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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릴라칼럼은 시민기자들이 쓰는 총·대선 칼럼입니다. [편집자말]
대선이 3개월여 앞으로 다가온 지금, 전북지역에선 '기자들의 4·11 총선 돈봉투 사건'이 불거져 가뜩이나 좋지 않은 지역언론 이미지가 여지없이 곤두박질치고 있다.
 대선이 3개월여 앞으로 다가온 지금, 전북지역에선 '기자들의 4·11 총선 돈봉투 사건'이 불거져 가뜩이나 좋지 않은 지역언론 이미지가 여지없이 곤두박질치고 있다.
ⓒ 자료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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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거기간, 후보 캠프에 취재를 나갔는데 후보 또는 후보와 절친한 주변인이 갑자기 돈봉투를 내밀었다.'

위 상황에 직면했다면 여러분은 어떻게 대처할 것인가? 통상적으로 이 같은 입장에 처할 경우 크게 두 부류로 갈린다. 기자들의 크고 작은 '돈봉투 사건'들에서 나타난 사례들을 보면, 그 자리에서 확실히 거부하거나, 받은 돈봉투를 기어이 돌려주는'양심형', 모른 체 하며 받아서 챙기는'비양심형'으로 갈린다. 이른바 '준법형'과 '비준법형'이다. 결과는 어떨까? 무탈하면 그만일 수 있겠지만, 탈이라도 나면 전자는 존경받고, 후자는 혹독한 비판과 처벌이 뒤따른다.     

그런데 여기에 최근 들어 또 다른 유형이 하나 더 추가됐다. '선거범죄 신고 포상금'이 확대되면서 받은 돈봉투를 선거관리위원회(선관위)에 신고하는'원칙형'이 그것이다. 받은 돈의 수십배에 달하는 포상금을 받을 수 있기 때문에 이를 노리고 신고하는'얌체형'도 있지만 신고도 신고 나름. 받은 돈을 쓰고 1년여 후에야 신고했다면 어떤 보상을 받을 수 있을까?   

돈봉투를 혼자 받지 않고 여럿이 받았다면 문제는 더욱 복잡해진다. 돈봉투를 받은 사람에게 돌려준 기자, 선관위에 돈봉투를 신고한 기자, 돈을 용돈처럼 써버린 기자들로 갈린다면 그 후속조치로 인한 명암 또한 엄청난 차이를 가져올 것이 분명하다. 순간의 결정과 선택이 누구는 정의로운 기자로, 누구는 사악한 사이비 기자로 전락시키고 만다. 실제로 우리 주변에서 벌어지는 일들이다.

 "전북언론 기자들 돈 봉투 사건, 검찰의 철저한 수사를?"

지난 17일 전북민언련은 '전북언론 기자의 돈 봉투 사건, 검찰의 철저한 수사를 촉구한다'는 성명을 냈다.
 지난 17일 전북민언련은 '전북언론 기자의 돈 봉투 사건, 검찰의 철저한 수사를 촉구한다'는 성명을 냈다.
ⓒ 전북민언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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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선이 3개월여 앞으로 다가온 지금, 전북지역에선 '기자들의 4·11 총선 돈봉투 사건'이 불거져 가뜩이나 좋지 않은 지역언론 이미지가 여지없이 곤두박질치고 있다. 지난 17일 전북민주언론시민연합(전북민언련)이'전북언론 기자의 돈 봉투 사건, 검찰의 철저한 수사를 촉구한다'는 성명을 낼 정도다. "지역언론 기자들이 4·11 총선을 앞두고 익산을에서 출마한 모후보 측으로부터 돈봉투를 받은 사실이 알려졌다"는 성명은 "이번 사건을 보는 우리의 심정은 참담하다"며 "검찰의 철저한 수사"를 촉구했다.

