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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뷰(OhmyView)>는 소비자 입장에서, 소비자의 눈높이로 제품을 꼼꼼히 따져봅니다. 대상은 따로 없습니다. 자동차든, 휴대폰이든, 금융상품이든...가장 친소비자적인 시각을 전달하려고 합니다. 또 이 공간은 각 분야에 관심있는 전문블로거나 시민기자 등 누구에게도 열려있습니다. [편집자말]
행복했다. 3일 연속 출·퇴근하며 지하철에서만 하루에 두 시간씩 책을 읽었지만, 눈이 전혀 피로하지 않았다. 태블릿 PC인 '아이패드2'로 책 읽을 때와는 달리 팔도 덜 아팠다. 최근 출시된 전자책 단말기 '크레마 터치'를 사용했기 때문이다. 오랜만에 바쁜 일상을 쪼개 책을 읽는 재미를 느낄 수 있었다.

그러나 기자가 느낀 재미는 벌써 '끝'이 보인다. 이 기기로 읽을 수 있는 책 중 읽고 싶은 책이 그다지 많지 않기 때문이다. 좋은 성능에 부실한 콘텐츠. 한국이퍼브와 '예스24'와 '알라딘', '반디앤루니스' 등 인터넷 서점들이 공동 개발해 내놓은 '크레마 터치'는 이런 난점을 가지고 있다.

 국내 인터넷 서점들과 한국이퍼브가 공동 개발한 '크레마 터치'. 사진 속 기기는 인터넷 서점 '예스24'용으로 출시된 기기다.
 국내 인터넷 서점들과 한국이퍼브가 공동 개발한 '크레마 터치'. 사진 속 기기는 인터넷 서점 '예스24'용으로 출시된 기기다.
ⓒ 김동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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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레마 터치', 실제 종이 책 읽는 기분

'전자책'이란 말 그대로 책 내용을 전자 기기를 통해 볼 수 있게끔 디지털 파일 형태로 제작한 것을 말한다. 2007년 미국의 인터넷 서점 '아마존'에서 전자책 단말기 '킨들'을 출시해 성공을 거두면서 이후 출시된 전자책 단말기들은 대부분 '저전력 프로세서(컴퓨터의 중앙처리장치)'와 '전자잉크'라는 공통점을 가지게 됐다.

이 두 가지 공통점에는 장단점이 있다. 전자잉크의 장점은 가독성과 시야각이 넓다는 것. '전자잉크'이라는 이름에 걸맞게 장시간 보고 있어도 눈이 피로하지 않지만, 화면 전환이 느리고 잔상이 남는 것은 단점이다.

저전력 프로세서는 전력 소모가 적어 긴 사용시간을 보장하는 반면 처리 능력이 떨어지기 때문에 '아이패드'나 '갤럭시 탭' 같은 태블릿 PC와는 달리 동영상 재생이나 음악 듣기, 컬러사진 편집은 불가능하다. 전자책 단말기는 이런 점을 감안해야 한다. 오로지 전자책을 읽기 위한, 태블릿 PC와는 목적부터가 다른 물건이라는 얘기다.

이런 특성을 고려하면 전자책 단말기 '크레마 터치'의 기기적 성능은 현재 출시된 단말기 중 가장 좋은 편이다. 800MHz ARM코어텍스 프로세서와 256MB 메모리를 탑재했다. 또한 터치 조작이 가능한 정전식 e잉크 펄(pearl)패널에 종이활자와 유사한 느낌의 'e잉크 디스플레이'가 적용되어 실제 손으로 책을 넘기며 읽는 것 같은 느낌을 준다.

크기는 6인치. 어른 손 만하다. 무게도 215g으로 한 손에 들고 보기에 전혀 무리가 없다. 와이파이(WI-FI) 통신으로 단말기 안에서 직접 전자책을 구입하고 관리할 수 있으며 전자책 포맷인 'ePub' 이외에도 PDF나 JPG 등의 파일 형식도 읽을 수 있다.

