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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초법개정공동행동 소속 시민단체 회원들이 2011년 3월 2일 낮 서울 세종문화회관앞에서 '18대 국회 민생법안 1순위 국민기초생활보장법 개정 촉구 기자회견'을 열어 "국민기초생활보장제도가 시행 12년째를 맞지만 아직도 빈곤층 400만명이 사각지대에 있으며, 가난한 이들이 죽음으로 내몰리고 있다"고 주장했다. 홈리스행동 회원이 주소를 '홈리스시 집없으면 슬프리'로 표기한 신분증 모형을 목에 메고 기자회견에 참석하고 있다.
▲ 내 주소는 '홈리스시 집없으면 슬프리' 기초법개정공동행동 소속 시민단체 회원들이 2011년 3월 2일 낮 서울 세종문화회관앞에서 '18대 국회 민생법안 1순위 국민기초생활보장법 개정 촉구 기자회견'을 열어 "국민기초생활보장제도가 시행 12년째를 맞지만 아직도 빈곤층 400만명이 사각지대에 있으며, 가난한 이들이 죽음으로 내몰리고 있다"고 주장했다. 홈리스행동 회원이 주소를 '홈리스시 집없으면 슬프리'로 표기한 신분증 모형을 목에 메고 기자회견에 참석하고 있다.
ⓒ 권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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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다른 직업 없이 희망근로, 공공근로로 생계를 이어가던 기아무개(63)씨는 2010년 서울시 중구청에 기초생활보장대상 수급신청을 했지만 거부당했다. 10년 넘게 연락이 끊겼지만, 부양의무자인 자녀가 있기 때문이었다. 쪽방민, 기초생활수급자 등을 지원하는 시민단체 '빈곤사회연대'의 문을 두드린 기씨는 "우리 같은 사람은 죽으라는 거냐"며 하소연했다. 그는 활동가의 도움을 받아 재신청을 했고, 구청의 배려로 수급대상자가 됐다.

장애등급 5급인 최아무개(75·인천시)씨는 소득이 없다. 여러 번 기초생활보장대상 수급신청을 했지만 번번이 탈락했다. 기씨처럼 '부양의무자가 있다'는 이유였다. 최씨에겐 아들 하나와 딸 셋이 있긴 하다. 그러나 아들은 월급 170만 원이 소득의 전부이고, 사위 한 명은 구두를 닦는 등 형편이 넉넉하지 않다. 딸들은 지난해 최씨의 허리수술 비용을 1000만 원 넘게 부담한 후, 그에게 5만 원씩 주던 용돈도 주지 못하고 있다. 최씨 역시 빈곤사회연대의 지원으로 재신청을 했다. 그는 또 다시 '부적합' 결과를 통보받았다.

사회의 가장자리로 내몰린 이들을 돕는 기초생활보장제도가 도입된 지 12년이 됐다. 하지만 두 사람처럼 생활이 어려운데도 복지혜택을 받지 못하는 사람들이 상당수다. 재신청 결과 수급자격을 얻은 기씨는 그나마 운이 좋은 편이다.

보건복지부는 2012년 업무보고 자료에서 소득이 최저생계비 이하여도 기초생활보장제도 지원을 받지 못하는 비수급빈곤층이 103만 명에 달한다고 추정했다. 최씨는 그 가운데 한 명이다. 복지부는 업무보고에서 '복지사각지대 최소화'를 올해 주요 정책과제 중 하나로 꼽았다.

그러나 복지사각지대는 앞으로 더욱 넓어질 수 있다. 복지부가 내년도 기초생활보장(생계급여) 수급대상을 줄였기 때문이다. 무소속 박원석 의원이 복지부에서 받은 자료에 따르면, 복지부는 2013년 생계급여 수급대상을 147만 명으로 보고, 기획재정부에 2조7483억7000만 원을 요구했다. 금액 자체는 올해보다 3865억2500만 원 늘었지만, 수급자 수는 8만 명이나 줄어들었다.

