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전형적인 기복(祈福), 한심하기 그지없는 미신이라고 폄하하는 사람이 있을지 모르지만 필자의 어머니가 절에 다닌 이유는 분명합니다
 전형적인 기복(祈福), 한심하기 그지없는 미신이라고 폄하하는 사람이 있을지 모르지만 필자의 어머니가 절에 다닌 이유는 분명합니다
ⓒ 임윤수

관련사진보기


"엄마는 언제부터 절에 다녔어?"
"정자 낳고." (정자는 필자의 넷째 누나입니다.)
"왜 다녔는데?"
"니들 낳으려고."
"우리?"
"그래, 계속 딸만 낳아서 아들을 낳으려고."

막내누나의 이름에 넣은 '자(子)'자 덕분인지, 아니면 엄마의 기도 때문인지는 모르지만 엄마는 절엘 다니며 두 아들을 낳았습니다.

"우리 난 다음엔 왜 다녔어?"
"니들 잘 되라고."
"그럼 요즘은 왜 다녀?"
"니들도 잘 되고, 근명이도 잘 되라고." (근명이는 어머니의 손자입니다.)

얼마 전에 돌아가신 어머니가 60년 가까운 세월 동안 고향마을에 있는 절에 다닌 이유입니다. 아주 전형적인 기복(祈福), 한심하기 그지없는 미신이라고 폄하하는 사람이 있을지 모르지만 필자의 어머니가 절에 다닌 이유는 이렇듯 분명합니다.

절이건, 교회건, 성당이건 종교를 갖고 있는 사람들을 따지고 보면 기복 아닌 신앙생활은 없다고 생각합니다. 커다랗게는 세계평화나 국태민안, 소소하게는 개인이나 가족의 건강이나 영락을 기원하는 자체가 뭔가가 이루어지기를 바라는 기복이기 때문입니다.

필자의 어머니가 절에 다닌 이유는 아들을 낳게 해 달라는 것이었고 자손들 잘 되게 해달라는 것이었니다.
 필자의 어머니가 절에 다닌 이유는 아들을 낳게 해 달라는 것이었고 자손들 잘 되게 해달라는 것이었니다.
ⓒ 임윤수

관련사진보기


돌아가신 어머니가 절, 칠성당을 찾아 치성을 드리고 부처님과 칠성님을 믿은 이유는 아들을 낳고 자손들 잘되게 해달라는 것으로 그 이유가 또렷합니다. 하지만 불자랍시고 절에 다니고 있는 필자의 경우는 그렇지 못합니다. 막연하게라도 절에 다니는 이유를 꼭 대라고 하면 '그냥 좋아서'입니다. 절에 가면 마음이 편해지기 때문입니다.

절을 찾아가는 길에서 만나는 산세들이 좋고, 절집 처마 밑에서 울리는 풍경 소리가 좋습니다. 간절하게 절을 올리고 있는 사람들을 보고 있노라면 들떠있던 마음이 차분해지며 편해집니다. 바람에 실려와 코끝을 스치는 향내도 좋고, 삭발을 해 푸른빛이 도는 스님의 머리라도 보게 되는 날에는 마음조차 정갈해집니다.

필자가 어머니에게 물었듯 누군가가 내게 절에 왜 다니느냐고 물으면 이렇듯 두루뭉술하게 '그냥 좋아서'라고 밖에 설명하지 못할 것 같습니다. 혹시 님께서는 누군가로부터 '신을 믿는 이유가 뭐냐'는 질문을 받으면 답할 이유가 정리되어 있습니까? 믿는 신이 없어 '무신'이라면 왜 무신인지에 대해서도 말입니다. 구체적으로 생각해보지 않았고, 논리적으로 정리해보지 않았다면 필자처럼 막연하거나 얼버무리게 될 것으로 생각됩니다.

'당신은 왜 신을 믿습니까?' 질문에 답한 50가지 이유

<사람들이 신을 믿는 50가지 이유> 표지
 <사람들이 신을 믿는 50가지 이유> 표지
ⓒ (주)다산북스

관련사진보기

가이 해리슨 지음, 윤미성 옮김, (주)다산북스에서 출간한 <사람들이 신을 믿는 50가지 이유>에서 그 답을 찾을 수 있을 겁니다.

저자는 여러 해에 걸쳐 많은 신자들에게 "당신은 왜 신 혹은 신들을 믿습니까?"하고 질문을 합니다. 그리고 사람들이 한 답 중에서 가장 일반적인 답 50가지를 모은 것이 <사람들이 신을 믿는 50가지 이유>입니다.

구체적으로 생각해보지 않고, 논리적으로 정리해 보지 않아 선뜻 답하지 못했던 이유, "나는 왜 신을 믿는지"에 대한 답이 사람들이 답한 50가지에 들어있을 수도 있습니다.

신을 믿는 이유가 아주 독특하거나 특별하지 않다면 보편적인 이유 50가지에 들어있을 확률이 아주 높을 것으로 기대됩니다.