저장 공간도 기본 4GB에 마이크로 SD카드를 장착하면 최대 32GB까지 추가할 수 있다. 배터리 용량은 1500mAh로 완전 충전하면 7000페이지를 읽을 수 있다. 가격도 12만 9000원으로 성능에 비해 저렴한 편이다. 크기와 성능이 거의 동일한 아마존의 새 단말기인 '킨들 터치'는 해외구매대행을 통할 경우 14만 원 이상을 지불해야 한다.

 '크레마 터치'는 전자책 콘텐츠를 사서 다운로드 받거나 USB 케이블을 이용해서 '내 책장' 안에 넣어 보관한다. 두 번째가 PDF 파일, 나머지는 인터넷 서점에서 구입한 것이다.
 '크레마 터치'는 전자책 콘텐츠를 사서 다운로드 받거나 USB 케이블을 이용해서 '내 책장' 안에 넣어 보관한다. 두 번째가 PDF 파일, 나머지는 인터넷 서점에서 구입한 것이다.
ⓒ 김동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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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하철서 1시간 책 읽기 '거뜬'

앞에 언급한 이 기기의 장점들은 '전자책 단말기'라는 점을 감안했을 때 빛나는 것들이다. 스마트폰, 태블릿 PC등 '스마트 기기'에 길들여진 사람이라면 '크레마 터치'를 처음 켰을 때 당황하기 쉽다.

일단 모든 게 '느리다'는 느낌이다. 초기 구동 시 화면 하나 읽는 데 수 초가 걸린다거나 기기 업데이트 중 기기가 멈춰버리는 경험은 예사다. 사진이 많은 책은 볼 엄두도 못 낼 뿐더러 의미도 덜하다. 화면이 흑백이기 때문이다.

사실 전자책 단말기에 문외한이었던 기자는 처음 이 단말기를 켜고 나서 '이걸 돈 주고 사라는 건가' 하는 생각을 했다. 제조사에 전화를 걸어 고장난 기계가 아닌지 문의할 정도였다.

그러나 어렵사리 와이파이로 인터넷 서점에 접속해 책을 한 권 사 읽으면서 처음의 부정적인 생각은 180도 바뀌었다. 평소 출퇴근 시간에 아이패드2를 이용해 지하철에서 책을 읽으면 30~40분이 고작이었다. 팔도 아프지만 눈이 금방 피로해졌기 때문이었다. 책 읽기가 어렵다는 것을 체감하니 며칠이 지나도 독서량에는 진전이 없었다.

그러나 '크레마 터치'를 사용한 첫날, 기자는 몇 차례 지하철을 오가며 소설 <그리스인 조르바> 한 권을 다 읽었다. 눈도 피로하지 않았고 손으로 조작하니, 책 넘김도 자연스러웠다. 제조사 설명에 따르면 빛 반사가 심한 LCD에 비해 80% 정도 눈 피로도가 줄어든다고 한다.

그렇게 3일이 지나니 자연스럽게 세 권의 책을 읽을 수 있었다. 최근 몇 달 새 읽은 책이 열 권도 안 되는데 3일 만에 세 권을 읽어낸 것이다. 첫날 100% 충전한 배터리는 아직 절반도 넘게 남아있었다. 굳이 볼펜으로 줄을 치지 않아도 나중에 다시 읽고 싶은 부분에는 한 번의 터치로 책갈피 표시가 되니 편했다. 일상을 바꿔놓는 스마트 기기를 용도도 모르고 깎아내린 게 창피할 정도였다. 

 '크레마 터치'는 '예스24', '알라딘', '반디앤루니스', '리브로' 등 6개의 인터넷 서점에서 전자책을 구입해 다운로드 받을 수 있다.
 '크레마 터치'는 '예스24', '알라딘', '반디앤루니스', '리브로' 등 6개의 인터넷 서점에서 전자책을 구입해 다운로드 받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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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자책 콘텐츠 부족... '읽을만한 책' 많지 않아

평소 책을 거의 읽지 못하던 사람이 어느 날부터 하루에 한 권씩 책을 읽어댄다면 아마 그의 인생은 크게 변화할 것이다. 그러나 기자의 경우, 그런 '장밋빛 미래'를 꿈꾸기엔 '크레마 터치'가 가진 한계가 더 명확하게 다가왔다. 가장 큰 문제는 이 기기로 볼 수 있는 책 중, 읽고 싶은 책이 많지 않다는 것이다. '고전' 반열에 든 책이 아니라면 원하는 책을 찾기가 쉽지 않았다.

