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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 수정 : 8일 오후 6시 10분]

 일본 세관 직원이 자전거 바퀴를 모두 닦고 있다
 일본 세관 직원이 자전거 바퀴를 모두 닦고 있다
ⓒ 이필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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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1월 1일부터 4박 5일 동안 자전거로 일본 출장을 다녀왔습니다. 매년 여름 청소년 자전거 국토순례를 진행하던 YMCA 활동가들이 일본 자전거 여행 프로그램을 기획하기 위하여 답사차 큐슈 일대를 직접 자전거로 둘러보는 일정에 함께 참여하였습니다.

11월 1일, 부산항에서 배를 타고 후쿠오카를 통해 일본으로 입국하였습니다. 오전 9시에 부산을 출발하여 낮 12시 30분에 후쿠오카항에 도착하였지만, 입국 수속 때 복병을 만나 1시간 넘는 시간이 걸렸습니다.

어떤 복병을 만났을까요? 통상 선박 입국은 항공편 입국에 비하여 수월하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그런데, 지문 날인과 얼굴 사진을 찍는 입국 수속은 문제가 없었는데, 두 번째 관문인 세관 수속에서 문제가 발생하였습니다.

뭐 저희 일행이 위험한 물건을 소지하고 있었던 것은 아니구요. 각자 1대씩 가지고 간 자전거가 일본 세관 공무원 눈에는 그냥 통관 시킬 수 없는 심각한 물건(?)이었던 모양입니다. 인터넷으로 여행 정보를 검색하면서 일본 입국 때 자전거 타이어에 흙이 묻어 있거나 지저분하면 통관이 안된다는 것은 이미 알고 있었습니다. 그렇지만 15대의 자전거 모두 세척 대상이 될 줄은 몰랐습니다.

사실 일행 중에 몇몇은 이런 사실을 알고 여행 준비를 하면서 자전거 세차를 하고 온 경우도 있었습니다. 저도 출발 전 날, 비좁은 욕실에서 힘들게 자전거를 세차를 마치고 갔습니다. 그런데, 아주 정열적이고 소신(?)있는 젊은 일본 세관 공무원은 단 1대도 예외없이 직접 15대 분, 30개의 바퀴를 세제(혹은 약품)를 뿌려서 박박 닦았습니다. 

 일본 세관에서 분리된 자전거를 조립하고 바퀴를 닦고 있다
 일본 세관에서 분리된 자전거를 조립하고 바퀴를 닦고 있다
ⓒ 전성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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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바람에 저희 일행은 함께 배를 타고 들어 온 모든 승객들이 빠져나간 후에도 세관 검색대 앞에서 15대의 자전거를 풀어 헤쳐 놓고 일일이 바퀴 검사를 받는 장관(?)을 연출하였습니다. "한국에서 바퀴를 씻어 온 자전거도 있다"고 설명을 했지만, 그 공무원은 고개를 흔들고 정말 소신있게 모든 바퀴를 직접 닦았습니다.

땀을 뻘뻘 흘리며 자전거를 닦는 것을 보니 미안한 마음이 들어 우리가 스스로 닦겠다는 제안도 해 보았지만 소용이 없었습니다. 결국 저희 일행들은 차례로 자전거 바퀴를 들고 가서 그 공무원이 직접 닦아 주기를 기다릴 수 밖에 없었습니다.

부산항에서 출발할 때 모두 자전거를 가방에 담아서 왔기 때문에 자전거 바퀴를 검사하는 동안 세관 앞에서 자전거를 모두 조립하였습니다(참고로 부산에서 후쿠오카로 가실 때는 자전거를 분해할 필요가 없습니다).

한편, 우리나라로 돌아올 때 세관에서는 누구도 자전거 바퀴를 살펴보지 않았습니다. 일본으로 갈 때는 자전거를 분해하여 가방에 담아 갔지만, 부산으로 들어올 때는 자전거를 조립한 상태로 그냥 들어왔습니다.

분명히 전염병이나 토양에 묻어 있는 각종 세균 같이 유입되는 것을 막기 위한 조치일 터인데, 일본 세관의 융통성 없는 깐깐함을 탓해야 할지, 한국 세관의 느슨함을 탓해야 할지 모르겠더군요.

