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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운동연합이 7일 오전 부산 해운대에서 육상폐기물의 해양배출 중단을 촉구하는 행사를 열고있다.
 환경운동연합이 7일 오전 부산 해운대에서 육상폐기물의 해양배출 중단을 촉구하는 행사를 열고있다.
ⓒ 정민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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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일 오전 부쩍 추워진 날씨의 해운대 앞바다는 높은 파도까지 치고 있었다. 그때 어디선가 나타난 주황색 작업복차림의 무리가 첨벙첨벙 물속으로 들어갔다. 환경운동연합의 활동가들이었다. 차가운 늦가을의 바닷물이 옷에 닿자 곳곳에서 신음 소리가 들렸다.

바다에 몸을 담근 이들은 'SAVE OUR SEAs' (우리의 바다를 구하라)란 피켓을 들었다. '해양보호구역 지정하라'와 'STOP! OCEAN DUMPING'(해양투기 중단) 등이 적힌 손펼침막도 펼쳐보였다. 이들이 차가운 바닷물 속에 뛰어들어 이렇게 외치는 이유는 부끄러운 한국의 육상폐기물 해양배출 성적표 때문이다.

한국은 런던협약(87개국)과 런던의정서(42개국)에 가입한 국가 중 유일하게 바다에 해양 폐기물을 버리는 나라다. 덴마크나 영국 같은 유럽 선진국은 물론이고 2007년 런던의정서에 가입한 일본도 더 이상 해양투기를 하지 않는다. 급속한 산업화로 곧잘 환경오염의 주범처럼 취급받는 중국도 해양투기를 멈췄다. 아프리카의 앙골라와 태평양의 작은 섬나라 바누아투도 바다로 육상폐기물을 버리지는 않는다.

해양경찰청 자료를 살펴보면 유독 한국만 동해와 서해에 올해 상반기를 기준으로 115만㎥의 각종 폐수와 찌꺼기를 갖다버렸다. 1988년에 처음 55만㎥를 바다에 갖다버린 한국이 지난해까지 버린 각종 폐기물은 1억2천만㎥가 넘는다.

심지어 한국은 런던의정서 총회 부의장과 준수그룹 위원을 배출한 나라다. 지난 2일 런던에서 열린 런던협약 및 의정서 합동당사국 총회는 홍기훈 한국해양과학기술원 박사와 김영석 이화여대 교수를 각각 부의장과 위원으로 선임했다. 유일한 육상폐기물 배출 국가 출신이 다른 나라들의 협약 이행여부를 관리·감독하게 된 셈이다.

2014년까지 육상폐기물 해양배출 금지한다지만...

환경운동연합이 7일 오전 부산 해운대에서 육상폐기물의 해양배출 중단을 촉구하는 행사를 열고있다.
 환경운동연합이 7일 오전 부산 해운대에서 육상폐기물의 해양배출 중단을 촉구하는 행사를 열고있다.
ⓒ 정민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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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일한 산업폐기물 해양투기국가라는 오명을 벗어나기 위해 한국은 2014년까지 모든 육상폐기물의 해양투기를 금지할 예정이다. 당장 내년부터 분뇨와 분뇨오니 (하수처리과정에서 생기는 침전물)의 해양투기가 금지된다. 정부의 이런 판단에는 해양투기로 인한 해양환경오염과 수산물 오염이 궁극적으로 국민 건강까지 위협하는 문제가 됐다는 인식이 작용했다.

실제로 6일에는 대게와 낙지의 내장에서 카드뮴이 기준치의 각각 최고 4.55배와 14.7배까지 검출됐다는 조사 결과가 발표되기도 했다. 8월부터 10월까지 부산환경운동연합 부설 환경과 자치연구소가 실시한 이 조사는 전통시장과 대형마트에서 구입한 6종 44개 어폐류를 대상으로 실시됐다. 이중 낙지는 5개의 샘플 중 5개 모두에서, 대게는 3개 샘플 중 3개 샘플 전체가 기준치를 초과했다. 

환경운동연합 측은 "산업폐수의 경우 카드뮴, 납과 같은 중금속 등 유해물질이 고농도로 함유되어 있어 바다생태계를 크게 위협한다"며 "낙지에 기준치 14배의 카드뮴이 검출되었다는 충격적인 보도는 해양투기의 심각성을 말해주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와 함께 환경단체는 한국정부의 해양 폐기물 감축 노력에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환경운동연합은 7일 기자회견에서 "2013년 해양투기 중단이 확정된 음식물 폐기물의 경우, 2014년 중단예정인 산업폐수, 폐수오니에 비해 저감실적이 저조하다"며 "해양투기 중단에 대한 약속이행 의지를 의심하지 않을 수 없게 한다"고 지적했다.

또 환경운동연합은 "육상폐기물의 처리대책을 마련하지 않거나, 해양투기로 인한 비용절감 등의 이유로 해양투기중단이 늦춰지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서는 관련기관 간의 유기적 협력과 노력이 수반되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러한 지적에 국토해양부 해양보전과 윤종호 과장은 7일 <오마이뉴스>와 한 통화에서 "내년에 해양배출이 중단되는 음식물폐수는 7년간 유예기간을 준 것이라 큰 문제가 없고 2014년에 배출이 중단되는 산업폐수 등도 남은 기간동안 관련업계를 독려할 것"이라고 말했다.

윤 과장은 "기존의 해양배출업체가 올해까지는 기존처럼 폐기물을 배출하는 만큼 배출양은 지난해와 비슷하겠지만 계획대로 정부는 폐기물 해상배출을 중단할 것"이라며 "잡음이 나올 소지는 있지만 환경부와 함께 오폐수 처리의 문제 발생 소지를 줄이겠다"고 밝혔다.


태그:#해양폐기물, #환경운동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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