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레지던트 이블5: 최후의 심판>의 한 장면.

영화 <레지던트 이블5: 최후의 심판>의 한 장면. ⓒ 소니픽처스 코리아


죽이고 죽여도 끊임없이 살아나는 좀비는 서구 대중을 대상으로 한 현대공포문화의 한 축이기도 하다. 하지만 공포도 이윽고 글로벌의 흐름을 탔다. 우리는 온갖 게임과 만화를 통해 등장한 좀비를 보며 공포의 신세계를 경험하기도 했다.

영화 <레지던트 이블: 최후의 전쟁>(이하 '레지던트 이블5') 시리즈는 좀비 모티브에 충실하면서도 현대적 감각으로 끊임없이 변주 중인 장수 시리즈물임은 틀림없다. 2002년을 시작으로 약 2년 마다 등장한 이 시리즈는미국은 물론이고 전 세계 관객들을 섬뜩하게 만들며 신선한 충격을 주곤 했기 때문.

밀라 요보비치의 진화...시리즈와 함께 발전하는 배우를 돌아보라

2012년 어김없이 자신의 존재를 알린 <레지던트 이블5>에서 기억해야 할 첫 번째는 바로 여전사 이미지 물씬 풍기는 밀라 요보비치다. 실제 일본 기자회견서 봤을 때 그녀는 시원시원하고 활달한 모습이었다. 한국 아이돌 그룹을 귀엽다고 칭하며 자신의 남편이자 <레지던트 이블> 시리즈의 창시자 폴 앤더슨 감독에게 "안녕이라고 말해!"라며 채근하는 요보비치는 여전사라기 보단 '귀요미'에 가까웠다.

다섯 번째 시리즈가 나온 이 시점에서 과연 누가 누구에게 감사해야할 지 헷갈린다. 분명한 건 밀라 요보비치는 10년 째 '앨리스'로서 전 세계를 누비며 좀비를 퇴치하고 있었고, 그녀의 카리스마와 액션은 날로 진화하고 있다는 사실.

 3일 오후 도쿄에서 열렸던 영화 <레지던트 이블5: 최후의 심판> 월드프리미어 상영 행사에 참여한 밀라 요보비치.

3일 오후 도쿄에서 열렸던 영화 <레지던트 이블5: 최후의 심판> 월드프리미어 상영 행사에 참여한 밀라 요보비치. ⓒ 소니픽처스 코리아


 영화 <레지던트 이블5: 최후의 심판>의 한 장면.

영화 <레지던트 이블5: 최후의 심판>의 한 장면. ⓒ 소니픽처스 코리아


영화 <제 5원소>와 <잔 다르크> 등을 통해 드러난 밀라 요보비치는 개성 넘치는 액션 배우의 모습이다. 분명 할리우드에서 액션스타로서 그녀의 존재는 독보적이다. 물론 밀라 요보비치가 다른 장르의 영화를 하지 않은 건 아니다. 코미디와 로맨스물에도 등장했던 그녀지만 아무래도 그녀가 지닌 장점이 부각되는 영화들은 빠른 스피드와 화려한 볼거리를 자랑하는 액션물이었다.

굳이 비교해 보면 리들리 스콧 감독의 <에일리언> 시리즈, 그리고 시고니 위버를 떠올릴 수 있겠다. 세계 스타 배우들의 보고라는 할리우드답게 이 두 여배우가 액션과 SF 장르에서 차지하는 의미 역시 독보적이다.

한국영화는 액션 장르가 취약한 편이다. 훌륭한 스태프와 영화 제작 기술이 있지만 상대적으로 액션 전문 인력의 인프라는 얇은 편인 현실. 매년 나오는 영화마다 액션이 빠지진 않지만 탄탄한 스토리를 기반으로 한 시리즈물도 거의 없고 배우 역시 드물다. 밀라 요보비치나 시고니 위버에 비견할만한 한국 여배우를 떠올려 보면 누가 있을까. 배우 하지원 정도가 가장 근접해 보이긴 하지만 그녀 역시 다양한 장르와 매체를 기반으로 한 여배우라는 이미지가 강하다.

