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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천에는 동물들 전용 건널목이 있다.
▲ 동물이동통로 화천에는 동물들 전용 건널목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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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에서 DMZ주변 생태환경의 우수성 홍보 및 국민건강 증진을 위해 조성중인 동서녹색평화도로 구간(강화~고성 495km) 중 화천 평화의 댐~안동철교(6km) 구간을 다녀왔다. 지난 9월 16일 위 코스에서 열린 세계평화 기원 걷기대회행사 참가를 위해서였다.

지뢰표시의 의미 그리고 동물전용 건널목

화천 안동철교에서 바라본 늪지대. 60여년 세월 동안 생태계가 잘 보존된 지역이다.
 화천 안동철교에서 바라본 늪지대. 60여년 세월 동안 생태계가 잘 보존된 지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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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훼손을 최소화하면서 기존 도로를 확장해 자전거 전용도로와 함께 조성된 녹색평화도로는 그 이름에 걸맞게 북한에서 발원한 북한강 최상류 강변에 인접해 평화로움을 더한다.

야생동물들이 도로로 이동하지 못하도록 철망을 쳐 놓고 지뢰 표시를 해 두었다. 이것은 인간들의 동물영역 출입 제한의 의미이다.
 야생동물들이 도로로 이동하지 못하도록 철망을 쳐 놓고 지뢰 표시를 해 두었다. 이것은 인간들의 동물영역 출입 제한의 의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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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로 옆 철망에 매달린 '지뢰' 표시 푯말은 이곳이 아무나 출입을 할 수 없는 민통선 지역임을 말해준다. 그런데 과연 이곳이 지뢰지대일까! 공사를 하기 전 이 도로를 지날 때 보지 못했던 푯말이라 이런 의구심이 들었다. 그러나 실제 지뢰지대는 아니더라도 '미확인 지대'이기 때문에 안전을 위해 출입을 통제하는 것 내지는 자연훼손 방지를 위해 무분별한 입산을 금지한다는 의미로도 해석할 수 있겠다.

평화의 댐~안동철교구간은 야생동물들이 많이 출몰하는 곳으로 잘 알려져 있다. 대낮에도 고라니나 멧돼지, 산양 등의 야생동물들이 쉽게 목격되는 곳이 이 곳이다. 그렇기 때문에 출입 통제를 통한 야생동물들의 보호를 위해 이러한 푯말을 설치했다는 것에 수긍이 간다.

멀리서 본 동물이동통로, 멧돼지 전용통로인지 표지판이 재미있다.
 멀리서 본 동물이동통로, 멧돼지 전용통로인지 표지판이 재미있다.
ⓒ 신광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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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나물 또는 버섯 채취를 목적으로 입산하는 사람들로 인해 한국전쟁 이후 60년간 잘 보존된 자연이 훼손된다면 'DMZ생태보전 우수성'이란 의미가 사라진다. 그래서인지 도로 옆 철망에 부착한 '지뢰' 표시 외에 무인감시 카메라도 눈에 띄인다.

이 도로를 개설하면서 환경보호를 위해 가장 신경을 쓴 부분이 로드킬 방지시설이란다. 역시 그런 듯했다. 늦은 봄, 개구리나 두꺼비들이 강변에서 산으로 오르는 습성을 돕기 위해 도로 속을 관통한 통로를 만들어 이들의 이동이 용이토록 조성했다.

개구리나 두꺼비들이 산으로의 이동이 용이토록 도로 밑으로 이동로를 만들었다.
 개구리나 두꺼비들이 산으로의 이동이 용이토록 도로 밑으로 이동로를 만들었다.
ⓒ 신광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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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6km 구간에 설치된 10여개가 넘는 '동물이동 건널목'만 보더라도 로드킬 방지에 세심한 관심을 기울였음을 알 수 있다.

동물전용 건널목. 도로 양 옆에 철망을 쳐 동물들의 도로 접근을 막고 몇 백 미터 간격으로 파란색 페인트로 동물 전용 건널목을 표시했다.

파란색을 칠해 동물들의 학습을 유도하고, 표시 끝 부분은 철조망을 제거해 동물들이 산으로 이동이 용이토록 조성했다.
▲ 동물이동통로 파란색을 칠해 동물들의 학습을 유도하고, 표시 끝 부분은 철조망을 제거해 동물들이 산으로 이동이 용이토록 조성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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멀리서 보았을 때는 이것이 무슨 표시인지 몰랐다. 그러나 가까이 가 보니 '동물이동통로'라고 쓰여 있다. 동물들이 한글을 알리는 없을 테고, 아마 운전자를 위한 알림 글이겠다. 그런데 이곳 동물들은 모두 교통질서 교육을 받은 것일까! 어떻게 자신의 건널목을 찾아서 건너가게 될까!

