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철수 무소속 대선후보가 9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동 문화방송(MBC)를 방문, 로비에서 김재철 사장 해임 촉구를 위한 농성을 벌이고 있는 노조원들을 만나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안철수 무소속 대선후보가 9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동 문화방송(MBC)를 방문, 로비에서 김재철 사장 해임 촉구를 위한 농성을 벌이고 있는 노조원들을 만나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 사진공동취재단


"김재철 MBC 사장은 물러나야 합니다. 이명박 대통령과 박근혜 후보는 김재철 사장을 비호하지 마십시오. 권력의 언론장악은 잠시는 성공할 수는 있어도 반드시 국민의 준엄한 평가를 받을 겁니다."

결국 대선후보 안철수가 나섰다. 9일 오전 안철수 후보는 서울 여의도 MBC에서 '김재철 해임 촉구를 위한 철야농성'을 벌이고 있는 MBC 노동조합을 방문했다. 새누리당 박근혜 후보 캠프를 겨냥, '김재철 사장의 해임안 부결에 대한 공개 질의문'을 공개한 직후 이뤄진 전격 방문이다. 그리고 공개 질의문의 강도 역시 거세다.

'첫째, 지난달 박 후보께서는 공영방송 사장 선출에 국민이 납득 가능 할 수준으로 투명하게 하겠다고 말씀한 바 있습니다. 그렇다면 현 MBC 사장의 유임은 옳은 결정이라고 생각하는 것입니까? 또 본인이 밝힌 소신에 부합하는 것인지 분명히 밝혀주길 바랍니다.

둘째, 김재철 사장 유임에 하금렬 대통령 실장과 박근혜 대선 캠프의 김무성 총괄본부장이 관련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김재철 사장 거취문제에 대해서 김무성 총괄본부장과 박근혜후보가 사전에 어떤 협의를 했는지 또 보고를 받았는지 밝혀주시기 바랍니다.

셋째, 우리는 대선 주자들이 공동으로 김재철 사장의 퇴진을 요구하고 조속히 MBC를 정상화 시킬 것을 제안합니다. 관건은 바로 박근혜 후보의 동참 여부입니다. 박 후보만 동참한다면 김재철 사장도 더 이상 국민을 우롱하며 버티지 못할 것입니다. 공동 해임 촉구에 동참할 의향이 있는지 밝혀주길 바랍니다.'

 안철수 무소속 대선후보가 9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동 문화방송(MBC)를 방문, 로비에서 김재철 사장 해임 촉구를 위한 농성을 벌이고 있는 노조원들을 격려하고 있다.

안철수 무소속 대선후보가 9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동 문화방송(MBC)를 방문, 로비에서 김재철 사장 해임 촉구를 위한 농성을 벌이고 있는 노조원들을 격려하고 있다. ⓒ 사진공동취재단


청와대, 새누리당에 직격탄 날린 안철수, MBC 사태 대선 쟁점화?

안 후보 측이 직격탄을 날린 것은 8일 MBC의 대주주인 방송문화진흥회(이하 방문진) 이사회에서 김재철 MBC 사장의 해임안이 부결된 지 만 하루가 지나지 않아서 이뤄졌다. 특히나 해임안 부결을 놓고 외압설이 제기되면서 MBC가 다시금 대선정국의 한가운데 서게 됐다.

"요약합니다. 방문진 여당 이사와 야당 이사들이 김재철 퇴진 합의서를 만들었고 여당 이사도 사인을 했습니다. 그런데 최종처리일을 이틀 앞둔 (10월) 23일 저녁, 김무성(박근혜 캠프 총괄본부장)과 하금렬(대통령실장)이 여당 이사 김충일에게 전화해 압력을 넣었습니다. MBC정상화가 엎어진 겁니다."