이런 사실은 돈을 받은 방송·신문 기자 7명이 9월 12일 선관위에 출석, 지역구 출신 국회의원의 측근이던 익산시 민주평통 간부 이아무개씨로부터 작년 12월 중순 20만원씩이 든 돈 봉투를 받았다고 진술하면서 밝혀졌다. 이에 앞서 검찰이 익산시청 출입기자 7명에게 돈을 건넨 혐의로 이씨를 12일 오후 소환하자 그가 검찰에 출두하기도 전에 그로부터 돈을 받은 기자들이 익산시 선관위에 스스로 나가 조사를 받는 등 어설픈 촌극이 벌어진 것이다.

검찰이 이씨를 소환한 것은 그가 지난해 12월 15일 익산 부송동 소재 한 일식당에서 기자들에게 돈을 줬다는 첩보를 인지했기 때문이라고 하지만, 화들짝 놀란 기자들이 지역 선관위에 줄줄이 자진 출두한 모양새가 좋지 않았다. 한참 시간이 지난 후 사건이 수면 위로 불거지자 그제야 돈봉투 받은 사실을 인정한 데 대한 지역민들의 따가운 눈총이 해당 기자는 물론 지역 언론사들을 겨냥하고 있다.

지난 2월 대구지역에서 한 방송사 기자가 4·11 총선 예비후보 측근으로부터 후보 프로필과 출마의 변 등이 담긴 문건과 현금 100만원을 받은 사실을 선관위에 신고해 1억2000만원의 포상금을 받은 사례와 대조적이다.

선관위는 불법 정치자금 및 공천대가 수수, 대규모 불법 선거운동 조직 설치 및 운영, 공무원의 조직적 불법 선거운동 개입, 금품 및 향응 제공 등 중대 선거범죄 신고자에게 최고 5억원까지 포상금을 지급하고 있다. 2004년 3월 처음 도입된 포상금 규정은 당시 5000만원 범위 안에서 지급하도록 했으나, 정부는 2006년 3월 관련 규칙 개정을 통해 포상금 지급액을 늘렸다.

해마다 끊이지 않는 기자 돈 봉투 사건, 솜방망이 처벌

하지만 이 같은 사실을 알리고 제도·환경을 감시·비판해야 할 기자들이 선거운동 관계자로부터 돈을 받고도 뒤늦게 사건화 되자 이를 인정하며 선관위에 조사를 받기로 하고 나선 데 대해 주변의 시선이 고울 리 없다. 전북민언련은 돈봉투 사건과 관련해 검찰의 적극적인 수사를 촉구하며, 그 이유들을 구체적으로 적시해 이목을 끌었다.

"해마다 끊이지 않고 발생하고 있는 지역언론 기자의 돈 봉투 사건은 검찰의 솜방망이 처벌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고 보기 때문"이라며 "돈을 받아도 별 문제가 없다는 인식이 계속되는 한 이번과 같은 돈 봉투 사건은 다시 일어날 가능성이 크다"고 밝혔다. 지역언론의 돈봉투 사건이 이례적인 사건이 아님을 일러준 대목이다.

1년 전인 지난해 9월 20일과 28일에도 전북시민사회단체연대회의는 이번과 비슷한 내용의 성명을 낸 적이 있다. '전주시청의 부적절한 돈봉투 제공에 대하여','검찰의 철저한 수사를 촉구한다'는 제목의 성명에서 시민사회단체는 "지방자치단체와 지역언론의 유착관계에서 발생하는 고질병 가운데 하나로 지목되어 온 돈봉투 사건이 또 발생했다"며 "전주시가 추석을 앞두고 전주시청 출입기자들에게 50만원이 든 봉투를 돌렸다"고 밝혔다. 또한 이들은 "검찰은 철저한 수사를 통해 관련자들을 엄중하게 처벌해 이번 사건을 일벌백계의 교훈으로 삼아야 할 것"이라고 촉구했다.

