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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한길 민주통합당 의원(자료사진)
 김한길 민주통합당 의원(자료사진)
ⓒ 유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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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거 그냥 이기는 싸움인데 안 하니까 내가 '승질'이 나는 거지."

1일 오전 9시 40분경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 918호실. 김한길 민주통합당 전 최고위원은 자신의 방에서 박영선 공동선대위원장, 김현미 의원, 우윤근 의원 등 문재인 캠프 핵심 관계자들과 뜨거운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 핵심은 민주당 개혁과 정치쇄신이었다.

김한길 최고위원의 사퇴 결심이 48일 앞으로 다가온 대선에 어떤 파장을 끼칠까, 문재인 후보에게 닥칠 피해는 없을까 우려하는 후배 정치인들은 김 최고위원과 약 1시간에 걸쳐 긴 대화를 나눴다.

김 전 최고위원은 안철수 후보는 정치쇄신이라는 커다른 의제를 선점한 뒤 지지율을 끌어올리는데 정작 쇄신해야 할 민주당과 문재인 후보는 정치개혁에 무엇을 하고 있는가 매우 답답해하는 눈치였다. 1시간여의 긴 대화를 끝내고 나오는 김 최고위원에게 잠깐만 시간을 달라고 주문했다.

"지금 다 합쳐도 1% 박빙승부인데 정말 걱정"

눈이 쾡해진 그는 "차나 한잔..."이라며 담배부터 꺼내들었다.

김 전 최고위원은 "당대표 출마한 뒤 경선하면서 정말 민주당을 바꾸겠다, 쇄신하겠다고 말했는데 결국 실천을 못했다"며 "지금 우리는 기득권을 다 내려놔야 한다, 대선승리는 고통을 요구한다, 어제 초선 의원들에게 한 얘기는 일종의 오늘의 사퇴를 예고한 셈"이라고 말했다(관련기사: "안철수 공격 말라"... 김한길, 이해찬·문재인에 쓴소리).

그는 이어 안철수 후보 측이 정치쇄신의 의제를 선점하고 달리는 것에 대해 "내가 제일 답답한 게 그것"이라며 "정치쇄신 딱 하나로 안철수 후보는 저렇게 큰 세력을 유지하고 있는데, 민주당이 좀 더 세게 정치쇄신 의제를 주도하면 얼마든지 안철수 지지층 중 돌아올 수 있는 사람들이 있는데..."라며 답답해 했다.

김 전 최고위원은 또 "민주당의 문재인 후보가 본선 경쟁력에서 박근혜 후보에게 1%만이라도 앞서는 경쟁력을 갖추면 얘기가 달라진다"며 "호남 민심의 핵심은 박근혜 대통령은 아주 큰 역사적 재앙이라고 생각하는 것인데 문 후보가 박근혜 후보를 이길 수 있는 경쟁력이 조금만 더 높다고 하면 호남민심은 돌아설 것"이라고 말했다.

그런데 "자꾸 무슨 호남 지역공약으로 어떻게 해보려고 하는 건 말도 안 되는 전략"이라며 "문재인 후보가 박근혜 후보를 이길 수 있는 본선경쟁력에서 우위를 점하면 호남 민심은 거기에 실리게 돼 있다, 대선승리가 우리의 목표이고, 또 이길 수 있는 길이 빤히 보이는데 더 이상 머뭇거릴 시간도 없는데, 이런 절박감에서 내가 얘기를 꺼낸 것"이라고 밝혔다.

무엇보다 김 전 최고위원은 "두 세력이 융합해야 하는 현실에서 두 세력이 합쳐졌을 때 떨어져 나가는 부분이 서로 없어야 하는데... 그게 있다"며 "단일화 됐을 때 문쪽으로 안쪽으로 서로 안 따라가는 포션이 비슷하다, 이 세력이 지금 다 합쳐도 1% 박빙승부인데 정말 걱정"이라고 말했다.

특히 김 전 최고위원은 "아홉 만큼 비슷한 사람들이 하나 만큼 다른 것만 부각해서는 안 된다"며 "크게는 서로가 우리 편이라는 인식이 있어야 본선에서 이길까 말까 하는데..."라고 말을 줄였다.

