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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소속 안철수 대선후보와 민주통합당 문재인 대선 후보가 휴일인 20일 낮 광화문을 찾았다. 비슷한 시간대였지만 장소는 달랐다. 안 후보는 광화문 시민 열린마당에서 열린 도시농부 장터를, 문 후보는 청계광장에서 열린 '핵 없는 사회를 원하는 공동 행동의 날' 행사를 선택해 '존재감 알리기'에 힘썼다. 새누리당 박근혜 후보는 이날 별도 외부일정을 잡지 않은 채 대선공약을 검토하면서 정수장학회에 대한 입장을 조율할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같은 현장에 나타난 두 후보가 대중과 만나는 모습은 천양지차였다. 안 후보에게는 사진을 찍자고 달려드는 시민들이 많았던 반면, 문 후보 측은 진선미 대변인이 사진을 찍어주겠다고 하는 데도 선뜻 다가서지 못하는 경우도 많았다. 아이스 브레이킹에 상당한 시간이 소요되는 분위기였다.

"여기까지 온 정치인, 안철수가 처음"

 무소속 안철수 대선후보가 20일 서울 광화문 시민 열린마당에서 열린 '도시농부 장터'에 방문해 농민들과 포즈를 취하고 있다.
ⓒ 김동환

먼저 광화문에 도착한 후보는 안 후보였다. 오전에 서울 영등포구에 위치한 '하자센터 999클럽'에서 사회적 기업가들과 간담회를 가진 안 후보는 낮 12시 30분께 도시농부 장터를 방문했다. 안 후보의 방문 사실을 사전에 모르고 있었던 대부분의 장터 상인들은 신기한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안 후보는 장터 상인들과 구체적인 대화를 나누며 민생행보를 이어갔다. 그는 유기농 사과를 파는 상인에게 "낙과 사과는 어떻게 파느냐"며 묻는가 하면, 강원도 인제에서 황태를 가져와 파는 상인에게는 "얼마나 팔았느냐"면서 관심을 보였다. 장터 상인들도 대선 후보의 방문을 신기해하며 땅콩, 블루베리 잼을 바른 식빵, 꿀 등을 시식하라고 적극적으로 권했다.

장터에 물건을 사러 왔던 시민들도 아이들을 앞세워가며 안 후보에게 잇따라 사진촬영을 요구했다. 장터 초입에서 10미터 이동하는 데 10여 분이 걸릴 정도였다. 직접 키운 바질을 갖고 나와 팔고 있는 조희연씨는 그 모습을 보며 "장터가 6월에 열렸는데 여태 대선후보는 커녕 정치인도 온 적이 없었다"면서 "더 다닐 데가 많을텐데 지금도 보면 임시 점포마다 다 들어가서 대화를 나누지 않느냐"고 말하며 혀를 내둘렀다.

안 후보는 임시로 설치된 점포들을 돌아본 후에는 도시농부들과 앉아서 점심을 먹으며 대화를 나눴다. 그는 대화 도중 자신을 대학생으로 소개한 한 도시농부에게 "공부에는 지장이 없느냐"는 질문을 던져 웃음을 자아내기도 했다.

안 후보는 식사 도중 마이크를 잡고 "시장이 예전에는 사람과 사람이 만나는 장소였고 단순히 판매자와 소비자 관계가 아니라 서로 친숙한 공동체의 현장이었는데, 점차 현대화·산업화 되면서 지금은 비인간적으로 바뀌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시장은 단순히 내가 필요한 것들을 사는 곳이 아니라 사람과 사람이 만나 소통하는, 공동체 복원의 단초가 되는 좋은 장소라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또한 안 후보는 "이곳에 처음 올 때 농산물 파는 곳인 줄 알았는데 좋은 아이디어들이 많아 놀랐다"면서 "농업도 이렇게 혁신적인 생각을 가지면 많이 발전할 수 있을 거라고 본다"고 말했다. 그는 그러면서 "이런 좋은 모델이 전국적으로 퍼져나가서 소통의 공간으로 자리잡았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문재인, 탈핵 행사서 신재생 에너지 구상 밝혀

