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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선을 맞아 <오마이뉴스>와 녹색당은 원자력 발전 등 국가 에너지 정책 전환을 화두로 던집니다. 후쿠시마 원전 사고 이후 세계적으로 원전 찬반 논란이 뜨겁습니다. 한국에서도 고리와 월성 원전에서 고장사고가 자주 발생해 우려가 커지고 있습니다. 기획 '원전을 버리자'를 통해 안전하면서도 지속가능한 에너지 정책을 함께 고민하고자 합니다. 원전 문제는 우리 일상, 그리고 미래와 관련이 깊습니다. 독자 여러분들의 적극적인 참여와 제안 부탁드립니다. [편집자말]
'독일 23%, 일본 27%, 한국 32% 내외'

전력 수급에서 원자력발전이 차지하는 비율이다. 한국과 9%p차이를 보였던 독일 정부는 2022년까지 원전을 완전히 폐쇄하기로 결정했다. 일본도 후쿠시마 사고 이후 54개 원전 중에 2개만 가동하면서 전기를 쓰고 있다. 일부 환경론자들이 '탈핵'을 주장하면 "원전이 아니면 대안이 뭐냐"고 되묻는 이들에게 독일과 일본의 상황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끝장토론으로 2022년 핵발전소 완전폐쇄 결정"

끝장토론으로 독일 정부로부터 원전 완전폐쇄 결정을 이끌어낸 독일 '안전한 에너지 미래를 위한 윤리위원회' 17명 민간 전문가 위원 중 한 명인 미란다 A. 슈로이어 베를린자유대 교수. 그가 지난 16일 에너지기후정책연구소 등이 주최한 국제 심포지엄에 참석하기 위해 한국을 방문했다. 슈로이어 교수의 얘기를 들어보면, 탈핵은 당연한 선택이다. 슈로이어 교수의 이야기를 문답식으로 구성했다.

 메르켈 독일 총리가 지난 19일 벨기에 브뤼셀에서 열린 EU 정상회의에서 연설하고 있다.
 메르켈 독일 총리가 지난 19일 벨기에 브뤼셀에서 열린 EU 정상회의에서 연설하고 있다.
ⓒ 연합/EPA

- 독일의 에너지정책은 후쿠시마 이후에 어떻게 변했나?
"독일에서 탈핵을 하기로 한 결정적인 계기는 선거를 통해 만들어졌다. 1998년 선거를 통해 사민당-녹색당 연립정부가 집권을 했는데, 연정의 첫 번째 조건이 바로 핵발전 중단이었다. 그러나 독일의 경우에 핵발전소를 운영하는 회사들이 민간회사들이어서 합의를 이루는 것이 쉽지 않았다.

사업자들과 협의를 한 끝에, 우여곡절 끝에 2022년까지 핵발전을 중단하기로 하는 합의를 이끌어냈다. 독일에서 '원자력 합의'라고 불리는 이 합의는 역사적인 것이었다. 원전으로 전기의 27%를 생산하던 국가가 탈핵을 하기로 합의를 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보수적인 기민당-자민당 정부가 들어서면서 2010년 핵발전소 수명을 연장하는 결정을 내렸다. 이 결정에 대해 수많은 시민들이 항의를 했지만, 메르켈 총리는 수명연장 결정을 고집했다.

그러던 중에 후쿠시마 사고가 터졌다. 후쿠시마 사고가 나면서 다시 핵발전에 반대하는 여론이 강해졌다. 후쿠시마 사고 이후에 치른 연방정부 바덴-뷔르템베르크주 선거에서 사상 최초로 녹색당 주총리가 탄생하고 기민당이 참패하는 결과가 나타났다. 이렇게 되자 메르켈 총리는 '안전한 에너지 미래를 위한 윤리위원회(이하 윤리위원회)'를 구성하게 되었다. 그리고 이 위원회에서 핵발전을 폐기하는 방향으로 의견을 모은 것이다."

- 윤리위원회에서는 어떤 방식으로 논의를 했나?
"만인에게 개방된 형태로 논의를 했다. 윤리위원회의 회의가 TV에서 생중계되기도 했는데, 수백만명이 시청을 할 정도로 큰 관심을 끌었다. 윤리위원회의 공동의장은 기민당 소속으로 환경부 장관을 지낸 클라우스 퇴퍼(Klaus Toepfer)와 독일연구재단의 대표인 마티아스 클라이너(Matthias Kleiner)가 맡았다. 윤리위원회에서 시민들의 질문도 받고 토론도 벌인 결과 최종적으로 핵발전소를 단계적으로 폐쇄할 것을 정부에 권고하게 되었다. 그리고 독일 정부는 이를 받아들여 2022년까지 핵발전소를 모두 폐쇄하기로 결정했다.

윤리위원회는 '독일의 핵발전소가 대단히 안전하지만, 사고를 완전히 막을 수는 없다'라고 판단했다. 그리고 대규모 핵사고가 일어난다면 그 영향은 걷잡을 수 없다고 판단했다. 또한 핵발전을 통해 양산되는 핵폐기물은 미래세대에 부담을 떠넘기는 것이기 때문에 윤리적인 문제가 있다고 판단했다. 그래서 핵발전을 폐기하는 판단을 내린 것이다."

