종효스님과 행자와 함께 차를 나누는 중입니다.
ⓒ 임현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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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은 더불어 함께 살아야 한다."

생각은 있으나 행동으로 옮기기란 쉽지 않습니다. 살펴야 할 곳이 한두 군데가 아니어서 마음에 그치는 경우가 많습니다. 또한 몰라서 못할 때도 있습니다. 연말이 가까워 오는 지금, 아름다운 세상을 향한 훈훈한 인심이 기다려집니다.

"스님이 되겠다고 절에 찾아 온 이가 있는데, 우리 절 사정이 여의치 않아. 어디 옷 보시 할 사람 없을까?"

지난 9월 만난 전남 여수 은적사 종효 스님께서 지나가는 말로 이런 부탁을 하셨습니다. 이에 "한번 알아보겠습니다"라고 답했습니다. 그런데 200만 원이나 되는 액수가 장난 아니었습니다. 서민 입장에서 선뜻 낼 수 있는 금이 아니어서 부담이었습니다.

누구에게 '스님 옷 보시 좀 하세요'라고 요청할지 고민스러웠습니다. 지난 10월 초, 염치 불구하고 먼저 번에 행자복을 선물했던 지인에게 또 보시를 부탁했습니다. 그랬더니 "50만 원 보태겠네. 나머지는 더 알아보게"라는 대답이 돌아왔습니다. 무척 고마웠습니다.

그 후, 다른 몇몇 지인을 만나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그러면서 '보시 좀 해라'는 말을 할 기회를 살폈습니다. 하지만 차마 입이 떨어지지 않았습니다. 요즘 경제가 얼어붙었다는 현실을 온몸으로 실감하고 돌아서야 했습니다.

사업 실패로 절집에 찾아든 '피폐한' 그

종효스님이 전한, 스님이 되려고 절집을 찾은 행자의 사연은 이렇습니다. 마흔 일곱인 그는 사업 실패로 쫄딱 망해 빚더미에 내몰렸습니다. 지난여름 술로 밤을 새우던 그가 피폐해진 심신을 이끌고 찾은 곳이 여수 은적사였습니다. 그는 결혼도 하지 않은 혈혈단신이었습니다. 절에서 정성으로 보살핀 끝에 그는 심신을 회복했습니다.

"큰스님, 스님이 되고 싶습니다."

그가 선택한 삶은 구도자의 길이었습니다. 스님은 "세상을 회피하고 싶은 마음이라면 안 된다"라며 거부했습니다. 하지만 그의 마음은 돌이킬 수 없었습니다. 그는 큰스님 허락 없이 머리를 깎았습니다. 2주 후, 그는 병원에 다녀오겠다며 세상에 가선 절에 돌아오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아무것도 없는 절망 속의 그를 향한 세상의 눈은 싸늘했습니다. 스님이 되겠다는 확고한 진리에의 의지가 부족한 탓이었습니다. 그는 다시 절로 돌아와야 했습니다.

"정말 스님이 되고 싶으세요?"
"예. 제가 갈 길이 구도자입니다."
"스님은 아무나 되는 게 아닙니다. 세상에서 그냥 사시지요."
"아닙니다. 우주의 법을 알고 싶습니다."

스님은 그를, 그렇게 제자로 받아 들였습니다.

"나까지 거절하면 그가 세상 살아갈 마음이 날까?"

 지난 여름, 지인이 보시했던 행자복입니다.
ⓒ 임현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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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0월 중순, 보시하겠다는 지인을 다시 만났습니다.

"자네가 스님 옷 보시, 다 하면 안 될까?"
"보시하겠다고 나서는 사람이 없어?"
"어, 힘들대. 다들 사정이 좋지 않더라고."
"나도 여전 같지 않고 힘든데…."

뜸을 들이던 지인은 생각 끝에 "그럼, 내가 다 하지"라고 허락했습니다. 미안하고, 고마웠습니다. 지인에게 보시 이유를 물었더니, "나까지 거절하면 그가 세상을 살아갈 마음이 들까?"라는 말이 돌아왔습니다. 베풀 줄 아는 지인이었습니다.

스님에게 "200만 원 보시를 하겠다는 사람이 나타났다"고 전하며, 절 계좌번호를 달라고 요구했습니다. 반응은 빠르게 왔습니다. 다음 날 친구에게서 "절에 보시했다"는 문자가 왔습니다. 이어 스님에게 고맙다는 문자가 왔습니다.

"오늘, 옷 맞췄네. 다시 한 번 고맙네."

고마움은 어려움에도 선뜻 보시하고 나선 지인에게 돌아가야 합니다. 세상은 이래서 아직까지 살만 한 곳인가 봅니다. 그나저나 부디 스님이 되겠다던 그가 큰 깨달음을 얻어 큰 스님 되길 바랍니다.

덧붙이는 글 | 제 블로그에도 올립니다.


풀뿌리 민주주의 실현은 지방자치의 가장 근원이다. 일반 시민들의 소소한 이야기와 목소리 등을 통해 풀뿌리 민주주의가 지향해야 할 삶의 향기와 방향을 찾고자 한다. 지역운동연대 집행위원, 여수시민협 실행위...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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