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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안함 침몰, 연평도 포격 사건, 금강산 관광 중단, 대북단체 '삐라' 살포와 북한의 조준타격 논란 등. 이명박 정부 내내 남북 관계는 차가웠고 사건 사고는 끊이지 않았습니다. 북한과 맞닿아 있는 접경 지역은 곧바로 피해를 입었습니다. 대선이 치열하게 전개되는 지금, <오마이뉴스>는 접경지를 찾아가 주민들의 생생한 목소리를 듣습니다. [편집자말]
 파주시 오두산 통일 전망대에서 일본인 관광객이 지척에 보이는 북한 땅을 바라보고 있다.
 파주시 오두산 통일 전망대에서 일본인 관광객이 지척에 보이는 북한 땅을 바라보고 있다.
ⓒ 나영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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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좀 하지 말라면 하지 말 것이지! 북한이야 원래 그런 사람들인지 몰라서 그러나? 정말 이러다 사고라도 나면 누가 책임지려고 그러는지 모르겠네."

임진각 평화누리에서 만난 초로의 한 파주시민은 몹시 화가 나 있었다. 가을이 깊어가던 파주는 평화로웠다. 10월 21~22일, 이틀동안 임진각 평화누리에서 열린 '개성인삼축제'가 대박이 났고, '참게축제'를 맞아 60년 만에 임진나루가 일반인에게 공개되는 등 가을잔치 속에서 여유와 웃음이 존재했다.

그런데 상황이 급변하고 말았다. 지난 22일 대북 단체에서 북한 쪽으로 전단지를 날려 보내겠고 하자, 이에 자극받은 북한이 임진각을 조준 타격하겠다고 경고한 것. 파주시로서는 여흥을 즐기다 찬물을 뒤집어 쓴 꼴이 됐다.

갑자기 주민 800여 명 대피하는 일도

지난 21일 육군 1군단과 파주시, 파주 경찰서는 대책 회의를 열어 민통선 대성동, 해마루촌, 통일촌 마을 주민 800여 명을 대피시키도록 결정했다. 22일에는 북한의 도발에 대비해 임진각 건물에 합동상황실을 설치하고 병력 800여 명을 배치했다. 또 만일의 사태에 대비해 관광객은 물론 취재진 출입까지 통제했다.

다행히 당일 오전 대북단체의 전달 살포를 원천 차단해 이후 출입통제가 풀렸다. 하지만 이번 사건으로 파주 시민들은 다시 한 번 분노를 느껴야 했다. 남북 간 긴장이라는 현실에 늘 파주시가 고초를 겪는다는 사실을 새삼 곱씹었다.

 임진각에서 대북삐라 살포를 계획한 박상학 자유북한연합 대표가 22일 오전 경기도 파주시 임진각 전방 6킬로미터 지점 자유로에서 경찰에 제지당한 가운데, 차량위에 올라가 손으로 대북삐라를 뿌리고 있다.
 임진각에서 대북삐라 살포를 계획한 박상학 자유북한연합 대표가 22일 오전 경기도 파주시 임진각 전방 6킬로미터 지점 자유로에서 경찰에 제지당한 가운데, 차량위에 올라가 손으로 대북삐라를 뿌리고 있다.
ⓒ 조재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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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 보호받으며 대북전단 또 살포 자유북한연합, 북한민족해방전선 등 탈북자단체 회원들이 29일 오전 경기도 파주시 임진각 망배단에서 대북전단을 살포를 준비하는 가운데, 전단살포에 반대하는 시민단체 회원들과 충돌을 막기 위해 경찰들이 망배단 주위를 에워싸고 있다.
▲ 경찰 보호받으며 대북전단 또 살포 자유북한연합, 북한민족해방전선 등 탈북자단체 회원들이 2011년 4월 29일 오전 경기도 파주시 임진각 망배단에서 대북전단 살포를 준비하고 있다.
ⓒ 권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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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사건에 대해 민주통합당 윤후덕(파주 갑) 의원은 전화 인터뷰를 통해 파주시민의 한 사람으로서 아쉬움이 크다고 밝혔다. 
"파주는 평화로운 도시다. 어떤 이유에서든 남북 갈등의 조짐이 보이는 장소가 돼선 안 된다. 그렇지 않아도 남북 간 긴장 탓에 파주시는 늘 뼈아픈 불이익을 받고 있다. 이번 대북 전단 살포를 시도한 단체는 제발 파주에 나타나지 않았으면 한다. 그것이 파주시 발전을 바라는 시민 모두의 간곡한 마음이다."

