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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격적인 뉴스가 나왔다. 영광원전 5,6호기를 비롯한 다수의 원전이 품질보증서를 위조한 부품을 공급받아 가동되어 온 것으로 드러났다. 2003년부터 2012년까지 8개의 원전부품업체가 60건의 품질보증서를 위조해서 부품을 공급해 왔다는 것이다. 이렇게 공급된 부품은 237개 품목, 7682개 제품, 8억 2천만원어치에 달한다.

이것은 지난 7월 울산지검 특수부가 수사해서 발표한 원전 납품비리보다도 더 충격적인 사건이다. 당시에 울산지검 특수부는 뇌물을 받고 짝퉁 부품을 눈감아주는 등 원전의 부품납품과정에서 구조적인 비리가 있는 것을 적발했다. 예를 들면, 원자로가 있는 격납건물 내부에 특수보온재를 시공해야 하는데 일반 보온재를 사용한 사례가 적발되었고, 이를 묵인해주는 대가로 한국수력원자력(이하 한수원) 직원이 무려 4억 5200만원을 받기도 했다. 또한 한수원 직원이 외국업체의 부품원본을 납품업체에 빼돌려주고 이를 이용해 생산된 복제품을 납품받은 사례조차 있었다.

작년 11월에도 원전 납품업체가 고리원전 직원과 짜고 중고부품을 신품인 것처럼 납품했다가 검찰에 적발된 사건이 있었다.

품목수는 위조된 부품의 품목수를 말하며, 제품수는 위조부품을 사용하여 원전내에 제작·설치된 제품 숫자를 의미한다. 영광 5,6호기에 문제가 된 부품과 제품이 집중적으로 사용됐다.
▲ 원전별 위조부품 구매·설치 현황 품목수는 위조된 부품의 품목수를 말하며, 제품수는 위조부품을 사용하여 원전내에 제작·설치된 제품 숫자를 의미한다. 영광 5,6호기에 문제가 된 부품과 제품이 집중적으로 사용됐다.
ⓒ 지식경제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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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처럼 짝퉁부품, 중고부품을 납품했다가 문제가 된 적이 있었지만, 이번 사건은 해외 품질검증기관의 품질검증서 자체를 위조해서 대량으로 부품을 납품했다가 적발되었다는 점에서 더욱 심각한 사건이다. 위조된 품질보증서를 통해 납품된 부품을 사용한 원전은 영광 3·4·5·6호기, 울진 3호기 등 5개 원전에 달한다.

영광 5·6호기 가동중지·부품교체 들어가
  
뒤늦게 정부는 5일 영광 5호기와 6호기를 가동중지하고 부품교체에 들어갔다. 연말까지 가동정지를 하고 부품교체를 한다는 계획이다. 그러나 문제는 이번 사건이 전부라고 믿을 수도 없다는 데 있다. 지난 7월 울산지검 특수부는 원전 납품비리 수사결과를 발표하면서, 한수원과 납품업체간의 유착관계가 특정지역, 특정발전소에 국한된 문제가 아니라고 밝히기도 했다. 그만큼 문제의 뿌리가 깊다는 것을 검찰도 인정한 것이다.

그러나 검찰은 전국의 핵발전소로 수사를 확대하지는 않았다. 그러다가 이번 사건이 또다시 드러난 것이다. 언론보도에 따르면 이번 사건 자체도 내부고발에 의해 드러났다고 한다. 한수원의 자체 감사나 검찰수사에 의해 적발된 것이 아닌 것이다. 그렇다면 본격적으로 조사나 수사를 할 경우에는 더 많은 문제가 드러날 가능성이 높다.

5일 지식경제부가 발표한 것에 따르더라도, 지난 9월 21일 최초 제보를 받았을 때에는 위조건수가 2건이었으나, 자체조사를 확대한 결과 8개 업체에서 제출한 60건으로 위조건수가 확대되었다고 하는 상황이다.

지난 11년간 있었던 원전의 정지사고 95건 중에서 부품관련 고장정지가 75건에 달한다는 것도 부품납품에 문제가 많았을 가능성을 시사한다. 원전은 그 성격상 단 0.01%의 위험성도 허용할 수 없는 시설이다. 한번 사고가 나면 한 국가가 붕괴할 정도의 사태가 벌어지기 때문이다. 그리고 원전은 2백만개나 되는 부품이 사용되는 시설이므로, 부품 하나하나에 대해 철저한 안전관리가 필요하다. 그런데 이미 중고부품, 짝퉁부품, 위조부품이 공급되어 왔다는 사실이 드러난 이상 전면적인 수사는 불가피하다.

이런 문제에 대해 이제는 땜질식 처방으로 끝내서는 안 된다. 녹색당은 이날 성명을 발표하고, 문제가 된 원전에 대해 전면적인 안전성 검사와 함께 원전 부품납품 문제에 대해 총체적인 조사와 수사를 촉구하기도 했다. '핵없는 사회를 위한 공동행동'은 전면조사를 위한 국회 특별위원회 설치를 주장했다.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담보로 하는 원전 부품 납품 문제는 이번 기회에 한 점의 의혹도 남지 않도록 철저하게 밝혀져야 한다. 후쿠시마 사고 이후에 일본 국회가 구성한 '후쿠시마 사고 조사위원회'는 후쿠시마 사고가 부실한 안전규제로 인해 발생한 '인재'라는 지적을 했다. 우리가 후쿠시마의 전철을 밟을 수는 없다.

덧붙이는 글 | 필자는 녹색당 사무처장입니다.



태그:#원전, #원전비리, #위조부품, #녹색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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