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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에너지 소비의 절반을 차지하는 수도권의 전력 수급을 위해 건설되는 핵발전소와 전력의 비효율적인 전달을 위한 송전탑 문제가 사회적 문제로 불거지고 있는 가운데, 10월 16일 밀양의 송전탑 문제와 함께 알려지기 시작한 경북 청도군 각북면 삼평리의 송전탑 공사현장에 강정해군기지, 쌍용자동차, 용산강제철거 문제와 지역현안의 해결 촉구를 위해 10월 4일부터 전국을 순례 중인 '강정생명평화대행진단(이하, 순례단)'이 방문했습니다.

전국 각지에서 용산, 쌍용, 강정마을 문제를 가지고 전국을 순례하며 각지의 현안에 결합해 함께 하고 있다. 10월 4일에 강정에서 출발해 11월 3일까지 전국을 순례한다. 이날 16일 오전에는 경산시 청도군 각북면에서 송전탑 건설 반대를 위해 지지방문해 행진과 집회를 진행했다. 사진은 16일 군청 앞 시위모습
▲ 생명평화대행진 순례단이 왔습니다. 전국 각지에서 용산, 쌍용, 강정마을 문제를 가지고 전국을 순례하며 각지의 현안에 결합해 함께 하고 있다. 10월 4일에 강정에서 출발해 11월 3일까지 전국을 순례한다. 이날 16일 오전에는 경산시 청도군 각북면에서 송전탑 건설 반대를 위해 지지방문해 행진과 집회를 진행했다. 사진은 16일 군청 앞 시위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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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타깝게도 주민들이 막고자 했던 마을을 지나는 송전탑 22, 23, 24호기 중 22, 24호기는 주민들의 반발에도 불구하고 헬기작업을 통해 주민들이 손을 쓸 수 없는 상황에서 완공되어버린 상황, 싸움을 이어오신 할머니들은 남은 23호기의 건설을 막는 것에 온 힘을 다하고 계셨습니다.

하지만, 15명 남짓되는 할머니 뿐인 현장이기에 시공사와의 마찰때마다 다치시는 일이 다반사로 일어나고 계속되는 싸움속에서 지칠대로 지친 몸에 날씨가 추워지면서 할머니들의 건강악화가 염려되어 현장을 계속 지켜나갈 수 있을까가 걱정되는 상황입니다. 16일은 마침, 국정감사 기간인 덕에 마찰이 있을만한 공사를 강행하지 않아 예정보다 조금 이른 시각에 도착한 순례단 행렬이 공사현장을 직접 눈으로 볼 수 있었습니다.

할머니들과 주민들이 공사현장을 막아서면서 용역들과의 물리적인 충돌이 생기기 시작했고 주민들에게 피해가 생기기 시작했다. 위의 할머니는 현장에서 용역들과의 충돌로 인해 약 1개월간 단기기억 상실로 인해 입원치료를 받기도 했다. 사진은, 할머니의 진행상황과 피해상황을 설명하고 있는 이은주 부녀회장(정 중앙)
▲ 할머니들께서는 몸 성하신 곳이 없답니다. 할머니들과 주민들이 공사현장을 막아서면서 용역들과의 물리적인 충돌이 생기기 시작했고 주민들에게 피해가 생기기 시작했다. 위의 할머니는 현장에서 용역들과의 충돌로 인해 약 1개월간 단기기억 상실로 인해 입원치료를 받기도 했다. 사진은, 할머니의 진행상황과 피해상황을 설명하고 있는 이은주 부녀회장(정 중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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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전탑을 버틸 수 있을 만한 암반이 없어 암반을 대신하기 위한 콘크리트 토대작업을 위해 땅을 끝없이 파내고 있는 대형 터널과 그러한 토대작업을 위한 기구들이 널부러진 안전성조자도 의심되는 현장에서 지금까지 진행상황들과 할머니들의 콘크리트 타설작업만은 막아내야 한다는 15명 남짓되는 할머니들의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습니다.(관련기사 : <밀양 이어 청도에서도 '송전탑 충돌' 격화>)

하지만, 역시나 일정이 순탄치만은 않으려는지, 예정된 행진과 집회를 위해 다시 마을로 내려와 행열을 가다듬는 가운데 또 한바탕 난리가 벌어졌습니다. 시공사에서 나온 한 몇 명의 직원이 순례단과 할머니들의 모습을 불법적으로 채증했기 때문입니다.