이에 앞선 2010년 3월에도 전북도청에서 돈봉투 사건이 발생했다. 당시 전북민언련은 '또 돈봉투인가, 검찰의 철저한 수사를 당부한다'는 제목의 논평을 통해 "검찰이 지역주재 전국지 기자들에게 돈 봉투를 돌렸다는 혐의로 전라북도 공보관 및 해당기자들에 대한 수사에 착수했다"며 "선거를 코앞에 둔 민감한 시기에 벌어진 이번 사건을 가볍게 보아 넘길 수 없다"고 전제한 뒤 엄정한 수사와 언론의 자성을 동시에 주문했다. 그러고 보니 매년 연례적으로 돈봉투 사건이 발생하는 것을 보면 무슨 큰 이유라도 있는 모양이다.  

최저 임금에도 못 미치는 급여...'언론윤리' 돈 받고 팔아

지난해 9월 20일과 28일에도 전북시민사회단체연대회의는 '전주시청의 부적절한 돈봉투 제공에 대하여','검찰의 철저한 수사를 촉구한다'는 제목의 성명을 냈다.
 지난해 9월 20일과 28일에도 전북시민사회단체연대회의는 '전주시청의 부적절한 돈봉투 제공에 대하여','검찰의 철저한 수사를 촉구한다'는 제목의 성명을 냈다.
ⓒ 전북민언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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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 언론사 기자들의 열악한 처우에서 비롯된 현실과 기자를 관리 대상으로 삼으려는 지자체의 왜곡된 언론관이 낳은 병폐가 우선 그 원인으로 지목된다. 특히 지자체와 출입기자들 사이에서 발생하는 돈봉투는 대가성의 성격이 짙다는 점에서 문제의 심각성이 크다. 이번 돈봉투 사건은 명백하게 대가성 촌지의 성격이 강하다. 총선을 앞둔 상황에서 선거에 출마한 특정 정치인으로부터 금품을 수수했다는 것은 선거과정에서 객관성과 공정성, 불편부당성을 유지해야 할 언론사 또는 기자들이 언론의 본령을 저버린 채 기사를 통해 선거에 개입했을 가능성이 크다.

이는 기자들이 반드시 지켜야 할'언론 윤리'를 돈을 받고 팔아넘긴 것과 다름없는 행위다. 돈봉투 문제에선 기자 개인의 윤리의식 못지않게 기자들이 돈의 유혹에 넘어갈 수밖에 없는 환경을 조성하고 있는 지역 언론사들, 특히 지역 신문사들의 책임이 크다. 현재 전북지역엔 13개의 일간지가 중소도시인 전주시에 난립해 있다. 이 중에는 최저임금도 지급하지 않는 신문사들이 있는가 하면 급여를 제때 지급하지 못해 법적 소송으로 이어지는 사례가 빈번하고 있다.

이러한 구조적 모순이 기자들을 이른바 앵벌이로 내몰고 있는 것이다. "기자들에게 월급도 제대로 주지 못하는 지역신문사는 당장 문을 닫거나 아니면 기자들이 언론인으로서의 사명감과 윤리의식을 가지고 사회의 목탁 역할을 할 수 있도록 처우 개선에 나서야 할 것"이라는 시민사회단체들의 주장과 요구가 빗발치는데도 언론사 사주들은 아랑곳하지 않는다. 오히려 신문사를 방파제로 삼아 모기업(학원, 건설, 운송, 유통업 등) 을 살찌우는데 혈안이다.

해마다 끊이지 않고 발생하는 지역언론사 기자들의 돈봉투 사건은 솜방망이 처벌도 한 몫 한다. 그러는 사이에 지역 언론사 사주들과 기자들의 도덕 불감증은 커져만 가고 있다. 돈을 받아도 별 문제가 없다는 이른바 '학습효과'가 계속되는 한 지역언론 기자들의 돈봉투 사건은 계속 발생할 것이다. 영세한 지역 언론사들과 지자체·정치권의 이른바 '공생관계'를 명징하게 드러내 주는 사례들이다. 대선을 90여일 앞두고 경종을 울릴 법도 하건만 달라질 기미는 도무지 찾아보기 어렵다. 


태그:#돈봉투, #4.11 총선, #지역언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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