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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원도 골프장 난개발에 반대하는 주민들이 강원도청 현관 앞 아스팔트 바닥 위에서 천막 노숙농성을 시작한 지 꼬박 1년이 넘었다. 강원도청 노숙농성은 지난해 11월 4일 시작해, 5일로 368일째를 맞는다. 1년 전 이즈음에 농성을 시작한 주민들은 얇은 비닐 천막 아래서 한겨울에는 영하 27도 아래로 내려가는 혹한을, 그리고 한여름에는 영상 40도까지 올라가는 폭염을 견뎠다.

그런데도 강원도 골프장 문제는 노숙농성을 시작한 지 1년이 지난 지금까지 뚜렷한 해결의 실마리를 찾지 못하고 있다. 농성 주민들은 비닐 천막 아래 차가운 아스팔트 위에서 올해 또 한 차례 겨울을 나야 할 판이다. 한겨울 천막농성이 절대 쉽지 않다. 그런데도 주민들은 노숙농성을 그만둘 생각이 전혀 없다.

노숙농성 1년을 맞은 다음 날인 5일, 농성 주민들은 가을비가 부슬부슬 내리는 가운데 강원도청 앞에 모여 "골프장 문제가 해결될 때까지 농성을 계속할 것"을 결의했다. 강원도청은 "원만한 해결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말하지만, 현재 주민들이 농성을 풀고 집으로 돌아갈 날은 쉽게 찾아오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농성 주민들, "골프장 전면재검토 공약 즉각 이행"

강원도청 앞 농성 1년, 최문순 도지사에게 '불탈법 골프장 승인 취소'를 요구하는 농성 주민들과 시민단체 대표들.
 강원도청 앞 농성 1년, 최문순 도지사에게 '불탈법 골프장 승인 취소'를 요구하는 농성 주민들과 시민단체 대표들.
ⓒ 성낙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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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원도 골프장 문제 해결을 위한 범도민대책위원회(이하 대책위)는 5일 강원도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최문순 도지사에게 "골프장 전면재검토 공약을 즉각 이행"하라고 요구하는 한편, "최문순 도정의 거짓과 기만에 맞서 목숨 걸고 싸울 것"을 다짐했다. 대책위는 기자회견에서 최문순 도지사에게 세 가지를 요구했다.

대책위는 첫째 "도지사는 주민 기만행위를 즉각 중단하라"고 요구했다. 대책위는 기자회견에서 강원도청이 현재 문제가 되고 있는 일부 골프장을 다른 사업으로 전환하려고 하는 '대안사업(주거단지, 관광휴양지 등)'을 주민기만 행위 중 하나로 규정했다.

대책위는 "(강원도청이) 사업자의 입장에서 대안사업을 강행하고 있다"며 "사전 골프장 인허가 취소 없는 대안사업은 사업자가 언제든 골프장을 재추진할 수 있도록 배려한 처사"라고 주장했다. 주민들은 "대안 사업의 추진과 동시에 골프장 인허가 취소를 요구"하고 있다.

대책위는 둘째, "도지사만을 위한 민관협의회는 해체하라"고 요구했다. 민관협의회는 최문순 도지사가 골프장 문제를 해결할 목적으로 도지사 직속으로 만든 조직이다. 그러나 대책위는 민관협의회가 제 기능을 발휘하고 있지 않다는 판단이다.

대책위는 기자회견에서 "최문순 도지사가 민관협의회 뒤로 숨으며 골프장 문제 해결의 본질을 왜곡하고 변명으로 일관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대책위는 "민관협의회 내부 공무원들이 사사건건 발목을 잡아 골프장 재검토 활동은 사실상 불가능한 상황"으로 만들어 놓고 "(최 지사는) 민관협의회에서 결정하는 대로 따르겠다"는 말을 되풀이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대책위는 셋째, "도지사는 주민 반대, 불·탈법 인허가 골프장을 즉각 취소하라"고 요구했다. 대책위는 "그동안 주민과 환경단체 등이 밝힌 불·탈법 인허가 주장은 대부분 사실로 드러나고" 있는데도 "최문순 도지사는 주민이 반대하고, 불·탈법으로 인허가를 받은 골프장의 전면 재검토 약속을 외면하려고 한다"고 비판했다.

강원도청, "문제가 되고 있는 골프장은 대안사업 전환"

농성 368일째를 맞는 강원도청 현관 앞 골프장 반대 노숙농성장.
 농성 368일째를 맞는 강원도청 현관 앞 골프장 반대 노숙농성장.
ⓒ 성낙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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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기자회견에서 대책위 반경순 공동대표는 강원도 골프장 문제에 국민들의 관심을 촉구했다. 그는 "(그동안) 자본가들이 불법과 탈법을 저지르면서 오히려 그에 저항하는 시민들을 범법자로 만들고 마을 공동체를 파괴했다"며 "(이는) 지역 문제가 아니다. 대한민국의 문제"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그는 "미래 후손을 위해 국민 여러분들이 다함께 국토를 살리고 마을 공동체를 살리는 데 동참해 달라"고 호소했다. 그는 이날 "오늘은 슬픈 날이다. 그동안의 고통과 눈물 말로 다할 수 없다"고 말하고 "최문순 도지사가 당선될 때만 해도 골프장 문제가 금방 끝날 줄 알았다"며 섭섭한 마음을 드러내기도 했다.

최문순 도지사와 강원도청은 민관협의회를 구성하는 등 나름대로 골프장 문제 해결을 위해 노력하고 있는데도 주민들의 불신이 좀처럼 사그라지지 않는 데 난감한 분위기다. 불신과 원망이 사라지기는커녕 시간이 지나면서 오히려 더 악화하고 있는 것이다.