평소에는 그렇게나 고압적이던 시공사 직원들이 순례단에 밀려 작아지는 모습에 할머니들과 주민들은 연신 속이 시원하다는 말들을 뱉어내셨습니다. 하지만, 지금까지 시공사의 행태를 보아 순례단이 가고나서 다시 돌아올 그들의 보복에 할머니들이 더 힘들어지실까 싶어 마음 한구석이 찜찜합니다.

이후 진행된 행렬은 주민들과 지지방문자들의 콜라보레이션(?)을 통해 즉석에서 만들어진 풍물패와 현장의 할머니들을 앞세운 상태에서 진행되었습니다. 청정지역으로 지정될 만큼 깨끗하고 아늑한 풍경속에 계속해서 이어지는 송전탑들의 모습과 행렬에 선뜻 함께하시지 못하는 주민들의 모습에서 한전과 시공사들이 얼마나 주민들에게 위협과 이간질을 해왔는지 느낄 수 있었습니다.

그런 아픈 마음으로 도착한 면 사무소에서 짧게 진행된 집회에서는 투쟁에 적극적으로 함께해오셨던 김미화 목사님의 "성경 중 맛사다 전투에 임하는 마음으로 임하면 분명 좋은 결과가 있으리라 믿는다. 많은 도움을 부탁드린다"라는 호소와 "(면사무소) 너희 도움은 필요없다. 내가, 우리가 지킬란다(지키련다)"라는 할머니의 결의를 들어 볼 수 있었습니다. 더 많은 이야기를 듣고 싶었지만, 시간상 더 머무를 수가 없어 면사무소에 대고 우리는 송전탑을 반대한다라고 크게 소리치는 것으로 작은 판을 마무리 짓고 이어질 청도군청에서의 집회를 위해 발걸음을 옮겼습니다.

순례단과 함께 방문한 면사무소에서 할머니께서 발언중이시다.
▲ “내가 우리가 지키련다” 순례단과 함께 방문한 면사무소에서 할머니께서 발언중이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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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년부터 문제가 시작된 가운데, 처음으로 집회를 위해 방문하게 된 군청내 집회에서는 "강정마을 역시도 해군기지 건설문제에 관련해서 이렇게 속고 당해왔다. 하지만, 지금까지 싸움을 이어왔고 앞으로도 싸울 것이다. 결국, 질기고 독한놈이 이긴다. 함께 가자"라는 강정마을 회장 강동균님과 녹색당 변홍철 공동정책위원장의 "국가는 거짓된 안보와 평화를 이야기하고 있다. 국가의 국민들 그리고 농민들이 평안해야 진정한 평화와 안보가 보장될 수 있다. 이번 대선을 통해 진정한 평화와 안보를 이야기하는 후보를 선출하고 이후 이어질 지방선거들을 통해 지역을 바꿔나가자"라는 발언과, 이어진 대구·경북 환경운동연합 정수근 국장과 대구 참여연대 김승주 부장의 지지발언이 이어졌습니다.

