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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세계의 희망은 모든 활동이 자발적인 협력으로 이뤄지는 작고 평화롭고 협력적인 마을에 있다.' 인도 독립의 아버지 마하트마 간디의 책 <마을이 세계를 구한다>에 나오는 구절입니다. 2012년, '콘크리트 디스토피아' 서울 곳곳에서는 '마을공동체 만들기'가 한창입니다. 함께 '집밥'을 먹고 책을 읽고 텃밭을 가꾸는 것부터, 아이를 같이 키우고 일자리를 나누고 주거환경을 개선하는 것까지. 반세기 전 간디의 정신은 아직도 유효합니다. <오마이뉴스>는 다양한 마을만들기 사례를 통해 마을이 왜 희망인지 살펴봅니다. [편집자말]
25일 오전 서울 관악구 인헌시장에서 <소문난 사군자 떡집>을 운영하는 임우진 사장이 유통기한이 임박해 판매하기 힘든 떡을 이웃에게 나눠주기 위해 여용옥 라온제나(관악주민연대 여성모임) 회장에게 건네주고 있다.
 25일 오전 서울 관악구 인헌시장에서 <소문난 사군자 떡집>을 운영하는 임우진 사장이 유통기한이 임박해 판매하기 힘든 떡을 이웃에게 나눠주기 위해 여용옥 라온제나(관악주민연대 여성모임) 회장에게 건네주고 있다.
ⓒ 유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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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악주민연대 곽충근 사무국장과 정은진 활동가, 여용옥 라온제나 (관악주민연대 여성모임) 회장이 25일 오전 서울 관악구 인헌시장과 봉천시장에서 기부 받은 떡과 반찬을 독거노인들에게 나눠주기 위해 옮기고 있다.
1997년식 칠이 벗겨지고 찌그러진 데가 많고 지대가 높은 곳에는 힘이 부쳐 속도를 못 내는 흰색 승용차 '흰둥이'는 관악주민연대의 '나눔푸드' 활동에 없어서는 안될 존재이다.
 관악주민연대 곽충근 사무국장과 정은진 활동가, 여용옥 라온제나 (관악주민연대 여성모임) 회장이 25일 오전 서울 관악구 인헌시장과 봉천시장에서 기부 받은 떡과 반찬을 독거노인들에게 나눠주기 위해 옮기고 있다. 1997년식 칠이 벗겨지고 찌그러진 데가 많고 지대가 높은 곳에는 힘이 부쳐 속도를 못 내는 흰색 승용차 '흰둥이'는 관악주민연대의 '나눔푸드' 활동에 없어서는 안될 존재이다.
ⓒ 유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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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7년에 태어나 16만km를 달린 '흰둥이'가 25일 오전 서울 관악구 인헌시장과 현대시장 일대를 누빈다. 군데군데 칠이 벗겨지고 찌그러졌지만, 없어서는 안 될 존재다. '흰둥이'는 떡집 4곳, 식당 1곳 등을 돌면서 떡과 반찬, '나눔푸드'를 받는다. 떡집에서는 '흰둥이'가 오면 한 주간 남은 떡을 보관했다가 전달한다. 팔지는 못하지만 냉동해뒀다가 데워서 먹을 수 있는 떡이다.

떡집을 돌수록 흰둥이의 트렁크는 가득찼다. 트렁크가 무거워질수록 차에 탄 사람들의 마음은 오히려 복잡해진다.

"떡이 많으면 장사가 안 된 것 같아 미안하지만 받는 사람들에게는 고마운 일이죠. 반대로 떡이 적으면 장사가 잘되는구나 싶어 안심되지만 사람들에게 돌아갈 양이 적어 아쉽기도 하죠."

'흰둥이'를 몰고 나눔 활동을 펼치는 단체는 관악주민연대다. 흰둥이라는 이름은 주민연대가 붙인 승용차의 애칭이다. 이날은 정은진(46) 주민연대 활동가와 여용옥(45) 라온제나(관악지역여성모임, '즐거운 나'라는 뜻의 고유어) 회장이 나눔 활동에 함께 했다.

7년째 나눔활동... 떡·빵·반찬 기부받아 임대아파트 빈곤세대 지원

나눔활동에 참가하는 상인들은 라온제나 회원들이 발품을 팔며 발굴했다. 상인들은 어려운 이웃을 돕는다는 라온제나의 뜻을 흔쾌히 받아들여 6, 7년째 변함없이 나눔활동에 동참하고 있다.