동물들이 생활에서 스스로 익히는 학습. 파란선이 있는 곳은 양옆에 탈출구가 있다는 것을 알게 하자는 의도에서 일 것이다. 따라서 도로 한복판에 나왔던 동물들도 차량과 마주쳤을 때 천천히 이동해 파란 선이 있는 곳에서 도로 옆으로 이동할 수 있도록 자연스런 학습을 유도한 것임을 알 수 있을 것 같다. 동물이동통로 양옆 숲길로 동물들이 드나든 흔적을 보니 쉽게 이해할 수 있다.

동물통로에서 연결된 산쪽으로 동물들이 이동한 흔적이 보인다.
 동물통로에서 연결된 산쪽으로 동물들이 이동한 흔적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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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로 정말 다람쥐가 다니긴 할까

이런데 이건 뭔가! 도로를 가로질러 전봇대를 두 개를 세우고 줄을 연결해 '다람쥐 이동통로'라는 표시를 해 놓았다.

다람쥐가 길을 건너기 위해서 높은 전봇대까지 올라 도로를 가로지른 굵은 노끈을 따라 건너서 다시 전봇대를 타고 내려올 수 있게 만들어 놓았다.
 다람쥐가 길을 건너기 위해서 높은 전봇대까지 올라 도로를 가로지른 굵은 노끈을 따라 건너서 다시 전봇대를 타고 내려올 수 있게 만들어 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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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연 이곳으로 다람쥐가 몇마리나 이동할까!
▲ 다람쥐 이동 통로 과연 이곳으로 다람쥐가 몇마리나 이동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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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햐~ 저건 특공무술을 받은 다람쥐 아니면 건너기 힘들 것 같은데..."

동행했던 친구 녀석의 말처럼 다람쥐가 길을 건너기 위해서 높은 전봇대까지 올라 도로를 가로지른 굵은 노끈을 따라 건너서 다시 전봇대를 타고 내려올 수 있게 만들어 놓았다. 다람쥐들은 보통 땅에서 생활한다. 높은 나무로 오르는 경우는 위협을 느꼈을 때 또는 천적을 만났을 때이고, 이동을 위해서는 낮은 나무를 타는 경우가 많다. 그런데 아래로는 차량이 지나다니는데 도로위로 줄을 타고 이동하는 다람쥐가 과연 있을 수 있을까!

관계자의 말을 들어봤다.

"원래 이곳은 하늘다람쥐와 일반 다람쥐가 많이 사는 지역이라 다람쥐 이동통로를 설치하게 되었다. 보통 하늘다람쥐의 경우, 전봇대나 나무에 노끈을 감아 길 양쪽에 세워 하늘다람쥐들이 날아서 이쪽 기둥에서 건너편 기중으로 이동을 하도록 하고 있으나, 이곳 화천(평화의댐~안동철교 구간)에는 하늘다람쥐 이동을 위한 기둥에 굵은 노끈을 가로질러 일반 다람쥐의 이용도 가능토록 하였다."

- 그런데 상식적으로 다람쥐가 이 통로를 많이 이용할 것 같진 않은데?
"그렇지 않다고 본다. 도로를 가로지른 노끈이 굵기 때문에 흔들림 없이 일반 다람쥐의 이동도 가능하다고 본다."

- 전국에 이러한 시설이 또 있는지...
"하늘다람쥐를 위해 도로 양옆에 전주나 기둥에 노끈을 감아 세운 곳은 있지만, 이곳처럼 겸용으로 설치한 곳은 처음인 것으로 안다."

차가 지나가지 않더라도 (다람쥐 입장에서 보면) 넓은 평지나 다름없는 시커먼 도로를 가로질러 공중의 줄을 타고 갈 수 있을까! 다람쥐의 최대 천적은 황조롱이나 매 등이다. 따라서 허허벌판에 노출되는 것을 꺼리는 습성이 있다. 그런데 다람쥐들이 하늘의 매나 황조롱이로부터 관측이 제일 잘 되는 줄에 매달려 이동할 이유가 있을까!   

도로 옆 철망을 보니, 구조상 다람쥐와 같은 작은 동물은 얼마든지 철망 사이를 드나들 수 있어 아무 곳이나 자유로이 이동할 수 있다. 아무리 생각해도 이건 다람쥐에 대한 과잉 친절(?)이다.

이 줄을 타고 이동하는 다람쥐가 있다면, 그 녀석들은 아마 특공무술을 터득한 다람쥐 일 것이다 라는 생각을 했다.
 이 줄을 타고 이동하는 다람쥐가 있다면, 그 녀석들은 아마 특공무술을 터득한 다람쥐 일 것이다 라는 생각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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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은 예산이 투입되지 않은 일. 이 길을 걷는 사람들, 자전거를 이용하는 사람들의 무료함을 달래고 재미있는 상상과 볼거리 제공을 위해 '다람쥐 이동통로'를 설치한 것이라면 설계자의 아이디어는 최고라는 생각이 든다. 그러나 다람쥐들을 위함이었다면, 먼저 다람쥐들에게 특수훈련을 시켜야 하는 것은 아닌지.


태그:#동물이동통로, #다람쥐이동통로, #동서녹색도로, #화천군, #평화의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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