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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선후보들이 선거가 가까이 올수록 황당한 논쟁으로 서로 공방하고 국민들을 혼란케 하고 있다. 논쟁은 NLL에 이어서 여성대통령론으로 이어지고 있다. NLL 공방과 여성대통령 공방은 공통점이 있다.

첫째, 둘 다 진실을 왜곡하고 국민을 호도하고 있다는 것이다. 박근혜 후보와 문재인 후보가 모두 마치 NLL이 남북이 합의한 해상경계선인 것처럼 주장한 것과 마찬가지로 여성대통령론도 고정된 전통적인 여성성을 마치 진정한 여성성인 양 왜곡시켜 오히려 여성들의 빈축을 사고 있다. 둘째, 이들은 표를 의식하여 작의적으로 이슈를 만들어내어 현재 긴급한 국민의 민생이슈를 회피하고 있다는 점이다.

여성대통령 논쟁은 여성정치인이라는 정체성으로 스스로 자신을 표현하지 않던 박근혜 후보가 여성의 표밭을 인식하여 한국 최초의 여성대통령이 되겠다는 각오를 드러내면서 시작되었다. 그녀는 여성대통령 탄생을 정치쇄신, 양성평등의 발전으로 정의했다. "한국에서 최초의 여성 대통령이 탄생한다는 가장 큰 의미는 정치쇄신"이며 "가장 대표적인 남성 지배 영역인 정치세계에서 국민들이 선택한 여성 대통령은 그 자체가 양성평등과 여성권익을 위한 의미있는 이정표"라고 말했다.

이에 민주통합당은 " 박근혜 후보가 단지 xx 염색체를 가진 생물학적 여성후보라는 점은 인정하지만, 남북대결주의, 측근부패, 편협한 과거사 인식과 비합리적 리더십을 볼 때 여성정치지도자에게 기대하는 바를 전혀 충족시키지 못하는 후보"라고 여성대통령론을 비판했다. 곧 이런 반박에 새누리당은 "여성 비하"라고 반박하며 민주당을 비롯한 비판세력에 대하여 여성에 대한 적대적인 당으로 몰아가고 있다. 여야의 이번 논쟁은 여성을 누가 대변할 수 있는가는 논쟁과 여성대통령의 자질에 대한 논쟁으로 번지고 있다.

그런데 이런 논쟁을 할 만한 자격이 이들에게 있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 새누리당과 민주통합당은 바로 이번 19대 총선에서 선거법상의 여성 30% 할당공천에 한참 못 미치는 수준으로 여성후보를 공천한 당사자들이다. 지역구 여성후보를 새누리당은 6.5%, 민주통합당은 8.5% 수준으로 할당했다. 이뿐인가. 이들은 성희롱 등과 관련된 후보자를 부끄럼 없이 후보로 공천한 당사자들이다. 특히 최근까지 이러한 성희롱 논란은 멈추지 않고 있다. 김성주 새누리당 중앙선대위원장은 '영계' 발언으로 사회적 분노를 일으켰다.

여성대통령의 자격과 여성정책 

박근혜 대선후보는 "지금이야말로 국민과 민생을 위해 모든 것을 다 던질 수 있는 어머니와 같은 희생과, 강한 여성 리더십"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민주당은 대변인 논평에서 여성지도자는 남성 정치지도자에 비해 평화적이고, 깨끗한 정치가 가능하다. 그리고 여성 특유의 포용력과 합리성이 포함된 정치가 가능하다는 점에서 기대를 한다. 그러나 이런 점에 박근혜 후보는 지점에 적합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서로 대립하는 위치에 있지만 박근혜 후보와 민주당의 여성지도자 상은 똑같다. 여성정치인을 어머니, 포용력으로 표현하는 전통적이고 고정적인 여성성에 근거하고 있다. 이는 바로 남성성과 여성성을 이분법적으로 구별하고 있는 것이다.

안철수 후보는 여성의 지위가 높아지는 정치적 혁신은 단지 성별이 여성인 대통령이 당선되는 것이 아니라, 여성의 입장을 대변하는 대통령이 당선되어야 가능한 일이라고 말했다. 이 또한 남성 우위적 사고에 근거한 것이다. 여성의 정치적 진출의 중요성을 간과한 것이다. 이는 여성을 수동적인 수혜자의 위치로 인식하는 것이다.

이러한 세 후보의 여성관은 대선 여성정책에 그대로 나타나고 있다. 세 후보의 여성정책은 여성의 보육 부담을 덜고 일할 수 있도록 하는 환경을 만드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박 후보는 '여성이 마음 놓고 일할 수 있는 나라'를 위해 맞춤형 보육시스템 구성, 방과 후 돌봄서비스 제공, 아빠 출산휴가 활용 등을 공약으로 내걸었다.

문 후보도 '여성들이 일과 가정을 양립할 수 있고 당당할 수 있는 나라'를 정책 근간으로 내세우면서 무상보육과 함께 여성 고용률 60% 확대 등의 방안을 내놓았다. 안 후보는 자신의 정책네트워크 '내일' 안에 여성포럼과 영유아보육포럼을 따로 마련했을 정도로 보육을 중요한 위치에 두고 있다.

한국 사회의 특성상 보육정책 수혜자의 상당수가 여성인 것은 분명하다. 하지만 여성정책의 핵심 혹은 전부가 될 수 없다. 보육중심 정책은 다름 아닌 여성이 보육의 전담자라는 의식이 반영된 성별에 의한 고정 의식이 만들어 낸 결과이다. 새로운 시대 상황에 맞는 새로운 양성평등 정책이 필요하다.

여성대통령 대신 남녀동수제

프랑스에서 남녀동수제가 헌법상의 권리로서 그리고 실제적 제도로서 채택될 수 있었던 것은 어머니 같은 여성성 때문이 아니었다. 그 이유는 아주 단순하고 명확하다. "보편적 인간은 남성과 여성으로 구성되어 있고, 그래서 정치에 남성과 여성이 같이 참여해야 한다"는 것이다. 도덕적이어서, 혹은 평화적이어서 정치에 참여하는 것은 아니다. 여성에게 남성보다 더 높은 리더십, 어머니 같은 포용과 자질을 요구하는 현재의 여성대통령론은 오히려 여성의 정치적 진전을 가로막는 것이다.

한국여성의 지위는 세계적으로 하위권에 속한다. 특히나 정치권 등에서 여성의 대표성은 다른 부문보다 더 낮다. 그래서 여성의 정치적 대표성을 높이기 위해서 여성할당제를 도입하여 실행하고 있는 것이다. 이제는 30% 할당제에서 다른 유럽국가처럼 남녀동수로 가기 위한 제도적 개혁이 필요하다. 대선후보들이 여성의 대표성을 높이는 데 진정성이 있다면 이제 여성대통령론의 논쟁 대신에 여성의 정치적 대표성을 높이는 제도를 의제화하고 그 실현을 약속하는 장으로 만들어야 한다. 우리는 여성대통령 대신 남녀동수제를 원한다.

덧붙이는 글 | 글쓴이는 진보정책연구원 연구위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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