또한 김 전 최고위원은 "나는 최종적으로는 누가 됐든 민주당의 후보로 나서야 승산이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이라며 "만일 안 후보가 끝까지 기호 2번을 달지 않겠다고 하면 안 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김 전 최고위원은 "이미 안철수 현상으로 확인된 시대정신이 있고, 그것이 우리 시대의 요구이기 때문에 그것은 정당이 적극 수용하는 게 마땅하고 그것이 승리의 길"이지만, "민주당의 후보라야 현실적으로 이길 수 있다는 것도 알아야 한다"고 말했다.

다음은 김한길 전 최고위원과 나눈 일문일답을 정리한 것이다.

"정치쇄신 의제 안철수가 선점, 그게 제일 답답하다"

- 박영선, 김현미, 우윤근 의원들과는 무슨 대화를 나눴나.
"그냥 돌아가는 얘기했다. 우리 당 선대위원장들이니까."

- 최고위원 사퇴를 만류했나.
"그들이 만류하고 말고 할 일이 아니다. 앞으로 어떻게 해야 되냐 그런 것이지. 그 친구들이 만류한다고 내가 뭘.... 그럴 만한 일은 아니다."

- 왜 꼭 오늘 사퇴를 해야겠다고 작심했나.
"당대표 출마한 뒤 경선하면서 정말 민주당을 바꾸겠다, 쇄신하겠다고 말했다. 그런데 결국 대표는 못 됐지만 지도부에 들어갔는데 결과적으로 실천을 못한 거다. 어제 내가 민주당 의원들에게도 말했지만 지금 우리는 기득권 다 내려놔야 한다. 대선승리는 고통을 요구한다. 그런 얘기로 일종의 오늘의 사퇴를 예고한 셈이다."

- 오늘 발표한 성명의 핵심은 문재인 후보가 정치쇄신을 주도해야 한다는 것인데, 민주당은 정치쇄신 의제를 안철수 후보 측에 선점 당한 것 같다. 어떻게 생각하나.
"내가 제일 답답한 게 그거다. 정치쇄신 딱 하나로 안철수 후보는 저렇게 큰 세력을 유지하고 있는데, 또 안 후보 쪽은 말로만 할 수 있지 실제 지금 실천할 수 있는 게 없다. 그런데 민주당은 실천이 가능하다. 안철수 측의 유일한 의제(정치쇄신)를 이쪽(민주당)이 주도하면, 실제 안철수 지지층 중 30~50%는 넘어올 수 있다. 그들은 원래 우리에게 우호적이었다가 실망이나 불신 때문에 넘어간 사람들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민주당이 좀 더 세게 정치쇄신 의제를 주도하면 얼마든지 돌아올 수 있다. 민주당의 문재인 후보가 본선 경쟁력에서 박근혜 후보에게 1%만이라도 앞서는 경쟁력을 갖추면 얘기가 달라진다. 이게 굉장히 중요한 포인트다."

- 왜 그런가.
"왜냐하면, 호남 유권자, 호남 민심의 핵심은 박근혜 대통령은 아주 큰 역사적 재앙이라고 생각하는 것 아닌가. 그걸 가장 절박하고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있다. 박근혜를 이길 수 있는 경쟁력이 문재인 후보가 조금 더 높다고 하면 호남민심은 돌아선다. 자꾸 무슨 호남 지역공약으로 어떻게 해보려고 하는 건 말도 안 되는 전략인 거다. 문재인 후보가 박근혜 후보를 이길 수 있는 본선경쟁력에서 우위를 점하면 호남 민심은 거기에 실리게 돼 있다. 대선승리가 우리의 목표고, 그리고 이길 수 있는 길이 빤히 보이는데 더 이상 머뭇거릴 시간도 없는데, 이런 절박감에서 내가 얘기를 꺼낸 것이다."

- 당내 인적 쇄신 요구인가.
"나는 처음부터 민주당 쇄신의 출발점은 계파와 패권주의를 내려놓는 것이라고 했다. 몇 달째 계속 그 얘기를 했다. 지금 정권교체보다 더 중요한 게 뭐가 있나. 정치쇄신을 원하는 당원의 요구를 제대로 실천하자는 게 내 생각이었다. 지도부가 그걸 했어야 했다. 우리가 먼저 수권정당의 면모를 갖춰야 했다. 물이 높으면 배가 높다고, 당의 후보도 오르는 건데 당의 변화를 우리가 실천하지 못했으니까 결과적으로 이렇게..."

