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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법'이라 쓰고 '밥'이라고 읽는다.

사람이 살려면 밥이 필요하고, 그 밥을 지키려고 법이 생겼다고 여긴다. 밥은 법 위에 있고, 정의니 진리니 하는 고상한 말보다 우선되어야 한다. 밥을 위한 투쟁은 결코 하찮지 않다. 밥을 지켜주지 못한 법이라면 쓰레기통에 처박아야 한다. 그런데 법이 밥을 지켜주기는커녕 밥줄을 끊는 경우도 있다. 비정규직 노동자를 2년 동안 맘껏 부려먹고 밥그릇을 빼앗는 법이 있는가 하면, 십수 년을 뼈 빠지게 일한 노동자를 단숨에 목을 치는 정리해고 법이 그렇다.

투쟁 없인 법도 없고, 밥도 없다

 현대자동차 사내하청 해고노동자 최병승씨와 천의봉 현대차 비정규직노조 사무국장이 17일부터 울산 현대차공장 명촌중문 인근 9호 송전탑에서 정규직 전환 이행을 촉구하는 고공농성에 들어갔다.
 현대자동차 사내하청 해고노동자 최병승씨와 천의봉 현대차 비정규직노조 사무국장이 17일부터 울산 현대차공장 명촌중문 인근 9호 송전탑에서 정규직 전환 이행을 촉구하는 고공농성에 들어갔다.
ⓒ 정민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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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적인 법학자인 독일의 루돌프 폰 예링은 <권리를 위한 투쟁>이라는 연설에서 법의 생명은 투쟁이라고 했다.

"법의 목적은 평화이며, 평화를 얻는 수단은 투쟁이다. 법이 부당하게 침해되고 있는 한 - 그리고 세상이 존속하는 한 이러한 현상은 계속된다 - 법은 이러한 투쟁을 감수하지 않으면 안 된다. 법의 생명은 투쟁이다. 즉 민족과 국가 권력, 계층과 개인의 투쟁이다. 이 세상의 모든 권리는 투쟁에 의해 쟁취되며, 중요한 모든 법규는 무엇보다도 이러한 법규에 반대하는 사람들에 맞서 투쟁함으로써 쟁취된 것이다.

(중략)

즉 투쟁은 법의 영원한 노동이다. 노동 없이 소유권이 존재할 수 없듯이 투쟁 없이 법은 없다. '이마에 땀을 흘리지 않고서는 빵을 먹을 수 없다'고 하는 원칙에는 '당신은 투쟁하는 가운데 스스로의 권리를 찾아야 한다'는 원칙이 동일한 진리로 서로 대응하고 있다. 권리가 자기의 투쟁 준비를 포기하는 순간부터 권리는 스스로를 포기한다. 현명함의 마지막 결론은, 날마다 자유와 생명을 쟁취하는 자만이 그것을 향유한다라는 점이라."

폰 예링 말처럼 노동없이 밥이 존재할 수 없듯이 투쟁 없이 법은 없다. 비정규직과 정리해고가 없는 세상을 만들려고 싸우는 까닭도 밥 때문이다. 법이 지켜주지 않는 밥을 위해 처절하게 싸운다. 한겨울 모진 바람을 맞으며 천릿길을 걷고, 90일 넘게 공장 옥상에 올라 단식을 하는 까닭도 밥 때문이지 않는가.

지난 17일에는 현대자동차 비정규직 노동자가 15만 4천 볼트가 흐르는 송전탑에 올랐다. 철탑에 대롱대롱 매달린 노동자의 목소리는 단순하다. 대법원의 판결을 지키라는 것이다. 지금껏 법을 어기며 비정규직 노동자를 고용해 일을 시킨 현대자동차는 법에 따라 정규직으로 고용하라는 요구다.

 23일로 단식 14일을 맞은 김정우 금속노조 쌍용차지부장.
 23일로 단식 14일을 맞은 김정우 금속노조 쌍용차지부장.
ⓒ 최지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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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8일에는 쌍용자동차 구조조정으로 희망퇴직을 당한 노동자가 숨졌다. 스물세 번째 희생자다. 그의 장례식 날 쌍용자동차 김정우 지부장은 곡기를 끊었다. 벌써 14일째(23일 기준) 단식이다. 쌍용자동차 고동민 선전부장은 김정우 지부장의 단식을 바라보며 다음과 같은 글을 언론에 기고했다.

'밥 먹고 산다는 것 자체가 어려운 세상, 이명박 정부 기간 발생한 정리해고자 10만 명 중 소리 없는 죽음은 얼마나 될까 생각해본다. 그 소리 없는 죽음은 쌍용차 노동자와 가족들의 죽음과 다른 것일까? 이 땅에서 해고 없는 세상을 염원하는 모두가 함께했으면 좋겠다. 참 밥 먹고 살기 힘들다.'

참으로 웃기고, 어이없고, 기가 막히는 일이 2012년 대한민국에서 벌어지고 있다. 밥을 위해 고압전기가 흐르는 철탑에 목숨을 내맡겨야 하는 지독한 현실, 밥을 위해 밥을 굶어야 하는 이 기막힌 현실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한단 말인가. '참 밥 먹고 살기 힘들다.'

밥 먹고 살기 힘든 세상, 대한문으로 오라

더 기막힌 소식이 있다. 26일 늦은 4시 대한문 앞에서 '희망 밥 콘서트'가 열린다. 김정우 지부장의 단식 농성장 앞이다. '밥을 구하다 밥이 되어버린 우리 삶에 희망을' 위해 '밥 한번 먹자!'는 콘서트다. '밥을 구하러 거리로 나섰던 노동자들이 누군가의 밥이 되어 거리로 내몰리고 이중 삼중의 중간착취에 신음하는 현실' 앞에 희망의 밥을 노래하자는 거다.

날이 춥다. 사람의 온기가 필요한 때다. 따뜻하고 배불러서 희망이 아니다. 춥고 배고픔을 함께 할 벗이 있어 희망이다. 아름다운 세상도 마찬가지다. 아픈 이들이 없는 세상이 아름다운 게 아니다. 고통 받는 이들과 함께 하는 사람이 넘쳐날 때, 아름답다, 참 아름답다고 말하는 것이다. 패배나 절망이 있기에 희망이 존재하는 거다. 무수한 패배를 딛고 일어설 때 희망을 얻을 수 있다. 함께 모여 숱한 절망을 깨는 몸짓이 바로 희망이다. 그 길에 따뜻한 밥, 희망의 밥이 있다.

밥 먹고 살기 힘든 세상, 대한문 앞에서 밥 한 번 함께 먹자.

 26일 개최되는 '희망 밥 콘서트' 포스터
 26일 개최되는 '희망 밥 콘서트' 포스터
ⓒ 희망식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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