임진각 관련 소식은 세계 여러 나라에서 보도를 한다. 이 탓에 윤 의원은 "결국 파주시와 대한민국 전체가 피해를 입는다"며 "결국 (대북단체의 전단지 살포는) 남한에만 피해를 주는 '대남살포'"라고 주장했다.

"(대북단체의) 행동을 대부분 주민이 싫어한다. 보수·진보를 떠나서 내 동네에서 불상사가 벌어지길 바라는 분들이 있겠나. 좋지 않은 이미지로 파주가 전 세계적으로 유명해진다. 파주시민이 아니더라도 그런 걸 반기는 국민은 없을 거다."

"전단지 살포 대북단체, 파주 안 왔으면..."

주민들의 견해도 대개 일치했다. 평소 자신의 정치적 성향을 보수라고 밝힌 주민 김성일(48)씨는 "새누리당을 지지하지만, 저 사람들만큼은 이해를 못 하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백번 양보해 전단을 뿌리는 것까지는 그렇다 치자. (하려면) 제발 이 곳 저 곳 떠들지 말고 하라. 왜 그리 야단법석을 떠는지 모르겠다. 그러니 그들의 뒤에 누가 있는 게 아니냐는 의혹을 받아도 할 말이 없는 것이다."

 지난 20일 <파주 개성인삼 축제> 현장. 이인재 파주시장이 공무원들과 함께 '강남 스타일'에 맞춰 춤을 추고 있다.
 지난 20일 <파주 개성인삼 축제> 현장. 이인재 파주시장이 공무원들과 함께 '강남 스타일'에 맞춰 춤을 추고 있다.
ⓒ 나영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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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한류로 한국을 찾는 외국 관광객이 많다. 임진각 평화누리도 외국인들이 많이 찾는 곳이다. 실제 지난 개성인삼축제 때 많은 사람이 임진각 평화누리를 찾아 크게 북적였다. 내국인도 많았지만, 중국인과 일본인 등 외국인이 많았다. 파주시는 임진각을 찾는 외국인 관광객이 연 100만 명을 넘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하지만 '대북 전단지 살포' 같은 일이 벌어질 때마다 파주의 경기는 싸늘하게 얼어붙는다. 이 때문에 지역 이장단과 경제인들의 걱정이 크다. 당장 다음달로 다가온 지역 최대 잔치 '파주 장단콩 축제'에 불똥이 튀지 않을까 근심스러운 표정이다.

헤이리 식당가에서 음식점을 운영하는 이아무개씨는 "남북 관계에 따라 손님 증가폭이 극과 극"이라며 "평소 주말이면 자리가 없을 때도 있는데, 조금만 불안한 소식이 들리면 발길이 뚝 끊어진다"고 전했다.

"그런 소식이 들리면 아래 지방에 사는 지인이나 친척에게 전화부터 온다. 돌려서 말하기는 하는데, 불안해서 어떻게 사느냐고 한다. 씁쓸하다. 사실 파주가 얼마나 맑고 살기 좋은 곳인데…. 그러니 굳이 남북 간 긴장감 높이는 일을 안 했으면 좋겠다. 파주뿐 아니라 우리나라 전체가 손해 아닌가?"

"북한 주민들이 남한을 모른다고? 지금이 어떤 시대인데..."

 파주시 임진나루 '참게 축제' 덕에 60여 년 만에 일반인에게 공개됐다.
 파주시 임진나루 '참게 축제' 덕에 60여 년 만에 일반인에게 공개됐다.
ⓒ 나영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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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의선 월롱역 부근에서 만난 한 30대 직장인은 "파주 LCD단지 근무를 위해 서울에서 출퇴근 한다"며 "반 파주사람이 되다 보니 안보에 관해 여러 우려가 든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남한 현실을 (북에) 알려야 한다"는 대북 단체의 주장에 의문을 나타냈다.