- 대선 D-48일인 상황에서 이기는 단일화가 중요하다는 주장이 나온다. 단일화는 어떻게 해야 한다고 생각하나.
"(아주 심각한 어조로) 잘 돼야 한다. 그런데 단일화가 그렇게 쉽지 않은 거다. 우리 당 지도부에는 막연한 낙관론이 있다. 2002년 노무현 후보 선거 때보다 상황이 좋다, 이대로 가면 우리가 이긴다, 이런 얘기들을 하는데, 나는 지금 우리가 긴장해야 할 때라고 생각한다."

"박근혜에게 단일후보 다 져... 아주 냉정하게 봐야"

- 정수장학회, 과거사 등 온갖 문제에도 불구하고 박근혜 후보의 지지율은 42%에서 안 빠지고 유지된다. 이대로 가면 야권이 단일화를 해도 박 후보를 이길 수 없을 것이라는 진단이 나오는데.
"올 대선에서 단일화 한다고 다 이기는 것은 결코 아니다. 초박빙 싸움이다. 전체적인 상황은 결코 우리에게 유리하지 않다. 우선 유권자 구성비에서 우리에게 불리해졌다. 유권자 구성비에서 700만 정도가 불리한 쪽으로 이동했다고 봐야 한다. 2030세대가 140만 줄고, 50대 이상은 570만이 늘어났다. 바로 이 지점이 우리가 맞닥뜨린 현실이다. 이걸 넘어서는 게 사실 우리에게 매우 버거운 일인데, 또 시뮬레이션을 직접 돌려보면 박근혜 후보에게 단일후보 다 지고 있다. 이 점을 아주 냉정하게 봐야 한다. 지금 민주당이 몸조심 할 때가 전혀 아니다. 안철수 현상은 현존하는 국민적 요구를 대변하고 있는 거다. 정치가 바뀌라는 것, 그게 국민적 요구다. 그럼 변해야지."

- 민주당 쇄신안에서 빠진 것은?
"시민캠프나 새정치위원회에서 논의되는 것 중 꽤 내용 있는 것들이 있다. 결정을 못해서 그렇지. 상당히 내용 있는 갑론을박이 있다. 내가 이런 말을 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지만, 머뭇대지 말아라. 기득권 가진 현역 의원들, 당의 구조가 반발할 수 있다. 그걸 제압하고 수습하고 결단하는 게 지도력이다. 지금 문재인 후보에게 제일 중요한 게 그런 결단이고, 정치력이다. 문 후보가 보여줘야 할 리더십이다. 나는 문 후보도 충분히 그런 자세를 갖고 있다고 본다."

- 안철수 후보가 결국 기호 2번 달고 뛸 수밖에 없을 거라는 민주당의 기대에 안 후보측이 반발하고 있다. 기호가 중요한 게 아니라고 하는데, 어떻게 생각하나.
"나는 최종적으로는 누가 됐든 민주당의 후보로 나서야 승산이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이다. 만일 안 후보가 끝까지 기호 2번을 달지 않겠다고 하면 안 되는 것이다. 이미 안철수 현상으로 확인된 시대정신이 있고, 그것이 우리 시대의 요구이기 때문에 그것은 정당이 적극 수용하는 게 마땅하다. 그것이 승리의 길이다. 다만, 이런 점도 있는 거다. 민주당이 이번 대선에서 이겨야 되니까 기호 2번을 달라고 하는 게 아니다. 민주당의 후보라야 현실적으로 이길 수 있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 박원순 선거를 치러본 사람들은 기호가 중요하지 않다고 한다. 꼭 민주당 후보가 아니어도 승산이 있다는 주장을 하는데.
"천만에! 지금 두 세력이 융합해야 한다. 두 세력이 합쳐졌을 때 떨어져 나가는 부분이 서로 없어야 한다. 그런데 지금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문재인 후보가 단일후보로 결정됐을 때 안 후보쪽에서 안 따라오는 포션이 있다. 또 안철수 후보가 단일후보가 됐을 때 문 후보 측에서 안 따라가는 민주당 지지자들이 꽤 된다. 이게 지금은 거의 비슷해졌다. 그래봐야 1% 차이 박빙승부다. 1997년 DJ때 우리가 39만표로 이겼다. 이게 딱 1%였다. 이인제 후보가 492만표 가져가서 나온 결론이다."

- 문재인과 이해찬을 엮어주는 역할은 누가 해야 하나. 최고위원 사퇴도 하셨으니...
"나도 안 후보와 많은 얘기를 했고 오래 알고 지낸 사이다. 그러나 여의도에 들어온 뒤에는 별도로 만난 일이 없다. 그리고 내 입장을 분명히 전달했다. 내 생각도 그쪽이 안다. 그래서 내가 뭐 뭘 하겠다 이렇게 나설 순 없다. 그러나 이길 수 있는 결합을 만들기 위해서 내가 필요한 역할이 있다면 마다하지 않겠다."

