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거대한 댐에 가로막혀 오르지 못하던 누치 등의 물고기들이 금강에서 폐사를 시작한지 13일이 됐다. 다행히도 지난 22·27일 많은 비가 내리면서 금강에서 폐사하던 물고기들도 이제 진정 상태에 접어들었다. 아니, 더 이상 죽을 물고기가 없는 것일지도 모르겠다. 그만큼 많은 개체수의 물고기가 죽어기 때문에 씨가 말랐다는 표현이 적절할지도 모르겠다. 이번 폐사사태는 여러 가지 기록들을 남겼다.

가장 큰 메기의 폐사

우리나라에서 공식적으로 가장 큰 메기로 기록된 것은 127cm이다. 하지만 이 기록을 뛰어 넘는 메기(136.5cm)가 죽었다. 이렇게 큰 메기의 죽음은 이번 물고기 폐사 사태의 심각성을 다시 한 번 말해준다. 사상 유래가 없는 금강 물고기 폐사 사태는 정말 낙동강 페놀 사건 이후 사상 최악의 환경재앙이었다. 금강의 사태는 정리돼가지만 낙동강에서는 물고기의 폐사가 아직도 진행 중이다.

가장 오랜 기간 폐사가 진행됐다

이렇게 장기적으로 물고기들이 폐사한 사례는 없었다. 국내에서 전무후무한 기록이다. 서해안 기름유출 사고 정도가 어깨를 견줄만 하다. 대부분은 물고기의 폐사는 일시적으로 하루에서 이틀 정도 진행된 뒤 마무리된다. 지난 28일까지 새로운 물고기들이 폐사한 이후에 하천변에서는 31일 현재까지도 폐사한 어류 사채가 발견되고 있다. 22·27일 비가 내리지 않았다면 아직도 폐사가 진행됐을 지도 모를 일이다.

가장 많은 수의 물고기 폐사

초기 백제보 상류에 떠오른 물고기
 초기 백제보 상류에 떠오른 물고기
ⓒ 대전환경운동연합 이경호

관련사진보기


환경당국이 집계한 공식기록에 따르면 5만4000마리의 물고기가 폐사했다. 가창오리를 제외한, 금강에 찾아오는 겨울철새가 5만 정도니 그 수가 대단하다. 하지만, 이것은 어디까지나 환경부의 집계다. 현장에서 살펴보면 최소 30만 마리 이상이 떼죽음 당한 것으로 추정된다. 무게로는 약 10톤 이상이 수거된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어디에도 정확한 수치는 없다. 환경부에서도 마리는 성어를 기준으로 환산해서 추정한 것이며, 무게 역시 계근한 자료가 없기 때문이다.  

하류로 떼내려온 물고기들 뒤로 부여대교가 보인다.
 하류로 떼내려온 물고기들 뒤로 부여대교가 보인다.
ⓒ 대전환경운동연합 이경ㅎ

관련사진보기


가장 광범위한 피해범위

지난 17일 백제보 상류 1km 지점인 왕진교에서 시작된 물고기 떼죽음은 하류로 25km 이상 떨어진 황산대교까지 번졌다. 피해 범위가 가장 긴 물고기 폐사 사례다. 이렇게 대규모 피해범위로 확산된 데에는 초기 대응에 실패한 관계당국에 책임이 있다. 오탁방지막이나 펜스 등을 일찍 설치해 피해 규모를 줄일 수 있는 조치들이 있었기 때문이다.

오랜기간 방치된듯 물고기가 말라가면서 노가리처럼 변해가고 있다. 사고 발생시점에서 약 25km 이상 떨어진 곳이다.
 오랜기간 방치된듯 물고기가 말라가면서 노가리처럼 변해가고 있다. 사고 발생시점에서 약 25km 이상 떨어진 곳이다.
ⓒ 대전환경운동연합 이경호

관련사진보기


새로운 일자리 창출!

물고기 수거를 위한 인력이 새로 생겨났다. 하지만 대부분이 일용직이거나 비정규직이었다. 환경부에 직속의 비정규직인 금강지킴이들이 대거 투입됐고, 부여군 등 관계 당국에서 일자리 창출사업이나 일용직을 이용해 수거를 진행했다. 4대강으로 34만 개의 일자를 만들겠다던 정부의 일자리 정책의 전형을 보여주는 듯해 씁쓸하다.

사라진 물고기 전문가

수만 마리의 물고기가 폐사한 금강에 물고기 전문가들은 보이지 않았다. 아쉽기 만하다. 전국에 물고기 전문가들이 있는지도 의심스럽다. 이런 전대미문의 사건이 발생하였지만, 전문가들의 적극적인 연구나 조사는 이루어지지 않았다. 오히려 전문가를 찾아서 분석을 의뢰하기도 힘든 것이 현실이었다. 현장에서 활동가하면서 가장 아쉬웠던 부분이다.

동물들이 죽은 숭어를 먹고 버렸다.
 동물들이 죽은 숭어를 먹고 버렸다.
ⓒ 대전환경운동연합 이경호

관련사진보기


금강 물고기 폐사 사태는 여러 가지 기록들을 남기며 일단락되는 분위기이다. 하지만, 아직 원인을 밝히지도 못하고, 원인에 따른 후속대책도 진행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환경부는 2주가 다된 지난 29일에야 민관 공동조사를 진행하겠다고 발표하면서, 늦장 대응의 전형을 보여줬다. 증거가 다 사라진 시점에서 민관 공동조사를 수용했기 때문이다.

게다가 낙동강에서도 진행된 물고기 폐사의 원인이 4대강 때문이 아니라는 주장만 일관하고 있다. 과거 수십 년 동안 금강과 낙동강에 가장 큰 환경변화를 일으킨 것이 4대강 사업이다. 때문에 4대강이 아니라고 설명하기에 급급하기보다는 정확한 원인을 규명해내는 것이 더 시급한 문제였다.  4대강이 아니라는 구체적인 근거를 찾기 위해서라도 초기 빠른 대응을 통해 원인을 파악했어야 했다.

이렇게 충분한 조사와 데이터를 토대로 원인을 분석 없이 4대강이 아니라고 밝히는 것은 국민에게 신뢰를 주기에는 역부족이다. 금강에 물고기 씨를 말린 4대강의 물고기 떼죽음이 사태가 강에서는 해소가 되었지만, 아직 원인을 찾지 못했기 때문에 진행형이 될 수밖에 없는 이유이다. 환경부는 이제라도 정확한 역학조사를 진행할 수 있는 조사팀을 꾸리고, 정확한 원인 분석을 통해, 신뢰성 있는 답을 도출해 내야 한다. 그렇지 않다면 4대강 사업으로 물고기가 폐사했다는 주장의 반박을 하지 못할 것이기 때문이다.


태그:#금강물고기떼죽음, #4대강정비사업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날로 파괴되어지는 강산을 보며 눈물만 흘리고 계시지 않으신가요? 자연을 위한 활동이 필요하시면 연락주세요! 대전환경운동연합 회원이 되시면 함께 눈물을 흘리고 치유 받을 수 있습니다. 회원가입하기! https://online.mrm.or.kr/FZeRvcn


독자의견

이전댓글보기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