MBC 노조가 밝힌 외압설의 요체다. 8일 오전 야당 측 양문석 방송통신위원회 상임위원 역시 기자회견을 통해 방문진 여당 추천 이사들이 청와대와 박근혜 새누리당 대선후보 중앙선거대책위원회의 고위 관계자에게 전화를 받은 뒤 입장을 바꿨다고 주장한 바 있다.

결국 노조의 장기간 파업은 물론 구성원들의 빗발치는 사퇴요구에도 아랑곳없이 MBC를 파행으로 이끈 장본인인 김재철 사장의 거취를 청와대와 박근혜 새누리당 대선후보 측에서 지시를 내렸다는 정황이 드러나고 있는 것이다.

 오후 8시로 시간을 옮긴 MBC <뉴스데스크> 진행자 권재홍·배현진 앵커

오후 8시로 시간을 옮긴 MBC <뉴스데스크> 진행자 권재홍·배현진 앵커 ⓒ MBC


노조만 탓하는 MBC사측, 후안무치 따로 없어 

지난 추석 <뉴스데스크>를 통해 논문조작 의혹 보도를 내며 안철수 후보에 대한 흠집 내기에 열을 올렸던 MBC. 어쩌면 안 후보가 먼저 나서서 '권력의 언론장악'에 대해 경고를 하고 해결책을 촉구한 것은 당연지사일 것이다.

MBC가 대선 판세 분석과 보도에 있어 불공정한 태도로 일관해왔다는 것은 이미 MBC 노조를 비롯해 수차례 문제가 제기돼 왔던 부분 아니었던가. 이번 MBC <뉴스데스크>의 오후 8시 시청시간 이동 역시 마찬가지다.

일각에서는 일일드라마의 시청률을 반토막 내고, 수 십 년 동안 지켜왔던 시청자와의 약속인 '뉴스=9시' 공식을 깨면서까지 대선에 대한 관심을 줄여 보자는 의도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이에 대해 MBC 측은 "36년 만에 시청자들의 생활 패턴을 반영해 방송 시간대를 변경"했다며 "7일 방송된 <MBC 뉴스데스크>가 10%(AGB닐슨미디어리서치 수도권기준)의 시청률을 기록하며, 지난 5일 저녁 8시로 방송 시간을 옮긴 후 3회 연속 시청률 상승했다. 전국 기준으로는 9%"라고 자찬하고 있다.

김재철 사장의 해임안 부결에 대해서는 한술 더 떠 "때늦은 감이 있으나 문화방송에 대한 관리․감독권을 가지고 있는 대주주인 방문진이 김 사장 해임안을 부결시킴으로써 소모적인 논쟁에 종지부를 찍게 된 것은 다행스런 일이다"고 논평했다.

그러면서 '해임안 부결시 총파업 재개'를 천명한 MBC 노조측에 대해서는 "스스로를 회사 경영진과 방문진이라는 법적인 기구를 뛰어넘는 초법적인 존재로 인식하고 있다. 결국 '노영방송'이 그들의 최종 목표라는 것이 드러난다"고 비난을 퍼부었다.

MBC가 다시 기로에 섰다. <뉴스데스크>는 물론 < PD수첩 > <시사매거진 2580> 등 탐사보도프로그램의 선두에 섰던 MBC의 근간까지 흔들린지 오래다. 그리고 그 책임이 김재철 사장과 이를 배후조종하고 있는 새누리당과 청와대에 있다는 정황까지 드러나고 있는 지금이다. 

아마도 올해 김재철 사장 치하 MBC가 보여준 참극은 사회적 공기인 공영방송이 어디까지 무너지고 망가질 수 있는 가에 대한 참혹한 보고서로 남을 전망이다. 국민의 방송인 MBC를 망쳐버린 주범 김재철 사장님, 진정 대선까지 버티실 작정입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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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작업 의뢰 woodyh@hanmail.net, 전 무비스트, FLIM2.0, Korean Cinema Today, 오마이뉴스 등 취재기자, 영화 대중문화 칼럼니스트, 시나리오 작가, 각본, '4.3과 친구들 영화제' 기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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