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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만4천 법문이 펼쳐지는 법당으로 들어가려면 지나가야 하는 일주문
 8만4천 법문이 펼쳐지는 법당으로 들어가려면 지나가야 하는 일주문
ⓒ 임윤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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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모라 다나다라 야야 나막알약 바로기제 새바라야 모지사다바야 마하사다바야 마하가로 니가야 옴 살바 바예수 다라나 가라야 다사명 나막가리다바 이맘알야 바로기제 새바라 다바 니라간타 나막하리나야 마발다 이사미 살발타 사다남….

법당을 가득 메운 사람들이 합창을 하듯 독송하고 있는 '신묘장구대다라니' 중 일부입니다. 도대체 무슨 뜻을 담고 있는지도 모를 소리들이 법당 안에 가득합니다. 얼마나 절실하게 외고 있는지 입술이 바삭거리며 부서지는 건 아닐까가 걱정 될 만큼 빠르게 반복하고 있습니다. 매일 108독은 기본이고 어떤 때는 300독도 한다고 하였습니다.

절이건, 교회건, 성당이건 신앙생활을 하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갖는 궁극적인 목적은 행복일 것입니다. 당장 원하는 것이야 고득점, 합격, 건강, 출세, 부, 사랑, 사업번창, 무병장수 등 여러 가지가 있을 수 있겠지만 그런 것들을 통해서 이루려고 하는 궁극적인 삶은 행복이기 때문입니다.

입술이 파르라니 떨릴 만큼 열심히 신묘장구대다라니를 외고 있던 보살에게 '외고 있던 신묘장구 대다라니가 무슨 뜻이냐'고 물으니 대답을 얼버무리며 외면합니다. 짓궂게 몇 걸음을 따라가며 다시 물으니 '천수경에 나오는 거라 그냥 외는 거'라고 합니다. '외면 좋은 거라고 해서 그냥 왼다'고 하였습니다.

오늘도 적지 않은 사람들이 절엘 가기 위해 일주문으로 들어섰을 겁니다. 일주문으로 들어서는 사람들이 찾아가는 곳은 법당에 모셔진 부처님입니다. 하지만 한 사람 한 사람이 법당을 찾는 이유는 제각각으로 다양할 것입니다.

부처님의 가르침은 종합병원처럼 광범위하고 다양

몸이 아프거나 건강검진을 받을 때 사람들이 공통으로 찾아가는 곳은 종합병원입니다. 하지만 그들이 병원을 찾는 이유와 찾아가야 할 전문의는 제각각입니다. 사람들이 찾아가는 법당, 부처님의 가르침 또한 이와 마찬가지로 광법위하지만 다양합니다.

불교 공부를 하다보면 가끔씩 과거에 영어를 공부하던 때가 생각난다. 관계대명사니 관계형용사니 하면서 실컷 어렵게 공부하고 죽도록 외워서 책 한 권을 떼고 나서도 정작 영어로 말 한 마디 못하고, 얻은 것이라고는 영어에 대한 좌절과 콤플렉스뿐이던 시절이 있었다. 왜였을까? 그건 영어 공부의 궁극 목적을 망각했기 때문이거나, 영어가 의사소통을 위한 수단이라는 단순한 사실을 알지 못했기 때문이다. - <치유하는 불교 읽기> 68쪽

<치유하는 불교 읽기> 표지
 <치유하는 불교 읽기> 표지
ⓒ 불광출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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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서광스님이 심리학의 눈으로 새롭게 풀이한 불교 핵심 교리 <치유하는 불교 읽기>를 통해서 밝힌 자기 고백이자 경험했음직한 내용입니다. 어디로 가야할지를 모르고 우왕좌왕 헤매는 걸 우린 '방황' 이라고 합니다. 갈피를 잡지 못해 제자리만을 맴도는 것 역시 방황입니다.

서광스님 지음, 불광출판사 출판의 <치유하는 불교 읽기>는 불교를 공부하는 이들을 위한 이정표, 망망대해 같은 고해에서 어디로 가야할 바를 몰라 방황하고 있는 불자들을 위한 등댓불 같은 내용입니다. 