"MB정부 복지예산, 자연증가분 등 외에는 오히려 후퇴"

기초생활보장제 수급자는 2010년 이후 감소세를 보이고 있다.
 기초생활보장제 수급자는 2010년 이후 감소세를 보이고 있다.
ⓒ 박소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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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지부 기초생활보장과 관계자는 "한 사람당 돌아가는 생계급여는 '최저생계비 - 소득'식으로 계산된다"며 "최저생계비가 늘고, 소득이 줄어 1인당 급여 자체는 늘어났다"고 설명했다. 2013년 최저생계비는 올해보다 3.4% 인상됐다. 또 "부정수급자를 가려냈기 때문에" 수급자 수가 줄었다고 답했다.

2013년 기초생활수급대상 147만 명은 이 제도를 처음 시행한 2000년보다도 적은 규모다. 당시 생계급여를 받은 사람은 149만 명이었고, 2003년부터 꾸준히 늘어났다. 2009년 157만 명으로 정점을 찍은 뒤에는 2010년 155만 명, 2011명 147만 명으로 계속 감소했다. 올해 예산은 155만 명을 대상으로 책정됐으나 현재 수급자는 141만 명(7월 말 기준)이다.

하지만 빈곤층이 줄어들었기 때문에 수급자 수가 감소했다고 보긴 어렵다. 한국의 상대적 빈곤율(가처분소득 기준)은 2006년 14.3%에서 2009년 15.3%까지 계속 높아졌다. 2010년 한 해 14.9%로 떨어졌지만, 지난해 다시 15.2%로 뛰어올랐다.

박원석 의원은 "내년도 경제 상황은 여전히 어려울 전망"이라며 "사회안전망을 강화해야 할 때에 (정부) 예산은 거꾸로 가고 있다"고 비판했다. 박 의원은 "특히 기초생활보장제도는 뜻하지 않게 빈곤층이 되어도 사회적 지원을 받아 빈곤에서 벗어날 수 있게 하는 사회안전망"이라며 기초생활수급대상 감소를 우려했다.

"생활비 보태려고 하루 이틀 일한 게 '소득'이라며 수급자격 빼앗아"

폐지를 주워 생활하는 노인
 폐지를 주워 생활하는 노인
ⓒ 이형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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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단체들은 이명박 정부 들어 제도의 효율성을 강조하며 '선택적 복지'를 내세웠지만 오히려 복지가 필요한 사람들만 더 어려워졌다고 봤다.

그 대표적인 예로 꼽히는 게 사회복지통합관리망(사통망)이다. 정부는 2010년 '복지예산 지원은 효율화하고 새는 돈은 막겠다'며 기존에 사업별로 관리하던 복지서비스를 개인·가구별로 파악하겠다고 밝혔다. 사통망은 복지부와 교과부, 노동부 등 정부 부처마다 보유하고 있는 가족관계·소득 등의 정보를 연계해놓은 시스템이다. 복지부는 이를 이용해 수급자의 부정수급 여부, 부양의무자의 존재 등을 파악하고 있다.

김윤영 빈곤사회연대 조직국장은 사통망이 구축된 다음 "(생활하기에) 부족한 수급비를 충당하기 위해 일용직으로 일하던 것까지 소득으로 처리돼 부정수급자 신세가 된 사람들이 생겨났다"고 "수급자의 삶이 옴짝달싹 못하게 됐다"고 평가했다.

김 조직국장은 '2013년 수급대상이 감소한 까닭은 부정수급자를 가려냈기 때문'이라는 복지부의 설명도 "진짜 부정수급자도 있겠지만, 하루 이틀만 일할 수 있는 분들조차 (소득이 있다며) 수급대상에서 탈락하고 있다"며 반박했다. 또 "공무원들이 일단 사통망에 근거해 판단한 다음, 이의신청이 있어야 현장조사에 나선다"며 "이후 수급자격을 회복하더라도, 탈락자들은 그때까지 당장 생활이 힘든 상황"인 것도 지적했다. 

김정숙 건강세상네트워크 소수자건강권팀장은 "현 정부가 복지예산이 늘어났다고 주장하지만 기초노령연금이나 자연증가분 외에는 오히려 후퇴했다"며 "(복지제도가) 힘없는 사람에게 부담을 지우는 방식으로 가고 있다"고 말했다.


태그:#기초생활보장제, #복지, #빈곤, #부양의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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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정치부. sost38@ohmy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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