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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디어 전문매체 <미디어오늘>이 '편집국장 임명동의제'를 놓고 29일 오전 9시부터 파업에 돌입했다. 전국언론노동조합 <미디어오늘>분회(분회장 정재수)는 지난 26일 긴급총회를 거쳐 이날 파업을 결정했다. 현재 파업에는 전체 조합원 14명 가운데 회사 경영부서 2명과 부장급 조합원 1명을 제외한 11명의 편집국 소속 조합원들이 참여하고 있다.

<미디어오늘> 분회에 따르면, 분회는 24일 총회를 통해 11월 새롭게 교체되는 신임 편집국장에 대해 반대하지 않는 대신 향후 편집국장 교체 시 노조의 동의를 구하는 '임명동의제' 도입을 25일 노사협의회에서 제안했다. 이는 <미디어오늘> 단체협약서에서 편집국장 임명과 관련해 "임명동의제를 비롯해 제도개선을 위해 논의한다"는 규정을 근거로 한 것이다.

이완기 <미디어오늘> 사장은 이러한 분회의 요구에 "편집국장 임명과 관련해 TF팀을 만들어 논의를 진행하자"면서도 '개인적으로 편집국장 임명동의제를 반대한다'는 입장을 분명히 한 것으로 전해졌다. 노사 양측 관계자에 따르면, 이 사장이 노사협의회 이후 편집국 소속 조합원들과 식사자리에서 수차례 '임명동의제' 반대 의사를 밝힌 것으로 확인됐다.

"임명동의제는 조직 안정을 위한 최소한의 조치"

<미디어오늘> 분회는 29일 파업 보도자료에서 "미디어오늘은 올해 MBC, KBS 등 언론계 총파업의 화두였던 편집권 독립과 사장 선임 문제에 대해 건설적인 제안과 비판을 해왔으나 정작 내부에는 편집권 독립을 보장할 수 있는 제도가 없다"며 "임명동의제 도입이 필요없다는 이완기 사장의 뜻은 미디어오늘 구성원들의 자존감을 짓밟은 것과 같다"고 말했다.

분회는 이어 "편집국장 교체 시기마다 노사 문제가 갈등으로 치닫는 상황이 계속되면서 구성원이 조직을 떠나는 문제가 반복돼 왔다. 지난 2009년 이완기 사장 취임 이후 무려 4번이나 편집국장이 교체됐고, 그때마다 노사 갈등이 불거졌다"며 "편집국장 임명동의제를 즉각 도입하고, 민주적인 조직 운영에 나설 것을 요구한다"고 밝혔다.

이들은 "파업까지 나선 이유는 이완기 사장과 구성원 사이 소통에 근본적인 문제가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라며 "이 사장은 구성원들을 존중하거나 이해하려 하기보다는, 고압적으로 윽박지르거나 무시하는 태도를 보여 왔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이 사장이 노조에 "그것밖에 생각을 못해오느냐", "수준이 그것밖에 안 되느냐"는 등 "노조를 무시하는 발언을 했다"고 주장했다.

정철운 <미디어오늘> 분회 홍보국장은 이날 <오마이뉴스>와 전화통화에서 "17년 동안 2년 임기를 채운 편집국장이 단 한 명뿐이다. 이완기 사장 취임한 지 4년 동안 편집국장만 4명"이라며 "결국 제도의 문제라는 게 조합의 판단이다. 편집국장을 사장 한 사람이 결정할 게 아니라 노동조합이라는 집단이 함께 뜻을 모으는 게 보다 안정적인 조직을 만들 수 있는 방법이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정 홍보국장은 이어 "임명동의제가 시행된다고 해서 신임 편집국장 임명과정에 부침이 생기지는 않을 것으로 예상한다"며 "회사는 이 제도의 폐해가 많다고 하면서 TF를 꾸려 결정하자고 말한다, 그 진정성을 어떻게 믿을 수 있나, 임명동의제는 조직 안정을 위한 아주 최소한의 제도"라고 강조했다.

"누가 반대하는지 뻔히 알 수 있는데..."

이에 사측은 언론노조가 대주주로 있는 <미디어오늘>의 독특한 경영구조를 이유로 편집국장 임명동의제가 어렵다는 의견을 고수하고 있다. 사측 관계자는 <오마이뉴스>와의 전화통화에서 "단협에 명시돼 있는 것처럼 앞으로 임명동의제 관련한 논의기구(TF)를 꾸리고 그 결정사항을 무조건 수용하겠다는 것이 회사의 입장"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미디어오늘> 이사진은 언론노조위원장과 수석부위원장, MBC노조위원장, <미디어오늘> 사장과 편집국장으로 구성돼 있다. 사실상 경영진이 없는 상태"라며 " 편집국장이 등기이사로 돼 있기 때문에 이사회에서 선임되기 전에 임명동의를 거쳐야 할지, 아니면 이사회에서 선임된 이후 해야 할지 기술적인 문제들도 있다"고 말했다.

이어 "이강택 언론노조 위원장이 임명동의제와 관련한 TF를 구성하고 거기서 논의된 내용을 내년 3월 주주총회에서 발표하는 것을 제안해 노조도 이해를 했다고 들었다"며 "<미디어오늘>처럼 내부발탁이 어렵고 임명동의를 찬반으로 할 경우 누가 반대를 던지는지도 뻔히 알 수 있는 상황에서 여러 가지 문제가 발생한다"며 재차 제도 시행의 어려움을 토로했다.


태그:#미디어오늘, #파업, #언론노조, #편집국장, #임명동의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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