절엘 다니긴 다니지만 절엘 다니는 목적을 망각했거나 그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취해야 할 수단이나 방법,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지를 잊은 채 무조건 절만을 한다거나 경만을 독송한다는 것 역시 방황입니다.

모든 신앙생활의 궁극적인 목적이 행복이라면 불교의 궁극적인 목적은 마음공부, 깨달음을 통한 행복입니다. 문제는 행복을 찾아가는 마음공부 또한 방법도 수단도 아주 다양하다데 있습니다. 개울물을 건너야 하는 상황에서는 돌다리가 필요하고, 커다란 강물을 건너야 하는 상황에서는 배가 필요합니다. 벼랑을 올라가거나 내려가야 하는 길에서는 사다리가 필요하듯이 깨달음을 통해 행복으로 가는 과정 역시 상황과 경우에 따라서 달라질 수 있습니다.

문고리잡기식 기도, 만병통치약 같은 부처님 가피

하지만 절에서 만난 몇몇 상황, 불교를 종교로 하고 있는 몇몇 사람들을 통해서 보게 되는 현실은 장님 문고리 잡기식 신앙입니다. 어쩌다 마음에 두고 기도를 하던 것이 이뤄지면 만병통치약처럼 거론되는 것이 부처님의 가피이자 '기도발'입니다.

불교는 그게 아닙니다. 교리와 뜻은커녕 공부를 해야 하는 이유와 방법도 제대로 모른 채 그냥 외라면 외고, 절이나 하라고 하면 죽어라 절이나 하는 식의 행위는 성황당 기도에 불과합니다. 소화제를 먹는 이유를 알고 소화제를 먹고, 머큐로크롬을 바르는 이유를 알고 머큐로크롬을 바르는 것이 제대로 된 치료이듯이 경을 외야 하는 이유, 절을 해야 하는 이유나 목적이 또렷할 때가 제대로 된 기도라 생각됩니다.   

변화와 실천이 수반되지 않는 앎을 불교에서는 '알음알이'라 하여 '깨달음'과 구분한다. 전자는 알수록 병이 되고 불행해지며, 후자는 알면 알수록 건강해지고 행복해진다. 알음알이는 고정관념이 되어 관계의 벽을 만들지만 깨달음은 고정관념을 깨뜨리고 막힌 관계를 소통시키기 때문이다. - <치유하는 불교 읽기> 6쪽

우리는 이미 발생한 병을 치유하는 것보다 병을 예방하는 것이 더 중요하고 쉽다는 것을 안다. 마찬가지로 이미 생겨난 집착을 내려놓는 것보다 집착이 생겨나지 않도록 사전에 대비하는 것이 더 중요하고 쉽다. 집착이 원인이 되어서 괴로움을 일으킨 다음에 괴로움을 자각하고 그 원인을 찾아서 제거하고자 하는 것은, 마치 암으로 고통을 받은 후에 암세포를 제거하려는 것과도 같아서 힘들고 어렵다. - <치유하는 불교 읽기> 54쪽

부정할 수가 없습니다. 마음공부를 통한 '깨달음'보다 '알음알이'가 횡행하고 있는 곳이 한국불교의 현장이 아닐까 하는 안타까움을 감출 수 없는 것이 현실입니다.

마음의 구조를 보여주고 있는 모식도. <치유하는 불교 읽기>에서는 6개의 모식도를 이용해 마음의 구조를 설명하고 있습니다.
 마음의 구조를 보여주고 있는 모식도. <치유하는 불교 읽기>에서는 6개의 모식도를 이용해 마음의 구조를 설명하고 있습니다.
ⓒ 불광출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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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황하는 이에겐 이정표, 목적지를 잃은 이에겐 등대

<치유하는 불교 읽기>에서는 마음공부를 위한 수단과 방법, 마음공부를 해야 하는 이유와 나갈 바를 분명하게 알려주고 있습니다. '고집멸도'가 무엇인지도 설명하고 있고, '계정혜', '삼독과 삼법인', '바라밀', '십이연기', '육도윤회' 등 법문에서 듣고 경전에서 읽었던 것들이 무엇인지를 설명하고 있습니다. 글을 쓰기 위한 설명이 아니라 불교를 통해서 아픈 마음을 진단하거나 치유할 수 있는 최소한의 이정표가 되는 내용입니다.