"정말 북한 주민들이 남한에 대해 아무것도 모른다면 대북 단체의 의견이 맞을 수도 있다. 그러나 지금이 어떤 세상인가. 북한 안방에서 한국 드라마를 보고 중국만 가도 북한 현지와 휴대전화로 자유롭게 통화한다. 북측 주민들이 바보인가. 그들의 의식 수준을 너무 얕잡아 보는 것은 아닐까?"

곁에 있던 직원은 대북단체의 전단 살포에는 큰 반감이 없지만, 지금과 같은 방식에는 결코 동의할 수 없다고 했다.

"정 그렇게 해야 한다면 조용한 산골짜기에 가서 (전단지 애드벌룬) 올리면 될 것 아닌가. 임진각도 가봤지만 그렇게 많은 외국인들이 오는 관광지 한복판에서 난리 칠 필요가 있을까? 무엇보다 '평화누리' 아닌가. 평화의 이름이 들어간 곳에서 굳이 이념갈등을 조장할 필요가 있는지 이해가 안 간다."

파주 시민과 파주에 직장을 둔 대부분의 사람은 대북 전단지 살포나 기타 남북 긴장관계에 우려를 나타낸다. 물론 대북 단체의 행동을 지지한다고 밝힌 이도 소수 있었지만 '요란스런 행동'에는 동의하기 어렵다고 했다.

파주에는 판문점, 임진각, 38선, 통일전망대 등이 있다. 그래서 파주를 안보나 보수의 상징 도시로 떠올리는 사람이 많다. 하지만 지난 총선 결과를 보면 그렇지도 않다. 분구 된 파주 갑에서는 민주통합당 후보가 새누리당 후보를 여유 있게 따돌렸고, 파주 을에서는 야권 단일 후보 진통에 따른 사표가 무더기로 쏟아지면서 새누리당이 힘겹게 승리했다. 또 지난 2010년 지방선거에서는 모두의 예상을 뒤엎고 민주통합당 이인재 시장이 당선되기도 했다.

"이념 떠나서 긴장감 높아지는 걸 누가 원하나..."

 10일 낮 경기도 파주시 문산읍 임진각 전망대에서 바라본 임진강철교.
 2011년 3월 10일 낮 경기도 파주시 문산읍 임진각 전망대에서 바라본 임진강철교.
ⓒ 권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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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선택을 두고 교육업에 종사하는 최정배(41)씨는 "파주가 분단에서 평화의 도시로 나아가는 현상"이라고 평가했다. "더 이상 파주에서 반공이나 안보 등의 이슈가 먹혀들기 힘들다"는 게 그의 진단이다.

"전단지를 배포하는 대북단체를 순수한 민간 단체라고 믿고 싶다. 그런데 그 분들이나 혹은 그들을 지지하는 분들의 행동을 보면 아닌 것 같다. 굳이 북한을 자극하고 언론 플레이하고.... 의도가 옳더라도 방식이 잘못됐다. 진정 평화를 원하는 분들이라고 믿기 어렵다. 전쟁이 나면 모두가 끝이다. 파주는 평화를 원한다."

파주시 면적은 672.64 ㎢로 서울시와 경기 안양시를 합친 규모와 비슷하다. 파주시 장단면·군내면·탄현면·진서면·진동면이 북한 땅과 접해 있으며, 인구는 2012년 기준 39만8000여 명이다. 교하·금촌 택지개발지구와 운정신도시에 많은 인구가 유입됐다.

또한 2개 국가산업단지와 10개 지방산업단지에 LG디스플레이 등 400여 개 기업이 등록돼 있다.

파주시의 한 관계자는 "이념을 떠나서 남북 사이에 긴장감이 높아지는 건 어느 누구도 원하지 않을 것"이라며 "기업을 유치하는 등 지역 경제를 살리려는 시 입장에서도 대북 문제는 여간 신경 쓰이는 게 아니다"라고 말했다.

덧붙이는 글 | 나영준 기자는 2012 <오마이뉴스> 시민기자 대선특별취재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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