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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도 통역이 되나요>는 9년 전 영화지만 지금 봐도 새롭다. 일본 도쿄를 배경으로 한 이 작품은 물질만능주의가 야기한 사회가 어떤 것들을 빼앗아갔으며 무엇을 우리에게 남겼는지 소리없이 비춘다. 잔잔한 스토리를 통해 성장지상주의를 외치던 모두에게 진정한 삶이란 무엇인지를 잘 표현했다.

9년전 영화, 여전히 머리속에 맴돌아...

 <사랑도 통역이 되나요?> 영화 포스터. 연인 혹은 부부간의 공허함을 비춰준 도쿄라는 낯선 도시는 이제 서울에서도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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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물간 영화배우 밥(빌 머레이 분)과 남편이 있음에도 여전히 혼자인 샬롯(스칼렛 요한슨 분), 이들은 나름의 이유로 일본 도쿄 시내에 있는 호화 호텔에 투숙한다.

밥이 도쿄까지 날아온 이유는 돈 때문이다. 일본 위스키 회사로부터 단발 광고료로 200만 달러라는 거액을 받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막상 광고촬영을 시작하면서 멘탈의 차이인지 통역이 안 된 탓인지, 뭔가 어설프다. 덧붙여 밥의 아내는 남편 속사정도 모르고 아버지에 대해 관심도 없는 아이들을 바꿔준다며 계속해서 전화한다.

같은 호텔에 장기투숙 중인 샬롯은 유명 사진작가인 남편 존(지오바니 리비시 분)을 따라 일본으로 온 임산부. 그녀는 남편이 있어도 공허하다. 남편이 일터로 나가는 동안 말도 안통하고, 낯설기만한 도쿄에서 덩그러니 남아 호텔에서 운영하는 꽃꽂이 교실을 찾아가거나 그저 넓은 창가에 앉아 도쿄시내만 바라보는 게 일이다.

그렇다. 미국에서 온 밥과 샬롯은 일본이 매우 낯설다. 아는 사람도 없고, 소통 될만한 사람도 없고, 그저 비즈니스만 존재하는 이 나라에서 이 둘은 지나가는 이방인에 불과하다.

어느 날 호텔 바에서 만난 두 사람. 낯선 환경 속에서 그들 나름의 만남을 이어간다. 그렇다고 불륜관계라고 할 수도 없다. 두 사람 다 가정이 있고, 일정이 끝나면 언제고 호텔을 떠나야하는 손님들에 불과하다. 적적함을 넘어 적막함이 드리워진 호텔 안에서 그들만의 여행을 즐기는 것뿐이다.

물질만능주의에 얽힌 사랑, 남의 일 아냐

 영화 <사랑도 통역이 되나요?> 중 한 장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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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사랑도 통역이 되나요?>를 보면서 어떤 평이나 주관적인 관점이 필요없다고 생각했다. 그냥 보면 된다. 왜냐하면 일본처럼 물질지상주의 사회 속에 사는 누구라도 충분히 공감할 수 있는 남녀간의 소통 부재와 작고 소소한 에피소드가 담겨 있기 때문이다.

밥이 일본 위스키 CF를 촬영할 때, 비장한(?) 각오를 하고 소리를 지르는 일본인 감독, 또한 그의 말을 통역하는 통역사는 처음부터 이방인인 밥과 소통할 생각이 없었다. 하물며 밥이 촬영 중 "저 감독이 뭐라고 더 말했는데 왜 통역 안하냐?"라며 통역사에게 물어봐도 그냥 무시하고 밥이 해야할 일만 지시하는 모습이란 어쩌면 한국도 같은 상황인 것 같다.

같은 호텔에 사는 샬롯은 잠시 있다 떠나는 밥보다 더 심각하다. 일에 쩔어사는 남편과 대화조차 힘들다. 차라리 도쿄시내를 거닐며 그들의 행태만 바라보는 게 나아보인다.

이 둘이 일탈이랍시고 호텔을 나와 찾아간 젊은 일본인들도 영어는 되지만 여전히 가식적인 소통 구조 속에 살고있다. 미국을 동경하는 이 일본인조차 그들의 멘탈 속에서 벗어나지 못한 채 노래방과 작은 바를 전전하며 기계적인 모습만 비춘다.

그럼에도 샬롯과 밥은 차츰 서로에 대한 호감을 넘어 소중함을 깨달아가기 시작한다. 각자 가정으로 돌아가봐야 늘 똑같은 의무와 일과로 피곤하기만 한 부부관계. 어쩌면 비인간적인 모습이랄수 있는 이 도쿄가 이들의 사랑을 알아가기에는 적합할는지도 모른다.

사랑, 과연 통역이 될까

▲ 영화 마지막 장면 <사랑도 통역이 되나요> 마지막 장면이다. 광고촬영이 끝난뒤 본국으로 돌아가는 밥이 도쿄시내를 걷던 샬롯(스칼렛 요한슨)을 발견하고 그녀를 향해 뛰어가 포옹하는 모습이다. 이때 샬롯의 눈빛이 너무도 아리다. 영화는 이 장면에서 대사를 집어넣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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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속에 나오는 일본 현지통역사도 못하는 일이 사랑인듯 싶다. 또한 의뢰인이 요구하는 사항만 가까스로 통역해야만 하는 삶이란 돌이켜보면 한국도 다를 바 없다. 황금만능주의에 얽힌 채 사람과 사람의 관계마저 기계적으로 맞춰야만 하는 모습이란 공허함만 비춰줄 뿐이다.

영화에서 보여진 가식적인 소통 구조란 갑갑함을 넘어 숨통을 죄여오는 듯한 모습이다. 마지막 장면이 머릿속에 잔잔히 흘러내린다. 일을 마치고 떠나는 밥이 위스키 회사를 대신한 홍보사가 제공한 리무진을 타고 공항으로 향하던 중, 그는 시내로 걸어가는 샬롯을 발견한다.

어느덧 나이 60세를 바라보는 영화배우 밥은 영화 <프리티우먼>에서 비비안(줄리아 로버츠 분)을 찾아간 에드워드 루이스(리차드 기어 분)처럼은 아니지만, 차에서 내린뒤 살롯을 향해 뛰어가 포옹하면서 그녀에게 뭐라고 속삭인다. 그리고 잠깐 1~2초가량 샬롯의 눈물과 눈빛이 보인다.

당신의 사랑은 가식적인가요

같은 정서를 가진, 그리고 한국어를 구사하는 한국 남녀가 과연 밥과 샬롯처럼 서로를 끌어안고 속삭일 수 있을까. <짝>이라는 예능프로그램을 보면 영화 <사랑도 통역이 되나요?>는 있을 수 없는 일이 될 듯하다. 섹스와 돈을 추구하는 사회에서 짝찟기 프로그램은 마치 인수합병을 위한 전주곡 같아 보인다. 레고 블록 맞추기와 큰 차이를 느끼지는 못하겠다.

사랑은 이렇게 해서 사라진 걸까. 여러분들의 사랑은 통역이 되는지 궁금하다. 지금의 연인관계, 가식을 넘어 진정한 만남이라고 생각되는지? 아니라고 느낀다면 프란시스 코폴라 감독의 딸인 소피아 코폴라 감독의 <사랑도 통역이 되나요?>는 현재 진행 중인 연인들간의 관계를 알 수 있는 리트머스가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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