<레지던트 이블>의 장수 비결, 다양한 캐릭터들의 향연

장수하는 영화에 대해 숱하게 듣는 이야기 중 하나가 그 힘이 바로 캐릭터에서 나온다는 점이다. 이 역시 한국 영화에선 취약한 부분으로 꼽을 수 있다. 천만 관객이 든 작품이 6편이나 되는 등 영화 자체에 대한 열기는 상당하지만, 그에 비해 캐릭터로 기억될만한 한국 영화는 전무한 게 사실이다.

되돌려 보면 흥행한 대부분의 한국 영화는 드라마의 힘이지 캐릭터가 전면에 드러나진 않았다. 영화의 이야기는 기억해도 해당 캐릭터의 특징을 두고두고 기억하기엔 부족한 감이 있다. 이참에 떠올려 보자. <실미도>(2003) <태극기 휘날리며>(2004) <왕의 남자>(2005) <괴물>(2006) <해운대>(2009) 그리고 <도둑들>(2012)까지.

이 중에서 캐릭터가 강하게 남는 영화, 혹은 시리즈물로서 캐릭터의 가능성을 열 수 있는 작품을 꼽으라면 그나마 <도둑들>을 들 수 있겠다. 속편 제작 예정인 <괴물>은 제외하고 말이다. 물론 <괴물>에서도 '괴물'이 가장 강렬한 캐릭터긴 했지만.

모르긴 몰라도 캐릭터의 힘은 개성과 꾸준함에서 나오지 않나 싶다. 위에 든 영화에서도 꾸준하게 캐릭터를 살려 속편이 나온다면 이야기는 좀 달라질 수 있다고 본다. 따지고 보면 속편 제작이 여의치 않은 한국 영화 제작 환경을 비판할 수 있겠다.

ⓒ 소니픽쳐스 코리아


<레지던트 이블5>에선 그간 등장했던 온갖 캐릭터들이 총집합한다. 여전사 '앨리스'(밀라 요보비치 분)를 방점으로 1편에서 전사했던 '레인'(미셀 로드리게즈 분), 2편에서 앨리스의 동료로 활약한 '질'(시에나 길로리), 3편에서 역시 전사한 '카를로스'(오데드 페르 분) 등이 등장한다. 여기에 에이다(리빙빙 분), 레온(조핸 어브) 등의 새로운 캐릭터가 합세해 영화의 재미를 더했다.

T-바이러스에 감염된 사람들, 그리고 T-바이러스의 원흉인 생화학 제조업체 엄브렐라 사에 대적하는 '앨리스 군단'은 여전히 한층 더 진화했다. 캐릭터들의 향연과 함께 리듬감 있는 액션 전개, 여기에 분위기를 더하는 일렉트로닉한 음악은 이번 시리즈에서 얻을 수 있는 주요 재미다.

액션 장르의 산 증인이자, 계보인 <레지던트 이블5>를 보며 한국 영화가 배울 수 있는 점도 떠올려 보자. 주의사항! 이번 시리즈에서 모든 게 끝난다고 홍보를 하고 있지만 시리즈는 끝나지 않는다. 요보비치! 어디까지 가나 보자!

 3일 오후 도쿄에서 열렸던 영화 <레지던트 이블5: 최후의 심판> 월드프리미어 상영 행사에 참여한 폴 앤더슨 감독, 밀라 요보비치, 리빙빙.

3일 오후 도쿄에서 열렸던 영화 <레지던트 이블5: 최후의 심판> 월드프리미어 상영 행사에 참여한 폴 앤더슨 감독, 밀라 요보비치, 리빙빙. ⓒ 소니픽처스 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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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메가3같은 글을 쓰고 싶다. 될까? 결국 세상을 바꾸는 건 보통의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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