 문재인 후보가 20일 서울 청계광장에서 열린 탈핵 운동 행사에 참석해 서명을 남기고 있다.
ⓒ 김동환

안 후보가 장터를 떠나던 낮 1시 30분께, 민주통합당 문재인 후보는 광화문 사거리에 나타났다. 청계광장에서 열린 '핵 없는 사회를 원하는 공동행동의 날' 행사에 참석하기 위해서였다. 오전에 시각장애인들과 북한산을 올랐던 문 후보지만 피곤한 기색은 없었다.

이날 청계광장에 모인 인파는 대략 600여 명. 도시농부 장터보다 더 많은 인원이었지만 대선후보에 대한 시민들의 몰입도에는 온도차가 있었다. 현장에 있던 시민들은 신기해하며 스마트폰 카메라로 연신 문 후보를 촬영하면서도 쉽사리 함께 사진을 찍자는 말은 꺼내지 못했다.

문 의원과 함께 온 진선미 민주통합당 의원이 시민들에게 사진을 찍어주겠다고 몇 차례 제안하자 그제서야 비로소 '얼음장'이 깨지는 모습이었다. 그러나 함께 사진을 찍자고 요구하며 나서는 시민의 수는 안 후보보다 많지 않았다.

행사장인 청계광장에 들어선 문 후보는 무대 양쪽으로 설치된 임시 점포를 돌며 행사에 참여한 시민들과 30분 정도 인사를 나눴다. 문 후보를 직접 접한 이들 가운데는 밀양시 송전탑 설치를 반대하는 현지 시민들과 삼척 원자력 발전소 백지화를 주장하는 삼척 시민들이 가장 큰 호응을 보냈다.

문 후보가 이들에게 "후보로 출마하면서 새로 원전을 짓지 않겠다는 공약을 냈다"며 "삼척과 영덕에도 원전을 짓지 않을 것"이라고 잘라 말하자 일부 시민들은 "문재인 화이팅"이라고 화답하기도 했다.

문 후보는 시민들과 인사하던 도중 생명평화대행진단을 대표해 행사에 참여한 문규현 신부를 발견하고 격하게 포옹하며 반가움을 드러내기도 했다. 문 신부는 문 후보 이외에도 이날 현장에 모습을 드러낸 심상정 진보정의당 예비대선후보와도 반갑게 인사를 나눴다.  

문 후보는 2시부터 시작된 본 행사에서 대선 공약으로 밝힌 바 있는 신재생 에너지 산업에 대한 구상을 자세히 밝혔다. 그는 "후쿠시마 사고에서 보듯이 원자력은 안전을 담보할 수 없는 에너지"라며 "가능한 빠른 시간 안에 우리나라를 원전 제로의 나라로 만들겠다"고 말했다.

문 후보는 "태양에너지와 풍력, 바이오에너지 등 신재생 에너지가 차지하는 비율을 전체 전력의 20%로 확대하고 2030년까지 전력수요는 20% 줄이겠다"면서 "정부와 민간에서 200조 원을 투자해 50만 개의 좋은 일자리를 창출하겠다"고 강조했다. 원전 예산을 재생에너지로 돌리고 추가 예산을 배정해 신재생 에너지 분야 강국으로 서겠다는 의미다.

문 후보는 밀양 송전탑과 후쿠시마 수산물 등 최근 문제로 떠오른 화제들에 대해서도 입장을 분명히 했다. 그는 "수입수산물을 비롯한 각종 음식물의 방사능 기준치를 대폭 낮추는 방안도 적극 검토하겠다"면서 "도시의 전기를 위해 지역을 희생시키고 대기업을 위해 서민을 희생시키는 에너지 정책도 바로잡을 것"이라고 밝혔다.


태그:#문재인, #안철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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