소소했지만, 중간중간 이어진 녹색당 박동인 당원의 노래공연과 이현순 당원의 시낭송은 딱딱할 수 있는 분위기를 녹록하게 풀어주었고 마지막으로 이야기 해주신 문규현 신부님의 연대사와 이은주 부녀회장님의 "우리 삼평리에서 싸움을 하고 계신 분들은 군,면에서 버림받은 존재들이다. 군수는 물론이고 군의원역시 매일 지나다니는 출퇴근 길에 할머니들에게 격려한번 해주지 않았다. 하지만, 우리는 마을을 지키기 위해 계속 싸우겠다, 이런 우리들을 위해 이렇게나 많은 분들이 와주셔서 너무 감사하다"라는 발언은 순례단과 할머니 모두를 뭉클하게 하기에 충분했습니다. 아쉽지만, 그렇게 집회는 마무리 되었습니다.

각 발언자 모습 왼쪽 위로부터 강정마을 강동균 회장, 오른쪽 위 녹색당 변홍철 정책위원장, 왼쪽 아래 녹색당 이현순 당원, 오른쪽 아래 문규현 신부
▲ “함께 하겠습니다!” 각 발언자 모습 왼쪽 위로부터 강정마을 강동균 회장, 오른쪽 위 녹색당 변홍철 정책위원장, 왼쪽 아래 녹색당 이현순 당원, 오른쪽 아래 문규현 신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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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오래 군청에 머물며 군수를 방문하고 이야기 하고 싶었지만, 이어지는 경산의 비정규직 노동자 문제와 대구의 일정 때문에 길게 머무를 수 없어 집회를 마무리 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하지만, 청도 송전탑 문제는 아직 진행형입니다. 10월 말에 마무리될 국정감사 이후에는 또 어떻게 공사현장이 진행될지는 아무도 모릅니다. 더 가열차게 몰아치는 현장이 되지 않을까 하는 걱정도 생깁니다.

하지만, 그저 할머니들이 싸우시는 곳이기에 중요한 것이 아닙니다. 청도에 설치되는 송전탑들은 345Kwh 짜리 송전탑으로서 밀양에서 설치되고 있는 765Kwh 보다 용량이 작은 송전탑입니다. 때문에 송전탑을 가동하기 전에 법적으로 거쳐야 하는 낮은 전압에서의 1년 동안의 변압기 시험가동은 무조건적으로 청도에서 실시해야만 하며, 이러한 시험가동이 이루어지지 않으면 송전탑을 통한 전력전달이 법적으로 불가능해집니다.

게다가 여기서 시험하려는 변압기가 UAE에 수출되는 원전상품에 포함된 제품이라 시험가동을 해보지 않는다면 수출 역시도 힘들어지게 되는 결과를 가져오게 되므로 청도 송전탑 문제를 잘 해결할 수 있다면 핵발전소 정책자체에 제동을 걸 수 있게되는 큰 디딤돌이 될 수 있습니다.(싸우고 계신 어머니들과 할머니들도 이러한 사실을 잘 알고 계시기에 더 포기할 수 없다고 이야기하셨습니다.)

지금까지 삼평1리의 주민들의 목소리는 철저하게 외면되어 왔다. 최근들어 언론과 링크를 통해 조금씩 상황이 알려지고 있는 상황. 많은 도움이 필요하다.
▲ “고요속의 외침” 지금까지 삼평1리의 주민들의 목소리는 철저하게 외면되어 왔다. 최근들어 언론과 링크를 통해 조금씩 상황이 알려지고 있는 상황. 많은 도움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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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의 동네 위로 초고압 송전선로가 지나가는데 그것을 묵과할 마을은 하나도 없습니다. 한전에서는 역지사지의 자세로 청도 주민들의 저항을 인정해고 공사를 중단해야 합니다. 지역에서 공사를 감행함에 있어 가장 먼저 생각해 할 것은 현지 주민들의 피해고, 그러므로 주민들의 동의를 구하는 것은 공사를 시작함에 있어 가장 기본 절차입니다. 그러니 한전은 주민동의 없는 불법적인 송전탑 공사를 지금 즉시 중단하고, 이 공사로 인해 극심한 고통을 호소하고 있는 주민들의 절규에 귀를 기울여야 합니다.


태그:#녹색당, #2012 생명평화대행진, #청도 송전탑, #대구 녹색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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