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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연지 작가의 <귀거래도> 중 일부. 이대호 야구선수, 자갈치시장 등이 그림의 소재로 채택되었다.
 정연지 작가의 <귀거래도> 중 일부. 이대호 야구선수, 자갈치시장 등이 그림의 소재로 채택되었다.
ⓒ 정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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격년제로 열리는 <2012 부산 비엔날레>가 지난 22일 문을 열었다. 작품이 다채롭고 많아 부산미술관, 부산문화회관, 미월드, 부산진역 역사 네 곳에 전시장을 펼쳤다. 2012 부산 비엔날레를 준비한 조직위원회(위원장 허남식, 운영위원장 이두식)는 초대장을 통해 "참여와 소통으로 만든 배움의 정원을 거닐며 예술의 향기를 함께 느껴보시기 바랍니다"하고 말했다. 비엔날레는 오는 11월 24일까지 계속된다.

혼자 떠나면 여행, 둘 이상이 동행하면 관광

'혼자 길을 떠나면 여행이지만 둘 이상이 함께 떠나면 그것은 관광'이라고 했다. 그래서 혼자 부산으로 갔다. 우리나라 최대의 항구도시 부산에서 꼬박 하루를 보냈다. 낯선 길이라 시간이 많이 들었겠지만 전시장이 네 곳이나 되니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그러나 오가는 길에 '부산의 풍경'을 한껏 눈에 담는 호사도 누렸다. 부산시민회관은 옆에 동백섬과 해운대 해수욕장을 거느리고 있었고, 미월드는 광안리 대교를 보여주었다. 부산문화회관 옆에는 UN군들의 묘지가 있었고, 부산진역에는 '밥차'가 있었다. 내가 사는 도시에서는 볼 수 없는 풍경들, 아니 꿈에서나 볼 수 있는 그런 '그림'들이었다. '새로운 것을 보려면 여행을 떠나라'는 명언이 결코 허언이 아님을 알겠다.

 정연지 작가의 <귀거래도>, 천에 혼합재료, 120*45cm, 2012년 작품. 전시작을 사진으로 찍은 것이므로 실제와는 다릅니다. 이하, 다른 사진도 그렇습니다.
 정연지 작가의 <귀거래도>, 천에 혼합재료, 120*45cm, 2012년 작품. 전시작을 사진으로 찍은 것이므로 실제와는 다릅니다. 이하, 다른 사진도 그렇습니다.
ⓒ 정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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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들이 포착한 '부산의 풍경'은?

작가들의 그림에도 부산은 오롯이 담겨 있었다. 상업적 냄새가 물씬 풍겨나는 대형 사진들도 있었지만, 예술의 향기를 품격있게 내포한 '풍경화'들도 드물지 않았다. 일반인의 시각에는 쉽게 포착되지 않는 부산의 이미지를 작가들은 날카롭게 형상화하여 보여주었다. '부산에 왔으니 부산을 구경해야지' 하고 생각하는 평범한 사람들의 여행자적 욕구를 예술적으로 잘 대변해낸 작품들이었다.

부산문화회관에서 '이대호'를 보았다. 야구장도 아닌 곳에 그가 있었다. 자갈치 시장도 바닷가를 떠나 부산문화회관 안으로 들어와 있었다. 해운대 해수욕장과 광안리 대교도 동해 바다가 아니라 전시장에 있었다. 부산역, 국제시장, 오륙도도 보였다.

천에 혼합재료로 부산의 이미지를 묘사한 정연지 작가의 <귀거래도 1, 2>가 보여주는 '부산의 풍경'이었다. <귀거래도>는 도자기로 외연을 하고 그 안에 이미지를 내포한 까닭에 한층 한국적인 아늑한 느낌을 선사해주었다.

 정연지 작가의 <귀거래도>, 천에 혼합재료, 120*45cm, 2012년 작품.
 정연지 작가의 <귀거래도>, 천에 혼합재료, 120*45cm, 2012년 작품.
ⓒ 정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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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연지 작가의 옆에 전시되어 있는 박혜민 작가의 <가변 설치>도 부산의 풍경을 손색없이 이미지화한 작품들이었다. 부산을 배경으로 찍은 사진을 일반인들로부터 공모한 다음, 작가는 사진 속 인물을 투명한 아크릴판에 그린 후, 아크릴판을 직접 들고 그 장소에 가서 다시 사진을 찍었다. 그 후 실생활에서 쓸 수 있는 엽서로 제작했다. 한 엽서의 주인공은 이렇게 말했다.

"여고 시절 친구들과 해운대에서. 70세가 넘은 지금까지도 연락하고 지내는 친구들인데 함께 추억을 전하고 싶네요."