업계에서는 전자책만 대략 30만 종은 있어야 독자들이 무리 없이 독서를 즐길 수준이라고 내다보고 있다. 그러나 현재 실상은 이에 크게 못 미치는 수준이다. 업계 1위인 '예스24'가 약 6만 권 정도의 전자책 콘텐츠를 보유하고 있으며 이 부문에서는 선두주자인 '알라딘'이 약 8만 권의 전자책을 보유 중이다. 두 인터넷 서점이 보유한 서적 중 겹치는 종수를 감안하면 아직 갈 길이 멀어 보인다.

인터넷 서점들과 함께 '크레마 터치'를 출시한 '한국이퍼브'에서는 매년 2~3만 종의 전자책을 출시할 계획이라고 밝혔지만, 전자책 콘텐츠 불법복제에 대한 대책과 수익모델에 대한 확신이 제시되지 않으면 출판사들의 참여를 이끌어내기는 쉽지 않다. 콘텐츠 대량 복제의 위험이 있는데다가 전자책 파일 하나를 만드는 데 최소 3만 원에서 많게는 15만 원 사이의 비용이 들어가기 때문이다.

콘텐츠 활용 측면에서 더욱 아쉬웠던 것은 PDF 지원 부분이었다. 최근 자신이 보유한 종이 책을 스캔해서 PDF 파일로 만드는 '북스캔' 서비스를 이용하는 독자들이 늘어나는 추세지만 '크레마 터치'에서는 이런 PDF 파일을 손쉽게 읽기 어렵다.

전자책 형식인 'ePub' 파일과는 달리 PDF 파일은 '크레마 터치'에서는 한 화면에 담기지 않기 때문에 PDF 파일을 읽으려면 같은 쪽에서 손가락으로 화면을 이동해야 한다. 기본 설정으로는 전자책 방식보다 글자크기도 작고 깨지는 글자 수도 많기 때문에 확대도 필수인데 일단 확대를 하면 지금 읽는 곳이 책의 어느 부분인지 쉽게 파악하기가 어려운 구조다.

 '크레마 터치'는 PDF 파일을 읽을 수는 있지만, PDF 한 쪽이 한 화면에 표시되지 않는다. 그래서 PDF 포맷의 책을 읽으려면 책 넘김 이외의 스크롤이 필요한데 이 과정이 느리고 불편하기 때문에 사실상 이용하기 어렵다. 왼쪽 제품은 '아마존'에서 2009년 발매한 9.7인치 크기의 '킨들 DX'. 저 정도 크기가 되어야 PDF 파일을 불편하지 않게 읽을 수 있다.
 '크레마 터치'는 PDF 파일을 읽을 수는 있지만, PDF 한 쪽이 한 화면에 표시되지 않는다. 그래서 PDF 포맷의 책을 읽으려면 책 넘김 이외의 스크롤이 필요한데 이 과정이 느리고 불편하기 때문에 사실상 이용하기 어렵다. 왼쪽 제품은 '아마존'에서 2009년 발매한 9.7인치 크기의 '킨들 DX'. 저 정도 크기가 되어야 PDF 파일을 불편하지 않게 읽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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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과 같은 추세라면 국내 전자책 시장이 유효한 수준의 콘텐츠를 갖추기 위해서는 적어도 4~5년 정도는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내가 필요한 책을 사려고 인터넷 서점을 찾았을 때 전자책이 구비되어 있는 수준에 도달하려면 그 정도 걸린다는 얘기다. 이런 방식의 독서를 하는 사람들이라면 굳이 이 기기를 지금 선택할 필요는 없어 보인다. 5년이면 전자기기에 혁신을 가져오기에 충분한 시간이다.

반면 베스트셀러 위주의 독서를 하는 사람이라면 '크레마 터치'는 나쁘지 않은 선택일 것으로 보인다. 잘 팔리는 책일수록 전자책이 출시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지금도 이 기기는 <의자놀이>, <안철수의 생각> 등의 신간 읽기가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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