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곰 테드'는 B급 섹스 코미디다. 감독은 영화 안에서 B급 영화 '플래시 고든'을 대놓고 언급하면서 B급을 지향하고 있음을 드러낸다.

 콜걸들과 파티를 즐기는 테드.

콜걸들과 파티를 즐기는 테드. ⓒ UPI 코리아


또래의 모든 이에게 왕따를 당하며 친구가 한 명도 없었던 외톨이 존(마크 월버그)은 부모님에게서 크리스마스 선물로 테디 베어를 받는다. 곰인형이 말을 하면 좋겠다는 소원이 이뤄져서 인형은 말하고 움직이는 곰 인간 '테드'(세스 메팔레인이 목소리 연기)가 된다. 테드의 소식이 알려지면서 전국 단위 방송매체에 출연하면서 대스타가 되지만 많은 스타들의 삶이 그렇듯이 처음의 신기함은 사라지고 사람들의 기억 속에서 지워진다.

그런 세월을 따라 35살이 된 존은 자기보다 좋은 직장에 다니면서 배려심도 많은 여자 친구 로리(밀라 쿠니스)를 사귀고 있지만, 테드는 '영원한 무적의 동지'로 남아 그의 인간관계에서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그러나 테드는 대마초와 술과 에로 비디오를 즐기면서 시간을 죽이면서 일상을 보내는 백수가 되었다. 유흥 즐기기에 존을 꼬드겨 회사에 지각하게 하기도 하고, 존은 그와의 관계를 더 우선하다가 여자 친구와의 시간을 소홀히 하여 사이가 삐걱대기도 한다. 이것은 사실 우리 주위에서 많이 관찰할 수 있는 모습니다. 연인과의 만남이나 약속보다 그냥 가까운 친구들과 술마시고 놀기를 더 좋아하는 남자나 여자들 말이다. 하지만 영화는 철들지 않는 남자의 모습을 보여주는데 초점을 맞췄다.

 두 연인 사이에서 방해물이 되는 테드.

두 연인 사이에서 방해물이 되는 테드. ⓒ UPI 코리아


4주년 기념일 밤 즐겁게 섹스를 즐기려는데 갑자기 내려치는 천둥소리에 서로를 찾는 존과 테드 그리고 한 침대에서 이뤄진 동침, 콜걸들과 밤을 불태우는 파티를 즐기다 게임 벌칙으로 콜걸로 하여금 로리의 집 거실에 똥을 누게한 테드, 이 모든 것에 불만이 쌓여가고 존과 자신과의 문제 원인도 테드 때문이라고 로리는 진단한다. 존은 로리와의 관계가 더 이상 나빠지는 게 싫어 '영원한 무적의 동지' 테드를 집에서 내보낸다.

 같이 사진을 찍자는 여자의 젖가슴을 서슴없이 만지는 테드.

같이 사진을 찍자는 여자의 젖가슴을 서슴없이 만지는 테드. ⓒ UPI 코리아


존은 테드의 독립을 위해 직장 구하는 것과 이사하는 것을 도우는데, 이때부터 이 본격적인 섹스 코미디가 펼쳐진다. 최저임금을 받는 마트 계산원으로 취직하면서, 혼자 있는 쓸쓸함을 달래기 위해 더욱 더 약물에 빠져든다. 새로온 미녀 계산원을 꼬시기 위해 계산대 위에서 피스톤 운동을 흉내 내기도 하고, 얼굴에 정액처럼 풀칠을 해대기도 하고, 페니스가 없는 몸으로 계산원과 마트 어슥한 곳에서 섹스를 하다 점장에게 들키기도 한다. 그러나 발칙하고 돌발적인 성적 농담으로 오히려 칭찬을 듣는다. 그리고 술과 마약, 그것들에 취한 남자와 여자들, 어린시절 우상 샘 존스와의 광란의 밤이 이어진다.

감독은 2007년 금융위기 이후 실업과 저임금에 시달리며 희망을 잃어버린 사람들이 마음을 달래는 해방구를 보여주는 방법으로 섹스 코미디라는 형식을 택하여 그 속에 마약과 술과 춤을 도구로 집어넣은 것 같다. 그리고 영화 속 우상은 영원히 뜯어 먹으며 사는 마음의 고향 같은 것으로 은유한 것 같다.

 술과 약물에 쩔어 사는 테드와 여자친구와의 파티보다는 테드와 자신의 어릴때 우상 셈 존스와 파티가 더 좋은 존.

술과 약물에 쩔어 사는 테드와 여자친구와의 파티보다는 테드와 자신의 어릴때 우상 셈 존스와 파티가 더 좋은 존. ⓒ UPI 코리아


회사 사장으로부터 계속 프러포즈를 받지만 회사 20주년 파티에도 같이 참가하여 존에게 애정을 쏟는 로리지만, 테드가 만든 광란의 약물 파티로 빠져나간 존에게 실망하며 헤어진다. 테드의 노력으로 로리의 마음은 다시 돌려지고, 테드가 스토커에게 납치되고 몸통이 찢어져 생명이 없어지는 험한 일을 겪기도 하지만 둘의 노력과 로리의 기도로 다시 테드가 살아난다. 그리고 결혼으로 해피엔딩한다.

영화 내용의 질을 보자면 사실 돈 아까울 수 있다. 어떤 감동도 없고, 사회에 대한 진지한 고찰도 없고, 사람의 관계에 대한 새로운 인식이나 지평의 확대도 없다. 이 영화가 가지는 미덕이란 지겹고 희망 없는 시대를 꾸역꾸역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조금은 진하고 익살스런 섹스 코미디를 보여주면서 웃을 수 있는 시간을 제공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사랑과 우정의 관계에 있는 사람들과 적절한 거리를 생각하게 하는 부분도 있다. 어쩌면 키치와 예술의 차이가 무엇이냐는 조금 깊은 질문을 B급 섹스코미디 형식으로 던지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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