나눔활동에 참여하는 시장 상인들은 쑥스러워했다. 대단한 일이 아니라는 반응이다. 오히려 라온제나의 회원들을 칭찬했다. 받는 사람이 누군지, 어떻게 배달되는지 모르지만 라온제나를 믿고 맡긴다.

현대시장의 '이조떡집' 조현옥(68) 사장은 "내가 하는 것은 아무것도 아니다, 이 사람들이 애를 많이 쓰니까 내가 더 고맙다"고 말했다. 반찬 나눔을 하는 김진(55) '우정식당' 사장도 "한 달에 한 번인데 무슨 고생이겠어. 일일이 찾아다니는 저 사람(라온제나)들이 더 고생"이라며 "이런 기회를 만들어줘서 고마울 뿐"이라고 말했다.

25일 오전 서울 관악구 인헌동에서 <우정식당>을 운영하며 월반찬 나눔을 실천하는 김진 사장이 직접 만든 반찬을 여용옥 라온제나(관악주민연대 여성모임) 회장에게 건네주고 있다.
 25일 오전 서울 관악구 인헌동에서 <우정식당>을 운영하며 월반찬 나눔을 실천하는 김진 사장이 직접 만든 반찬을 여용옥 라온제나(관악주민연대 여성모임) 회장에게 건네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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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일 오전 서울 관악구 봉천시장에서 <이조떡집>을 운영하며 나눔푸드를 실천하고 있는 조현옥 사장이 오는 추석을 위해 이웃에게 전달해 달라며 방금 만든 송편을 여용옥 라온제나(관악주민연대 여성모임) 회장에게 건네주고 있다.
 25일 오전 서울 관악구 봉천시장에서 <이조떡집>을 운영하며 나눔푸드를 실천하고 있는 조현옥 사장이 오는 추석을 위해 이웃에게 전달해 달라며 방금 만든 송편을 여용옥 라온제나(관악주민연대 여성모임) 회장에게 건네주고 있다.
ⓒ 유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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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파트촌이 된 판자촌... "아파트도 공동체가 될 수 있다"

나눔활동을 벌이고 있는 관악주민연대는 봉천동 판자촌에 재개발이 시작되면서, 세입자들의 권리를 지키기 위해 1995년 결성됐다. 탁아방을 만들고 주민 모임을 열어 빈민운동을 펼쳤다.

재개발 아파트가 들어서면서 일정 비율 이상 임대주택을 공급해야 하는 규정 때문에 임대아파트도 공급됐다. 관악주민연대는 이 임대아파트에 주목했다. 판자촌이 아파트촌이 되면서 사라져가는 공동체를 되살리고 싶었다. 임대아파트의 독거노인, 저소득 가정 중 복지 사각지대에 놓여 있는 이들은 지원의 손길이 꼭 필요했다.

1990년대 관악구 봉천동 판자촌 전경. 따닥따닥 붙은 판자촌은 이웃간의 소통을 가능하게 했다. 옆집에 끼니 굶는 사람이 있으면 함께 밥을 나눠 먹으며 마을을 이룰 수 있었다.
 1990년대 관악구 봉천동 판자촌 전경. 따닥따닥 붙은 판자촌은 이웃간의 소통을 가능하게 했다. 옆집에 끼니 굶는 사람이 있으면 함께 밥을 나눠 먹으며 마을을 이룰 수 있었다.
ⓒ 관악주민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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곽충근 관악주민연대 사무국장(40)은 "판자촌일 때는 문을 열면 이웃집 안방이 보여 서로 소통할 수 있는 환경이었다"면서 "아파트가 들어선 이후 현관문을 닫으면 옆집에서 누가 죽는지, 아이가 성폭행을 당하는지, 혼자 사는 할머니가 목숨을 끊는지 알 수 없게 됐다"며 임대아파트 공동체의 필요성을 설명했다.

주민연대는 임차인대표자회를 만들어 임대아파트 내 세입자의 권리를 높여갔다. 또 방과후 공부방 4곳을 세웠고 2007년에는 '꿈마을도서관'도 열었다. 2005년에는 라온제나가 결성돼 나눔푸드, 동아리, 도서관 운영을 주도하며 마을공동체 활동을 펼쳤다. 7년간 이어오던 나눔활동은 올해 8월 서울시의 '나눔이웃' 사업에 선정되기도 했다.