 박혜민 작가의 <가변 설치> 엽서 중 한 장. 70세가 넘은 여고 동창 친구들이 찍은 사진을 소재로 했다.
 박혜민 작가의 <가변 설치> 엽서 중 한 장. 70세가 넘은 여고 동창 친구들이 찍은 사진을 소재로 했다.
ⓒ 박혜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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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혜민 작가의 또 다른 <가변 설치> 작품은 부산 안내서 소책자 'TOP 5 BUSAN'이었다. 이 소책자는 부산의 볼거리, 놀거리, 즐길거리, 먹을거리를 담고 있었다. 작가는 바다 다섯 곳으로 해운대 해수욕장, 태종대, 광안리 바다, 송정 해수욕장, 청사포를 추천했다. 공원 다섯 곳으로는 중앙공원, 용두산공원, 어린이대공원, UN기념공원, APEC나루공원을 추천했다.

 박혜민 작가는 '부산 가이드북'도 제작하였다.
 박혜민 작가는 '부산 가이드북'도 제작하였다.
ⓒ 박혜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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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가 하면 다섯 가지 먹을거리로는 서면 쿠마노함바그, 부산역 초량밀면, 한누리 충무김밥, 광안리 삼천각, 서면 카페 Kielin을 꼽았다. 놀거리로는 사직 경기장, 부산문화회관, 동래 베네스트 골프클럽, 미월드, 낙동강 벚꽃길을 지목했다.

시장과 절은 자갈치 시장, 보수동 책방골목, 서면 시장, 범어사, 해동용궁사가 수록됐다. 박혜민 작가는 "부산은 국제적인 행사와 축제도 줄을 이어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외국인들의 시선까지도 사로잡는" 곳이라면서 "화려한 도시와 포근한 바다를 동시에 품고 있는 대한민국의 대표적인 휴양도시이자 해양도시"로 찬양했다.

'부산 '하면 역시 바다와 야구?

박혜민 작가와 정연지 작가는 공통적으로 해운대와 광안리로 대표되는 광활한 바다를 부산의 이미지로 꼽았다. 자갈치 시장도 같았다. 박혜민 작가의 사직 경기장은 정연지 작가의 '이대호'를 지칭하는 이미지였다. 아무래도 부산의 대표 이미지는 바다와 야구인가 보다.

 박혜민 작가는 엽서로 제작한 작품을 선보였다.
 박혜민 작가는 엽서로 제작한 작품을 선보였다.
ⓒ 박혜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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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미술관에서 보는 이인미 작가의 사진들도 부산의 이미지를 '여지없이' 포착해 내었다. 고층 아파트의 창 밖으로 바다와 섬이 보인다. 더 이상 무슨 설명이 필요한가. 누구나 살고 싶어하는 바로 그런 곳, 그곳이 바로 부산이다.

<동삼동 01> 작품은 뒷베란다의 유리창을 뚫고 아찔한 햇살이 가득 집 안으로 들어오는 풍경을 보여준다. 그것만으로도 도시인의 마음은 황홀해진다. 그러나 부산은 그 정도로 그치는 곳이 아니다. 햇살 아래로는 눈부신 바다가 솜털 같은 물결을 일렁이며 펼쳐져 있고, 구름처럼 배가 떠 있다.

 이인미 작가의 <다대동 02>, 102*80cm, 2008년 작품. 전시장의 작품을 촬영한 것이므로 실제 이미지와는 다릅니다. 이하, 다른 사진도 그렇습니다.
 이인미 작가의 <다대동 02>, 102*80cm, 2008년 작품. 전시장의 작품을 촬영한 것이므로 실제 이미지와는 다릅니다. 이하, 다른 사진도 그렇습니다.
ⓒ 이인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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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대동 02> 작품은 아스라히 사라져가는 실루엣 같은 물줄기와, 하늘에 맞닿은 수평선을 보여준다. 물론 베란다 너머로 보이는 '일상적' 풍경이다. 언제나 볼 수 있는, 다만 부산에 사는 사람이라면 말이다.

창밖으로 보이는 바다와 섬, "이곳에 살고 싶다"

'Another Frame 04-7' 작품도 황홀한 창밖을 보여준다. 멀리 얕은 산을 배경으로 뽀얗게 고층 아파트들이 바다를 향해 도열해 있고, 이쪽으로는 아직 머리 위로 길을 얹지 못한 교각들이 아가들처럼 아장아장 줄지어 걸어오고 있다. 역시 부산 아니면 그 어느 곳에서도 볼 수 없는 풍경이다.

이런 곳, 바로 이런 곳에서 사람들은 살고 싶다. 그래서 정연지 작가는 화제를 <귀거래도>라고 붙였는지도 모른다. 귀거래, 언젠가는 그곳에 가고 싶다는 뜻의 표현 아닌가?

가장 지역적인 것이 가장 세계적이라 했다. 그래서 2012 부산 비엔날레에서 본 '부산의 풍경'부터 반추하여 음미해본다. 부산의 이미지를 예술적으로 멋지게 형상화해낸 작품들이 더 많았으면 전시장을 찾은 이들의 마음을 더욱 흡족하게 했으리라, 그렇게 생각하면서.  

 이인미 작가의 사진은 부산의 이미지를 날카롭게 형상화하여 보여준다.
 이인미 작가의 사진은 부산의 이미지를 날카롭게 형상화하여 보여준다.
ⓒ 이인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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