사람들이 대답한 50가지 이유는 보편적이고도 일반적입니다. 답들은 5부, 1부 '신은 실제로 존재한다.', 2부 '신은 과학적으로 인정받는다.', 3부 '신은 선하다.', 4부 '신은 인간을 행복하게 한다.', 5부 '신은 인간의 미래를 보장한다.'로 분류되어 있습니다. 1부부터 5부까지 각 부별로 신을 믿는 이유를 설명한 답들이 여섯 가지에서 열다섯 가지씩 실렸습니다.

신자들은 신의 존재를 느낀다거나, 기도에 응답을 받았거나, 과학적으로 증명할 수 있다거나, 사람을 행복하게 한다거나, 혹은 사후 세계를 보장받기 때문에 신을 믿는다고 이유를 설명합니다.

신이 분명히 존재한다고 믿는 사람들은 '신이 존재하지 않을 수도 있지 않느냐'는 가벼운 질문조차도 어이없게 받아들인다고 합니다. 저자가 신에 대한 존재를 의심했을 때 주변사람들은 "신에 대한 증거를 요구하거나 분석하지 말고 그냥 믿어라, 그것이 진정한 신앙이다"고 하였습니다.

이 사람은 이런 이유로 신을 믿고, 저 사람은 저런 이유로 신을 믿고 있다는 것을 읽다보면 신을 믿는 이유가 아주 다양하다는 것을 알게 될 것입니다. 다양한 이유, 여러 가지 답들을 통해 사람들이 신을 믿는 이유를 보다 객관적으로 정립하게 될 것입니다.

하지만 종교가 다르거나 신을 믿지 않는다는 이유 앞에서는 서로 대립하거나 배타적인 입장을 보이기도 합니다.

<사람들이 신을 믿는 50가지 이유>는 저자가 어린 시절부터 가졌던 신의 존재에 대한 의문, 성장하고 공부면서 얻은 지식, 체득한 경험을 밑바탕으로 던진 의구심에 대한 해답이며 총론입니다. 

저자가 이 책을 쓴 동기도 자기가 누리고 있는 자유와 행복을 신앙의 덫에 걸려서 누리지 못하는 동료 인간들과 나누고 싶어서라고 합니다.
 저자가 이 책을 쓴 동기도 자기가 누리고 있는 자유와 행복을 신앙의 덫에 걸려서 누리지 못하는 동료 인간들과 나누고 싶어서라고 합니다.
ⓒ 임윤수

관련사진보기


저자 해리슨은 신들의 존재 여부를 평생 진지하게 탐구해왔으며, 현재는 무신론자로서 자유를 만끽하고 삶의 매순간을 열심히 살고 있다. 그가 이 책을 쓴 동기도 자기가 누리고 있는 자유와 행복을 신앙의 덫에 걸려서 누리지 못하는 동료 인간들과 나누고 싶어서라고 한다.

그는 신들, 불가사의한 예언, 천국과 지옥, 악마, 최후의 심판, 인류의 종말처럼 특이한 주장 앞에서는, 그러한 주장을 지지해줄 수 있는 정확한 증거를 요구하라고 독자에게 당부한다. 그리고 인간이 가진 최고의 보물인 두뇌를 활용해서 논리적이고 회의적인 관점으로 세상을 바라본다면 종교적인 선동에 휘둘려서 피해를 당하지 않을 것이라고 조언한다. - <사람들이 신을 믿는 50가지 이유> 552쪽 옮긴이의 말 중에서 갈무리 -

신앙생활을 하면서도 '내가 왜 신을 믿는지를' 구체적으로 생각해 보지 않았다면 신을 믿는 이유를 확고하게 정립할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입니다. 주위사람들이 동의할 수 없을 정도로 황당하거나 허무맹랑한 이유를 가지고 있는 사람에겐 좀 더 객관적인 입장에서 자신의 신앙생활을 돌이켜 볼 수 있는 기회가 될지도 모른다는 생각입니다.

믿는 이유가 불분명한 신을 믿는 것보다는, 믿는 이유가 분명한 신을 믿는 것이 훨씬 믿음직한 믿음, 충실한 신앙생활이 될 것입니다. 내가 신을 믿는 이유, 다른 사람이 신을 믿는 이유가 어떻게 같고 무엇이 다른 가를 알아보고 이해하는 것만으로도 내가 신을 믿는 이유는 훨씬 분명해지고 또렷하게 확립되리라 기대됩니다.

덧붙이는 글 | <사람들이 신을 믿는 50가지 이유>┃지은이 가이 해리슨┃옮긴이 윤미성 ┃ 펴낸곳 (주)다산북스┃2012.08.30┃값 25,000원



사람들이 신을 믿는 50가지 이유 - 유.무신론자 모두가 알아야 할 신에 대한 논쟁

가이 해리슨 지음, 윤미성 옮김, 다산초당(다산북스)(2012)


태그:#사람들이 신을 믿는 50가지 이유, #윤미성, #(주)다산북스, #기복, #신앙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독자의견

이전댓글보기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