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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학기 호남신학대의 소득 5분위 학생 한 명이 받은 국가장학금은 7000원. 반면 서울대의 소득 5분위 학생 한 명이 국가장학금은 284만 원이다. 같은 소득수준인데도 둘의 국가장학금은 406배 차이가 난다.

정부가 매년 치솟는 대학등록금 부담을 완화하기 위해 2012년부터 '국가장학금 2유형'을 신설했다. 그러나 대학별로 학생들이 받는 금액의 차이가 커 국가장학금 양극화 현상이 벌어지고 있다. 특히 동일한 소득수준에도 대학별로 학생들이 받는 국가장학금 격차가 커 형평성에 어긋난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국가장학금 2유형(이하 국가장학금)은 국가가 최저 기초생활수급자부터 최고 7분위까지 소득수준에 따라 학생들에게 고루 장학금을 지급하는 제도다. 정부가 직접지원하는 1유형과는 달리 등록금 인하 등 대학의 자구 노력에 따라 한국장학재단이 지원한 장학금을 각 대학이 자체기준을 정해 지급한다. 그렇다 보니 소득수준이 동일한 데도 대학마다 학생들이 받는 국가장학금 액수는 천차만별이다.

그 생생한 실태가 <오마이뉴스>가 20일 국회 교육과학기술위원회 소속 정진후 의원실(통합진보당)을 통해 입수한 '한국장학재단의 2012년도 1학기 국가장학금 대학별 지원내역' 자료를 분석한 결과 드러났다.

1인 평균 국가장학금, 추계예대 197만원-호남신학대 1만4천원... 141배 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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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 1학기 대학별 '국가장학금 2유형' 수혜 실태
 2012년 1학기 대학별 '국가장학금 2유형' 수혜 실태
ⓒ 이은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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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생 1인당 평균 국가장학금 수혜 순위는 추계예대가 197만 원으로 1위였다. 이어 서울대(176만 원), 청주대(169만 원), 고구려대(129만 원), 인천가톨릭대(124만 원) 등의 순위였다.

호남신학대는 1만4000원으로 최하위를 기록했다. 명지전문대(5만9000원), 전남도립대(6만3000원), 공주교대(6만9000원), 한국철도대(7만3000원)도 그 다음 순으로 낮았다.

추계예대와 호남신학대의 학생들이 받는 국가장학금 차이는 약 196만 원이다. 141배 차이가 난다. 두 대학의 학생들이 받는 장학금 격차가 큰 이유는 대학 자구 노력에 따라 국가장학금 예산이 차등 지원되기 때문이다.

호남신학대의 국가장학금이 낮은 이유는 대학 자체의 노력 실적이 부족해서다. 호남신학대는 지난 학기를 앞두고 등록금을 한 푼도 인하하지 않았다. 장학금도 1539만 원 확충하는 데 그쳤다. 이 때문에 한국장학재단은 애초 호남신학대에 2억 원을 배정할 예정이었으나 실제로는 395만 원만 지원했다.

반면 추계예대는 등록금을 11억 원 인하했고 15억 원의 장학금을 확충했다. 합계 26억 원의 등록금 부담 완화에 힘쓴 추계예대에 한국장학재단은 11억 원을 국가장학금 2유형 예산으로 지원했다. 애초 계획했던 금액보다 약 8억 원 많다.

최소 93배 최대 406배... 소득수준 같은데도 학교별로 장학금 액수 달라

소득분위 기준 2012년 1학기 대학별 '국가장학금 2유형' 수혜 실태
 소득분위 기준 2012년 1학기 대학별 '국가장학금 2유형' 수혜 실태
ⓒ 이은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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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일 소득분위별 대학 간 국가장학금 차이는 더욱 심하다. 소득 5분위 학생 한 명의 국가장학금 수혜금액은 서울대가 284만 원으로 가장 많다. 이어 추계예대(210만 원), 농협대학(150만 원), 혜전대학(129만 원), 고구려대학(122만 원) 순이다.

호남신학대는 7천 원으로 가장 적었다. 공주교대(3만 원), 명지전문대(5만8000원), 한국철도대학(6만 원)도 뒤를 이었다.

같은 소득수준에도 호남신학대 학생들은 7천 원을, 서울대 학생들은 284만 원을 받는다. 둘의 국가장학금은 약 283만 원, 400배 차이가 난다. 소득수준에 따라 등록금 부담을 완화하겠다는 제도의 취지와는 어긋나는 대목이다.

각 소득수준별 국가등록금 수혜 격차를 살펴보면 ▲기초생활수급 191배(한국체대-인천가톨릭대) ▲1분위 93배(호남신학대-추계예대) ▲2분위 209배(인하대-김포대) ▲3분위 313배(호남신학대-서울대) ▲4분위 336배(호남신학대-서울대) ▲5분위 406배(호남신학대-서울대) ▲6분위 346배(호남신학대-추계예대) ▲7분위 204배(호남신학대-추계예대) 차이가 났다. 최소 93배, 최대 406배다.

"등록금 경감 노력 소극적인 대학 학생들, 덩달아 장학금도 적게 받아"

정진후 의원은 이같은 국가장학금의 양극화 현상이 제도 자체의 문제에서 야기된다고 봤다. 대학이 등록금 부담 완화 노력에 소극적일 경우, 소속 학생들도 덩달아 국가장학금을 적게 받을 수밖에 없는 구조이기 때문이다. 또한 국가장학금의 지급 기준이 각 대학의 자율에 맡겨져 있기 때문에 마땅히 규제할 방안도 없다는 지적이다.

그는 "정부는 국가장학금 제도로 인해 등록금 부담 경감 효과가 커졌다고 주장하지만, 2유형은 대학 자구 노력에 다라 지급 편차가 발생한다"며 "형평성 측면에서 실제 학생들의 고액등록금 부담이 경감된다고 말하기에는 부족하다"고 말했다. 정 의원은 이어 "정부가 나서 반값등록금 제도를 통해 근본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그러나 교과부는 대학의 자구 노력을 유도하기 위해서는 대학별 장학금 차이는 불가피하다고 설명했다. 황판식 대학장학과 과장은 "정부의 재정지원 조건을 걸지 않으면 대학 자구책 노력을 유인하지 못한다"며 "실제로 대학 자체 노력에 따라 전체 대학 등록금 부담이 실질적으로 완화되는 효과를 봤다"고 주장했다.

2012년 1학기 서울 20개 주요대학 '국가장학금 2유형' 수혜 실태
 2012년 1학기 서울 20개 주요대학 '국가장학금 2유형' 수혜 실태
ⓒ 이은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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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그:#국가장학금, #반값등록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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