 수많은 사람들에게 개방된 독일 윤리위원회 토의 모습.
 수많은 사람들에게 개방된 독일 윤리위원회 토의 모습.
ⓒ 미란다 A 슈로이어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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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핵발전을 폐기하면, 화석연료에 의존한 발전을 하게 된다는 반론도 있다.
"아니다. 윤리위원회는 핵발전을 폐기하더라도 화석연료로 돌아가는 것은 대안이 아니라고 명확하게 판단했다. 탈핵은 에너지효율화와 재생에너지를 통해 이루어져야 한다. 그리고 이 과정에서 새로운 일자리를 만들어낼 수도 있다. 실제로 독일은 현재 이런 과정을 밟고 있다."

"독일 현재 전기 20% 이상 풍력, 태양광, 바이오매스로 생산"

- 독일에서는 실제로 재생에너지를 통해 얼마나 전기를 생산하고 있나?
"독일은 사민당-녹색당 연립정부 시절인 2000년 재생에너지법을 만들어서 본격적으로 재생에너지를 확대하기 위한 정책을 펴 왔다. 처음에는 독일도 재생에너지의 비중이 미미했다. 1991년에 독일의 전기생산에서 재생에너지가 차지하는 비중은 3.2%에 불과했다. 그러나 정부가 의지를 가지고 재생에너지에 투자하기 시작하자 재생에너지로 생산되는 전기는 급속도로 늘어났다. 건물의 지붕마다 태양광 전지판을 설치하고, 곳곳에 풍력발전기를 설치했다. 시민들이 자기 돈을 출자해서 재생에너지 시설을 설치했다. 풍력도 육상 풍력만이 아니라, 바다위에 풍력발전기를 설치하는 해상풍력을 늘려 나갔다.

그 결과 현재 독일에서 생산되는 전기의 20% 이상을 풍력, 태양광, 바이오매스 등으로 생산하고 있다. 재생에너지의 확대는 매우 빠른 속도로 이루어지고 있다. 독일의 재생에너지 확대는 발전차액지원제도(FIT, Feed In Tariff)에 힘입은 바가 크다. 이 제도에 의해, 정부가 재생에너지로 생산한 전기를 일반 전기보다 고가로 매입해주면서 재생에너지가 많이 확대되었다. 재생에너지는 일자리를 많이 창출하고 있다. 2011년까지 재생에너지 분야에서 38만개의 일자리를 만들었다. 독일은 2050년까지 재생에너지 만으로 독일이 필요로 하는 전력의 100%를 공급할 계획을 세우고 있다. 이미 지역차원에서는 100% 재생에너지로 전기를 생산하려는 지역들도 늘어나고 있다. 프라이부르크, 밤베르크, 트리어 등의 도시들이 그런 시도를 하고 있고 점점 더 늘어나고 있다."

- 독일의 탈핵과정에서 정치의 역할은 어떠했나?

"독일의 탈핵과정에서 정치는 중요한 역할을 해 왔다. 1980년대 초반에 창당한 독일 녹색당은 서서히 지지를 높여나가다가 1998년 사민당과의 연정을 통해 핵발전을 단계적으로 폐기하는 정치적 결정을 이뤄냈다. 
 지난 16일 탈원전 국제 심포지엄에 참석하기 위해 방한한 미란다 A 슈로이어 베를린자유대학 교수.
 지난 16일 탈원전 국제 심포지엄에 참석하기 위해 방한한 미란다 A 슈로이어 베를린자유대학 교수.
ⓒ 에너지기후정책연구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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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거만이 중요한 것은 아니다. 시민들의 역할이 중요하다. 독일에서는 1970년대부터 반핵운동이 활발하게 벌어졌다. 1975년에는 핵발전소 예정지였던 뷜(Bühl)에서 2만 8000명이 모여 점거시위를 했다. 그리고 1986년 구소련의 체르노빌 핵 사고 당시 방사능 낙진으로 인한 피해를 경험하고 난 후 독일 시민들의 탈핵의지는 더욱 강해졌다. 일본 후쿠시마 사고가 터진 이후에도 독일 시민들은 행동했다. 전국 450여개 도시에서 10만 명이 넘는 시민이 탈핵 시위에 참여했다. 이런 시민들의 직접행동도 탈핵을 이끌어내는데 중요한 역할을 했다."

- 탈핵을 위해 한국 사회에 조언을 해준다면.
"사회적 토론을 활발하게 해 나가는 것이 중요하다. 독일에서는 1970년대부터 원전에 반대하는 지역주민들의 운동이 시작되어 점차 원전 자체를 반대하는 운동으로 발전해 갔다. 그래서 원전문제는 독일 사회가 풀어야 할 핵심적인 과제로 되었고 치열한 토론주제가 되었다. 그리고 독일의 윤리위원회 사례가 보여주듯이, 원전에 대해 치열하게 토론한다면 원전을 폐쇄한다는 결정을 내리는 것이 당연하다. 기민당 정치인이 공동의장을 맡은 윤리위원회에서 탈핵을 정부에 권고하기로 한 것만 보더라도, 탈핵은 피할 수 없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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