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아이언스카이> 스틸사진

영화 <아이언스카이> 스틸사진 ⓒ ㈜조이앤컨텐츠그룹


<스타워즈> 식의 우주 전쟁을 생각하고 <아이언 스카이> 상영관을 찾았다면 큰 오산이다. <아이언 스카이>는 SF 장르 설정으로 표면을 감쌌지만, 그 속내는 영락없는 블랙 코미디다.

때는 2018년. 재선에 목숨 건 미국의 최초 여자 대통령(스테파니 폴 분)은 당선에 도움 되는 획기적인 이벤트를 위해 흑인 모델 제임스 워싱턴(크리스토퍼 커비 분)을 달에 착륙시킨다. 그런데 토끼가 방아 찧고 평화롭게 살 줄 알았던 달나라에는 이미 1945년 제2차 세계 대전 패배 이후 재기를 노리던 나치에 의해 장악된 지 오래다.

히틀러를 숭배하고 아리아인이 최고인 줄 알았던 나치 인들은 흑인인 제임스가 미국에서 보낸 첩자인 줄 알고 경악한다. 하지만 그들이 가진 기술은 정확히 1945년에 멈춰있다. 제임스가 가진 휴대폰에 문명적 충격을 여실히 느낀 나치. 그 전화기가 미완성에 그치던 전함을 움직여 지구를 정복할 수 있다는 사실을 깨달은 야심 많은 클라우스 아들러(고츠 오토 분)은 포로인 제임스를 앞세워 지구로 향한다.

여타 SF 영화들과는 달리, 지구를 침공하러 오는 이들을 외계인이 아닌 인간으로 설정해놓은 <아이언 스카이>는 흡사, 제2차 세계 대전의 재림을 연상시킨다. 나치의 침공으로 위기에 처한 지구를 지키기 위해 미국을 포함 여러 나라가 뭉치지만, 자국의 이익을 앞세우는 미국은 세계 평화 유지에 걸림돌로 작용한다. 거기에다가 서로를 불신하는 세계 정치는 지구의 우울한 앞날을 더욱 점입가경으로 몰아간다.

1945년 기술을 앞세워 다시 세계 재패를 노리는 나치의 무력은 여전히 위협적이지만, 지난 반세기 동안 엄청난 신무기를 개발해낸 미국의 군사력에 비하면 하룻강아지 범 무서운 줄 모르고 날뛰는 격이다. 우주인으로 위장한 나치의 침입보다 더 지구의 위기를 초래하는 것은 미국의 패권주의고 자원 확보에만 관심 있는 지구인들 스스로의 욕망이다.

 영화 <아이언 스카이> 스틸사진

영화 <아이언 스카이> 스틸사진 ⓒ ㈜조이앤컨텐츠그룹


SF 장르라고 알고 봤는데, 매 장면 내내 비속어가 오가는 <아이언 스카이>는 보는 이들에게 모호함과 괴리감까지 느끼게 한다. 애초 <아이언 스카이>는 겉표지만 SF로 포장했을 뿐, 실상은 미국의 패권주의와 현실 정치에 대한 패러디와 풍자로 가득 차 있다. 선거에 이기기 위해서 전쟁까지 불사하지 않겠다는 미국 대통령의 의지는 미국 정치에만 국한하지 않고 이벤트에만 관심 있는 정치인들을 여과 없이 조롱한다.

특히나 나치즘에 입각하여 훈련받은 레나타(줄리아 디에체 분)의 아이디어로 미 대통령의 선거 홍보에 탄력이 붙는 장면은 나치를 증오하면서도 한편으로는 히틀러의 대중 선동 이론이 21세기 민주주의 사회에서도 통한다는 점을 명확히 비꼰다.

SF 영화로 받아들인다면 그리 높은 완성도를 보여주지는 않는다. 하지만 대선을 얼마 앞둔 시기, 한없이 가벼워 보이지만 현대 정치를 제대로 뒤틀어놓은 B급 블랙 코미디를 즐기고 싶다면 한 번 쯤 볼 만한 영화다. 10월 25일 개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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