나눔푸드는 공공 복지의 사각지대에 있는 사람들에게 배달된다. 직계 가족이 있지만 연락이 끊겨 기초수급대상자로 선정되지 못한 노인들, 거동이 불편한 장애인들이 대부분이다.

양말 한 켤레로 꼬리에 꼬리를 무는 나눔활동

라온제나(관악주민연대 여성모임) 회원들과 자원봉사자가 25일 오후 서울 관악구 관악드림 임대아파트 관리사무소에서 시장 상인들로부터 기부 받은 떡과 반찬을 독거노인들에게 나눠주기 위해 포장작업을 하고 있다.
 라온제나(관악주민연대 여성모임) 회원들과 자원봉사자가 25일 오후 서울 관악구 관악드림 임대아파트 관리사무소에서 시장 상인들로부터 기부 받은 떡과 반찬을 독거노인들에게 나눠주기 위해 포장작업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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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영민 라온제나(관악주민연대 여성모임) 회원이 25일 오후 서울 관악구 벽산 임대아파트에서 손자와 함께 사는 최평례 할머니를 찾아 기부 받은 반찬을 전해주고 있다.
이날 최 할머니는 이름 모를 반찬 기부자로부터 한가위 선물 받은 양말을 보며 연신 고맙다고 말을 했다.
 권영민 라온제나(관악주민연대 여성모임) 회원이 25일 오후 서울 관악구 벽산 임대아파트에서 손자와 함께 사는 최평례 할머니를 찾아 기부 받은 반찬을 전해주고 있다. 이날 최 할머니는 이름 모를 반찬 기부자로부터 한가위 선물 받은 양말을 보며 연신 고맙다고 말을 했다.
ⓒ 유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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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07호는 떡 싫어하던데…. 오늘은 드릴 게 떡밖에 없네."
"말랑말랑한 새 떡 드리면 좋아하지 않을까?"

이날 오전에 수거했던 것들은 오후부터 본격적으로 배달된다. 인근의 두산·관악드림·벽산·우성 임대아파트 90세대에 돌아간다.

먼저 봉천동 관악드림 임대아파트를 찾았다. 145동부터 149동까지 총 28세대에 푸드를 배달한다. 6년 넘게 나눔 활동을 해온 라온제나의 권영민(44)씨와 자원봉사자 김경혜(46)씨 는 몇 동 몇 호에 누가 사는지 훤히 안다. 두 사람은 봉지에 담은 떡을 보며 받는 사람이 어떻게 반응할지 예상했다. 떡을 싫어하는 집에는 주로 빵을 주지만 이날은 빵이 없어서 새로 찐 송편을 담았다.

벽산 임대아파트에서 17살 손자와 함께 사는 최평례(76)할머니는 이름 모를 반찬 기부자에게 한가위 선물도 받았다. 금빛 포장지에 싸인 선물은 양말 4켤레였다. 최할머니는 그저 고맙다는 말만 연신 했다.

최 할머니는 배달온 권씨에게 "발이 넓고 능력이 대단한 분"이라며 엄지를 치켜세웠다. 그리고 선물 받은 양말 중 한 켤레를 권씨에게 선물했다. 권씨는 이 양말을 같은 동에 사는 다른 할머니에게 다시 선물했다. 이렇게 훈훈한 나눔이 이어졌다.

검은 봉지 들고 배달 나선 임대아파트 아이들

25일 오후 서울 관악구 두산 임대아파트 '열린공부방' 학생들이 시장 상인들로부터 기부 받은 떡을 독거노인들에게 푸드 배달을 하기 위해 포장작업을 하고 있다.
 25일 오후 서울 관악구 두산 임대아파트 '열린공부방' 학생들이 시장 상인들로부터 기부 받은 떡을 독거노인들에게 푸드 배달을 하기 위해 포장작업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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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일 오후 서울 관악구 두산 임대아파트 '열린공부방' 학생들이 시장 상인들로부터 기부 받은 떡을 독거노인들에게 나눠주기 위해 푸드 배달을 하고 있다.
 25일 오후 서울 관악구 두산 임대아파트 '열린공부방' 학생들이 시장 상인들로부터 기부 받은 떡을 독거노인들에게 나눠주기 위해 푸드 배달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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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일 오후 서울 관악구 두산 임대아파트 '열린공부방' 황민서, 김유진, 김다희 학생이 시장 상인들로부터 기부 받은 떡을 혼자 사는 권덕순 할머니에게 전해주고 있다.
 25일 오후 서울 관악구 두산 임대아파트 '열린공부방' 황민서, 김유진, 김다희 학생이 시장 상인들로부터 기부 받은 떡을 혼자 사는 권덕순 할머니에게 전해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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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산 임대아파트에서는 방과후 교육시설인 '열린공부방' 아이들이 나눔활동을
전담하고 있다. 4년간 배달을 한 아이도 있을 정도로 화요일 푸드 배달은 공부방의 오래된 행사다. 이날 공부방 교사 김민영(26)씨는 한가위를 앞두고 아이들에게 특별 미션을 추가했다.