결국 입국 심사에 1시간 가까운 시간이 흘러 가버렸고, 하카타 역에서 1시 조금 넘어 출발하는 아소행 열차도 탈 수도 없게 되었습니다. 하카타역 쇼핑센터를 구경하며 시간을 보낸 후에 4시 40분쯤 전철을 타고 아소역으로 출발하여 밤 8시 30분이 넘어 도착하였습니다.

후쿠오카 여객터미널에서 입국 수속을 마치고 하카타 역까지는 자전거를 타고 이동하였습니다. 거리가 멀지 않더군요. 고작 3km 남짓한 거리를 달리면서 일본의 교통문화(좌측 통행)를 익힐 즈음 하카타 역에 도착해 버렸습니다.

 일본여행, 자전거 메고 전철 타기
 일본여행, 자전거 메고 전철 타기
ⓒ 이윤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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늦은 점심을 하카타 역 9층에 있는 고급 식당가에서 해결하였습니다. 1인분에 1400엔, 후식까지 나오는 고급(?)스런 점심을 먹고 하카타 역 지하에 있는 쇼핑몰로 내려가보니 700~800엔으로 점심을 해결할  수 있는 값싼 식당이 즐비하였답니다.

오후 4시 30분 출발하는 전차를 타고 아소까지 이동하게 되어 남는 시간을 하카타 역 쇼핑센터와 역 주변을 둘러보면서 보냈습니다. 일본에 자전거 이용이 활성화되어 있다는 것은 다 아는 사실인데, 정말 하카타 역 광장에는 수백 대의 자전거를 동시에 보관하는 유료 주차장이 설치되어 있었습니다.

공영 자전거 보급으로 유명해진 창원에 있는 누비자 키오스크와는 좀 다른 모양이었지만, 바퀴를 끼워서 분해하지 않고는 자전거를 꺼낼 수 없도록 보관할 수 있는 장치였습니다. 물론 무료로 자전거를 거치할 수 있는 공간은 버스승강장만큼 많이 있었습니다.

일본 거리에는 정말 자전거 타는 사람들도 많았고, 주차된 자전거들도 많았습니다. 젊은 여성분들이 짧은 옷을 입고도 거리낌없이 자전거를 타고 있었고 대부분 평상복이나 교복차림이었습니다. 오히려 우리나라처럼 쫄바지에 안전모를 쓰고 자전거 타는 사람을 찾아보기가 어려웠습니다. 가히 자전거 천국이라고 할 만했습니다.

전차를 세 번이나 갈아 타고 구마모토를 거쳐 아소역에 도착한 시간이 오후 8시 30분쯤되었습니다. 세 번 전철을 갈아 타는 동안 만만치 않은 무게의 배낭과 자전거를 순전히 각자 자기 힘으로 메고 다녔습니다. 1인당 자전거 한 대씩이니 남녀노소를 가릴 수도 없었고 누굴 도와줄 수도 없었습니다.

구마모토역에서 전차를 갈아탈 때는 퇴근 시간에 걸려 15대의 자전거를 전철에 싣고 다니는 게 신경이 좀 쓰이더군요. 전철에는 학생들로 북적였는데, 15대의 자전거를 세 칸에 나눠 실었더니 적지 않은 공간을 차지하였습니다.

아무튼 전철 타기에 지쳐 "차라리 자전거 타는 것이 낫겠다"는 말이 나올 무렵 아소역에 도착하였습니다. 아소역 근처 편의점에서 늦은 저녁을 먹고 숙소까지 다시 약 3km를 자전거로 이동하였습니다. 첫 날은 여객터미널에서 하카타 역까지, 그리고 아소역에서 아소유스호스텔까지 하루 종일 고작 6km를 타고 오후내내 자전거를 어께에 둘러 메고 다녔습니다.

이튿날부터 5일 동안 자전거로 일본 여행을 하면서 예정했던 라이딩 시간을 맞추지 못할 때마다 여러 번 전철을 타고 다음 목적지까지 이동하였습니다. 4박 5일 동안 겨우 220km를 자전거로 이동하고, 그보다 훨씬 먼 거리를 전철을 타고 다녔습니다. 자전거와 전철은 잘 어울리는 조합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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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산YMCA 사무총장으로 일하며 대안교육, 주민자치, 시민운동, 소비자운동, 자연의학, 공동체 운동에 관심 많음. 오마이뉴스 시민기자로 활동하며 2월 22일상(2007), 뉴스게릴라상(2008)수상, 시민기자 명예의 숲 으뜸상(2009. 10), 시민기자 명예의 숲 오름상(2013..2) 수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