강원도청은 지난 2일 강원도청 기자실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골프장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도에서 진행 중인 사항을 밝혔다. 그리고 주민과 사업자 모두 한 발씩 양보해 골프장 문제를 해결하는 데 적극적으로 협조해 줄 것을 당부했다.

강원도청에 따르면, 홍천군 동막리 골프장의 경우에는 "민관협의회에서 사업자가 제출한 임목축적조사 부실 사항을 조사 중에 있으며 조사 결과에 따라 조치 방향을 결정"할 예정이다. 그리고 강릉시 구정리 골프장은 "대안사업 구상을 완료하고 관계기관 및 관련부서와 협의중"이다. 강원도청은 구정리에서 시행 중인 방안을 "골프장 문제 해결을 위한 시금석"으로 만든다는 계획이다.

강원도청은 또 기자간담회에서 "골프장 인허가 권한이 대부분 시장과 군수에게 있어 도에서 통제하는 데 한계"가 있다며, "골프장 허가가 완료된 사업장에 대하여 허가를 취소하는 등 번복하는 것은 많은 어려움"이 있다고 주장했다.

강원도청은 "이미 허가가 완료되어 사업을 추진하고 있는 골프장은 주민 의견을 수렴하면서 환경 피해가 최소화하도록 관리감독에 철저를 기하도록 하고, 대안사업으로 적극 유도할 예정"이라며, "사업자와 주민 모두 서로 한 발씩 양보할 것"을 당부했다.

그러나 골프장 반대 주민들의 반응은 매우 부정적이다. 주민들은 강원도청의 그 같은 당부에 5일 강원도청 앞 기자회견에서 "(강원도청이) 본질을 빗겨가기 위한 얄팍한 수를 쓰고 있다"며, "(강원도청은) 거짓과 변명을 중단하고 불·탈법 인허가 골프장을 즉각 취소"하라고 요구했다.

짧게는 3,4년 길게는 7,8년 지속돼 온 골프장 싸움

지난 10월 13일 춘천역 앞 골프장 반대 집회. '강원도 골프장은 여의도의 32배'.
 지난 10월 13일 춘천역 앞 골프장 반대 집회. '강원도 골프장은 여의도의 32배'.
ⓒ 성낙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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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강원도청 현관 앞 노숙 농성장은 춘천, 홍천, 원주, 강릉 등 골프장 개발로 문제가 되고 있는 지역의 주민들이 돌아가면서 지키고 있다. 농성 주민들의 연령은 상당수 칠십이 넘은 고령자들이다. 주민들은 "지난해 농성을 시작할 때만 해도 애초 농성이 이렇게까지 길어질 줄 몰랐다"고 말한다. 그 농성이 어느새 1년을 넘긴 데 분노하고 있다. 농성이 길어지는 만큼 최문순 강원도지사를 향한 원망도 점점 더 커지고 있다.

최 지사는 지난해 4.27 강원도지사 재보궐선거에서 골프장 반대 주민들로부터 절대적인 지지를 받았다. 당시 최문순 후보는 강원도청 앞에서 골프장 반대 주민들을 만나 '골프장 문제 해결'을 약속했다. 주민들은 최 후보가 도지사에 당선되면, 골프장 문제가 순탄하게 해결될 것으로 믿었다. 주민들이 최 지사에 거는 기대가 적지 않았다. 하지만 최문순 후보가 강원도지사가 된 이후에도 문제는 여전히 해결되지 않고 있다.

최 지사는 도지사가 된 이후, 골프장 문제를 해결할 목적으로 도지사 직속으로 '민관협의회'를 구성하고 문제의 해법을 찾는 데 주력했다. 하지만 이 협의체는 제 역할을 다하지 못하고 있다. 그리고 지금은 민과 관이 서로 갈등을 일으키고 있는 가운데 해체 위기를 맡고 있다.

골프장 반대 주민들의 싸움은 지역마다 짧게는 3,4년에서 길게는 7,8년 동안 계속돼 왔다. 상당히 긴 역사를 가지고 있다. 이 문제에 전적인 책임을 져야 할 사람은 김진선 전 도지사다. 그는 1998년부터 2010년까지 강원도지사를 역임하면서 막강한 권력을 행사했다. 그가 도지사로 있는 동안 골프장이 폭발적으로 증가했다. 난개발이 시작된 것이다. 그는 지금은 새누리당 최고위원과 평창동계올림픽 조직위원장을 맡고 있다.

골프장 반대 주민들은 그가 도지사로 있는 동안에는 지금처럼 큰 소리를 내지 못했다. 그만큼 주민들은 지난해 4월 27일 재보궐선거에서 당선된 최문순 도지사에게 큰 기대를 걸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그 결과는 처음 기대했던 것만큼이나 큰 실망으로 돌아왔다.

강원도 골프장 문제를 일으킨 책임이 모두 최문순 도지사에게 있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골프장 문제 해결을 약속하고 도지사로 당선된 만큼, 그가 이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는 게 골프장 반대 주민들의 요구와 주장이다. 그리고 "이제는 기대를 버렸다"고 말하면서도 여전히 그 기대를 버리지 못하고 있다.

지난 10월 13일 춘천역 앞 골프장 반대 집회에서 강원도 골프장 반대 주민들을 격려하는 문정현 신부.
 지난 10월 13일 춘천역 앞 골프장 반대 집회에서 강원도 골프장 반대 주민들을 격려하는 문정현 신부.
ⓒ 성낙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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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그:#골프장, #강원도, #최문순, #강원도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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