"안 후보측에 민주당을 적처럼 대하지 말라고 했다"

- 양측이 서로 하나가 되라는 국민적 메시지는 있지만 양측이 정치쇄신을 둘러싸고 옥신각신하는 모양새인데.
"민주당 의원들에게 안철수 후보를 공격해서는 안 된다고 했지만, 안 후보 측도 그렇게 하면 안 된다. 안 후보 측에 민주당을 마치 적처럼 대하지 말라고 했다. 아홉 만큼 비슷한 사람들이 하나 만큼 다른 것만 부각해서는 안 된다. 크게는 서로가 우리 편이라는 인식이 있어야 본선에서 이길까 말까 하는데...

사실 새누리당이 안철수 후보에게 무소속이라고 공격할 때, 민주당은 이랬어야 한다. 안 후보 측은 우리와 힘을 합쳐 정권교체를 할 사람이니까 사실상 무소속이라고 할 수 없다, 이렇게 방어를 해줬어야 한다. 이건 안철수를 위해서 그렇게 했어야 하는 게 아니라 안철수 후보를 지지하는 사람들이 우리에게 호감을 갖게 하기 위해서라도 그랬어야 했다. 안 후보 지지자들을 우리가 안고 가야 한다."

- 물리쳐서는 안 되는 대상이라는 건가.
"내가 강조하는 게 바로 그거다. 안철수 후보는 우리가 안고가야지, 물리치는 대상이 아니다. 국회에서 안 후보의 다운계약서를 갖고 공격할 때 원내 몇 명 의원들과 얘기했는데 비판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사람들이 있었다. 그런데 그건 말이 안 된다. 안철수 후보에게 들이댄 잣대를 고스란히 박근혜 후보에게 들이댔어야 했다. 그래야 안 후보 지지자들이 같은 편이네! 인식을 한다. 거기다가 민주당이 강하게 정치쇄신을 밀어붙였다면 그 지지자들은 민주당 지지자로 돌아올 사람들이다. 그게 필승 전략 같다. 지금은 개인의 이해관계를 따질 때가 아니다. 정권교체는 그렇게 해서 되는 게 아니다.

정말 내가 진짜 완전 초선 의원 때, 전설 같은 DJ를 찾아가 김홍일 의원을 사퇴시키라고 주장했었다. 그 다음날 DJ가 눈에 눈물이 글썽글썽 해서 나타났다. 자기 때문에 평생을 반신불수가 된 아들에게 어떻게 그렇게 할 수 있느냐고. 그런데 어쩌나. 그래야 정권교체가 가능한데. 아버지는 대통령, 아들은 국회의원, 이러면 국민이 어떻게 생각하겠나. 이때 DJ가 결단을 내렸다. 그런 정도의 절박감이 있어야 정권교체는 가능한 것이다."

- 당내 여러 기류 중 안철수 후보로 정권교체가 되느니 차라리 민주당 후보로 지는 게 낫다, 그래야 제1야당으로서 민주당의 명맥을 유지할 수 있다고 주장하는 사람들도 있던데.
"10년 전인 2002년 11월 21일 정몽준 후보 쪽과 마지막 단일화 협상을 할 때 마지막 문구 다 정리해서 타자 치는데 우리 당의 높은 분이 전화를 했다. 선대본부장 회의를 했는데 그 단일화 깨고 와라. 당혹스러웠지만 나는 높은 분들의 의견과 반대로 타결 지었다. 그때 노무현 후보가 대통령이 됐기 망정이지 만약 그때 졌더라면 나는 아마 한국에서 못 살았을 것이다. 너 때문에 졌다고.

그분께 10년 만에 처음으로 물었다. 왜 그때 저한테 협상을 깨고 오라고 하셨느냐고. 그분 말씀이, 당시 여론조사 결과 보니까 정몽준에게 져서 그랬다고 했다. 단일화 지고, 여당이 대선후보도 못 내고 그럼 해체되지 당이 남아 나겠냐, 그게 걱정돼서 그랬다고 했다. 내가 의원들에게 늘 하는 말이 있다. 노무현 후보 때처럼 단일화 하면 이기지 않겠어? 적어도 민주당 국회의원이라면 그 당시 내가 했던 고민과 당시 우리 선배들이 했던 고민 사이에서 선택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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