"초인종을 누르고 '푸드 배달 왔습니다'라고 말해요. 그리고 '추석 연휴 잘 보내세요'라고 꼭 인사하고 오세요. 그럼 다 같이 출발!"

15명의 아이들은 일사분란하게 움직였다. 301동부터 303동까지 15세대에 배달을 해야 한다. 302동 배달을 맡은 황민서(초4), 김유진(초4), 김다희(초3)는 깔깔거리며 즐거워한다. 아이들을 지켜보던 곽희선(55)씨는 "아이들이 오는 화요일 오후마다 소란스럽지만 대견하다"며 "더 많은 아이들이 배달을 하고 더 많은 사람이 받을 수 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황민서양은 권덕순(71) 할머니에게 떡을 전하며 안부를 물었다. 이에 권할머니는 황양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내 새끼는 아니지만 이렇게 와서 챙길 때마다 손자 같다는 생각이 든다"면서 "누가 주는지 모르는 떡이지만 항상 고맙게 생각한다, 고맙다고 전해달라"고 말했다.

25일 서울 관악구 두산 임대아파트 '열린공부방' 학생들이 '나눔이웃' 인증 현판을 들어보이고 있다.
'나눔이웃'으로 위촉된 시민은 동네의 취약계층의 지원 활동과 복지정보 안내 등의 역할을 한다.
 25일 서울 관악구 두산 임대아파트 '열린공부방' 학생들이 '나눔이웃' 인증 현판을 들어보이고 있다. '나눔이웃'으로 위촉된 시민은 동네의 취약계층의 지원 활동과 복지정보 안내 등의 역할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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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동체 사업의 장벽은 '가난'... '문화'로 뛰어넘는다

25일, 4개 임대아파트 90세대에서 배달을 했지만 전체 3500세대에 비하면 턱없이 부족하다. 나눔 활동에 나설 봉사자, 음식을 나눠줄 상인을 찾는 일손이 부족하다. 임대아파트 주민들 중 라온제나 회원들이 나눔 활동에 나서지만 전반적인 참여는 저조한 편이다. 관악주민연대가 '나눔이웃' 사업으로 돌파구를 찾고 있지만 아직은 역부족이다.

임대아파트 공동체 사업의 장벽은 '가난'이다. 먹고살기 바쁜 임대아파트 주민들은 공동체 활동을 할 시간도 돈도 부족하다. 관악주민연대라는 '외부인'이 나서서 주민들을 자극했지만 시민단체의 지원이 끊어지면 주민들의 자발성도 쉽게 사라졌다.

이런 교훈을 통해 관악주민연대는 새로운 시도를 준비하고 있다. 마을을 임대아파트뿐만 아니라 일반 주거지역, 인근 시장까지 넓히는 것이다. 마을을 넓히는 과정에 문화 활동을 중심으로 삼을 계획이다. 문화를 향한 임대아파트 주민들의 욕구가 강하기 때문이다. 주민연대는 마을극장을 짓고 문화 동아리·강좌를 열어 마을공동체 회복을 시도하려고 한다.

곽충근 사무국장은 "생계 문제에 직면한 사람들에게 외부인이 나서 공동체 활동을 자극하는 것은 물론 필요하다"면서도 "지속 가능한 활동을 위해서는 주민들 스스로의 필요와 욕구에 따른 사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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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사진기자. 진심의 무게처럼 묵직한 카메라로 담는 한 컷 한 컷이 외로운 섬처럼 떠 있는 사람들 사이에 징검다리가 되길 바라며 오늘도 묵묵히 셔터를 누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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