보시, 지계, 인욕, 정진, 선정, 지혜의 육바라밀, 여기에 방편과 원, 역과 지를 더한 십바라밀이 어떻게 서로와 상관되는지를 알게 됨으로 더 이상은 흔들리거나 흩어지지 않는 바라밀을 알게 됩니다.    

치료란 아픈 곳을 고치는 일이다. 팔이 아프면 팔을 치료해야지 엉뚱하게 아프지도 않은 발가락을 치료해서는 안 된다. 마음 치료도 마찬가지여서, 화가 많아 평소에 인간관계를 그르치고 감정 조절이 안 되는 사람은 화를 치료하는 자비관을 수행해야 한다. 만약 자비관 대신, 분별심을 줄여주는 수식관을 한다면 속에서 열이 나고 가슴이 답답해질 뿐 효과를 얻지 못할 것이다. - <치유하는 불교 읽기> 162쪽

백번 맞는 말입니다. 하물며 무른쇠는 불에 달궈서 두드려야 단단해지고, 너무 단단해 쉬 부러지는 쇠는 불에 달궈 서서히 식혀야만 구부려도 부러지지 않는 쇠가 되거늘 사람의 마음을 치유하는 처방이야 오죽 정확해야 하겠습니까.    

오늘도 적지 않은 사람들이 멍들고 상처 입은 마음을 달래려 일주문으로 들어서고 법당을 찾을 것입니다. 부처님이 모셔진 법당은 종합병원과 같습니다. 그러기에 법당에서 찾을 수 있는 부처님표 전문의와 처방전은 무려 8만4천이나 됩니다.

부처님이 모셔진 법당은 종합병원과 같습니다. 그러기에 법당에서 찾을 수 있는 부처님표 전문의와 처방전은 무려 8만 4천이나 됩니다.
 부처님이 모셔진 법당은 종합병원과 같습니다. 그러기에 법당에서 찾을 수 있는 부처님표 전문의와 처방전은 무려 8만 4천이나 됩니다.
ⓒ 임윤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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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가 아프다는데 빨간약(머큐로크롬)을 발라주는 돌팔이 같은 스님이 있어서도 안 되겠지만 배가 아프다면서 치과를 찾아가는 우매한 불자 또한 있어서는 안 될 어리석음입니다.

심장 소리는 청진기로 듣고, 체온은 체온계로 재봐야 하고, 위나 대장은 내시경으로 들여다봐야 제대로 볼 수 있습니다. 그러려면 청진기가 뭔지, 체온계가 뭔지, 내시경이 뭔지 정도는 알아야 합니다. 그래야만 찾아갈 곳을 정확하게 찾아갈 수 있고, 정확하게 받은 진단으로, 정확하게 처방받아 효과적으로 치유받을 수 있습니다.

서광스님 지음, 불광출판사 출판의 <치유하는 불교 읽기>는 이미 불교에 입문했으나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하는지를 몰라 방황하고 있는 불자에게는 가고자 하는 길을 안내해주는 이정표, 가고자 하는 목적지에서 깜빡이고 있는 등대가 될 것입니다.

아직 불교를 종교로 하고 있지는 않지만 불교가 어떻게 사람의 마음을 치유할 수 있는지에 대해 의문을 품고 있거나 궁금해 하는 사람에겐 고개를 끄덕이게 하는 해답을 찾을 수 있게 될 것입니다.

덧붙이는 글 | <치유하는 불교 읽기>┃지은이 서광스님┃펴낸곳 불광출판사┃2012.10.22┃값14,000원



치유하는 불교 읽기 - 심리학의 눈으로 새롭게 풀이한 불교 핵심 교리

서광 스님 지음, 불광출판사(2012)


태그:#치유하는 불교 읽기, #서광스님, #불광출판사, #치유, #십이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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